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노력·참여 활동 병행해야
예일대 학생들이 학기말 시험을 앞두고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예일대 학생들이 학기말 시험을 앞두고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모습. [중앙포토]
"명성 때문에요," "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으니까요." 왜 아이비리그에 지원하려고 하는지 물을 때마다 듣는 대답이다.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스탠퍼드. 성장하는 아이들은 집에서 이들 학교 이름을 늘 듣는다. 그리고 이들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한다. 하지만 명성을 넘어서 우리가 얻는 건 뭐가 있을까. 하버드에서 배우고 경험한 유형과 무형의 혜택을 정리해봤다.
◆유형의 혜택
1. 커뮤니케이션 숙달: 오늘날 우리는 가장 효과적인 의사소통자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하는 거의 모든 일은 쓰고 말하고 설득하는 것이다. 이를 단지 개인적으로 또는 컴퓨터나 종이로 작성하고 진행하는 것일 뿐이다. 이 3개의 능력은 아주 중요하다. 그리고 모든 아이비리그는 학생이 이러한 능력을 개발하도록 준비시킨다.
하버드는 4년 내내 더 이상 종이를 보고 싶어하지 않을 만큼 효과적인 구두 및 서면 의사소통 훈련을 시켜 실력을 갖추게 한다. 한 예로 고등학교 시절 내가 말로써 학급 학생들을 움직이게 했다면 하버드를 마친 후에는 사람들이 나를 찾기 위해 움직였다.
유엔위원회 회원이나 하버드 법대생들, 포춘 100위에 드는 기업의 임원들이나 억만장자들까지도 나를 찾아와 보고서나 분석을 요청했다. 이러한 스킬은 대학에서 갈고 닦은 경험 때문이다.
하루 만에 응답서를 작성하느라 딱딱한 책상에 하루종일 앉아서 난해한 교과서를 파고들거나, 과학올림피아드 우등생과 SAT 만점자 사이에 끼어서 주간토론을 하면서 깊은 내용을 나눌 수 있는 스킬을 요구했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2시간 전에 들었던 낯선 주제를 마치 전부터 알고 있는 것처럼 뻔뻔하게 말하고 행동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연습은 자신만의 길을 찾도록 만들고 결국은 자신의 능력도 변화시켰다. 힘든 첫 학기가 끝나갈 때쯤 나는 험난한 수업들을 헤쳐나갈 방법을 고안하게 됐다. 그리고 교과서의 내용을 조금 덜 들여다보는 대신 놀랄만한 아이디어를 찾으러 다녔다. 결국 리포트에서 A를 받아냈다. 세계적인 저널리스트나 수상 경력이 있는 임원들이 내 보고서나 저술을 왜 주목하는 건 이러한 정글같은 환경에서도 살아남은 커뮤니케이션 스킬 때문이다.
2. 글로벌 네트워크: 아이비리그에서 가장 중요한 기능이나 이유에 대해 질문할 때 자주 듣는 말이 '바로 사람이다'라는 문장이다. 부자나 유명 인사들은 비싼 회원 가입비를 내고서라도 상류클럽에 가입한다.
아이비리그에 가는 건 다른 종류의 클럽이다. 일단 입학해서 캠퍼스에 발을 들여 놓은 순간부터 졸업한 후에도 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재능과 정신을 지닌 사람들과 어울리게 된다. 이는 전세계 어느 곳에 가도 어울리고 연결되는 사람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 일자리를 구해줄 수 있고 다른 사람을 소개해서 연결시켜 준다. 우리의 미래의 문을 열거나 닫는 힘이다. 그런 면에서 아이비리그는 특별한 재능, 부러워할 만한 총명함, 우수한 혈통이 있는 사람들을 끌어온다. 때문에 합격한 그 자체로 학생들은 스스로 증명하지 않아도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나 역시 하버드 글로벌 동창 네트워크는 물론, 상하이나 뭄바이, 코트디부아르 등 전세계 대도시에 있는 수백 개의 하버드 동창회와 연락을 한다. 런던에서 파리, 도쿄에서 서울, 이스탄불에서 두바이까지 하버드 출신들과 연락하면 그들은 기꺼이 집을 공개하고 식사에 초대한다.
아이비리그 네트워크는 잘 사용하면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귀중한 조언을 들을 수 있고, 독점 이벤트 초대장을 받거나 인터뷰, 심지어 데이트까지 할 수 있다.
