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4월 23일 토요일

“덕은 외롭지 않아 반드시 이웃이 있다(德不孤 必有隣)”

 덕불고 필유린’은 흔히 덕필유린(德必有隣)이라고도 한다. 『논어(論語)』 이인편(里仁篇)에 나오는 성어(成語)다. 

너그러운 아량으로 훌륭한 일을 하는 사람은 한때 고립되거나 남의 질시를 받아 외로운 처지에 빠지는 순간이 있을 수도 있지만 결국 그 정성에 감동해 반드시 함께하는 사람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같은 무리들이 함께 어울리는 유유상종(類類相從)처럼 덕을 갖춘 자에겐 반드시 덕이 있는 사람이 따르게 된다는 이야기다. 

“청년이 흥해야 국가가 흥한다(靑年興則國家興)” “앞서 누군가가 심은 나무로 인해 후세 사람이 그 나무 그늘 아래서 시원한 바람을 쐴 수 있는 것(前人栽樹 後人乘凉)” 


중앙선데이

2022년 4월 17일 일요일

서울대 수시합격자 10명 중 4명 특목고·자사고·영재고 출신

 



올해 서울대학교 수시전형 합격자 가운데 42.5%가 특수목적고등학교(외국어고, 과학고, 국제고, 예술고, 체육고), 자율형 사립고등학교, 영재학교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가 17일 집계한 ‘2022학년도 수시모집 선발 결과’에 따르면, 올해 수시 모집에서 정원 내 지역균형선발전형과 일반전형으로 2271명, 정원 외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Ⅰ으로 120명을 선발했다.

이들 전체 합격자 2391명 중 영재고·자사고·특목고 출신은 1119명(46.8%)으로 나타났다. 영재고 출신은 313명(13.1%), 자사고 289명(12.1%), 외국어고 221명(9.2%), 예술·체육고 150명(6.3%), 과학고 146명(6.1%)이었다. 일반고등학교 출신은 1117명(46.7%)으로 지난해 48.3%에 비해 1.6%P 줄었다.

일반고 합격자 비율은 2020학년도부터 올해 2022학년도까지 약간씩 감소했다. 앞서 2020학년도 수시 모집에서는 일반고 합격자 비율이 50%를 기록했다.

올해 서울대 수시에서 합격생을 1명 이상 배출한 고등학교는 모두 809개교로, 지난해(875개교)보다 66곳이 줄었다. 다만 최근 3년간 합격생을 배출하지 못했던 81개 일반고에서 올해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했다.

서울에 있는 고등학교 출신 합격생은 31.4%를 차지했고, 광역시 급 도시 출신은 26.7%, 시·군 단위 출신은 41.8%로 집계됐다.



성별에 따른 비율은 남학생이 55.7%, 여학생이 44.3%로 지낸해와 비슷했다.

한편 올해 서울대 수시 모집 합격생의 등록 기간은 오는 18일부터 21일 오후 4시까지이다. 지역균형선발전형, 일반전형,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Ⅰ에서 미등록 인원이 발생하면 총 두 차례에 걸쳐 충원 합격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학교 일상회복은 언제부터? 달라지는 2가지는…

 교육부, 질병청과 ‘방역지침’ 협의

인수위 ‘별도의 응시기회’ 촉구에 “중간고사는 형평성 문제로 불가”
학교방역 완화는 내달 이후 전망
교육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격리 의무를 방역당국이 폐지하면 올해 1학기 기말고사부터 확진자에게 응시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14일 밝혔다. 1학기 중간고사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지난 2년간 인정점을 받은 학생과의 형평성 문제로 방침을 바꾸기 어렵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영상회의를 열고 이처럼 밝혔다. 이날 회의는 일상 회복이 시작되면 적용할 학교의 방역지침 개정안을 방역당국과 협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유 부총리는 ‘확진자에 대한 격리 의무 기준을 방역 당국이 폐지해야 확진자도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는 교육부의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확진 학생에게 별도 공간에서 응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여러 차례 촉구했지만 ‘확진자 응시 불가’라는 일관된 교육부 방침을 재차 밝힌 것이다.

