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30일 월요일

프랑스 담임교사 “참고서는 불태우세요!”


중학생 딸 아이 키운 경험 바탕

‘칼리의 프랑스학교 이야기’ 펴내

프랑스 교육은 아이들 흥미 중시

“집에서까지 공부하면 안 된다”

한국의 끊임없는 경쟁식 교육

친구들 사이의 우정만 깨트려

학생들에게 지식 숙성할 시간 줘야


출판사 ‘생각정원’ 제공“참고서를 당장 불태워 버리세요.”

프랑스에 거주하는 목수정 작가(사진)가 지난 6월 펴낸 <칼리의 프랑스 학교 이야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딸 칼리(중학교 2학년)의 초등학생 시절, 그는 한국의 ‘동아 수련장’ 같은 책을 기대하고 서점에 들렀다가 수학 참고서를 샀다. 두께가 얇고 내용도 왠지 엉성해 보여 제대로 골랐는지 궁금해 조언을 구했더니 담임교사 프랑수아즈가 눈을 크게 뜨고 한 말이란다.

아이 참고서를 심사숙고해 선택하는 건 한국에서는 학부모의 당연한 의무(?)다. ‘어떤 참고서 아이에게 사줬더니 효과 컸다’라는 입소문이라도 나면 엄마의 어깨는 으쓱해진다. 한데 왜 프랑스 선생님은 야단을 쳤을까?

“그런 걸 먼저 하면 신선한 느낌으로 학교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 발가벗겨 놓은 것처럼 호기심이 충만한 상태에서 수업을 해야지, 미리 알고 오면 집중 못하고 방해만 된다. 흥미가 떨어진다는 게 담임 선생님의 말이었다.”

지난 7월23일 오후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목 작가의 설명이었다. 그는 딸의 여름방학을 맞아 현재 한국에 왔다.

“프랑스에서 제일 중시하는 건 학생들의 흥미다. 또 하나는 학교에서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거다. 집에서까지 공부를 하면 학습이 지겹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교육을 망치는 주범으로 사교육이 거론된다. 한국 사교육 업체의 순발력?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 만하다. 진보 교육감들이 논술형 시험인 인터내셔널바칼로레아(IB)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지자 일부 사교육 업체는 IB 대비반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IB마저도 사교육으로 해결하려는 게 한국이다.

프랑스에는 사설 학원이 없다. 목 작가는 “프랑스 교육부가 정한 가이드라인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구체적인 수업 내용은 교사가 정한다. 따라서 사교육 업체가 개별 교사의 수업 내용에 일일이 대응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출판사 ‘생각정원’ 제공

■ 구체적인 수업 내용은 교사가 정해

예를 들어 프랑스어 교사(국어 교사)는 학생들을 데리고 1년에 10번 정도 공연장을 찾는다. 연극을 위주로 오페라 등을 보는데 시라노, 몰리에르, 셰익스피어 등의 작품을 감상한다. 물론 아이들은 미리 희곡을 읽고 간다. 이는 교사가 자율적으로 준비하므로 사교육 업체가 ‘족집게 노릇’을 할 수 없다.

단, 프랑스에도 가정교사는 있다. 프랑스 중학생의 10% 정도가 가정교사한테 배운 경험이 있다. 한데 수업 시간은 1주일에 1시간~1시간30분 정도, 1년 평균 40시간 정도다. 목 작가는 “예를 들어 클라리넷 레슨을 한다면 1주일에 30분이 전부다. 클라리넷 개인교습은 시립음악원에서 받는데 1년에 150유로(20만원) 정도 수업료를 낸다”며 “수업료는 학부모의 소득 수준에 따라서 달라진다. 가구 소득 등급은 7단계로 숫자가 낮을수록 고소득층이다. 저소득층일수록 수업료를 적게 낸다. 우리집은 딱 중간인 4등급이다.”

프랑스 교육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바칼로레아다. 1808년 나폴레옹 시대에 시작했으니 200년이 넘었다. 철저한 논술형 시험으로 특히 철학 시험이 유명하다. 철학 시험에 등장하는 질문은 ‘법에 복종하지 않는 행동도 이성적 행동일 수 있는가?’, ‘국가는 개인의 적인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행복이 가능한가?’ 등이다.

“프랑스 학교는 수학 시험도 서술형이다. 딸의 수학 숙제를 봤는데 숫자가 한 개도 없는 경우가 있다. 말로 풀어 쓴다. 예를 들어 삼각형의 동위각 관련 문제는 숫자를 구하는 게 아니라 왜 두 각도가 같은지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거다.”

현재 한국의 진보교육감들이 주입식·암기식 교육에서 탈피하고자 논술형 시험 도입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공정성?객관성 관련 학부모들의 반발을 의식해 머뭇거리고 있다. 바칼로레아는 논술형 시험으로 사람이 채점한다.

목 작가에 따르면 프랑스 학부모들은 논술형 시험 점수에 대해서 이의 제기가 거의 없다. 역사가 200년이 돼 일단 교사든 학부모든 익숙하다. 바칼로레아는 대학 입학 자격시험인데 합격률이 88%다. 학생들은 6개 대학까지 지원할 수 있다. 한국과는 달리 프랑스는 대학의 서열화가 심하지 않다.

이런 상황 외에도 프랑스는 논술형 시험의 공정성?객관성을 위해 상당한 준비를 한다. 그는 최고 명문으로 꼽히는 국립영화학교 페미스 입학시험 사례를 들었다. 이 학교는 전 세계에서 매년 2000명의 지원자가 몰리는데 목 작가는 지인 덕분에 채점 과정을 지켜봤다고 했다.

페미스 입학시험은 잘 알려지지 않은 오래된 영화의 처음, 중간, 마지막 대목을 5분씩 수험생에게 보여주고 분석하는 식이다. 채점관은 영화평론가, 영화 전문 기자, 영화감독, 영화과 교수 등 40명으로 1주일 동안 채점관 1명당 50명의 답안지를 평가한다. 그리고 다음 일주일 동안 또 다른 50개의 답안지를 같은 방식으로 채점한다. 한 수험생의 답안지를 2명이 평가한 뒤, 점수를 합산해 평균을 낸다.

■ “경쟁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이때 한 수험생에 대한 채점관 2명의 점수가 3점 이상 차이가 나면 학교장이 채점관을 불러 의견을 듣는다. 그리고 한 사람이 점수를 조정하든가, 학교장이 중재하는 절차를 밟는다. 한데 이런 일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목 작가는 “채점관들의 점수가 2점 이상 차이가 나는 경우가 드물다고 들었다. 무엇보다 채점관 초빙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프랑스 교육도 진통을 겪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2007~2012) 때 교사 8만명을 감축했고, 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대학의 학생 선발권을 강화했다. 이에 따라 이전에는 바칼로레아에 합격하면 원하는 학생들은 거의 100% 대학에 갔었으나 올해는 22%의 학생들이 입학 허가를 받지 못했다.

인터뷰 말미에 목 작가에게 “한국 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인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나는 한국에서 객관식 시험만 봤다. 나중에야 그 폐해를 알았다. 한데 이것보다 더 괴로웠던 건 경쟁을 자꾸 시키는 거다. 경쟁이 너무나 심하니까 친구들을 사랑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질투하고 음해한다. 프랑스에서는 경쟁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경쟁을 안 하니까 친구들이 잘 할 때 박수 쳐 줄 수 있다. 프랑스에 경쟁이 있다면 자기 자신과의 경쟁이다”

한국 교육의 또 다른 문제점은 무엇인가 물었다.

