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학년도 외국어고 입시
외국어고 입시철이 다가왔다. 올해는 교육부가 발표한 ‘일반고 역량강화 방안’과 ‘대입제도 간소화 방안’ 등이 맞물려 학부모와 학생들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어떤 선택이 자신에게 좀더 득이 될지 따져보자.
2014학년도 외국어고등학교 신입생 선발이 10월 초부터 시작된다. 울산외고가 10월7일 1단계 서류접수를 하는 것을 시작으로, 경기지역 외고는 11월 초, 서울지역 외고는 11월 말 등 전국 31개 외고가 신입생 선발에 나선다. 외고 입시에 앞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을 살펴본다.
경쟁률 상승할까
지난해 서울지역 6개 외고의 일반전형 평균 경쟁률은 1.53:1이었다. 대원외고의 경우 278명의 신입생을 뽑는 일반전형에 343명이 지원해 1.23:1의 가장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경쟁률이 가장 높은 한영외고도 278명 모집에 475명이 지원해 1.71:1에 그쳤다.
올해 외고 경쟁률은 지난해에 비해 다소 오를 것이란 분석이 많다. 우선 모집정원이 줄었다. 서울지역의 경우 외고 모집정원이 전년에 비해 174명 감소해 총 1682명을 선발한다. 경기지역 8개 외고 역시 총 모집인원은 1842명으로 지난해 1916명보다 74명이 감소했다. 지난 8월 교육부가 발표한 ‘일반고 역량강화 방안(시안)’도 외고 경쟁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안에 따르면 평준화 지역인 서울·부산·대전 등의 광역단위 자율형사립고는 중학 내신 50% 이내라는 제한 없이 ‘선지원 후추첨’으로 신입생을 뽑게 되고, 선발 시기도 현재의 전기모집에서 후기모집으로 전환된다. 그동안 외고와 과고, 영재학교와 함께 전기모집 시기에 신입생을 뽑았던 광역단위 자사고가 사실상 ‘학생선발권’을 잃게 된 셈이다. 제도 시행은 2015학년도(현 중2)로 예정되어 있지만 우수인재 선발권을 누리고 있던 광역단위 자사고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은 학교 지원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정부의 자사고 무력화 정책에 따라 상위권 학생들이 외고에 쏠리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지역의 경우 대원국제중과 영훈국제중 학생들이 올해부터 ‘고입비교평가’를 응시할 수 없게 된 것도 외고 경쟁률 상승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고입비교평가’는 고입에 필요한 중학교 내신성적이 없는 검정고시 합격생 등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시험으로, 고입비교평가 점수로 중학교 내신성적을 대체할 수 있었다. 2008년부터 국제중 학생들도 고입비교평가에 응시할 수 있게 되면서 국제중 학생들은 이를 통해 외고 입시에서 내신 부담을 덜 수 있었고, 그 결과 지난해 영훈국제중은 61명, 대원국제중은 97명의 졸업생을 외고·국제고에 합격시켰다. 오종운 평가이사는 “국제중 학생들의 고입비교평가가 폐지되면서 일반 중학교 학생들이 외고 지원할 때 지금보다 유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고 경쟁률 상승에 ‘호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가 지난 8월 내놓은 대입 개선안에 따르면 고교 성취평가제의 대학입시 적용은 2019학년도까지 미뤄진다. 뒤이어 교육부가 9월에 발표한 2015~16학년도 대입제도 확정안은 특기자전형을 모집단위별 특성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운영하도록 명시했다. 성취평가제는 내신성적을 성취도에 따라 6단계로 나누어 평가하는 것으로, 그동안 상대평가제 아래에서 치열한 내신 경쟁을 벌여야 했던 외고생들에게는 내신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으로 여겨졌다. 모집 규모가 축소되는 특기자전형 역시 외국어특기를 가진 외고생들에게 유리했다.
이처럼 다양한 대입과 고교정책 등의 변수가 복잡하게 뒤섞인 상황에서 외고 경쟁률은 오르더라도 큰 수치로 뛰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입시정보사이트 스터디홀릭의 강명규 대표는 “평균 경쟁률은 2:1 정도로, 수험생이 많이 몰리는 몇몇 학교도 2.5:1을 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고 입시가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바뀌기 전인 2010년의 경우 서울지역 6개 외고의 평균 경쟁률이 3.55:1이었던 것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치다.
31개교 10~11월 선발 전형 마쳐
정원 줄어 경쟁률 2대1 상승 예상
영어 비중 높지만 점수차 적어
2단계 면접서 당락 갈릴 수도
외고 출신 대학진학률 높지만
우수학력생 선발 따른 효과 커
교과과정은 대입에 불리한 편
면접 영향력은
올해도 외고 신입생 선발 방식은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치러진다. 1단계에서 중학교 2학년과 3학년의 1~2학기 영어 내신성적과 출결 점수로 입학정원의 1.5배수를 뽑고, 2단계에서는 1단계 성적 160점과 면접 40점을 합해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면접 점수 40점은 자기주도학습영역 30점과 인성영역 10점으로 구성된다.