유 부총리는 “현재 방역지침이 전혀 변경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 1학기 중간고사만 응시를 허용하게 되면 2년간 이미 인정점을 받은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확진자에 대한 격리 의무 기준이 폐지되는 결정이 나올 경우 이르면 올해 1학기 기말고사부터 내신 시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향후 수학여행, 학교 체험활동 등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학교의 일상 회복은 사회 전반적인 일상 회복보다 천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18일부터 해제되더라도 각 학교에서 이달 말까지 중간고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학교의 방역 완화는 5월 이후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동아일보

2022년 4월 16일 토요일

의무교육 2100년… 로마제국에 나라 잃어도 학교만은 지켜냈다

 보통 나라들은 국가가 망하면 100년도 안 되어 역사에서 그 흔적이 사라진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나라를 잃고 2500년 이상 뿔뿔이 흩어져 떠돌이 생활을 했음에도 민족적 동질성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탈무드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수석 랍비가 북쪽 마을을 시찰하기 위해 두 랍비를 시찰관으로 보냈다. 두 랍비가 그 마을에 가서 말했다. “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사람을 만나서 좀 물어볼 일이 있소.” 그러자 그 마을의 경찰서장이 나왔다. “아니오. 우리가 만나야 할 사람은 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오.” 이번에는 수비대장이 나왔다. 그러자 두 랍비가 말했다. “우리가 만나려고 하는 것은 경찰서장이나 수비대장이 아니라 학교 선생님이란 말이오. 경찰이나 군인은 마을을 파괴할 뿐이오. 교육자들이야말로 진정으로 마을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소.”

유대인 역사가 요세푸스에 따르면 로마·유대 전쟁 당시 유대인 11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유대 랍비 요하난 벤 자카이는 나라가 망해도 유대교와 전통이 계승된다면 유대 민족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텔아비브 인근에 율법 학교를 세우고 토라와 탈무드를 가르쳤다. 나라 잃은 유대인들은 뿔뿔이 흩어져 살면서도 교육을 통해 언어와 민족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그림은 로마군에 패해 예루살렘이 함락되는 장면을 묘사한 19세기 화가 프란체스코 하예즈의 작품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유대인 역사가 요세푸스에 따르면 로마·유대 전쟁 당시 유대인 11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유대 랍비 요하난 벤 자카이는 나라가 망해도 유대교와 전통이 계승된다면 유대 민족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텔아비브 인근에 율법 학교를 세우고 토라와 탈무드를 가르쳤다. 나라 잃은 유대인들은 뿔뿔이 흩어져 살면서도 교육을 통해 언어와 민족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그림은 로마군에 패해 예루살렘이 함락되는 장면을 묘사한 19세기 화가 프란체스코 하예즈의 작품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성경 읽기 위해 의무교육 시작



그리스에서 독립을 쟁취한 고대 이스라엘 하스모니아 왕조의 마지막 군주가 살로메 알렉산드라(기원전 76~67년 재위) 여왕이다. 살로메는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여왕은 그간 적대했던 바리새파를 산헤드린(최고 법원)에 받아들여 화해하며 그들의 구전 율법을 법률에 포함했다. 여왕은 국민 단결을 위해서는 먼저 신앙심을 고취해야 한다고 믿었다. 신앙심을 위해서는 모두가 성경을 읽고 익혀야 했으나, 많은 국민이 문맹이었다. 여왕은 가정 예배를 이끄는 남자들만이라도 모두 성경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대인은 3000년 전부터 학교를 운영했다. 그러나 율법 학교 중심이어서 일반 서민들이 다닐 수 있는 초등학교는 부족했다. 살로메 여왕은 전국 각지에 초등학교를 세워 남자들 모두에게 무료 의무교육을 했다. 세계 최초 공교육이자 의무교육이었다. 문맹이 98% 이상이었던 고대에 글을 읽고 쓴 유대인들이 상업과 교역, 금융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스라엘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1925년 히브리 대학교를 설립했다. 사진은 1935년 히브리대 물리학 수업 장면. /위키피디아
이스라엘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1925년 히브리 대학교를 설립했다. 사진은 1935년 히브리대 물리학 수업 장면. /위키피디아

이렇게 유대인은 기원전부터 의무교육을 시행한 민족이다. 그런데 초등교육뿐 아니라 율법 학교 등 고등교육에 대한 무상교육도 그즈음 시작되었다. 이는 기원전 1세기 랍비 힐렐에게서 유래했다. 그는 몹시 가난했다. 하지만 랍비가 되고 싶은 꿈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막노동으로 하루 벌어 반은 아내에게 생활비로 주고 반은 율법 학교 수업료로 냈다. 그런데 하루는 한 푼도 벌지 못해 교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지붕 위 채광창에 엎드려 교실 안을 훔쳐보며 공부하다 그만 잠이 들었다. 그날 밤 눈이 많이 내렸다. 아침에 선생님이 교실이 왜 이렇게 어둡냐며 천장을 보니 채광창을 막고 있는 힐렐의 몸 위에 눈이 1m나 쌓여 있었다. 학생들이 힐렐을 데려다 난로가에서 언 몸을 녹여주었다. 그 뒤 율법 학교도 무상교육이 실시되었다.