“아이들에게 시간을 너무 안 준다. 밀가루 반죽을 한 뒤 효모를 섞어서 치대고 그대로 놔둬야 부풀어 올라 맛있게 된다. 자기가 배운 것을 스스로 발효시키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한국은 그 시간을 안 준다.”

‘프랑스 교육이 한국을 본받아야 하는 점’으로 그는 한마디 덧붙였다.

“한국은 학생들이 직접 교실을 청소한다. (프랑스에서 교실 청소는 청소부가 한다) 내가 어지럽힌 공간은 내가 깨끗하게 하지 않으면 누가 대신 해주지 않는다는 걸 배우는 거다. 나는 청소 노동도 중요한 교육이라 생각한다.”
한겨레

“일방적 수업, 공교육에 실망” 국제학교 진학 내국인 ‘급증’


“중학생 때 서울의 일반 중학교에 다녔어요. 매일 일방적으로 수업을 듣고, 외우고, 1점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죠. 그런데 정작 내 안에는 남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 곳에 왔어요.”

27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제주영어교육도시에 위치한 A국제학교 입학설명회가 열렸다. 학생과 학부모는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자신의 국제학교 진학 동기를 설명하는 재학생의 이야기를 고개를 끄덕여가며 유심히 들었다. 이들은 국제학교의 교육과정과 평가방식, 입학시험 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의 공교육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부모와 학생 사이에서 국제학교, 대안학교 등 일반 학교의 틀을 벗어난 학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교육계는 “일반학교에서는 희망을 찾지 못하고, 유학을 보내기엔 걱정이 많은 학부모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다른 교육을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외국어고·국제고의 입지가 불안정해진 것도 국제학교 열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학교는 인가와 미인가로 나뉜다. 현재 국내에서 학력 인정을 받는 인가 국제학교·외국인학교·외국교육기관은 총 46곳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들 학교에 재학하는 내국인 수는 4년 새 1000명 이상 늘었다. 서울 지역 학교들조차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별 학급수를 감축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성장세다.

이들 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유연한 교육과정과 학생참여중심 교육, 우수한 시설과 교사진 등을 내세운다. 특히 교육열 높은 학부모들은 국내에서도 학력이 인정되면서 세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IB(Internationale Baccalaureat·국제공통대학입학자격제도) 과정 운영 학교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A학교 관계자는 “지난해 졸업생 전원이 세계 100대 대학으로부터 입학허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들 학교의 연간 학비가 5000만~7000만 원에 달함에도 학부모들의 문의가 계속되는 이유다.

인가 국제학교의 높은 학비와 통학거리가 부담인 학부모들 중에는 수도권 인근의 미인가 국제학교를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인가 국제학교는 정식 통계는 없지만 수십 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녀를 미인가 국제학교에 보내고 있는 윤모 씨는 “한국에서 학력인정은 못 받지만 영어로 소통할 수 있고 학원에 보내지 않고 다양한 교육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아이가 일반 학교에 다닐 때보다 행복해 한다”고 말했다.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이들도 늘고 있지만 미인가 국제학교와 더불어 이들은 ‘학교 밖 청소년(약 39만명)’으로 분류돼 정확한 숫자를 알 수 없다. 교육부는 200여 곳의 대안학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지만 교육계에서는 800여 곳으로 보는 등 학교 수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실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밖 청소년은 여성가족부 소관이라 교육부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내용을 교육부가 다룰 수 있도록 올 하반기 중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아일보

ISC KOREA, 미국 토마스 제퍼슨 학교(Thomas Jefferson School) 한국 사무실 오픈



토마스 제퍼슨 학교의 학업 방식이 EBS를 통해서 국내에 방영된 이후에 많은 학부모님들이 자녀들을 이 학교에 입학을 원했다. 하지만, 학교에 대한 부족한 정보와 자세한 입학 수속 과정을 몰랐기 입학 지원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ISC KOREA는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토마스 제퍼슨 학교 (Thomas Jefferson School)와 독점 한국 지사 협력을 하였다고 전했다.

토마스 제퍼슨 학교는 미국에서 매년 SAT, ACT 점수 전미 평가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명문 학교이다. 교사와 교직원, 학생들과의 친밀한 관계는 이타적인 캠퍼스 생활 분위기를 조성하며 학업에만 매진 할 수 있는 최적의 학교이다.

미국의 토마스 제퍼슨 명문 보딩학교로써 국제 학생들에게 학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7학년(미국기준) 신입생과 8~12학년별 학년 별로 각각 신입생을 받고 있다.

2019학년 9월 입학 학생을 위한 신청서는 11월까지 접수 마감 예정이며, 학생들이 지원 자격 조건인 SSAT 시험 점수와 인터뷰 절차를 거쳐야 한다.

토마스 제퍼슨 학교 한국 사무실의 이노열 대표는 국내 SKY 대학과 미국 IVY리그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은 토마스제퍼슨 학교에서 제공하는 우수한 교육을 발판으로 준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SC KOREA는 한국 학생들에게 더 많은 학업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 이번에 토마스 제퍼슨 학교와 독점 협약을 맺게 되었다. 지원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ISC KOREA에서 진행하는 지역 설명회를 통해서 자세한 입학 문의와 지원이 가능하다.

[매일경제

영재 정의도 제대로 안 된 허술한 法

영재교육의 근거가 되는 ‘영재교육진흥법’(영재법)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채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어느 정도 현실성 있는 영재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낮잠’만 자고 있다. 길 잃은 우리나라 영재교육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30일 학계에 따르면 영재법은 2002년 처음 시행된 후 지금까지 17차례 개정됐지만 내용상 실질적인 개정으로 볼 수 있는 건 3차례에 불과하다. 2005년 개정 때 영재교육특례자와 소외계층 선발 절차 마련 등 5개 조항이 신설됐다. 2016년에는 관계 행정기관 협조 요청 근거 규정이 새로 마련됐다. 시행령은 2005년 개정 당시 영재교육진흥위원회 설치·구성 등 내용이 추가됐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교육 현장에서는 ‘현행 영재법과 시행령 일부 조항이 현실과 괴리돼 있다’고 지적한다. 영재법 시행령 32조는 1개 영재학급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영재교육 운영비를 대는 일선 초·중·고교 입장에서 한 반에 20명 이하로는 최소한의 강사비를 마련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영재의 기준이나 영재교육 대상자 선별 방법도 개선돼야 한다. 영재법 2조는 영재를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모호하게 정의했다. 31조는 영재 선발 주체만 규정했을 뿐 판별 절차에 대한 규정은 없다. 시행령 12조가 소외영재 선발 요건을 ‘읍·면 지역에 거주하는 자’로 제한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리적 소외 여부만 반영했지 경제·사회적 요건은 고려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조훈현 의원 등 15명이 지난해 12월 공동으로 발의한 영재법 개정안은 이런 문제점들을 손질하는 방안을 담았다. 개정안은 영재의 정의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소외계층에서 영재를 뽑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다른 법안들보다 시급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소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아 먼지만 쌓여가는 실정이다.

김주아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센터 소장은 “2011년에도 우리가 연구를 해서 법 개정을 추진했는데, 그때는 법안 발의조차 안 됐다”며 “조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만 입법이 이뤄져도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일보

엘리트→대중화→창조→평등… 정권따라 널뛴 교육기조

영재교육 정책 40년 변천사 / 1978년 국가 주도로 첫 연구 본격화 / 1983년 국내 최초 ‘경기과학고’ 설립 / “입시에 유리” 소문에 전국 각지 확산 / 진보정권 들어서며 대상자 3배 확대 / 보수정권선 투자·관심 뒷전으로 위축 / 소외계층 맞춤형 지원 사업 / “국가적 인재 양성 취지 퇴색” 지적도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인가, 아니면 소수 엘리트에 대한 특혜인가.’

