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1일 화요일

일반상대성이론 - 절친 수학자가 열어준 아인슈타인의 기적


수학과 가장 ‘썸’을 많이 탄 과학자는 아인슈타인일 거 같네요. 그는 수학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1896년 스위스 연방 공대에 입학해 헤르만 민코프스키 등 당 대 저명한 수학자들에게 배울 기회가 있었지만, 강의에도 잘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민코프스키조차 “아인슈타인은 내 수학 시간에 아주 게으른 학생이었다”고 회고했을 정도니까요. 덕분에 졸업도 제대로 못 할뻔 했습니다. 그의 절친 마르셀 그로스만이 없었다면 말이지요. 그로스만이 빌려준 노트를 보고 몇 달 동안 벼락공부를 한 덕분에 아인슈타인은 1900년 8월 졸업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민코프스키의 시공간을 받아들이다

뛰어난 수학자였던 그로스만은 수학을 싫어하는 아인슈타인이 리만과 민코프스키의 기하학적 개념들을 받아들여 일반상대성이론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통로 역할을 했습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시공간의 구조와 중력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질량을 가진 물체 주위로 시공간이 휘어지고, 휜 시공간을 따라 물체가 이동하는 현상이 우리에 게 중력으로 나타난다는 말입니다. 지금 생각해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개념인데, 아인슈타인이 살았던 100년 전에는 오죽 했을까요. 시간과 공간이 한 묶음이라는 ‘시공간’이라는 개념조차 막 등장한 따끈 따끈한 아이디어였거든요.

3차원 공간과 1차원 시간을 묶어 4차 원 시공간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사람은 아인슈타인이 ‘띄엄띄엄 봤던’ 스승 민코프스키였습니다. 민코프스키는 1908년 독 일 괴팅겐대 강연에서 “지금 이 순간부터 공간과 시간은 그 자체로서 의미가 없으므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입니다.

두 개념이 결합된 형태만이 독립된 실체로서 가치를 유지하게 될 것입니다”라는 혁 명적인 주장을 합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 후로도 2년 동안이나 민코프스키의 연구를 무시했고요. 우여곡절 끝에 아인슈타인은 민코프스키의 주장을 받아들이게 되고, 4차원 시공간 기하학은 일반상대성 이론의 토대가 됩니다.

그로스만과 리만 기하학

4차원 시공간과 함께 일반상대성이론 탄생에 결정적 기여를 한 수학이론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리만 기하학’입니다. 독일의 수학자 리만은 19세기 중반 ‘기하 학의 기초를 이루는 가설에 대하여’라는 유명한 강연에서 구부러진 공간의 기하학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공간이 평평하지 않다는 생각은 당시로서는 혁명적인 발상 이었습니다. 먼 옛날 그리스 수학자 유클 리드가 기하학을 정립한 뒤 2000년 가까이 ‘평평한 공간’ 개념이 수학과 물리학을 지배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 자체가 휘어있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지요.


아인슈타인은 민코프스키의 4차원 시공간 개념과리만기하학을 받아들여 일반상대성이론을완성한다. 아인슈타인과 대학동기였던 수학자 그로스만은아인슈타인에게 고등수학을 가르쳐준과외선생님이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은 민코프스키의 4차원 시공간 개념과리만기하학을 받아들여 일반상대성이론을완성한다. 아인슈타인과 대학동기였던 수학자 그로스만은아인슈타인에게 고등수학을 가르쳐준과외선생님이기도 했다


아인슈타인 역시 처음에는 리만 기하학을 부정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일반상대성 이론은 아인슈타인의 다른 이론들에 비해 무척 힘겹게 만들어진 편입니다. 이론을 완성하기 위해 온갖 시행착오를 겪던 아인 슈타인은 1912년 8월 모교인 스위스연방 공대의 교수로 취임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그로스만과 함 께 일반상대성이론을 만드는 공동작업을 시작합니다. 그로스만에게서 고등수학 지식을 얻은 아인슈타인은 이론 완성에 한 걸음 다가서는데, 대학 때 그로스만이 꼼 꼼히 정리해 둔 노트가 빛을 발하지요. 드디어 아인슈타인은 1915년 11월 자신의 이론에 리만 기하학을 접목시킵니다. 일반 상대성이론이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수학자 친구 덕분에 졸업 시험을 통과했을 뿐더러 가장 위대한 물리법칙을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수학과 제대로 썸을 탄 거겠죠?

일반상대성이론이 탄생하기까지일반상대성이론이 탄생하기까지

시공간이 휘었다니?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시공간이 휘어져있다. 수학적으로 곡률이 0이 아니라는 말이다. 3차원의 지구를 2차원 지도에 평평하게 편다고 생각해보자.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뉴욕까지 최단거리로 이동한다고 했을 때, 지도에서는 굽어있는 공간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먼 거리를 돌아가는 것처럼 왜곡돼 보인다. 이런 경우 곡면의 굽은 정도를 나타내는 ‘곡률’이 0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이 시공간이 굽어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까? 상자를 자유낙하시키면서 동시에 그 안에서 수평방향으로 세 개의 공을 던진다고 생각해보자. 지구의 만유인력은 지표면에 가까울수록 커지고 멀리 있을수록 작아진다(거리의 제곱에 반비례). 가운데(상자의 중심) 있는 공은 상자에서 보면 등속도 운동을 한다. 위에 있는 공은 상자보다 약간 작은 가속도로 낙하하고, 아래 공은 상자보다 약간 강한 가속도로 낙하한다. 따라서 처음에는 세 공이 평행하게 움직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멀어진다. 이것이 휘어진 시공간의 증거다. 지구의 질량에 의해 지구 주위 시공간도 굽어진 것이다.

과학동아

7전 8기, 일반상대성이론의 탄생


아인슈타인이 1905년에 발표한 논문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관하여’는 처음에 그리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당시 독일 물리학계의 거장이었던 막스 플랑크가 이 논문을 크게 칭찬하자 비로소 물리학자들은 논문을 쓴 이를 궁금해 했다. 몇몇 물리학자들은 베른 특허국을 찾아가 아인슈타인을 찾았다.

자유주의자 같은 옷차림의 젊은 특허국 심사관은 다소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면서 이들을 맞았다. 이 젊은 재야 물리학자는 자신의 논문에 대한 어떤 질문에도 모두 답할 수 있을 만큼 자신 있었다.

특허국에서 2년을 더 일한 뒤인 1907년, 아인슈타인은 드디어 스위스 베른대에 자신의 여러 논문과 이력서를 제출했다.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대학으로 가야 했던 것이다. 박사학위논문이 통과된 지 얼마되지 않은 젊은 물리학자였지만, 아인슈타인은 이미 17편의 논문을 출판했다. 1908년 29살의 아인슈타인은 드디어 교수자격학위를 얻었다.