이후 힐렐은 최고 율법학자가 되었다. 하루는 이방인이 찾아와 “내가 이렇게 한 발로 서 있는 동안, 율법 내용 전부를 내게 가르쳐보시오”라고 말하자 힐렐이 서슴없이 답했다. “당신이 당해서 싫은 일을 남에게 하지 마십시오.” 이른바 ‘황금률’이라 부르는 말씀이다.

서기 66년부터 70년까지 1차 유대-로마 전쟁 당시 랍비 ‘요하난 벤 자카이’는 열심당의 무장투쟁이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보았다. 통찰력이 뛰어난 그는 유대 전쟁이 결국 대학살로 막을 내리고 유대인들은 뿔뿔이 흩어질 것임을 예견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민족의 독립보다는 보존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랍비는 유대 민족이 영원히 살아남는 길을 골똘히 생각한 끝에 자신이 직접 로마군 사령관과 모종의 타협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당시 아무도 예루살렘을 떠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제자들에게 설명하고 함께 탈출 계획을 짰다. 제자들은 길거리로 나가 옷을 찢으며 위대한 랍비 요하난이 흑사병에 걸려 죽었다고 울부짖었다. 그들은 열심당원들에게 스승의 시체를 성 외곽에 매장하여 성 안에 흑사병이 돌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해 허락을 얻어냈다. 제자들은 랍비가 든 관을 메고 성을 빠져나와 로마군 사령관 베스파시아누스 장군 막사에 도착했다. 랍비는 장군을 만나 그가 머지않아 황제가 될 것이라고 예언한 뒤, 황제가 되면 자신들이 유대 경전을 공부할 수 있는 조그만 학교 하나를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베스파시아누스는 자기가 황제가 될 것이라는 예언에 내심 놀라며 예언이 이루어지면 호의를 베풀기로 약속했다.


같은 해 로마 황제 네로가 자살했다. 그 뒤 정치 군인 세 명이 왕위에 올랐으나 모두 몇 달 만에 살해되었다. 이때 베스파시아누스를 군대가 황제로 추대했다. 랍비는 당시 로마의 정치적 역학 관계를 꿰뚫어 보고 있었던 것이다. 69년 황제에 오른 베스파시아누스는 랍비의 예언이 성취된 데 대해 놀라며, 후임 사령관인 아들 ‘티투스’에게 약속을 지키도록 명령했다. 이로써 유대 교육이 소멸 위기에서 살아남게 되었다.

유대인 포로들이 콜로세움 세워

로마제국이 가장 고전한 전쟁이 로마-유대 전쟁이었다. 오죽했으면 승전 후 이를 기념하여 최초의 개선문을 만들었다. 유대인 역사가 요세푸스에 따르면, 예루살렘 공방전 당시 성 안에 유대인 270만명이 있었는데, 전쟁 중 110만명이 사망했고 포로로 잡혀 간 유대인이 9만7000명이었다. 이 유대인 포로들이 건설한 게 로마의 콜로세움이다. 전쟁으로 열심당, 제사장 중심의 사두개파, 쿰란 수도원의 에세네파가 모두 소멸하고 오직 바리새파만 살아남았다. 이때 유대교는 사두개파의 전멸로 제사장이 없어져 평신도들이 지키는 종교가 되었다. 이후 유대교는 사제 없이 공부를 많이 한 학자, 곧 랍비가 이끄는 전통이 섰다.

요하난 벤 자카이는 텔아비브 인근 야브네에 율법 학교를 세우고 매년 랍비를 길러내 세계 각지의 유대인 마을에 보냈다. 그들은 거기서 시나고그를 세우고 토라와 탈무드를 가르쳤다. 이후 유대인에게 교육은 곧 신앙이었다. 벤 자카이는 비록 나라는 망해 없어졌지만 학교를 통해 유대교와 전통이 계승된다면 유대 민족은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았다. 이렇게 유대인들은 뿔뿔이 흩어져 디아스포라로 생활하면서도 교육을 통해 그들의 언어와 정체성, 곧 민족혼을 잃어버리지 않고 2000년 이상 간직할 수 있었다. 그만큼 교육의 힘은 무섭다.