영재교육이 안고 있는 근본적 딜레마다. 소수 학생을 위해 막대한 국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을 두고 국가와 개인의 관계, 교육에 대한 가치관에 따라 시각차가 있는 건 당연하다. 40년 전 영재교육이 도입된 이래 교육의 중점 방향이 민주주의와 엘리트, 개인과 국가라는 양극단을 출렁이며 오간 이유다. 이 과정에서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삶과 미래’라는 교육의 핵심 목표를 어떻게 구현할지는 소홀하게 취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970년대 태동, 1990년대 본격화

30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국내 영재교육의 태동은 박정희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가 주도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엘리트주의’가 극에 달한 시절이었다. 1978년 문교부가 한국교육개발원에 ‘교육발전의 전망과 과제’ 연구용역을 준 것을 기점으로 관련 연구가 본격화했고 마침내 1983년 1월 국내 첫 과학영재교육기관인 경기과학고를 설립했다. 이때만 해도 영재교육은 ‘과학·수학 인재 배출’이란 협소한 개념으로 이해됐다.

과학고에 뛰어난 학생이 몰리면서 ‘입시에 좋다’는 입소문을 탔고 수요가 늘자 민주화 이후인 1990년대 전국 각지에 과학고가 우후죽순 설립됐다. 당시 사회상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 이른바 ‘특수목적고 집단 자퇴사건’이다. 서울대가 “1999학년도 입시부터 비교내신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하자 전국 과학고 학부모들이 대규모 항의집회를 열고 학생들은 등교를 거부하거나 자퇴했다. 우수한 학생이 몰려 있는 과학고에 다니는 것이 내신에 불리하게 작용해 입시에서 불이익을 볼까봐 염려해서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은 영재교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기점이 됐다. 1995년 교육개혁위원회는 ‘영재교육 강화의 내용이 포함된 보고서’에서 과학고의 입시 위주 운영을 감안해 정규학교 내 과학 영재교육과 발굴, 영재교육기관 설립 등을 제안했다. 이를 토대로 2000년 국회는 영재학교 설치와 운영 등을 골자로 한 ‘영재교육진흥법’을 제정했다. 부산과학고가 2001년 ‘과학영재학교’로 간판을 바꿔 달고 2003년 전국에서 신입생 144명을 받아 개교한 것이 시초다.

◆영재교육도 강타한 ‘민주화 열풍’

진보정권이 들어선 뒤로는 영재교육 역시 ‘민주화’, ‘대중화’라는 큰 흐름을 탔다. 노무현정부 첫해인 2003년 1만9974명(전체 학생 대비 0.25%)이었던 영재교육 대상자는 ‘제1차 영재교육 진흥종합계획’(2003∼2007)을 거치며 2008년 5만8346명(0.77%)으로 3배가량 늘었다. 영재교육을 일종의 대중교육처럼 운영한 결과였다. 이런 추세는 이명박정부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대상자 수는 2011년 처음 10만명을 넘겼다. ‘3차 종합계획’의 마지막 해인 지난해에는 10만9266명(1.91%)으로 집계됐다. 보수정권이 진보정권의 정책 흐름을 이어받아 영재교육 대상자를 늘린 건 당시 정부가 영재교육과 관련해 일 수 있는 ‘특혜’ 논란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애초 우리 영재교육이 상위 3% 정도에게 영재교육을 집중하는 이스라엘식 모델과 상위 15∼20%까지 기회를 주는 미국식 모델의 중간 지점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각급 학교에서 방과후로 운영되는 영재학급이 대폭 늘고 지원 연령도 낮아진 배경이다.

그러나 영재교육의 양적 확대는 자연스레 영재교육 교원의 역량과 수업의 질을 둘러싸고 잡음을 낳았다. 또 시험과 성적 중심의 선발과정이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컸다.

◆보수정권에서 위축… 이번에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엔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영재교육에도 ‘창조교육’ 바람이 불었다. 이 시기에 담임교사가 학생들의 창의성을 관찰해 추천하는 ‘교사 관찰추천제’가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이와 함께 2015년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와 이듬해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가 개교되는 등 예술분야 영재교육도 본격화했다.

영재교육의 ‘위기’가 공공연하게 거론된 건 만3∼5세 누리과정과 무상급식 공약 등 정치 쟁점화한 교육 관련 이슈들의 영향과 무관치 않다. 상대적으로 영재교육에 대한 투자와 관심이 뒷전으로 밀렸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지난 3월 발표된 ‘4차 종합계획’(2018∼2022)에서는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눈에 띈다. 정부는 ‘희망하는 모든 학생에게 영재교육 기회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소외계층 맞춤형 영재교육 지원사업이 시·도별로 도입되고 있다. 또 수학·과학 분야 이외의 예술 및 인문사회 분야의 영재교육도 활성화시켜 지난해 22.7%였던 수학·과학 제외 영재 비율을 2022년 2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평등교육’과 ‘교육복지’를 강조하는 기조가 그대로 이어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갈팡질팡하는 영재교육을 두고 우려도 제기된다. 애초 영재교육의 취지와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14년간 영재교육을 담당했다는 한 교사는 “다양한 학생을 발굴하고 부족한 학생을 끌어올리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소수 엘리트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정부가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영재 담당 교사들 “정부가 희생만 강요… 교육 위기 초래”

② 식어가는 영재 열기 / 과중한 업무에 별도의 보상체계 없어 / 토요일 수업에 전문적 공부 병행해야 / 학생 만족도 높은 것으로 그나마 버텨 / 학교선 “매년 지원자 줄어들어 어려움” / 교육당국은 영재비율 등 지표만 관심 / 현장 고충 외면 대상자 늘리기만 급급 / 예산도 부족해 실질적인 교육 어려워

“영재교육의 위기라고 봐야죠. 처음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전반적인 지원도 그렇고, 사회적 관심도 많이 줄어든 게 사실입니다.”

11년간 영재교육을 해온 한 초등학교 교사가 털어놓은 말이다. 이처럼 일선 영재교육 현장에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영재를 가르치는 교원들은 “과중한 업무에 비해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교육당국은 행정편의적 태도로만 일관해 현장의 어려움을 가중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영재교육 관련 예산도 정치·사회적 여건에 따라 들쑥날쑥하면서 혼란을 키우고 있다.