드디어 교수가 된 아인슈타인


하루 종일 꼬박 특허국에서 일해야 했던 아인슈타인은 강의를 이상한 시간에 잡았다. 열의 분자운동이론을 다뤘던 첫 강의는 토요일과 일요일 아침 7시부터 8시까지. 수강자는 단 세 명이었고, 그 중 하나는 아인슈타인의 절친한 수학자 친구 미셸 베소였다.

그해 겨울학기의 두번째 강의는 매주 수요일 저녁 6시에서 7시까지 수강자 네 명 앞에서 진행했다. 그러던 중 스위스 취리히대에서 부교수 채용공고가 났다. 1867년 클라우지우스가 떠난 뒤 없어졌다 부활한 이론물리학부였다. 아인슈타인은 당연히 지원했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이었던 알프레트 클라이너의 추천사가 흥미롭다.

“아인슈타인은 오늘날 가장 중요한 이론물리학자중 한 사람입니다. 상대성원리에서 그의 비상하게 예리한 통찰력과 탐구능력, 명쾌함, 엄밀한 필치를 알 수 있습니다.”

1909년 아인슈타인은 취리히대의 이론물리학 부교수로 선출됐다. 1911년 체코 프라하의 칼 페르디난트대 정교수로 옮긴 뒤에는 중력에 관한 논문을 여러편 발표했다. 그 중 ‘빛의 진행에 중력이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라는 논문에서, 태양의 중력 때문에 별빛이 휘어져 보일 수 있음을 계산하고, 그 편차를 0.83초(1초는 3600분의 1。)로 예측하기도 했다(아인슈타인은 1915년 이 값의 두 배인 1.6초가 올바르다고 수정했다).

1912년 가을 아인슈타인은 모교 취리히 연방공대(ETH)의 정교수가 됐다. 본격적인 연구는 이제부터였다. 대학시절부터 오랜 친구였던 마르셀 그로스만과 함께 특수상대성이론을 일반화한 이론을 만들기 시작했다. 1913년 아인슈타인과 그로스만의 공동논문 ‘일반화된 상대성이론 및 중력 이론의 개요’가 출판됐다. 기존 상대성이론을 일반화할 필요성과 방법을 다뤘고, 중력이론과의 관계를 보여줬다. 매우 중요한 연구결과였다. 하지만 논문에서 제시된 중력장 방정식은 ‘어떤 좌표변환에 대해서도 똑같은 모습을 띠어야한다’는 성질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아인슈타인-그로스만의 새로운 이론은 특수상대성이론보다는 더 일반적이었지만, 아직은 일반상대성이론이라 부를 수 없었다. 1913년 8월 아인슈타인이 로렌츠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이런 타협에 대해 얼마나 불만족스러워 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이론에 대한 제 믿음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습니다. … 우리가 얻은 중력장 방정식은 일반좌표변환에 대한 공변성(변환에도 똑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성질)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단지 선형변환에 대한 공변성만 확인됐을 뿐입니다. 그렇지만 이 이론의 전체적인 믿음은 바로 좌표계의 가속이 중력장과 동등하다는 확신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론의 방정식들에서 선형변환 외의 다른 변환이 허용되지 않는다면, 이 이론은 바로 그 출발점과 모순을 일으키며,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이 공중에 떠버린 셈입니다.”





오류투성이였던 1914년 논문

이 무렵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새로운 생각을 강의나 논문지도와 같은 귀찮은 업무에 시달리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전개할 수 있는 자리를 갈망하고 있었다. 1913년 봄 막스 플랑크는 아인슈타인에게 독일 베를린대 정교수직과, 새로 건립된 물리-기술 제국연구소(PTR) 소장 자리를 제안했다. 강의나 잡무에 시달리지 않고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아인슈타인으로서는 이를 사양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드디어 1914년 3월 말 베를린에 도착한 아인슈타인은 그 누구보다 행복한 생활을 하며 연구에 몰두했다.

개인적인 환경은 점점 좋아졌지만,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졌다. 모처럼 찾아온 자유로운 학문의 기회는 1914년 7월,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하면서 얽히기 시작했다. 아인슈타인은 제1차 세계대전의 포화 속에 프로이센 과학학술원에 기존보다 진일보한 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여전히 오류투성이였다. 다행히 아인슈타인의 접근이 틀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당시로선 아무도 없었고, 그 오류를 처음 알아낸 사람도 아인슈타인 본인이었다.


[아인슈타인이 그로스만과 함께 일반상대성이론의 기초를 잡았던 취리히 연방공대.]

아인슈타인이 오류를 극복하고 최종적인 중력장 방정식을 얻게 된 데는 수학자 다비트 힐베르트의 공로가 크다. 1915년 6월 28일 힐베르트가 아인슈타인을 독일 괴팅겐대로 초빙해 한 주 동안 세미나를 하게 했다. 세미나는 아인슈타인에게 큰 자극이 됐다(Plus 참조). 그로부터 몇 달 동안 아인슈타인은 새로운 상대성이론과 중력이론을 만드는 데 골몰했다. 그리고 7월에서 10월 사이에는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수정했다. 그동안의 이론에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깨달은 것이다.

1915년 11월 4일 아인슈타인은 그로스만과의 공동연구에서 얻었던 이전의 중력장 방정식을 과감히 버렸다. 연구는 순조로웠다. 2주 뒤인 11월 18일 아인슈타인은 새로운 중력 이론의 두 가지 관측결과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수성의 근일점 운동(태양 외 다른 천체의 영향으로 근일점이 미세하게 변하는 현상)이 100년 동안 43초임을 유도했고, 중력장에서 빛의 휘어짐을 이전에 자신이 계산했던 것(0.83초)의 2배(1.6초)라고 고친 것이 이 때였다. 11월 25일, 아인슈타인은 드디어 일반상대성이론을 완성했다. 프로이센 과학 학술원 물리학-수학 분과에 ‘중력장 방정식’이라는 논문을 발표했고, 1916년 3월 20일에는 ‘물리학 연보’에 논문 ‘일반상대성이론의 기초’를 제출했다.

