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9일 화요일
2020년 9월 17일 목요일
반항아를 세계최고 부자로 키웠다, 빌 게이츠 아버지
아들과 싸웠고, 아들을 믿었고, 아들을 도와줬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의 부친인 변호사 윌리엄 H. 게이츠 시니어가 지난 14일(현지 시각) 미국 시애틀 자택에서 94세로 별세했다. 유족들은 그가 오랜 기간동안 알츠하이머를 앓아왔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시애틀에서 활동한 게이츠 시니어는 빌 게이츠가 어릴 적 자주 혼냈다고 한다. 방을 청소하는 것, 연필 꽁무니를 씹지 말 것, 제 시간에 저녁 식사에 앉을 것 등을 시키는 어머니의 말을 빌 게이츠가 잘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릴 때 반항적 성격이었던 빌 게이츠로 인해 부자 갈등이 컸다고 한다. 어느날 밤 저녁 식사 자리에서 두 사람의 갈등은 폭발했는데, 어머니에 대드는 빌 게이츠를 보고 화가 난 게이츠 시니어가 아들의 얼굴에 물을 뿌렸다. 이에 빌 게이츠는 “샤워시켜줘서 고맙다”고 하고 집을 나가버리기도 했다.
이후 가족 상담을 통해 “아들을 너무 혼내지 말라”는 조언을 들은 게이츠 시니어 부부는 빌 게이츠를 시애틀에 있는 사립 학교에 보냈고, 빌 게이츠는 그곳에서 컴퓨터를 처음 접했다. 또 이곳에서 MS를 공동 창업한 폴 앨런도 만났다. 몇년 후 빌 게이츠는 하버드를 중퇴하고 알버커키로 이사한 뒤 MS를 창립했다. 게이츠 시니어는 이에 대해 묵인했다.
빌 게이츠는 후에 “10대 시절 아버지와 충돌했을 때에도 그의 사랑과 지원이 무조건적인 것임을 알고 있었다”며 “MS를 창립하기 위해 하버드를 떠났을 때에도 마음이 편했던 것은 내가 실패하더라도 그가 내 편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버지는 내가 잘하는 것만 하도록 두지 않았다"며 "대신 수영이나 축구 같이 내가 싫어하고 해내지 못할 것 같은 것을 시키곤 했다”고 빌 게이츠는 기억했다. 변호사로 활동한만큼 수입이 나쁘지 않았지만, 게이츠 시니어는 자녀들에게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절대 사 주지 않았고, 자신의 일에 스스로 책임을 지게 했다.
게이츠 시니어는 아들이 자선재단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설립하는 데 큰 공헌을 한 인물이다. 1994년 그는 변호사에서 은퇴할 계획을 아들 내외에게 이야기했다. 때마침 빌 게이츠는 “기부에 대한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MS를 운영하느라 너무 바빠 제대로 응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이에 게이츠 시니어는 자신이 서류들을 살펴보고 승인을 받아 수표를 보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시작이었다.
수십개의 상자에 빼곡하게 정리돼 있는 서류들을 검토한 게이츠 시니어를 보고 빌 게이츠는 애초 아버지의 이름을 따 ‘윌리엄 H. 게이츠 재단’으로 재단명을 지으려 했다. 이를 위해 1억달러(약 1180억5000만원)의 계좌를 열기도 했다.
이후 2000년 빌 게이츠와 아내 멜린다가 아버지와 함께 운영하게 되면서 ‘빌 앤 멜린다 재단’이 설립됐다. 이 재단에 부부가 50억 달러(약 5조 9000억원)의 주식을 기부했고, 아버지 게이츠는 아들 부부와 함께 공동 의장으로 활동했다. 게이츠 시니어는 “내 집에서 내가 해준 음식 먹고 자란 애가 내 고용주가 될 줄 몰랐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아버지가 떠난 뒤 아들은 자신의 홈페이지 ‘게이츠 노트’에 아버지와 함께 보낸 시간들에 대해 적었다. 빌 게이츠는 “아버지는 자신이 빌 게이츠의 아버지라는 것이 매우 멋진 경험이라고 종종 이야기했다”며"하지만 사실 내가 평생에 걸쳐 해온 모든 것은 아버지처럼 되기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