◆“현장에 희생 강요… 보상해 줘야”

30일 세계일보 취재진과 인터뷰를 한 영재교육 담당 교사들은 하나같이 “정부가 현장에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은평구 한 초등학교에서 과학영재교육을 하고 있는 이모(41) 교사는 “영재교육 담당 교사들은 전문적인 공부를 계속해야 하는데 기타 업무도 차질없이 해야 한다”며 “들이는 노력에 비해 실질적 혜택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 한 영재학교(고교)에서 화학을 가르치는 원모(46) 교사도 “이 학교에 오기 전에 ‘교장·교감이나 장학사 하고 싶은 사람은 가면 안 된다’는 얘길 많이 들었다”며 “별다른 이점이 없는 걸 알았지만 아이들한테 제 전공을 잘 가르쳐 보고 싶고, 같이 실험도 해보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원 교사가 평가하는 이 학교 수업 수준은 대학 1·2학년 과정이다. 영재교육 담당 교사들은 수당 외에 승진 가산점이나 해외연수 기회 등 별도의 보상은 받지 못하는 점이 불만이다. 그나마 학생들이 학업 의지가 뛰어나고 집중력이 좋아 수업 만족도가 높은 걸 위안으로 삼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사들이 영재학교나 영재학급 운영학교를 기피하는 현상도 빚어진다. 임규형 서울과학고(영재학교) 교장은 “힘든 일에 비해 예우나 보상이 부족해서 그런지 아무래도 교사를 데려오기 어려워진 건 사실”이라며 “(교사)모집은 그럭저럭 하고 있어 아주 곤란한 수준은 아니지만 갈수록 지원자 풀이 줄어들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당국은 기관·대상자 수에만 집착

현장의 불만이 커지면서 서울 서대문구 S중학교처럼 영재학급 운영을 포기하는 학교가 속출하고 있다. 새로 영재교육을 맡으려는 사람이 줄다 보니 한번 발을 들인 교사가 10년 넘게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간혹 열의를 잃은 교사들이 수업을 소홀히 해 학생들의 만족도가 떨어지거나 아예 영재교육을 외면하게 되는 등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교육당국은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영재교육과 관련한 각종 지표를 관리하기에만 급급한 인상이다.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매년 시·도교육청 평가를 진행할 때 영재교육기관 수와 대상자 비율 등을 하나의 평가지표로 활용한다. 영재교육 대상자의 목표 비율은 3%다. 전국 평균이 2%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대상자를 더 늘리라고 압박하는 셈이다.

◆예산 늘렸다지만…체감은 달라

영재교육에 투입되는 예산도 현장 상황을 악화시킨 한 요인이다. 최근 5년간 현황을 살펴보면 중앙 예산과 시·도교육청에 분배하는 특별교부금을 더한 교육부 예산은 2014년 42억원에서 이듬해 25억7000만원으로 급감한 이후 꾸준히 늘어왔다. 2015년은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해다. 올해 교육부 예산은 63억1800만원까지 늘었다.

반면 시·도교육청이 자체 편성하는 예산은 양상이 사뭇 다르다. 세계일보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입수한 전국 시·도교육청별 영재교육 예산을 보면 그 추이가 지역마다 제각각이다. 서울은 2014년 45억2446만원에서 이듬해 급감했다가 올해 43억6394만원까지 회복했다. 그러나 경기, 인천, 세종, 대전, 부산 등은 여전히 2014년과 큰 차이가 난다.
모든 시·도교육청 예산을 더한 금액은 2014년 393억955만원에서 이듬해 315억2862만원으로 떨어졌다가 점차 증가해 올해 409억2968만원으로 집계됐다. 조금 늘었지만 차이가 크진 않다. 지난 5년간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예산이 동결되거나 줄어든 지역은 대부분 교육의 ‘수월성’보다 ‘기회균등’을 더 강조하는 진보성향 교육감이 있는 곳이다.

하종덕 인천재능대 영재교육원장은 “영재교육기관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재학급의 경우 처음에는 거의 무료로 운영했지만 지금은 비용 일부를 학생들이 부담하고 있다”며 “(시·도교육청들이) 가능하면 예산을 좀 늘려 영재교육 대상자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영재교육원 입학경쟁률 갈수록 추락

전국 교육청 3년간 자료 분석 / 대부분 2대1 미달… 지원 열기 시들 / 14개 시·도중 절반 경쟁률 떨어져 / 경기·강원은 정보공개 청구 불응해

강원 춘천시에 사는 박모(16)군은 지난해 A영재교육원에 합격했지만 고심 끝에 다니지 않기로 결정했다.

20명 모집에 20명이 지원, 입학경쟁률이 1대1을 기록한 것을 알고 놀랐기 때문이다. 박군 아버지는 “경쟁률이 그렇게 낮다는 건 학생·학부모들이 거길 다녀도 별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전국 각지에서 교육청이나 대학 부설 등으로 운영되는 영재교육원의 입학경쟁률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률도 2대1이 채 되지 않는 지역이 태반이다. 영재교육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관심이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30일 세계일보가 전국 시·도교육청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 확보한 최근 3년간 교육청 영재교육원 입학경쟁률 등 현황에 따르면 자료를 제출한 14개 시·도 중 7곳에서 경쟁률이 하락했다. 경쟁률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지역은 4곳, 오른 지역은 3곳이었다. 경쟁률이 오른 곳들도 증가폭은 작았다.

서울의 경우 2016년 총 6200명 모집에 1만9400명이 지원, 경쟁률 3.13대1을 기록했으나 이후 꾸준히 하락해 올해 2.27대1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충남은 1.91대1에서 1.79대1로, 전북 1.35대1에서 1.20대1로, 전남 1.70대1에서 1.59대1로, 경남 1.85대1에서 1.71대1로, 제주 2.76대1에서 2.24대1로 낮아졌다. 2016년 자료가 없는 인천은 지난해 경쟁률이 3.51대1에서 올해 2.93대1로 하락했다.

대전과 충북, 광주, 경북은 올해와 2016년만 놓고 볼 때 그 차이가 0.01대1∼0.04대1로 비슷한 경쟁률을 유지했다. 세종은 1.63대1에서 2대1로, 부산은 3.12대1에서 3.62대1로, 울산은 1.98대1에서 2.14대1로 경쟁률이 각각 상승했다.

전반적인 경쟁률 자체도 낮은 편이다. 올해 14개 시·도 중 절반인 7곳의 경쟁률은 2대1이 채 안 됐다. 경쟁률이 3대1 이하인 곳은 6개 시·도였고 유일하게 그 이상 경쟁률을 기록한 건 부산 1곳뿐이었다.

경기와 강원은 “만들어 놓은 자료가 없다”며 정보공개 청구에 응하지 않았다. 대구는 자료를 보내왔으나 양식이 맞지 않아 경쟁률 파악이 불가능했다. 한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자료 공개를 거부한 지역은 경쟁률이 더 낮거나 감소폭이 커서 꺼렸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한기순 인천대 창의인재개발학과 교수는 “요즘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영재교육원이 입시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원자가 준 것으로 보인다”며 “영재교육원을 입시용 스펙을 위해 다니는 곳이 아니라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갖춘 시설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계일보

맡을 교사 없어… 영재학급 포기하는 학교들


지정취소 신청 해마다 급증/ 서울서만 올 들어 26곳 줄어/ 교사들 업무부담 증가로 기피/“당국, 현장 고충 외면” 지적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S중학교는 최근 몇 년 동안 과학부 구성원 간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3개 학년을 통틀어 학급 수가 18개도 안 되는 작은 학교가 ‘과학 분야 영재학급’을 운영하면서 늘어난 업무를 어떻게 나눌지를 두고 대립했다.

영재학급 수업이 대부분 토요일에 진행되는 탓에 누군가는 주말에 출근해야 했다. 전문 강사를 섭외하고, 각종 행정 업무를 처리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었다. 이 과정에서 정규교사와 기간제교사, 실무사들은 서로가 ‘양보’해주기만을 바랐으나 허사였다.

결국 이 학교는 지난해 8월 서울서부교육지원청에 “‘영재교육원 과학 분야 협력학교’ 지정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신청서를 제출했다. S중은 올해부터 영재학급을 운영하지 않는다.