역사적인 이론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이 최종결과에 적이 만족했다. 여기서 계산한 수성의 근일점 이동은 이미 오래 전에 정밀하게 관측된 값과 잘 맞아 떨어졌고, 이론 역시 논리에 빈틈이 없었다. 특수상대성이론을 고안하게 된 동기 중 하나였던 ‘물리 법칙은 모든 좌표계에서 동등하다’는 원리도 충족시켰고, 중력이 약한 경우에는 고전적으로 잘 확립된 뉴턴의 중력이론도 도출할 수 있었다. 명실공히 새로운 그리고 올바른 중력이론을 얻은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이 새로운 중력장방정식을 풀어서 시간과 공간의 근본적인 모습을 밝혀내고 이를 해석하는 일이었다.
과학동아

상대성이론 이해하기

PART2. 상대성이론 이해하기PART2. 상대성이론 이해하기

세상에서 일반상대성이론을 이해하는 사람은 10명도 되지 않을 것이다, 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일반상대론은 까다롭고 복잡하다. 뉴턴의 중력이론을 ‘물체와 시공간의 상호작용’으로 대체한 일반상대론은 인류의 지성사에서 기념비가 될 만한 업적이다. 지금부터 우주선을 타고 다섯 단계로 압축된 일반상대론의 우주를 탐험해 보자. 좀 어렵긴 해도 찬찬히 여행을 끝낸다면 당신은 ‘일반상대론을 이해하는 11번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과학동아

우주를 뒤바꾼 일반상대성이론

PART3. 우주를 뒤바꾼 일반상대성이론PART3. 우주를 뒤바꾼 일반상대성이론

100년 전 사람들이 생각한 우주는 지금과 많이 달랐다. 태양계에 대해서는 꽤 잘 알았지만, 그 바깥은 거의 몰랐다. 우주 전체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명확히 알아차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별들이 조금씩 움직이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아인슈타인도 우주는 영원불변한 정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오직 단 하나, 일반상대성이론만이 ‘진화하는 우주’를 예측했다.

위의 이미지는 인포그래픽 코너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위의 이미지는 인포그래픽 코너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위의 이미지는 인포그래픽 코너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과학동아

일반상대성이론 완성한 집단지성의 힘


참호에서 발견한 첫 번째 해
칼 슈바르츠실트

전선에는 겨울비가 내렸다. 참호의 진흙 위로 깔아놓은 나무판자를 밟으며 벙커로 들어갔다. 슈바르츠실트는 독일 포츠담 천문대장으로 있다가 1차 대전이 일어나자 자원입대해서 동부전선에 복무하는 중이었다. 그는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론 방정식을 발표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전선에서 정확한 답을 하나 찾아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지금 그는 야전 의자에 우울하게 앉아 있었다. 그를 괴롭히는 자기면역 질환인 천포창 때문일 것이다. 손등에 물집 흔적이 보였다.

┗ 방정식의 정확한 해를 너무 빨리 구하셔서 아인슈타인도 깜짝 놀랐다던데요.




“그런가요? 내가 구한 해는 그리 어려운 게 아닌데…. 나는 가장 간단한 경우를 생각했을 뿐입니다. 구 대칭성만 있고 아무런 움직임도 없는 상태지요. 아, 아인슈타인 박사는 직교좌표계로 계산하셨던 모양입니다. 구 좌표계로 계산했더니 곧 풀렸어요. 간단하지만 의미 없는 해는 아닙니다. 오직 별 하나만 있는 경우지요.”

┗ 두 편의 논문을 보내셨더군요.

“네. 1915년 12월 22일의 논문은 별 바깥의 중력에 대해, 두 번째 논문은 별 안에서의 중력에 대해 구한 것입니다. 이 조건에서는 오직 별의 질량에 의해서 모든 것이 결정됩니다.”

┗ 박사님이 구한 해에 특이점이 나타난다는 것은 아셨습니까?

“유한한 반지름에서 특이점이 나타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보통 그런 것은 거리가 0이라든가 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만 나타나는데요. 아직도 그 의미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상황에서는 빛도 중력을 이기지 못해서 빠져나가지 못하거든요. 하긴 유한하다해도 태양이 반지름 3km 이하로 뭉쳐버리는 거니까 아마 그런 일은 없겠지요.”

나올 때에도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다. 나는 문득, 그가 앞으로 두 달 뒤에 죽는다는 것을 그에게 가르쳐 주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는 팽창할 수 있다!
알렉상드르 프리드만


1924년 러시아 북서부 도시 성 페테르스부르크는 레닌그라드로 이름이 바뀌었고 성 페테르스부르크 대학도 레닌그라드 대학이 되었다. 알렉상드르 프리드만의 연구실에는 오후의 햇살이 따뜻하게 비췄다.

┗ 교수님의 최근 논문에 대해서 여쭤보고 싶습니다. 제목이 “공간이 일정한 음의 곡률을 가지는 세계의 가능성에 대해서”였죠.

“네, 아인슈타인 방정식이 시공간에 대한 방정식이라면 그 해는 세계의 모습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는 우주가 모든 곳에서 똑같이 균질하다는 가정 아래서 기하학의 가능성을 고려해보고자 한 겁니다. 곡률이 0이면 익숙한 평평한 공간이지만, 곡률이 음인 공간도, 양인 공간도 모두 가능합니다.”

┗ 그런 공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시간에 따라 우주의 스케일이 달라질수 있습니다. 즉 공간이 팽창하거나 수축할 수 있다는 말이죠. 그 정도는 우주의 에너지 밀도에 따라 결정됩니다.”

┗ 아인슈타인은 처음에 반대했다던데요.

“아마도 결론이 뜻밖이다 보니 선입견 때문에 계산을 착각했던 모양입니다. 나중에 가서 제 답이 맞다고 인정했습니다.”

┗ 우리가 사는 우주가 정말 팽창하거나 수축할 수도 있을까요?

“글쎄요. 저는 수학자로서 이 방정식의 해를 구한 것입니다. 이 방정식이 정말 이 우주의 시공간을 묘사한다면, 그런 우주도 가능하다는 말이지요. 실제로 우주가 그런지는 관측을 해봐야 알겠지요. 그건 제 영역은 아닙니다만.”

프리드만 교수로부터 방정식의 풀이에 대한 설명을 한참 듣고 연구실을 나올 때, 안경을 낀 젊은 학생이 나와 엇갈려서 연구실로 들어갔다. 문을 닫는데 학생의 목소리가 얼핏 들렸다. “가모프라고 합니다.”

일반상대론의 2인자
아서 에딩턴


일식 때 태양 주위에서 빛이 휘는 현상을 직접 관측한 에딩턴 경을 만나러 영국 케임브리지 천문대에 도착했다. 에딩턴 경은 일반상대론을 유명하게 만든 사람이며, 동시에 일반상대론에 대해서는 당대에 아인슈타인 다음으로 유명했던 사람이다.

┗ 최근 팽창하는 우주에 관해 글을 발표하셨더군요.

“미국의 허블 박사가 발견한 결과를 보면 우리 우주의 공간이 팽창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일반상대론 방정식의 결과와도 잘 어울리고요. 제 밑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벨기에 출신의 르메트르 박사가 예전에 비슷한 내용의 우주론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이번 허블 박사의 관측 결과는 이를 뒷받침하는 셈이지요.”