3.취업 자격: 최근 LA에서 열린 'LA 테크 페어(Los Angeles Tech Fair)'에 참석했다. 250개가 넘는 회사들이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참가했다. 참가한 기업 중에는 디즈니, 유튜브, 스페이스X, 버즈피드 등 유명한 이름이 있었고 이들 부스에는 이력서를 제출하려는 사람들의 긴 줄이 늘어져 있었다.
유튜브는 페어가 시작된 지 얼마되지 않아 더 이상 이력서를 접수하지 않는다고 알릴 정도로 사람이 몰렸다. 아마도 이날 접수된 수 천 개의 이력서 중에서 아주 운이 좋은 실력자만이 인터뷰를 하고 뽑힐 것이다. 스페이스 X는 아예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않기 위해 브로셔나 간판조차 세워두지 않았지만 20여명의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채용 때문에 들린 건 아니었지만 나는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눈이 마주친 스페이스X 직원에게 다가가 하버드 졸업생이라고 자기 소개를 했다. 얼마 되지 않아 난 2명의 스페이스X 엔지니어와 만나 이메일과 전화번호를 교환했고 면담 스케줄을 알려주겠다는 답을 들었다.
현실에서는 아주 유명하거나 부자가 아니라면 누구와 가깝게 지내는지, 또는 배경이 어떤 지 확인하는 질문을 한다. 아이비리그 브랜드는 때때로 전화나 이메일을 받는 사람을 다르게 만든다. 내가 대학을 나와 가졌던 다양한 취업 경력도 하버드 학위가 준 신뢰 때문이다. 나의 아이비리그 배경이 사람들의 눈에는 잠재력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무형의 혜택
1.소속감: 지금은 캠퍼스 근처에서 살지도 않지만 여전히 하버드는 내 집처럼 뭐든지 주고 싶고 재충전할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한다. 또 이메일과 전화, 메시지 등으로 대학 생활을 함께 한 동문들과 꾸준히 교류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나누지 않는 일들을 나눈다.
살아있는 지옥의 순간을 함께 겪었다는 동질감은 서로의 약점과 단점을 인정하고, 성공을 보여주거나 노력하지 않아도 여전히 사랑받고 존중하게 한다. 특별한 공동체에 속해 필요한 조언을 받고 지지를 받는 건 중요하다. 그러한 생각에 나는 지금도 하버드 이사회 2곳에서 봉사하며 감사함을 나누려고 한다.
2.간직할 수 있는 추억과 경험: 기숙사에서 지낼 때 유기농 식단을 진행했었다. 매사추세츠의 농장에서 기른 농작물을 매주 주문해 음식 뿐만 아니라 디저트까지 만들어 먹었다. 시작은 쉽지 않았다. 이를 위해 기숙사위원회의 인터뷰와 검토를 거쳐 승인을 받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결국 모든 학생들에게 만족감을 줬다.
나는 하버드의 화려함을 상징하는 정치나 경제 클럽, 스포츠팀에 가입하는 대신 불결한 욕실과 끈적거리는 바닥을 청소하는 시간을 보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대학 추억으로 꼽는다.
나이를 먹어서도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이 있다는 건 삶에 큰 힘을 준다. 각 학교마다 내려오는 전통이 다르고 또 추억은 아이비리그가 아닌 대학에서도 쌓을 수 있지만 아이비리그에서는 좀 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3.사회적 위치: 최근 미셸 오바마가 오바마재단에 보내는 이메일을 읽었다. 미셸 오바마는 이곳에서 "(부모님) 어누 누구도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지만 그 기회를 우리에게 주시겠다고 결심했다. 그 기회는 내 모든 걸 바꿔놨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문을 열어 나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다"고 썼다. 아이비리그에 간다고 해도 꾸준한 노력과 내 경험에 따르면 돈은 많은 걸 살 수 있지만 관계는 살 수도, 맺을 수도 없다. 아이비리그를 통해 가까이 가지 못했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건 행운이다.
아이비리그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장소가 아니다. 또 하버드나 프린스턴 등에 발을 들여놓지 않고도 이러한 것들을 얻을 수 있는 곳도 많다. 원하는 자신의 길을 선택해 꾸준히 걸어가야 하는 것 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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