최근 들어 서울에서는 S중처럼 영재학급 운영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3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영재학급은 2016년 4곳이 새로 생겼고 1곳이 사라져 전년보다 3곳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16곳이 신규 신청을 한 반면 19곳이 지정 취소를 요구했다. 올해는 신규 신청 13곳에 지정 취소 요구 39곳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와 올해 영재학급은 각각 3곳, 26곳 줄었다.

교육청이나 대학 부설로 운영되는 영재교육원 쪽 사정도 비슷하다. 서울의 영재교육원은 2016년에 전년보다 1곳 늘었지만, 지난해와 올해 모두 전년에 비해 1곳씩 줄었다.

영재교육기관 지정 취소 행렬이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S중 사례에서 보듯 업무 부담 증가로 교사들이 해당 학교·기관을 기피하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수가 줄고 있어 영재교육 대상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전국에서 유행처럼 불어난 영재교육기관이 ‘교육 수도’ 서울에서부터 주는 것을 놓고 영재교육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교육당국이 현장의 고충을 외면한 채 영재교육 대상자 수 같은 양적 지표 관리에 치중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세계일보

영재교육은 고교까지만 /대학 진학하면 더 배울 게 없어 방황

이미 아는 내용 대학선 학점 불인정 / 전과하거나 졸업 후 의전원 가기도 / 학점 선이수·조기졸업제 도입 목소리


초·중·고등학교 과정에서 영재교육 대상자였던 학생이 대학에 진학한 뒤엔 무슨 교육을 받을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고등교육 단계에서의 영재교육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영재교육의 흐름이 끊기고 영재교육 도입 취지가 퇴색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영재학계 등에 따르면 국내 대학에는 영재교육을 받은 학생들을 위한 교육과정이나 보장제도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일부 대학이 자체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영재교육과의 연계나 대학 간 연계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결국 고교 때까지 영재로 교육받은 학생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영재학교의 심화과정은 대학의 수업 내용과 겹치는 경우가 많지만 대학은 이를 학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미 배운 내용을 대학에 가서 그대로 다시 배워야 하는 것이다. ‘영재’들이 대학에서 학업에 흥미를 잃고 적응하지 못하는 일이 빚어지는 이유다.

이 문제는 영재학교 학생들의 의대 진학 문제와도 직결된다. 의대 진학의 유혹을 물리치고 이공계열 학과에 진학한 영재학교 학생들이 대학 생활에 실망하면서 다시 의대 등으로 전과를 하거나 졸업 후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부는 이 문제에 소극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2013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영재학교 심화과정을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선이수제’를 도입한다고 밝힌 적 있다. 현재 과학중점대학에서조차 제대로 학점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자체적으로 영재교육을 대학 단계까지 연장하려는 노력을 하는 대학이 있기는 하다. 카이스트는 학부생에게까지 연구비를 지원하고 이를 학점과 연계해주는 연구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일부 대학은 ‘대학 단계의 자기설계 전공 운영’ 등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과 흥미에 맞게 전공을 융합하도록 장려하기도 한다. 대학 영재교육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어 활성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교육과정 연계와 더불어 대학 조기졸업제를 장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온다. 지금도 학사과정은 한두 학기 조기졸업이 가능한데, 이를 확대하고 적극 장려하자는 것이다. 영재교육 대상자로서는 그만큼 학사 과정을 단축해 석·박사 과정에 조기 진입할 수 있다.


세계일보

상위 1% 영재도 입시 목매… 의대 진학 규제는 '갑론을박'


진로 개척 어려워 대입 ‘스펙’ 쌓기 치중 / 입시 부담감 일반 학교와 다르지 않아 / 내신 경쟁 치열해 ‘사교육’ 전전하기도 / 국가 지원 이유로 의대 진학 시 불이익 / “직업 선택의 자유 침해한다” 반발도 / 전문가 "이공계 처우 개선 등이 해결책"

영재교육이 대학 입시를 위한 하나의 ‘스펙’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지난 몇 년간 커졌다. 그렇다면 영재교육 대상자들은 입시를 제쳐놓고 영재교육만 받아야 할까. 우리 사회가 영재들에게 ‘국가 지원을 받고 있으니 어느 정도 손해는 감수하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영재교육 대상자 중에서도 상위 1%에 속한다는 학생들은 고등학교 과정인 영재학교에 다닌다. 이들은 영재교육과 입시 사이에서 힘겨운 줄타기를 해야 한다. 의대 진학 시 불이익을 주는 등 이공계 중심으로 진출하도록 짜인 현행 영재교육 시스템에 갇혀 있다.

◆“입시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 구조”

29일 세계일보 취재진이 영재학교 학생들과 한 인터뷰에서 학생들은 영재교육 과정에 대해 후하게 평가하면서도 한결같이 입시부담을 호소했다. 특히 입시와 대입 이후의 진로에 대해선 전적으로 영재 개인에게 떠맡긴 채 직업 선택의 자유만 ‘사회적 책무’라는 명목으로 차단해 놓은 데 대한 불만이 많았다.

영재학교 역시 대학입시에 매달려야 하는 건 일반 학교와 별반 다르지 않다. 수도권의 한 영재학교에 재학 중인 송모(18)군은 “보통 2학년 말부터 입시 준비를 시작하는데, 내신 경쟁이 워낙 치열해서 성적이 안 좋은 애들은 수업을 안 듣고 그냥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에 몰두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른 영재학교 2학년 최모(18)군은 “워낙 잘 하는 애들끼리 모여있다 보니 몇 명은 내신에서 밀려서 서울대를 못 가게 된다”며 “학교 자체가 입시에 도움되는 것 같지는 않다”고 털어놨다.

영재학교 학생들은 또 “학교 수업은 수업대로 하면서 입시나 내신을 위한 사교육을 따로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몇몇 교사는 학원에서 선행학습을 한다는 걸 알아서 아예 수업을 하지 않기도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영재교육원이나 영재학급에 다니는 학생들의 경우 수업이 토요일 등 휴일에 진행되는 탓에 입시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다. 정규 교과과정이 아닌 일종의 과외 수업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자연히 대입 준비를 시작하는 고교 1∼2학년 단계에서 영재교육이 끊기게 된다.

학부모 대다수는 혹여 자녀에게 피해라도 갈까봐 말을 아꼈지만 속내를 털어놓는 이도 일부 있었다. 영재학교 2학년 아들을 둔 김모(43·여)씨는 “아이가 학교를 재밌어 하는 것 같아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면서도 “영재교육을 받는다는 것보다는 애가 공부를 잘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갔으면 하는 게 부모로서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의대 진학 두고 ‘자유 vs 책무’ 쟁점 비화