┗ 경께서는 아인슈타인을 제외하면 상대성이론 최고의 전문가로 불리십니다.

“그런가요? 하긴 내가 1923년에 낸 책 ‘상대성의 수학적 이론’을 두고 아인슈타인도 ‘최고로 잘 쓴 책’이라고 칭찬했지요. 나만큼 일반상대론의 의미와 가능성을 바로 눈치 챈 사람은 없었을 겁니다. 일반상대론은 우주의 모습을 보는 아주 훌륭한 도구입니다.”

┗ 아프리카의 프린시페에서 빛의 휘어짐을 관측하셔서 일반상대론을 직접 증명하셨습니다. 관측하는 데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벌써 11년 전이군요. 사실 그날 아침에 비가 쏟아졌습니다. 일식이 일어났을 때 날이 개어서 천만다행이었지요. 사진을 16장 찍었는데, 분석할 수 있는 사진은 2장뿐이었어요.”

┗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는 사람이 세사람밖에 없다는 말씀은 어떻게 된 거죠?

“그건 사실 실버스타인이라는 친구가 잘난 체를 하려고 한 말이었습니다. 프린시페에서 막 돌아와 관측 결과를 논의하는 왕립학회 회의에 참석했어요. 실버스타인이 내게 와서, 내가 상대성이론을 정말로 이해하는 세 사람 중 하나라는 겁니다. 아인슈타인과 자기가 다른 둘이라는 뜻인 거죠. 그래서 대답을 안 하니까, 왜 그렇게 가만히 있느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세 번째 사람이 대체 누구일까 생각중이라고 말해줬죠. (웃음)”

에딩턴 경은 매력적이고 위트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일반상대론에 이론적 기여를 크게 한 것은 아니지만, 누구보다 먼저 그 가능성을 알아보고 연구했으며, 많은 책과 강연을 통해 이 이론을 널리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주 팽창 발견한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


미국 윌슨 산 천문대의 커다란 돔에 들어가자 거대한 100인치 후커 망원경이 위용을 드러냈다. 밤마다 이곳에서 망원경을 들여다보던 허블이 1929년 20세기 천문학의 가장 위대한 발견을 이룬 곳이다. 그는 그 옆에 파이프를 물고 군용 트렌치 코트를 휘날리며 서 있었다.

┗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박사님. 이 망원경으로 1929년의 그 발견을 하신 건가요?

“은하의 적색편이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당시에 멀리 있는 은하들이 강하게 적색편이를 보인다고 몇몇 사람들이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조수인 휴메이슨과 함께 46개의 은하를 체계적으로 조사했는데, 거의 모두가 적색편이를 보이더군요. 게다가 편이의 정도가 지구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일관되게 달라지는 겁니다.  분석 결과 지구에서의 거리와 적색편이로부터 구한 은하의 속도는 거의 비례했습니다.”


 

┗ 그 관계가 무슨 의미인가요?

“은하들이 모두 적색편이를 보인다는 것은 지구로부터 멀어진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멀어지는 속도가 지구에서의 거리에 비례한다면…, 이걸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요. 우주라는 공간 자체가 팽창하는 겁니다.”

┗ 우주가 정말 팽창한다면 첫 증거를 발견하신 셈이군요.

“그렇죠. 우리는 당장 더 많은 은하를 조사하기로 결정했고, 1931년에 다시 한번 거리와 속도의 관계를 확인했습니다. 사실 네덜란드의 드지터 교수가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풀어서 우주가 팽창하면 우리의 관측 결과를 설명할 수 있다고 하셨다는군요. 벨기에의 한 신부님도 그 비슷한 이야기를 했고요. 어쨌든 우리는 그것을 확인한 셈입니다.”

┗ 정말 대단한 발견을 하셨습니다. 노벨 물리학상은 확실하군요.

“감사합니다만, 천문학자에게 노벨 물리학상이 돌아갈지는 글쎄요….”

노벨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내내 자신만만하던 허블의 눈빛이 일순간 간절하게 빛났다. 순간적으로 마음이 흔들려서, 당신은 노벨상을 타지 못한다는 말은 도저히 해 줄 수가 없었다.

블랙홀과 원자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


그는 이번 인터뷰 중에서 가장 섬세하고 까다로운 인물이며, 또한 가장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일 것이다. 한때 현대물리학의 상징이었고, 정치와 과학이 만나 일으키는 파열음 같은 존재였던 오펜하이머. 인터뷰는 그가 미국 프린스턴 고등연구소 소장이었던 1949년, 그의 방에서 이뤄졌다.

┗ 1930년대 UC버클리와 칼텍에서 일반상대론에 대해 어떤 연구를 하셨나요?

“우선 중성자핵으로 이뤄진 중성자별이 무한정 커질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살펴봤습니다. 내 학생 중에 모스크바출신인 볼코프가 이 문제를 맡았습니다. 칼텍에 있는 동료 톨먼도 도와줘서, 우리는 중성자별에도 백색왜성처럼 가능한 최대 질량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그 값을 추산해냈습니다.”

┗ 그 질량을 넘어서면 어떻게 되죠?

“그러면 중력이 강해서 시공간이 훨씬 심하게 휘어지고 일반상대론의 방정식을 풀기가 더욱 어려워지겠죠. 그래서 복잡한 수학문제를 누구보다 잘 푸는 스나이더를 택했습니다. 우리는 가장 간단한 경우, 즉 회전하지 않고 완전한 구형이며, 복사는 무시하고 밀도는 일정한 별을 생각했습니다.”

┗ 슈바르츠실트의 경우처럼요.

“그래요. 중력이 강해지면 별 자체가 붕괴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해서 그 과정을 보기 위해 별이 안쪽으로 폭발(내파)하는 것을 방정식으로 만들고 이를 풀었습니다. 외부에서 보면, 내파하는 별은 내파가 느려지다가 궁극적으로 임계 크기에서 멈추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는 실제로 내파가 멈추는 것이 아니라 중력에 의한 시간 지연 때문입니다. 별 입장에서 보면 임계 크기 이하로 내파는 계속되고 별은 계속 수축하지요. 시공간은 강하게 휘어지지만 결코 극단적인 곡률을 가지지는 않습니다. 중력이 무한대가 되는 것도 아니죠. 그러나 별이 임계 크기가 되면 별에서 나오는 빛의 적색편이는 무한대가 됩니다. 즉 별이 임계 크기가 되는 순간 외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임계 크기에서 잘려나가듯이 별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는 겁니다.”


┗ 그 논문이 그리는 것이 바로 블랙홀이군요. 그리고는 연구가 중단되었지요.

