2012년 9월 4일 화요일

비교형 문제, 핵심개념 중심으로 글 전개해야

2012학년도 연세대 수시 1차 논술 기출문제 분석

주요대학들의 2012학년도 수시 1차 논술시험이 마무리되고 있다. 예상대로 연세대, 이화여대, 동국대 등 주요대학에서 영어 제시문이나, 도표 활용문제 등 기존에 출제하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을 제시해 수험생들의 체감 난이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다음 달 수능 직후에 치러질 수시 2차 논술시험 역시 수시 1차와 비슷한 경향으로 출제될 전망이다.

하지만, 대학마다 새로운 유형을 제시한다고 해서, 논술시험이 예측 불가능하게 변화한 것은 아니다. 이와 반대로, 대학별 논술시험이 보편적인 요소를 갖춘 일정한 틀로 수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대학들이 시험시간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향으로 변경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120분에 맞춰지고 있다. 또, 새롭게 출제하는 유형을 살펴보면, 다른 대학에서 이미 출제된 유형인 경우가 많다. 영어 제시문이나 도표문제, 수리형 문제가 해당 대학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도일 수 있으나, 이미 다른 대학들에서는 출제된 적이 있는 유형이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보면, 2012학년도 수시 논술시험은 정형화된 틀을 갖춘 시험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정형화된 틀이란, 120분 시험에 글자 수는 1800~2200자 내외의 형식으로, 언어능력과 도표해석 능력, 영어능력과 수리능력을 파악하는 시험이라는 것이다. 2012학년도 수시 2차 논술시험 역시 대학마다 어느 정도 차이는 있겠으나, 위의 정형화된 틀 안에서 출제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치러진 2012학년도 연세대 수시 1차 논술시험 문제를 통해 구체적으로 수시 2차 논술시험 경향을 파악해 보자.

2012 연세대 논술 기출문제 분석①
- 제시문 출제경향

10월 1일에 시행된 연세대 문과 논술시험은 지난 2011학년도 유형에서 크게 변형되지 않았다. 120분에 2문제, 2000자를 기술하는 시험이었고, 전년도와 동일하게 인문계, 사회계로 나눠 시행됐다.

연세대 논술은 매년 정형화된 문제를 내는데도, 타 대학보다 학생들이 어렵게 느끼는 편이다. 지문이 학생들이 접하기 쉽지 않은 학술적인 글이나 논문에서 발췌되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여서, 인문계열의 경우 나쓰메 소세키의 강연록, 프레드릭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법', 윌리엄 제임스의 '심리학의 원리', 1964년 Science 144호에 실린 시각적 인지에 관한 실험에서 발췌했다. 사회계열의 경우에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즐거운 학문', 문학평론가 임화의 논문, 가브리엘 타르드의 '모방의 법칙', 2006년 Science 311호에 실린 논문에서 발췌했다.

물론 학생들이 접하기 어려운 제시문을 출제한다는 것이 다소 부당해 보일 수도 있다. 고등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나와야 학생들이 얼마나 공부했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논술 시험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생각이다.

논술시험에 출제된 제시문을 기존에 접해봤는지, 그렇지 않은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논술시험은 고등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라, 고등학교에서 배운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새로운 글과 도표, 그림을 분석하고 해석해내는 능력을 키운다. 연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에서 이를 평가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낯선 제시문을 출제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다.

여기서 수시 2차 논술시험을 준비하는 팁을 얻을 수 있다. 대학에서 학생들의 제시문 '이해능력'과 '분석능력'을 평가하고자 한다면, 제시문을 정확히 파악하고 세부적으로 분석하는 연습을 하면서 논술을 준비하면 된다. 논술 준비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글을 읽었고, 얼마나 많은 기출문제를 풀었는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적은 수의 기출문제라 할지라도 한 문제, 한 문제를 다각적인 시각에서 세부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다른 제시문들과 밀접하게 연계시키는 방식으로 꼼꼼히 준비해야 기대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

2012 연세대 논술 기출문제 분석②
- 문제유형 분석

2012년 수시 1차 연세대 논술의 [1번 문제]를 통해 비교형 문제의 특성을 이해해보자.
연세대의 [1번 문제]는 지금까지 비교문제가 주를 이루었다. 보통 3개의 제시문을 비교하는 유형이 많았는데, 2012 수시 1차 논술에서는 인문계열은 2개의 제시문을 비교한 후 다른 제시문을 비판하는 문제가, 사회계열은 전형적인 3개의 제시문을 비교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비교형 문제는 연세대뿐만이 아니라 대다수의 대학에서 출제하는 유형이다. 비교형 문제를 해결할 때 유의할 점은 절대 각 제시문을 기준으로 글을 전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많은 학생이 제시문을 개별적 특성에 따라 차례대로 요약하는데, 이런 답안은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 제시문의 개별적 특성을 설명하는 글은 비교가 아니라 요약이다.

비교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내는 과정이다. 그런데 연세대 논술뿐만이 아니라 많은 대학에서 공통점은 직접 제시해주는 경우가 많다. 위의 연세대 1번 문제를 보더라도 문제에 이미 각 제시문의 공통점이 제시돼 있다. "제시문 (가)와 (나)를 '낭비'의 관점에서 비교"하라거나 "한 사회에 새로움이 부상하는 과정에서 다수가 수행하는 역할을 중심으로 제시문 (가), (나), (다)의 논지를 비교"하라는 것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수험생이 답해야 하는 것은 차이점이다. 차이점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각 제시문의 차이를 드러낼 수 있는 핵심개념을 찾아내야 한다. 연세대 인문계열의 제시문 (가)와 (나)의 차이를 드러내는 핵심개념은 '낭비와 절약'이다. 각 제시문은 낭비를 추구하는 입장과 절약을 추구하는 입장으로 구분된다.

사회계열의 제시문 (가), (나), (다)의 차이를 드러내는 핵심개념은 '다수의 역할의 차이'가 된다. 제시문들은 한 사회에서 새로움이 자리 잡는 과정에서 다수가 그것을 '수용, 전승, 주체적 참여'에 따라 다른 태도를 가짐을 보여준다.

이렇게 핵심개념을 도출했다면, 이제 그 핵심개념을 중심으로 글을 전개하면 된다. 제시문이 중심이 된 것이 아니라 핵심개념을 중심으로 글을 전개할 때, 비교형 문제에 제대로 답했다고 할 수 있겠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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