영재들의 입시와 맞물린 쟁점의 하나가 의대 진학이다. 과학영재학교 학생들이 의대에 진학하는 게 과연 옳으냐는 것이다. 이공계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학교이니 의대 진학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과 사춘기 시기에 아이의 인생 진로를 국가가 강제로 정해버리는 건 폭력적이란 지적이 맞서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내놓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영재교육 지원체제 구축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영재학교 졸업생의 9.5%가 의·약학계열 학과(부)에 진학했다. 졸업생 10명 중 1명꼴로, 이공계열(82.1%)에 비교하면 극히 적지만 영재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관한 사회철학에 따라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송인수 대표는 “과학기술이나 국가 발전에 기여하라고 키워 놓은 인재들이 의대로 가는 상황은 영재학교가 대입을 위한 하나의 통로로 변질됐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반면 영재학교 학생들이 의대에 진학해 의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며, 이들의 직업 선택의 자유가 존중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주아 교육개발원 영재교육센터 소장은 “이공계 영재라고 해서 꼭 교수나 연구원만 돼야 하느냐”며 “영재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부는 영재학교나 과학고 학생들이 의대에 진학할 경우 불이익을 주고 있다. 지난해엔 영재학교들에 ‘의대 진학 시 추천서를 써 주지 않으며 장학금과 지원금을 회수한다’는 내용을 학칙과 모집요강 등에 명시하는 등 제법 강경한 대책을 내놨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의대 진학을 고려 중인 영재학교 학생은 여전히 제법 많다. 취재진이 인터뷰한 학생들은 하나 같이 자신은 그럴 생각이 없다면서도, 주변에 부모의 권유 등으로 의대 진학을 준비하는 급우가 여럿 있다고 조심스레 밝혔다. 추모(17)군은 “의대에 가고 싶어서 일반고로 전학가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대책 자체도 실효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추천서를 요구하는 의대가 많지 않은 데다 장학금이나 지원금 회수를 뒷받침하는 법적 근거가 없어 강제성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또 학생이 장학금과 지원금을 반환하고서라도 의대에 진학하겠다고 하면 막을 방도가 없다. 실효적 대책이라기보단 일종의 엄포에 가까운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기순 인천대 창의인재개발학과 교수는 “(의대에 진학하는) 아이들 탓만 할 게 아니라 왜 그러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상대적으로 열악한 이공계 전문 인력의 처우 개선이나 영재 선발 과정의 모순 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양성'만 있고 '관리'는 없다…영재 울리는 국가


①'영재공화국'의 민낯 / 영재교육 대상자 지난해 10만여명 / 전체 초중고생의 1.91%… 해마다 늘어 / 적잖은 예산 쓰며 16년간 제도 운영 / 교육정책 효과 제대로 따진 적 없어 / 중도포기자 등 좌절감 철저하게 외면 / 교육부 작년 성과 장기추적조사 시작 / 25년간 800명 무얼 하고 사는지 파악

대한민국에서 영재교육이 본격적으로 실시된 지도 어느덧 십수년이 지났다. 이제는 영재교육을 받는 아이들이 한 해 10만명이 넘는다. 영재로 선발되면 성공이 보장될 것만 같았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세계일보 취재팀이 영재교육 대상자 10명을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한 결과, 영재로서 겪는 아픔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영재로서 성공하려면 학벌의 사다리를 순탄히 타고 올라가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평범한 학생들이 걸었던 것보다 더욱 힘든 길을 걸어야 한다. 어린 시절 잠시 주목을 끌다가 잊히는 영재도 숱하게 많다. 실패의 상당 부분은 영재 스스로의 책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교육제도 자체나 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 모든 책임을 개인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100명 중 2명은 영재교육 대상자

우리나라 영재교육은 국가가 주도하고 있다. 2000년 제정돼 2002년부터 시행된 ‘영재교육 진흥법’에 따라 본격화했다. 탁월한 재능이나 소질을 가진 아이들을 조기에 발굴해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고, 잠재력을 최대한 계발해 미래 사회를 이끌어 갈 동량을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영재교육을 받는 학생을 영재교육 대상자라고 한다.
29일 영재교육종합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영재교육 대상자 수는 2003년 1만9974명에서 2013년 12만1421명까지 꾸준히 증가했다. 이후 학령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0만9266명까지 줄었다.

전체 초·중·고교생 대비 비중으로 따지면 2015년을 제외하곤 지속적으로 느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전체 초·중·고교생 대비 영재교육 대상자 비율은 1.91%다. 최근에는 문학, 예술 분야도 관심을 받고 있으나 여전히 과학과 수학 위주다.

같은 기간 전국의 영재교육기관 수도 2003년 400곳에서 지난해 2479곳으로 6배 이상 늘었다. 유형별로는 지난해 기준 일선 초·중·고교에 설치된 영재학급은 전체의 85.3%, 교육청이나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은 13.6%, 고교 과정인 영재학교는 1.1%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영재학급과 영재교육원은 비정규, 영재학교는 정규 교육과정이다.

◆영재 양성만 있고 관리는 없다

영재교육의 몸집은 급속도로 커졌지만 정작 교육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장기추적조사는 최근까지 전무했다. 수십년간 정부에서 영재를 위해 뭔가 했지만, 어떤 성과가 있었고, 의도한 정책 효과가 있었는지, 누가 어디서 무얼 하고 사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다.

영재교육의 성패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를 놓고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취재진이 인터뷰한 당국과 학계 관계자 대부분은 영재교육 대상자 10명 중 1∼2명만 진짜 영재로 길러낼 수만 있으면 그것으로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영재학회장을 맡고 있는 최호성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요즘은 영재교육 대상자들에게 기업을 일으키라고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며 “카이스트 같은 대학 졸업생 10명 중 8명이 자신만 생각해서 좋은 직장에 취업하려 한다 해도 나머지가 100명, 200명이 먹고 사는 기업을 창업한다면 국가적으로 바람직한 일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반면 수민씨 사례처럼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중도 포기하는 대상자들을 외면해서는 영재교육이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들은 한국 영재교육이 그동안 아이들의 좌절감이나 스트레스를 철저하게 모른 체했다고 주장한다. 이제는 영재교육 대상자들이 겪는 ‘우수아 신드롬’이나 정서적 불안감 등을 돌봐줄 때라는 지적이 많다.

◆뒤늦게 첫발 뗀 교육 성과 측정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 등 관계 당국은 지난해에야 비로소 일종의 장기추적조사인 ‘한국 영재교육 종단연구’를 시작했다. 지난해 영재학교에 입학한 신입생 800여명이 대상이다.

학부모 동의를 거쳐 이 학생들이 40대 안팎의 나이가 될 2041년까지 총 25년간(기초연구를 한 2016년 포함) 추적조사를 한다. 다만 학부모 동의 여부에 따라 조사 대상 학생 수가 달라질 수 있어 사실상 전수조사라고 보기 어렵다. 영재교육 대상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재교육원과 영재학급 학생들이 대상에서 빠졌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이선영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영재교육에 적잖은 국가 예산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성과 측정을 하지 않은 걸 두고 예산이 낭비됐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영재교육을 받은 첫 세대라고 해봤자 이제 30∼40대에 불과하다”며 “아직 영재교육의 성과를 판단하기엔 이른 시기인 만큼 인내심을 갖고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영재교육 대상자 누가 되나

국내선 ‘공부 잘 하는 아이’와 혼동

 / 교사 추천 등 3∼4단계 걸쳐 선발 / 주관에 따른 평가로 공정성 논란 / 지필고사 의존도 판별에 ‘걸림돌’ / 최근 ‘先교육, 後선발’ 방식 주목


누가, 어떤 선발 과정을 거쳐 ‘특별한 교육’을 받는 영재교육 대상자가 되는지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영재 개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대상자의 범위가 넓어지기도, 크게 좁아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영재교육과 관련해 끊이지 않는 ‘진짜 영재’ ‘가짜 영재’ 논란도 이런 논의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현행 영재 선발 절차는 교육기관이나 지역마다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3~4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1단계에서는 학급 담임이나 교과 교사가 영재로서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개별적으로 관찰해 추천서를 작성한다. 2~3단계에선 각 영재교육기관이 교사추천서 등 서류를 평가하고 필기시험을 치른다. 마지막 단계는 면접, 합숙 등의 심층 평가로 진행되는 게 일반적이다.