“잘 아시다시피…. 그 논문이 학술지에 실린 날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공했어요. 그리고 맨해튼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전쟁 후엔 세상도, 나도, 이전처럼은 결코 될 수 없었죠.”

┗ 다시 일반상대론 연구로 돌아가실 생각은 해보지 않으셨나요?

“글쎄요. 지금 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양자전기역학을 완성하는 일입니다. 게다가 나는 이 연구소를 맡게 되었고…, 모든 일에는 맞는 때가 있는 법이니까요.”

그는 다시는 물리학 연구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었다. 사실 그보다 더 큰 시련이 이제 막 시작되려던 참이었다. 그로 인해 그는 상처 받고 모욕을 당하고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나는 이제 그에게 상처를 준 사람 중 하나를 만나러 간다.



블랙홀의 아버지 존 휠러

휠러는 1960년대 미국에서 일반상대론 연구의 중심이었던 사람이다. 사실 그는 상대성이론뿐 아니라 파인만이나 휴에버렛과 같은 양자론 전문가들의 지도 교수기도 하다. 그는 또한 블랙홀, 웜홀, S-행렬 등 독특한 물리학 용어를 만든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 교수님이 일반상대론을 연구하신 과정을 말씀해 주십시오.

“사실 이전에 저는 핵분열에 관한 이론을 주로 공부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핵무기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후 물리학의 세계로 돌아오면서, 1956년쯤 갑자기 찬드라세카르, 란다우, 오펜하이머의 논문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질량이 아주 큰 별은 정말 어떻게 되는 걸까? 이것이 아마도 일반상대론에서 가장 중요하고 도전해볼 만한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학생 해리슨과 함께 핵반응이 끝난 별들의 상태방정식을 구했습니다. 저는 이전에 양자역학과 핵물리학을 연구한 경험이 있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은 유리했을 겁니다.”

┗ 그러고 보니 선생님은 미국의 수소 폭탄 프로젝트에도 관여하셨습니다.

“네, 저는 핵무기에 대해서 다른 물리학자들과 생각이 다릅니다. 원자폭탄을 더 일찍 만들어서 전쟁이 더 일찍 끝났다면 1944년에 죽은 제 동생 조를 포함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이 문제는 다른 기회에 들어야겠군요. 일반상대론 이야기로 돌아갈까요?

“그러죠. 다음으로 박사후연구원인 마사미 와카노와 함께 상태방정식으로 중성자별과 백색왜성에 대해서 연구했습니다. 사실 수소폭탄 프로젝트의 경험이 컴퓨터를 이용해서 고도의 계산을 하는데 큰 도움을 줬습니다. 아마 오피(오펜하이머의 애칭)가 30년대에 며칠씩 걸리던 일을 우리는 불과 한두 시간 만에 해치웠을 겁니다. 그 결과, 다양한 상태에서 별들의 운명을 알아냈습니다.”



┗블랙홀이라는 이름을 만드신 주인공이라고 들었습니다.

“사실 정확히 말하자면 제가 만든 건 아닌데(웃음). 원래 저는 별이 안으로 폭발해서 블랙홀이 생긴다는 오피의 결론을 믿지 않았습니다. 특이점을 싫어하는 것은 물리학자들의, 특히 이론물리학자들의 본능이지요. 그런데 연구를 거듭하면서 점차 블랙홀을 인정하게 됐죠. 이론적으로 블랙홀이 가능하다는 것은 이미 오피가 증명한 일이니까, 이를 받아들이는 건 심리적인 문제였다고 해야겠네요. 블랙홀이라는 이름은 1967년에야 지은겁니다. 그때까지는 주로 ‘슈바르츠실트 특이점’이라고들 불렀고, 저는 ‘붕괴된 별’, 정확히는 ‘중력에 의해 완전히 붕괴된 것’이라고 불렀죠. 강연을 할 때마다 그 이름을 반복한다고 생각해 보세요(웃음). 그러다가 한 강연에서 제가 이런 얘기를 했더니 청중 한 사람이 “블랙홀은 어때요?”라고 하더군요. 솔직히 저는 몇 달 동안 침대에서, 목욕탕에서, 차에서 시간날 때마다 이 이름을 가지고 고민했는데, 갑자기 블랙홀이 정답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참 저도 선생님이 제자들과 쓰신 ‘중력’ 책으로 공부했습니다.

“감사합니다. 1200페이지가 넘는 책이라 무거웠을 텐데(웃음).”

휠러는 특이한 인물이었다. 그의 학생 하나가 말했듯이 그는 급진적인 보수주의자였고, 실용적인 몽상가였다. 뭐라고 한 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오펜하이머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오펜하이머에게 치명적인 증언을 했던 텔러의 편에 선 극소수의 물리학자였다.

살아있는 전설 스티븐 호킹

그를 만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두 차례는 그의 강연에 청중으로 앉아 있었던 것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2000년 한국 고등과학원에서 열린 강연에서는 그가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는 모습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었다. 스티븐호킹은 살아있는 전설이다. 박사과정 중에 루게릭병을 앓기 시작한 후 지금까지 그의 삶과, 그가 남긴 업적 두 가지가 모두 그렇다. 하물며 그 두 가지가 한 사람에게서 이루어졌음에야.

┗호킹 박사님, 일반상대론 100년을 기념하는 인터뷰를 하게 되어 기쁩니다. 우선 일반상대론과의 관계에 대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재미있는 기획이군요. 나는 1962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에 들어가면서부터 일반상대론과 우주론을 연구해 왔어요. 당시 일반상대론은 1930년대 수준과 비슷한, 좀 낙후된 분야였죠. 처음에는 정상우주론으로 유명한 프레드 호일을 지도교수로 하려 했는데, 여의치 않아서 데니스 시아마 교수 밑으로 들어갔어요.”

시아마 교수는 1960년대 이후 영국에서 상대론 학자 상당수를 길러내신 분 아닙니까?

“그렇죠. 내가 운이 좋았던 겁니다. 1960년대 중반에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가 발견되면서 빅뱅 우주론의 시대가 열렸으니까요. 처음에 내가 한 일은 로저 펜로즈 등과 같이 시공간이 시작할 때 특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인 일입니다. 그러면 특이점에서는 일반상대론이 깨지게 됩니다. 한 5년 동안 우리는 일반 상대론 내의 인과 구조에 대한 이론을 독점적으로 개발했죠. 아주 멋진 일이었습니다. 입자물리학처럼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죠. 당신도 입자물리학을 연구한다면서요?”

네. 말씀대로 우리 분야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만 하면 모든 사람들이 달려들죠. 저도 그런 적이 여러 번 있습니다(웃음). 1970년대에는 블랙홀을 연구하셨지요?

