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공간 늘수록 넓어지는 표면적의 힘
생활 곳곳에서 우리는 스펀지를 많이 이용한다. 거실에 있는 소파나 자동차의 카시트는 겉의 재질이 천이든 가죽이든 내부는 스펀지로 되어 있다. 건축을 할 때에도 방음재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재이다. 스펀지가 달린 수세미로 설거지를 하면, 스펀지가 물을 잘 빨아들이기 때문에 거품을 더 많이 내준다. 여성들은 화장을 할 때 스펀지로 화장품을 묻혀 얼굴에 바른다. 특히, 무엇이든 잘 기억하고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능력을 일컬어 ‘어린 아이의 머리는 스펀지와 같다’고 말하기도 하고, 폭신폭신해서 감촉 좋은 케이크에 ‘스펀지케이크’라고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한편, 우리는 생활에서 숯도 많이 이용한다. 실내 또는 차 안에 놓은 숯은 냄새와 습기를 빨아들인다. 숯은 더러운 것을 제거하고 깨끗하게 정화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우리 조상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간장을 담글 때 숯 몇 덩어리를 간장독에 넣어 두곤 했다. 숯의 정화 기능을 확대 해석한 것일까? 숯이 귀신을 쫓는다는 이유로, 아이를 낳은 집 문간에 금줄을 걸 때도 곳곳에 숯덩이를 끼웠다.
이렇게 글 초반에 스펀지와 숯을 장황하게 언급하는 이유는, 수학적인 눈을 가지고 가만히 이 둘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생각지도 않게 그들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펀지와 숯이 공통적으로 가진 수학적 원리는 무엇일까?
스펀지가 푹신푹신하면서도 물질을 잘 흡수하거나, 숯이 오염 물질을 잘 흡수하는 탁월한 기능의 원리는 바로, 내부에 미세한 공간을 많이 가지고 있고, 넓은 표면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멩거 스펀지(Menger Sponge)’를 통해 이 원리를 알아보자. 멩거 스펀지는 정육면체에서 동일한 크기의 정육면체를 계속해서 도려내는 과정을 반복하여 만들어진다. 이런 식으로 반복하다 보면, 내부에 크고 작은 공간을 많이 가지게 되므로, 결국 부피는 한없이 작아지고 표면적은 한없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멩거 스펀지의 부피가 어떻게 하여 한없이 작아지는지 수학적으로 따져 보기로 하자. 먼저, 각 모서리의 길이가 1인 정육면체를 하나 만든다. 그러면 처음의 부피는 1이다.
1단계: 처음에서 각 면의 가로와 세로를 3등분하면, 이 정육면체는 27개의 똑같은 작은 정사각형으로 분할되는데, 이 때 각 면의 가운데를 도려낸다. 그러면 27개의 정육면체에서 20개의 정육면체만 남게 되고, 분할된 정육면체의 한 모서리의 길이는 1/3이다. 따라서 남아 있는 입체의 부피는
2단계: 1단계의 과정을 작은 정육면체에 동일하게 반복한다. 결과적으로 1단계에서 남은 20개의 정육면체에서 또 다시 작은 정육면체가 각각 20개씩 만들어지게 된다. 각 변의 길이는 1단계 정육면체의 한 변의 길이의 1/3이다. 따라서 2단계에서 남아 있는 입체의 부피는
3단계: 한 번 더 반복하면 남아 있는 입체의 부피는 약 0.41이 된다. 이런 식으로 계속 할수록 부피는 점점 작아져서 0에 가까워지게 된다.
멩거 스펀지의 표면적은 어떻게 될까?
처음에는 1×6 = 6,
처음에는 1×6 = 6,
1단계 : 작은 정사각형이 뚫어져서 없어지지만 새로 생겨나는 표면적이 있으므로
2단계 : 위와 마찬가지로,
이렇게, 단계를 반복하면 계속적으로 면적이 늘어나 무한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위와 같이, 내부의 공간이 늘어날수록 부피는 작아지고 표면적은 늘어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숯은 1g에 대한 표면적이 무려 200~400㎡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자연계에 존재하는 ‘제올라이트(Zeolite)’라는 광물도 1g에 100~300㎡의 표면적을 가지고 있다. 30평 아파트 한 채의 면적이 99㎡임을 감안하면, 숯과 제올라이트 1g은 아파트 한 채 이상의 면적을 지닌 셈이다. 최근 새로 개발된 아연 테레프탈레이트라고 하는 물질은 1g에 6000~6500㎡의 표면적을 가지고 있어 현재까지 가장 최대의 면적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 규격의 축구장은 면적이 6400㎡ 이상 되어야 하므로 테레프탈레이트가 얼마나 큰 표면적을 지니고 있는지 상상이 된다.
위와 같이, 내부의 공간이 늘어날수록 부피는 작아지고 표면적은 늘어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숯은 1g에 대한 표면적이 무려 200~400㎡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자연계에 존재하는 ‘제올라이트(Zeolite)’라는 광물도 1g에 100~300㎡의 표면적을 가지고 있다. 30평 아파트 한 채의 면적이 99㎡임을 감안하면, 숯과 제올라이트 1g은 아파트 한 채 이상의 면적을 지닌 셈이다. 최근 새로 개발된 아연 테레프탈레이트라고 하는 물질은 1g에 6000~6500㎡의 표면적을 가지고 있어 현재까지 가장 최대의 면적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 규격의 축구장은 면적이 6400㎡ 이상 되어야 하므로 테레프탈레이트가 얼마나 큰 표면적을 지니고 있는지 상상이 된다.
이렇게 어떠한 기능을 가진 재료는 그 표면적이 크면 클수록, 기체나 액체를 더 많이 표면에 달라붙게 하거나 반응할 수 있게 되므로 그 기능이 향상된다. 표면적이 넓으면서도 부피가 작으면 훨씬 효과적이다. 제습기나 에어컨에도 이러한 재료를 이용하여 습기를 흡착하는 기능을 3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최근 가정에서 청소용구로 이용하는 아크릴 수세미나 극세사 걸레, 흰색의 스펀지처럼 생긴 ‘매직블럭’은 기름기나 먼지를 흡착하는 표면적이 크기 때문에 별도의 세제 없이도 어느 정도 청소가 용이하다. 또한, 최근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착하는 소재와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수분 흡탈착 소재를 개발하여 환경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역시 부피는 매우 작으면서도 표면적이 매우 넓은 멩거 스펀지와 같은 원리로 개발된 것이다.
스펀지와 숯은 서로 다른 물질인데도 수학적으로는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그 기능이 같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수학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고 세상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