영재교육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이 같은 영재 선발 과정도 우리나라 사정에 맞게 조금씩 변해왔다. ‘영재성’ 판별은 과거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공정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이견이 분분하다. 교사 주관이나 능력에 따라 같은 학생인데도 영재로 평가될 수도, 둔재로 평가절하될 수도 있다. 지원하는 영재교육기관에서 어떤 과목이나 능력에 가중치를 두는지에 따라서도 결과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영재교육기관들 사이에서는 ‘선 교육, 후 선발’ 같은 새로운 선발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이성혜 카이스트 과학영재교육연구원 교수는 “선 교육, 후 선발 방식은 온라인 강의 등을 활용해 되도록 많은 학생에게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그중에서 영재성이 있다고 판별되는 아이들을 뽑는 것”이라며 “학생·학부모들은 이 방법이 기존 방식보다 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선발 방법뿐만 아니라 영재성 판별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재와 ‘공부 잘 하는 아이’의 개념이 혼동되어 쓰인다. 대부분 영재교육기관 선발 과정에서 지필고사가 시행되는 탓에 영재성이 엿보이는 아이보다 성실하고 학업성취도가 우수한 아이가 뽑힐 가능성이 더 높은 게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사교육이나 선행학습 등을 통해 학교 성적을 잘 받는 아이들이 영재교육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박경희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영재성만 보고 대상자를 선발하기는 어렵다”며 “영재성을 구분하고 판단하려 하기보다 아이들이 해당 분야에 관심과 흥미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재능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야 발현되기 때문에 우선 많은 아이를 대상으로 영재교육을 하고, 그중에서 재능을 보이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점점 좁혀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세계일보

나는 한때 '영재'였다…스무살 대학생의 후회


나는 한때 ‘영재’였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모두가 그렇게 불렀다. 영재 판정을 받은 2007년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8년간 죽 그랬다. 호기심 삼아 몇 차례 시험을 봤다가 영재가 됐다. 부모님은 영재인 딸을 자랑스러워했고, 주변에서는 명문대 진학을 보장받았다고 부러워했다.

중학교 때까지 ‘영재학급’에서 일주일에 3∼4시간씩 다른 수업에선 접할 수 없는 것들을 배웠다. 특히 2차 세계대전 당시 쓰인 암호를 해석하는 데에 실력이 있었다. 복잡한 암호를 풀어냈을 때 느껴지는 성취감이란…. 학교 수학시험을 잘 봤을 때와 차원이 달랐다.

거기서 그쳤어야 했다. 영재 학생이라면 당연히 밟아야 한다는 경로를 따라간 게 화근이었다. 고교 진학 후 교육청이 운영하는 영재교육반에 ‘화학 영재’로 들어갔다. 매주 토요일 7시간씩 수강하는 수업은 지루했다. 선생님이 “영재가 이런 것도 모르니?”라고 타박할 때마다 숨이 턱 막혔다. 집에서, 학교에서 “완벽해야 한다”, “하나라도 틀려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10문제 중 1문제라도 못 맞히면 주위에서 호들갑을 떨었다. 난 분명히 화학 영재인데도, 모든 과목을 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

재미도 없고 귀에도 안 들어오는 수업에 당장이라도 포기하고 싶었다. 같은 반 20명가량의 친구 대부분 비슷한 생각이었다. 그러나 단 한 명도 그만두지 않았다. ‘낙오자’나 ‘중도포기자’로 낙인찍혀 불이익을 받을까 봐서였다. 물론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되겠지’라고 기대했던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졌다. ‘영재란 대체 뭘까’라고 자주 고민했다.

정말 나는 영재일까. 한때 영재였을까. ‘실패한 영재’임은 분명하다. 한국 사회에선 아무리 뛰어난 영재라도 좋은 대학 간판을 달지 못하면 낙오자가 되고 만다. 대학 입시에서 두 차례나 쓴잔을 마셨다. 첫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망치고 재수생으로 치른 수능에서도 영재의 성적표라고 보기 힘든 성적을 받았다. 결국 점수에 맞춰 별로 알아주지 않는 지금의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에 화학과가 없어 전혀 엉뚱한 전공을 택해야 한다.

나는 대입을 거치면서 아주 평범한 대학생이 되었다. 한 친구는 “요즘 같은 세상에 그 대학 나와 미래가 있겠냐”는 말까지 했다. 그 후로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원인 모를 피부질환까지 생겼다.

돌이켜 보니 영재로 선발되지 않았더라면 겪지 않아도 될 고통이 너무 컸다. 비단 나뿐일까.

그의 질문처럼 과연 이수민(20·여·가명)씨만의 문제일까.

우리나라 영재교육에서 정의하는 영재는 ‘재능이 뛰어난 사람으로서 타고난 잠재력을 계발하기 위해 특별한 교육이 필요한 사람’이다. 언뜻 모순된 것처럼 보이는 ‘발현된 능력(재능)’과 ‘발현되지 않은 능력(잠재력)’을 섞어놓았다. 현재 영재교육을 받고 있는 청소년들이 겪고 있고, 그 대열에 들어가려고 일찍부터 사교육시장에 발을 담근 어린이들이 겪을 혼란과 고충은 이 모순으로부터 시작된다.
세계일보

2018년 7월 18일 수요일

수도동귀 (殊塗同歸)

배울 것을 배우고 배워서 안 될 것을 안 배워야 잘 배운 것이다. 진후산(陳后山)이 '담총(談叢)'에서 말했다. "법은 사람에게 달린 것이라 반드시 배워야 하고, 교묘함은 자신에게 달린 것이니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法在人故必學, 巧在己故必悟)."

나가노 호잔(豊山長野·1783~1837)이 '송음쾌담(松陰快談)'에서 이렇게 부연한다.

"법(法)과 교(巧), 이 두 가지 공부는 어느 하나도 빠져서는 안 된다. 대개 법은 사우(師友)가 곁에서 탁마(琢磨)하지 않으면 법도를 얻어 알 수가 없다. 이 때문에 반드시 배워야 한다. 하지만 운용의 묘는 나의 한마음에 달린 것이므로 스스로 얻어야지 남을 믿어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

배울 것은 배우고 깨달을 것은 깨달아야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따라 하기만 해서는 깨달음은 요원하다.

장무구(張無垢)가 말했다. "칼자루를 쥐고서 앞길을 열어 인도할 때 머리를 고치고 얼굴을 바꿔서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설법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길은 달라도 돌아갈 곳은 같게끔 해야 한다(欛柄入手, 開導之際, 改頭換面, 隨宜說法, 使殊道同歸)."

내가 깨달음을 얻어, 이것으로 남을 이끌려 할 때는 개두환면(改頭換面)이 필요하다. 해온 대로 해서는 안 되고 방식을 상황에 맞게 고쳐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 근량을 헤아리고 성정을 살펴 그에게 꼭 맞는 방법을 택한다. 가르치는 대상마다 방법이 다르고 가는 길이 같지 않지만 끝내 도달할 지점은 한곳이 되게 하는 것이 훌륭한 스승이다.

제자를 자기와 비슷한 짝퉁으로 만드는 스승은 가짜다. 따라 하는 공부는 법에서 그친다. 교(巧)나 묘(妙)는 혼자 도달할 수밖에 없으 니, 반드시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원숭이와 앵무새 흉내로는 결코 자기 목소리를 못 낸다.

저마다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빛깔을 만들어 제 목소리, 제 태깔을 갖게 만드는 스승이 진짜다.

시키는 대로 하고 체본만 따라 하느라 저 혼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헛공부를 한 셈이다. 스승의 역량이 뛰어나도 그 밑에 따라쟁이 흉내쟁이 제자만 줄 서 있다면 그는 가짜다.