외고 입학을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총점 200점 가운데 160점을 차지하는 영어 내신성적에 주목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면접 점수 40점의 영향력은 간과한다. 서울의 한 외고 입학관리부장은 “면접 점수의 영향력이 미미하다면 영어 내신성적이 4학기 내내 1등급인 학생들은 모두 합격해야 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며 “올해부터는 면접 비중을 더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기지역 외고의 면접시험에 2년째 참여한 한 면접위원은 “외고 입장에서도 영어성적이 전부가 아니다”며 “자기주도학습 능력과 인성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면접 점수가 높은 학생들을 일정 비율 이상 합격시키도록 정해놓은 학교들도 있다”고 전했다. 외고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영어 내신성적이 대부분 1~2등급에 해당해 학생들 간 점수 차이가 크지도 않다. 박빙의 경쟁에서는 면접 점수가 당락까지 좌우할 수 있는 셈이다. 서울 대일외고의 동점자 처리 기준은 자기주도학습 과정 및 진로계획 점수, 인성영역 점수, 독서활동 점수 순으로, 영어 내신성적 총점과 영어 내신 3학년 2학기 성적과 3학년 1학기 성적 등은 그 뒤에 따라붙는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사교육 기관의 입시설명회나 상담에서 면접 서류인 자기개발계획서에 경시대회 수상실적이나 각종 인증시험 점수 등의 ‘스펙’을 우회적으로 녹여낼 수 있다는 말에 현혹되기도 한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선발하는 입장에서 보면 공식 첨부자료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수험생이 면접에서 말로만 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외고 입학전형 요강에는 자기개발계획서와 면접에서 전형이 요구하는 이외의 스펙을 언급할 경우 ‘감점’ 처리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면접 과정에서 중학교 수준 이상의 교과 지식을 묻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는 여전하다. 경기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시·도 교육청이 위촉한 면접위원 1인이 반드시 면접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과거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한다는 비판이 일었던 구술면접은 원천 봉쇄됐다”며 “만약 그런 일이 벌어졌다면 면접에 참가했던 학생과 학부모들이 진작부터 문제를 제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면접은 지원자의 인적사항과 영어성적 등을 면접위원에게 공개하지 않는 ‘블라인드 테스트’로 진행된다. 면접위원들은 면접문항을 개발하기 위해 면접시험일 1~2주 전부터 외부와 격리된 채 합숙에 들어가기도 한다. 경기도의 한 면접위원은 “모든 학생들이 제출한 서류를 두세 차례 읽고 면접위원끼리 토론한 후, 학생별 개별 질문 문항을 6~7개 정도로 골라낸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외고 관계자는 “자기개발계획서를 토대로 면접 문항이 만들어지는 만큼 수험생들은 면접위원 입장에서 질문할 거리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서술해 볼 것”을 권했다.
외고 입시가 학과별 모집으로 이뤄지면서 불어와 스페인어, 독어과 등에 지원하는 학생은 ‘진로계획과 지원동기’ 작성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외고 관계자는 “학과와 관련된 특이사항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독어과를 지원했다고 해서 독일문학에 심취해 있다거나 관련 독서활동이 왕성하다는 등의 내용까지 요구하지 않는다”며 “외교관 등 구체적인 직업까지 설정할 필요도 없다. 중학생 수준에서 ‘외국어와 국제문화를 익혀서 장차 국제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진로를 모색하겠다’는 정도의 포부를 진정성 있게 밝히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외고 합격하면 끝?
외고 진학을 고려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는 올해 치러지는 2014학년도 대입 전형에서 외고가 얼마만큼의 대학진학 실적을 거둘 것인지도 중요한 관심사다. 영어 내신성적과 면접만으로 외고에 입학한 학생들이 맞이하는 첫 번째 대학입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외고의 명문대 진학률이 높으면 나 자신도 자동으로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심리도 깔려 있다.
입시전문가들은 외고 합격이 곧 서울대와 연·고대 입학을 보장한다는 외고 신화만을 쫓아 섣불리 지원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전국 31개 외고의 학생 수가 서울대와 연·고대의 문과계열 입학정원보다 훨씬 많다”며 “그렇다고 해서 3개 대학이 외고생만으로 채워지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실제 서울대와 연·고대 3개 대학의 2014학년도 문과계열 입학정원은 5000여명으로, 올해 대학입시를 치르는 고3 외고생들의 2011학년도 입학정원은 7700여명이었다.
실제 외고생 모두가 명문대에 입학하는 것도 아니다. 교육부가 운영하는 대학정보공시 누리집인 ‘대학알리미’의 ‘2013학년도 신입생의 출신 고등학교 유형별 현황’에 따르면 서울대와 연·고대에 입학한 외고·국제고 출신의 신입생 수는 1783명인 데 반해 3개 대학을 제외한 다른 대학에 입학한 학생은 7448명이었다. 지난해 대학에 입학한 외고·국제고 출신 신입생 9231명 중 19.3%만이 소위 ‘스카이대’라 불리는 서울대와 연·고대에 들어간 것이다. 외고·국제고 출신 신입생 수가 가장 많은 상위 10개 대학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이들 고교 출신 신입생 수는 5277명으로 늘어나지만, 10개 학교를 제외한 다른 대학에도 3954명의 외고·국제고 출신 신입생이 입학했다. 조동영 에이치엔 진로진학연구소장은 “외고의 대학 진학률이 일반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해도 우수한 학력의 중학생들을 뽑은 ‘선발효과’를 고려하면 높은 수치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명규 스터디홀릭 대표는 “외고에 합격하기만 하면 우수한 교내 커리큘럼이 자신을 명문대에 진학시켜 줄 것이란 오해부터 재점검해야 한다”며 “외국어 전문교과 80단위를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하고, 국어와 수학 등의 수업 시간은 일반고보다 적어 외고의 커리큘럼은 대입에 불리한 시스템”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