“그렇습니다. 특이점 정리를 블랙홀에 적용해보는 것부터 시작해서, 데이비드로빈슨과 블랙홀의 ‘털-없음 정리’를 증명했고 블랙홀 엔트로피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해보고 있었습니다. 사실 1973년쯤에는 이전에 성공한 게 있어서 좀 빈둥 거리고 있었죠(웃음). 그때부터 양자이론을 블랙홀과 접목하는 아이디어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박사님의 가장 유명한 업적이 거기서 나왔지요?

“네, 첫 번째 실마리는 소련의 젤도비치가 1971년 6월에 내놓았습니다. 회전하는 블랙홀은 복사를 내놓는다는 것이었죠. 저는 1973년에 모스크바에 갔을 때 그로부터 자세한 내용을 듣고 돌아와서 내 나름대로의 이론을 만들었어요.”



유명한 ‘호킹 복사’를 담고 있는 ‘블랙홀 폭발?’이라는 논문이 그거군요!

“그렇습니다. 이제 블랙홀은 완전히 검지 않고 복사를 내놓으며, 시간이 지나면 증발해 버리는 존재가 되었어요. 실제로 증발해서 사라지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겠지만.”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나요?

“직접 계산해 보시죠(웃음).”

음... 태양의 2배 질량을 가지는 블랙홀이라면 1067년쯤 되겠군요. 우주 나이가 지금 1010년쯤이니 정말 기다릴 만한 시간은 못되는군요. 게다가 무거우면 더 천천히 증발하죠?

“블랙홀이 클수록 온도가 낮아지기 때문이죠. 대략 블랙홀 질량의 세제곱에 비례합니다.”

이후의 연구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이제 일반상대론이 완전한 이론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분명 양자중력이론이 있고, 그로부터 블랙홀의 엔트로피나 우주 시작의 특이점 같은 문제가 설명되어야 할 것입니다. 1980년대 이후 끈이론이나 고리중력이론 등이 발전해왔지만 아직 어느 길을 가야할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내가 루카스 교수 취임 연설에서 ‘이론물리학의 끝’에 관해 언급할 때 내 마음 속에 있던 건 초중력이론이었습니다만, 초중력은 이제 빛이 바랬습니다. 우주상수와 암흑에너지, 중력파와 인플레이션 등 아직도 우리가 이해하고 설명해야할 문제는 산더미 같습니다.”

이것으로 인터뷰를 마치도록 한다. 시공간을 돌아다니는 일은 대단히 피곤한 일이다. 더구나 내가 사용한 타임머신은 허버트 트위첼 박사 방식이라 여기저기의 시공간에 내 몸무게만큼의 물질을 남겨놓게 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부작용이 염려되기도 한다. 그래서 르메트르, 찬드라세카르, 가모프, 젤도비치, 펜로즈, 피블즈, 손 등의 이름 위에 아직 줄을 긋지 않은 인터뷰 리스트를 여기서 접는다.

과학동아

스노보드에 숨겨진 물리학

눈 덮인 설원을 시원하게 가르며 계곡을 상쾌하게 질주하는 스노보더. 형형색색의 보드복은 흰 설원과 어울려 ‘이보다 더 멋있을 수 없다’. 오늘은 뭘할까 고민하며 뒹굴거리던 과동이는 TV 속의 이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 벌써 온몸의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다. 올해는 꼭 스노보드를 배워보리라 결심한 과동이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우선 스노보드 장비를 알아보기로 하고 집을 나선 과동이는 근처 겨울 스포츠용품 매장에 들렀다. 그런데 스노보드 장비를 보고는 다소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츠와 장갑, 고글 등의 부속 장비를 제외한 핵심 장비는 달랑 판자(보드) 하나뿐인 것이다.

스케이트보드는 판자에 바퀴라도 달려있지만 스노보드는 바퀴도 없고 다만 앞뒤가 살짝 들린 긴 판자일 뿐이다. 옆에 있는 스키만 하더라도 양발에 하나씩 착용하도록 플레이트가 두개, 또 손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폴대가 두개 있어서 스키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스노보드는 하나의 판자에 두발을 모두 올려놓고 고정시키도록 돼 있다. 폴대도 없고 두발도 고정시킨 채로 어떻게 눈밭에서 미끄러져 내려올 수 있을까. 또한 스키는 진행하는 방향이 몸의 정면이지만 스노보드는 진행하는 방향에 대해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몸을 돌리고 타야한다. 과동이는 벌써부터 겁이 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냥 널빤지같이 생긴 보드가 왜 이리도 비싼지.

(그림1) 스노보드의 구조^스노보드는 단순한 판자가 아니다. 가장 밑바닥에 는 (그림1) 스노보드의 구조^스노보드는 단순한 판자가 아니다. 가장 밑바닥에 는


스노보드는 단순한 판자?

매우 단순하게 생긴 보드로 눈 위를 멋지게 미끄러질 수 있는 원인은 바로 보드를 이용해 마찰력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보드의 구조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보드는 영어 이름(board)과 같이 한마디로 긴 판자다. 자세히 보면 진행방향 앞쪽으로 살짝 들려있고(노우즈), 뒤쪽도 살짝 들려있다(테일). 그리고 가운데 부분(캠버)은 바닥에서 약간 떠 있는 완만한 곡면 형태를 이루고 있다.

보드는 단단하면서도 탄성력이 있어 사람이 그 위에 타고 힘을 주면 탄력있게 휜다. 보드의 내부 구조는 가장 밑바닥에 보통 ‘P-tex’라고 하는 합성수지로 만든 베이스가 있고 그 위에 보드의 가장 핵심 부분인 ‘코어’(core)가 있다. 코어는 포플러나무와 같은 목재로 만든다. 코어는 보드 위에 실리는 사람의 몸무게와 바닥으로부터 받는 충격을 지탱하는 부분으로, 좋은 코어는 가벼우면서도 탄력이 좋고 오래 유지돼야 한다.

보드에서 또 한가지 중요한 부위는 가장자리에 둘려있는 ‘엣지’(edge)다. 엣지는 눈과 직접 대면하는 부분으로 보드를 보호하는 기능뿐 아니라 눈과의 접촉으로 마찰력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밖에도 최근에 출시되는 보드 중에는 불필요한 진동을 줄여주는 진동방지시스템이 도입되기도 한다.