1917년 영국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의 국가를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히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유대인들은 대학 설립을 위해 모금 활동에 나섰다. 사진은 아인슈타인(왼쪽)과 하임 바이츠만 박사. 훗날 바이츠만은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이 됐다. /위키피디아







[아인슈타인·바이츠만… 이스라엘 건국 전부터 팔레스타인에 대학 설립]

‘밸푸어 선언’이 1917년에 있었다. 이는 1차대전이 끝나면 유대인들의 나라를 팔레스타인에 세울 수 있도록 영국이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유대인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그 땅에 학교부터 세운 것이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훗날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이 된 하임 바이츠만은 세계를 돌며 자금을 모아 테크니온 공대(1924년 개교)와 히브리 대학(1925년 개교)을 설립했다. 교육이 앞으로 탄생할 이스라엘의 장래를 책임질 것이라고 본 것이다.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이 건국되자 1차 중동전쟁이 터졌다. 이집트 전투기들이 이스라엘을 폭격했고,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등 아랍 5국이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당시 이스라엘 유대인 인구는 65만명이었고, 아랍연합 인구는 1억4000만명이었다. 이스라엘군과 민간인들은 기적적으로 신생 조국을 지켜냈다. 테크니온 공대 졸업생들이 빵집 등 일터의 지하 공장에서 몰래 무기를 만들어 전쟁에 대비해온 덕이었다.

전쟁이 터지자 세계 각지에서 유대인들이 몰려들어 3년 만에 이스라엘 인구가 2배로 늘어났다. 이후 3차례나 더 중동전쟁이 있었지만 이스라엘은 막아냈다. 이를 계기로 이스라엘은 방위산업을 근간으로 하는 벤처 기업들이 탄생해 하이테크 산업을 주도했다. 오늘날에도 히브리 대학과 테크니온 공대가 이스라엘의 교육과 산업을 이끌고 있다. 교육의 중요성을 2000년 이상 역사적으로 증명해온 민족이 유대인이다.

조선일보 

2022년 4월 1일 금요일

꿀벌 사라지면 수박·호박·아몬드 못 먹을 수도 있어요

 




봄철 꿀 수확기를 앞두고 국내 양봉 농가에서 꿀벌이 사라져 비상이 걸렸어요. 미국과 유럽에선 이미 2006년부터 꿀벌이 집단 실종되고 있다고 합니다.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서식지 파괴, 기후변화, 과다 농약 살포, 환경오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해요.

꿀벌은 세계적인 환경 단체 '어스 워치'가 꼽은 '지구상에서 절대 사라져서는 안 될 5종(꿀벌·플랑크톤·박쥐·균류·영장류)' 가운데 1위로 뽑혔는데요. 세계 과학자들이 모여 토론과 투표로 선정했답니다. 이 생물 5종은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기에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종으로 꼽힌 걸까요.

지구 최대의 꽃가루 매개자 꿀벌

"지구에서 꿀벌이 사라진다면 4년 안에 인류도 사라진다." 국제 과학계에선 이런 말이 오래전부터 돌았어요. 그만큼 꿀벌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예요. 꿀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머리에 옮기는 '꽃가루받이'입니다. 대부분의 식물이 꽃가루받이를 통해 열매와 씨를 맺어 자손을 퍼뜨리지요.

인간이 재배하는 1500종의 작물 중 40%는 곤충을 통한 꽃가루받이가 이뤄지는데요. 그중 꿀벌이 80%의 역할을 해요.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종의 주요 농작물 중 수박·호박·양파·아몬드·사과 등 71종이 꿀벌의 꽃가루받이로 생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이런 농작물을 못 먹어 식량난이 심각해지게 되지요. 게다가 먹이사슬까지 영향을 미쳐 지구 생태계의 균형이 파괴될 수 있어요. 대부분의 식물이 열매를 맺지 못해 사라지고, 그러면 초식동물이 대규모로 멸종될 거예요. 벌을 먹는 새들도 사라지고, 초식동물을 먹는 고등 동물도 사라지겠죠. 미국 하버드대 새뮤얼 마이어 교수는 국제 학술지 랜싯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식량난과 영양실조로 한 해 142만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바다 먹이사슬의 기초 플랑크톤

바다나 담수에 사는 플랑크톤은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플랑크톤은 '어떻게 먹고 사느냐'에 따라 식물성과 동물성으로 나뉘어요.