 조선일보

‘브랭섬홀 아시아’ 성공 비결 IB DP 시험 우수한 성적 거둬 … 물리·수학 분야 여성 인재 산실


‘브랭섬홀 아시아’ 성공 비결‘세계 명문대 입시의 황금 기준’이라고 불리는 IB DP 시험 결과가 이달 초 나왔다. 세계 평균 점수는 29.78점(45점 만점)이었다. 반면 IB 월드스쿨인 브랭섬홀 아시아 4회 졸업생(71명)은 평균 36점을 기록했다. 과목별로는 물리·수학·경제·경영·시각디자인 성적이 특히 우수했다. 

 이 가운데 만점인 45점을 받은 학생이 브랭섬홀 아시아 졸업생에서 나와 브랭섬홀 아시아 IB 교육과정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이 졸업생은 “IB DP 과정에서는 적성과 대학 전공을 고려해 선택한 6과목을 깊이 학습할 수 있고, 컴퓨터 공학의 경우 컴퓨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부터 네트워크·인공지능까지 공부할 수 있다”며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다가 자신에게 맞는 부분을 발견하면 더 깊이 파고들 수 있고 관련 대학·전공을 찾다 보면 진로를 설계하는 일이 재미있어진다”고 했다. 

 브랭섬홀 아시아는 보스턴컨설팅이 선정한 세계 8대 명문 기숙사립학교인 캐나다 브랭섬홀의 유일한 해외 자매학교다. 유치부에서 고등학교까지 전 학년 IB 교육과정으로 운영하며 2012년 제주도에 문을 열었다. 본교인 브랭섬홀은 1903년에 설립돼 학생의 학업성취도 향상과 정신·건강·인성이 조화롭게 성장하는 전인교육으로 명성이 높다. 브랭섬홀 아시아 역시 그 노하우를 이어받아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브랭섬홀 아시아는 교육 전반에 주도적 참여와 도전 의식, 그리고 소통을 강조한다. 사진은 과학실험 수업 모습.


세계적 여자 IB 월드스쿨

현재 920명 이상의 학생이 재학 중인 브랭섬홀 아시아는 IB 월드스쿨이자 여학교로서 규모나 학업성취도 면에서 전 세계 최상위권 학교로 손꼽힌다. 브랭섬홀 아시아는 여학생이 세상의 긍정적 변화를 꾀하고 주도해갈 수 있도록 교육한다. 

 올해도 4회 졸업생의 놀라운 입시 성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졸업생 전원이 세계 랭킹 100위권 대학에 진학한 데 이어 올해 영국 케임브리지대, 런던 정경대, 미국 코넬대, 존스홉킨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조지아공대 등 유수의 대학에서 입학 제안을 받은 학생들이 있다. UC버클리로부터 정식 합격자 발표에 앞서 소수 우수생에게만 하는 입학 제안에 선발된 학생도 있다. 

 현 시니어스쿨 교장이자 오는 8월 신학기부터 총교장으로 부임하는 신디 락 박사는 브랭섬홀 아시아의 빠른 성장과 높은 학업성취도 비결을 밝혔다. 우선 브랭섬홀 아시아는 여학생들이 ‘탐구하는 사람’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할 수 있는 사람’ ‘지식적 소양을 갖춘 사람’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높은 학구적 기준을 제시한다. 정규 수업 교사 외에 심리상담 교사와 기숙사 사감이 학생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학습을 지원하고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해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8월 브랭섬홀 아시아 총교장에 부임하는 신디 락 박사.
 브랭섬홀 아시아의 학생 대부분은 한국인과 중국인으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다. 높은 학업성취도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영어로 진행되는 모든 수업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브랭섬홀 아시아는 영어 및 영어 보조 교사는 물론이고 모든 과목의 교사가 영어 보조 지원을 위한 전문 교육을 받도록 한다. 따라서 학생들이 영어로 수업이 진행되는 데 따른 어려움이 없도록 해당 과목 교사가 수업 중에 언어적 문제를 바로 해결한다. 

 또한 이중 언어 사용을 지향한다. 학생들이 영어로 수업을 이해하고 지식의 기초를 쌓는 과정에서 모국어를 활용하게 한다. 그 결과 지난해 전 세계 IB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학생 가운데 오직 28%가 이중 언어 디플로마를 취득한 데 반해 브랭섬홀 아시아의 한국·중국 국적 졸업생은 전원이 IB 이중 언어 디플로마를 취득했다. 2개 국어를 해당 언어의 문학적 수준까지 구사할 수 있어야 취득할 수 있다. 

탐구 학습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디자인 테크놀로지, 로보틱스, 과학과 컴퓨터 코딩 수업을 아우른다. 여학생들이 이공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교실 내 수업 내용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응용력을 키워 수업에 흥미를 갖도록 독려한다. 전 세계 IB 컴퓨터공학 수업에서는 드물지만 브랭섬홀 아시아에서는 컴퓨터공학 수업을 하이레벨로 듣는 학생이 늘고 있다. 올해 초 전국 중·고등학생 대상 로봇 경진대회 ‘FTC’에 참가했고 28개 팀 중 전원이 여학생으로 구성된 팀은 브랭섬홀 아시아의 ‘로보틱스’팀이 유일했다. 

 브랭섬홀 아시아는 글로벌 시민의식도 강조한다. 다양한 호기심이 세상에 대한 관심으로 바뀔 수 있도록 돕는다. 문제해결력과 리더십을 길러나가기 위한 것이다. 

제주도에 개교한 브랭섬홀 아시아 캠퍼스 전경.
27일 서울, 28일 부산서 입학 설명회

한편 브랭섬홀 아시아는 오는 27일(금)·28일(토) 각각 서울과 부산에서 입학 설명회를 개최한다. 설명회에서는 브랭섬홀 아시아의 IB 교육과정과 대학입시 성과 비결, 입학과 관련한 정보를 소개한다. 
중앙일보

2019학년도 의대 수시선발 1820명 역대 최대…학종 비중 가장 높아


2019학년도 의과대학 수시모집 인원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가운데 그 중에서도 학생부종합 전형이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37개 의대 2927명 중 수시 1820명 선발
수시 중 학종 806명, 학생부교과 715명
SKY 주요 의대 수시 선발 비중 더 높아


2019학년도 의과대학 수시모집 인원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가운데 그 중에서도 학생부종합 전형으로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학사에 따르면 2019학년도 전국 37개 의과대학 모집인원은 2927명이다. 그 중 수시 전형으로 선발하는 인원은 1820명으로 62.2%에 달한다. 전년도 수시 모집 인원 1592명 대비 228명이 늘어났다. 역대 최대 규모다.

수시전형에서도 전형별로 학생부종합전형이 가장 많은 806명을 선발하고, 학생부교과 전형 715명, 논술 전형 254명, 특기자 전형 45명 순이다. 학생부종합 전형은 전년대비 139명 증가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공정성과 신뢰성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논란이 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가장 신뢰받는 입시전형인 셈이다.

특히 서울대는 135명 중 105명(77.8%)을, 고려대는 106명 중 93명(87.7%), 연세대는 110명 중 85명(77.3%), 울산대는 40명 중 30명(75%)을 수시에서 선발하는 등 주요 의대의 수시 선발 비중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의대를 목표하는 학생들은 학생부종합전형을 적극 공략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수도권 의대 뿐 아닌 지역 소재 의대들도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는 추세이므로, 넓은 시야로 수시 지원 대학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