고공낙하보다 빠른 속도

스키는 자유로운 두발과 손에 쥔 폴대를 이용해 방향과 마찰력을 조절하지만, 스노보드는 엣지를 이용해 눈과의 마찰력을 조절함으로써 눈 위를 자유자재로 회전하거나 속력을 조절할 수 있다. 그렇다면 보드를 눈 위로 미끄러지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눈 위를 달리는 거의 모든 스포츠는 마찰력과 중력의 힘겨루기다. 산 위에서 아래로 내려올 때 스노보드를 미끄러지게 하는 힘은 당연히 중력이다. 여기서 좀더 자세히 생각해보면 중력 외에도 바닥면이 떠받치는 수직항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산 비탈면인 경우는 중력의 방향과 수직항력의 방향이 일직선에 있지 않으므로 이 두힘을 합한 알짜힘은 비탈 아래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이 힘들뿐이라면 우리는 결코 스노보드를 탈 수 없다. 왜냐하면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우리가 접하는 자연 세계에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운동을 방해하는 마찰력이 존재한다. 스노보드를 탈 때 운동을 방해하는 마찰력은 우선 눈으로 덮인 바닥면과 보드가 닿는 면과의 마찰력, 그리고 공기저항력이 있다. 이런 마찰력으로 인해 속도가 무한히 커지지 않고 속도를 조절해 눈 위를 미끄러질 수 있는 것이다.

우선 바닥에서 생기는 마찰력의 크기는 바닥을 내리누르는 힘의 크기에 비례하고, 운동하는 물체면과 바닥면의 성질인 마찰계수에 따라 달라진다. 눈의 마찰계수는 어느 정도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눈이 어떤 상태에 있는가와 어떻게 눈 위를 운동하는지 또는 운동 속력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노보드를 탈 때 눈의 마찰계수는 생각보다 훨씬 작아서 매우 빠른 속력으로 미끄러질 수 있다. 스피드를 겨루는 알파인 스키의 경우 시속 2백km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데, 스노보드의 경우는 이보다 조금 빠른 시속 2백50km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다. 이것은 같은 질량의 사람이 공중에서 낙하할 때 낼 수 있는 최대속도인 종단속도보다 더 빠른 것으로 눈과의 마찰력이 공기의 저항력보다 더 작다는 말이다.

이같이 작은 마찰력을 내는 까닭은 무엇일까. 스노보더가 눈 위를 빠른 속도로 미끄러지고 있는 동안 바닥과의 마찰력이 한 일은 마찰열을 발생시키고, 이 열은 접촉하고 있는 눈을 녹여 얇은 수막을 형성한다. 이것은 얼음판에서 스케이트를 탈 때도 마찬가지다. 스케이트날이 미끄러지는 동안 생긴 마찰열이 얼음을 살짝 녹여, 날 주위에 얇은 막을 만드는 것이다. 결국 스노보드나 스키, 또는 스케이트를 타는 것은 워터슬라이드와 같이 얇은 물 위를 미끄러지는 것과 같다.

이에 비해 공기저항력은 미끄러지는 속도에 제곱으로 비례하고 진행하는 방향으로 공기와 닿는 면적과 비례한다. 따라서 속도가 클수록 공기저항력이 커지므로 속도는 무한정 커질 수 없다. 하늘 위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의 속력이 무한히 커지지 않고 등속으로 떨어지는 것은 공기저항력이 빗방울의 무게와 같아졌기 때문이다.

한편 진행하는 방향으로 공기와 닿는 단면이 작을수록 공기저항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빠른 속도를 내고 싶다면 몸을 움추려 닿는 면적을 줄여야 한다. 빠른 속력을 겨루는 모든 경기에서 선수들의 자세를 보면 진행하는 방향의 단면을 최대한 작게 하려고 몸을 움츠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스노보드를 탈 때 자세를 낮추는 것은 몸의 무게중심을 낮게 해 안정하게 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빠른 속력을 내기 위해 공기저항을 줄이는 역할도 한다.


넘어지기의 과학

스노보드 원리를 대충 이해한 과동이는 보드를 가지고 눈밭으로 갔다. 스노보드는 스키와 달리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몸을 돌린 다음 타기 때문에 스노보드에 부츠를 고정시키기 전에 자신이 왼발잡이인지 오른발잡이인지 알아야 한다. 뒤에서 갑자기 밀었을 때 나가는 발 또는 공을 찰 때 디딤발이 되는 발이 스노보드를 탈 때 진행방향이 되는 발이다. 주축이 되는 발이 왼발인 경우를 ‘레귤러 자세’, 오른발인 경우를 ‘구피 자세’라고 한다. 보통 오른손잡이는 왼발이 앞으로 나오는 레귤러 자세를, 왼손잡이는 오른발이 앞으로 나오는 구피 자세를 취하면 된다.

드디어 보드 위에 부츠를 고정하고 이제 땅에 닿는 것은 오직 보드뿐이 됐다. 그 순간 과동이는 저절로 미끄러지는 보드 때문에 몸을 주체 못하고 넘어지고 말았다. 겨우 몸을 추슬러 일어나자마자 또 넘어진다. 스노보드 첫걸음이 이렇게 험할 줄이야. 중력이니 마찰력이니 하는 것들이 모두 소용없는 순간이었다.

스노보드를 타기 전 명심할 것은 분명 넘어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스노보드를 타다 입는 부상 중 가장 많은 경우는 바로 넘어지기 때문이다. 다행인 것은 스노보드는 스키와는 달리 진행방향에 대해 몸의 방향이 비스듬하기 때문에 처음 배울 때만 고생하면 앞으로 넘어지든 뒤로 넘어지든 스키보다 심하게 넘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과동이와 같은 왕초보뿐만 아니라 공중곡예까지 하는 전문가를 포함한 모든 스노보더들은 넘어졌었고 또 넘어질 것이다. 어차피 넘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잘 넘어지는 것’을 배울 수밖에 없다.

스노보드를 잘 타는 사람들은 넘어지기의 첫번째 요령이 스키와 마찬가지로 넘어지기 직전에 몸의 긴장을 푸는 것이라고 말한다. 보통 초보자들은 눈 위를 달리다가 넘어질 것 같은 상황이 오면 안넘어지려고 몸에 힘을 더 주게 된다.

하지만 결국 넘어질 것인데 몸에 힘을 주면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커진다. 물론 보드를 신고 눈 위를 달리고 있을 때는 긴장을 풀면 안되지만, 아차 하는 순간이 오면 빨리 온몸의 긴장을 가능한대로 풀고 충분히 이완된 상태에서 넘어져야 몸의 부상 정도가 훨씬 줄어든다.

스노보드는 넘어지기 요령만 잘 배 우면 스키보다 안전한 스포츠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천천히 여유 를 갖고 넘어지려는 자세다.스노보드는 넘어지기 요령만 잘 배 우면 스키보다 안전한 스포츠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천천히 여유 를 갖고 넘어지려는 자세다.