식물플랑크톤은 육지 식물처럼 광합성을 해서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어내는데요. 햇빛·물·이산화탄소를 재료로 산소와 영양분인 탄수화물을 만들며 살아가요. 물고기의 부레와 같은 공기주머니를 가지고 있어서 항상 수면에 떠 있기 때문에 광합성에 필수인 햇빛을 마음껏 받을 수 있어요. 식물플랑크톤은 지구온난화를 안정화하는 역할을 해요. 광합성 작용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저장하고, 지구상에 있는 산소의 50% 이상을 만들어내 대기의 질을 향상시키죠. 유기물을 만드는 '1차 생산자'인 셈이에요.

반면 동물플랑크톤은 식물플랑크톤과 박테리아 등을 잡아먹는 '1차 소비자'예요. 동물플랑크톤은 조개·새우와 같은 생물의 먹이가 되는데, 이 생물들은 더 큰 생물의 먹이가 되겠죠. 결국 플랑크톤이 물속 세상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는 셈입니다.

만일 플랑크톤이 사라진다면 물속 생물들은 굶어 죽고 말 거예요. 수중 생태계 또한 무너지겠죠.

효소 분비해 먹이 분해하는 균류

자연의 청소부로 불리는 균류는 효소를 분비해 먹이를 분해하는 특성이 있어요. 이들은 생물의 사체나 동물의 배설물에 균사(菌絲)를 뻗어 분해하며 영양분을 얻는데요. 이 과정에서 물질을 썩혀 토양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순환이 이뤄지고, 식물이 흙에서 영양분과 수분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해요. 만약 균류가 없다면 지구는 온통 죽은 생물과 배설물로 뒤덮일 거예요. 곰팡이는 발효 기능도 있어서 이로운 식품을 만들어내기도 해요. 우유에 발효 곰팡이가 자라도록 두면 치즈가 돼요. 곰팡이가 없다면 된장·초콜릿·포도주·커피 등도 만들 수 없게 되겠죠.

열대 과일 꽃가루 수정하는 박쥐

박쥐는 천연 살충제 역할을 해요. 하늘을 나는 유일한 포유류인 박쥐 한 마리가 하룻밤에 잡아먹는 해충은 3000~6000마리에 달해요. 박쥐는 초음파를 사용해 어둠 속에서도 비행 중인 곤충을 정확히 사냥할 수 있도록 진화했어요. 박쥐가 먹는 곤충은 대부분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이에요. 경제적 가치로 따지면 수십억 원어치 살충제를 뿌리는 효과죠. 박쥐가 없다면 우리는 모기떼와 나방에 둘러싸여 살고, 해충으로 매년 농작물이 20% 정도 사라질 거라고 해요.

열대지방에 사는 박쥐는 열대 과일의 꽃가루를 수정해 열매를 맺도록 돕는 역할도 해요. 열대 과일은 대부분 밤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낮에 활동하는 벌은 꽃가루받이를 할 수 없어요. 야행성인 박쥐 덕분에 우리가 망고·코코넛·바나나 같은 열대 과일을 먹을 수 있는 거예요.

영장류는 열대 숲의 정원사예요. 숲에서 과일을 따 먹고 배설로 씨를 퍼트려 열대 우림을 유지시켜 주기 때문이에요. 인간과 유전자가 90% 이상 같아서 영장류 연구를 통해 인간의 기원과 발달 과정도 가늠할 수 있답니다.


[커피 발효에도 미생물 필요해요]

커피를 만들 때에도 발효 과정을 거쳐요. 커피체리는 외피·과육·점액질·내피·씨앗 등으로 구성돼 있는데요. 커피콩을 가공하기 위해서는 기계를 이용해 커피체리의 외피와 과육을 제거하고, 그 뒤 수조에 넣어 점액질을 제거해야 해요. 이 과정에서 미생물들이 다당류로 이뤄진 점액질을 분해하며 발효가 이뤄진답니다. 보리나 우유 등은 원재료를 발효시켜 와인·치즈·요구르트 같은 새로운 식품을 만드는 데 반해, 커피 발효는 제조 과정의 일부인 셈이에요.


 [재미있는 과학]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