충격 줄이려면 시간 벌어라

몸의 긴장을 풀면 우선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아서 침착하게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넘어질지를 결정할 수 있어 부상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운동량과 충격량의 정리’에 의해서도 부상 정도가 줄어드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한 물체가 일정한 속력으로 달리다가 멈추면 운동량이 변한다. 이 운동량의 변화는 운동을 멈추게 한 힘(충격)과 운동이 멈출 때까지의 시간의 곱과 같다. 한 사람이 보드를 타고 미끄러지다가 넘어지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몸을 뻣뻣이 하고 넘어지든 긴장을 풀고 부드럽게 넘어지든, 넘어지는 동안 이 사람의 운동량 변화는 나중 속도가 0이므로 어차피 같다. 하지만 몸을 뻣뻣이 할 때보다 근육의 긴장을 풀 경우가 운동이 완전히 멈출 때까지 걸린 시간이 길다. 즉 같은 운동량의 변화를 겪더라도 몸의 긴장을 풀 때는 완전히 멈출 때까지 시간을 좀더 벌어서 그만큼 충격을 덜 받는 것이다. 이는 마치 공을 받을 때 손바닥을 뻣뻣이 해 받는 것과 손에 힘을 풀고 부드럽게 끌어안듯이 받는 경우와 같다.

몸의 긴장을 풀고 넘어질 준비가 다 됐으면 스키와 마찬가지로 머리가 산 위를 향하도록 넘어져야 큰 부상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앞으로 넘어질 경우에는 손바닥을 사용해야 한다. 손으로 땅을 쓸면서 넘어지면 손바닥과 눈과의 마찰력으로 인해 진행방향과 반대방향의 힘이 작용해 속도가 줄어든다. 속력이 느린 상태에서 넘어지는 경우 일단 자세를 최대한 낮추어 몸의 무게중심을 낮게 잡은 후 옆으로 넘어지도록 몸을 향한다. 이는 몸 옆에는 팔뚝, 허벅지, 옆 엉덩이와 같이 살이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충격을 흡수할 수 있고, 바닥과 닿는 면적이 넓기 때문에 바닥으로부터 받는 충격을 분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속도가 빠른 경우에는 사실 저절로 자연스럽게 넘어지는 경우가 많다. 빠른 속도로 인해 넘어지는 경우는 넘어진 채로 미끄러지는 동안 보드의 엣지가 큰 마찰력을 만들어 속도를 줄이면서 미끄럼틀을 타듯 자연스럽게 착륙하게 된다. 오히려 속도가 느린 경우에 다치는 경우가 더 많다. 털썩 땅바닥에 주저앉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세를 최대한 낮춰서 무게중심을 낮게 잡고 눈 위에 앉듯이 부드럽게 넘어진다.


앞발은 액셀러레이터 뒷발은 브레이크

(그림2) 슬로프를 활강할 때 스노보드에 작용하는 힘^슬로프에서 스노보드에 작용하는 힘은 중력, 보드와 설면 사이의 마찰력, 그리고 공기저항력이다. 이 외에도 바닥면이 떠받치는 수직항력이 있다. 보드를 밑으로 내려가게 하는 힘은 중력의 수평방향에서 공기저항과 마찰력을 제외한 알짜힘이다.(그림2) 슬로프를 활강할 때 스노보드에 작용하는 힘^슬로프에서 스노보드에 작용하는 힘은 중력, 보드와 설면 사이의 마찰력, 그리고 공기저항력이다. 이 외에도 바닥면이 떠받치는 수직항력이 있다. 보드를 밑으로 내려가게 하는 힘은 중력의 수평방향에서 공기저항과 마찰력을 제외한 알짜힘이다.

겨우 넘어지기 요령을 배운 과동이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 보드를 신고 눈 위에서 첫걸음 떼기에 도전했다. 우선 보드를 진행방향과 수직이 되게 하고 보드 앞쪽 엣지가 눈 속에 박히도록 해 마찰력을 크게 하면 정지해 있을 것이다. 이제 출발하려면 앞꿈치의 힘을 서서히 풀어 앞 엣지가 들리도록 한다. 그러면 보드가 진행방향과 수직을 유지한 채 서서히 앞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할 것이다. 속력을 줄이려면 뒤꿈치에 강한 힘을 줘 보드 뒤쪽 엣지가 눈바닥을 누르도록 한다. 그러면 마찰력이 커져 보드의 속도가 줄어들면서 멈출 수 있다.

좀더 자세히 알아보자. 초보자는 직활강을 하기 전에 우선 보드의 사이드로 경사면을 내려오는 사이드 슬라이딩을 익혀야 한다. 사이드 슬라이딩에는 힐사이드 슬리핑과 토사이드 슬라이딩 이 있다. 말은 어렵지만 원리를 알면 쉽게 이해된다. 우선 미끄러지려는 방향과 보드를 수직으로 한 다음, 힐사이드 슬라이딩 의 경우 뒤꿈치(hill)에 힘을 줘 발 뒤쪽 엣지에 무게를 실어주거나 풀면서 마찰력을 조절하는 것이고 토사이드 슬라이딩 은 이와 반대로 발가락(toe) 쪽에 힘을 줘 앞쪽 엣지를 조절하는 것이다.

사이드 슬라이딩이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이제 본격적으로 보드를 즐길 수 있다. 먼저 출발은 힐사이드나 토사이드 자세에서 시작한다. 어느 경우이든 우선 진행하려는 쪽으로 몸의 무게중심을 가져가 진행하는 발에 살짝 힘을 준다. 그러면 진행하려는 쪽 발이 앞으로 먼저 나가게 돼 진행방향과 보드 방향이 일치하게 되면서 미끄러진다. 멈추려면 반대로 뒤쪽 발에 힘을 준다. 그러면 뒤쪽 발이 앞으로 나가면서 보드의 방향을 진행방향과 수직으로 만들고 마찰력이 증가해 속도가 서서히 줄면서 멈추게 된다. 한마디로 앞발은 액셀러레이터, 뒷발은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림3) 힐사이드 슬라이딩과 토사이드 슬라이딩^초보자는 우선 보드의 옆면으로 경사면을 내려오는 사이드 슬라이딩을 익혀야 한다. 힐사이드 슬라이딩은 뒤꿈치가, 토사이드 슬라이딩은 발가락이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그림3) 힐사이드 슬라이딩과 토사이드 슬라이딩^초보자는 우선 보드의 옆면으로 경사면을 내려오는 사이드 슬라이딩을 익혀야 한다. 힐사이드 슬라이딩은 뒤꿈치가, 토사이드 슬라이딩은 발가락이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온몸으로 구심력 조절하기

엣지 기술을 익힌 과동이는 최소한 미끄러지기와 멈추기는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계속 한 방향으로만 갈 수는 없지 않은가. ‘나도 눈발을 날리며 멋지게 턴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과동이는 보드의 턴 기술에 도전했다. 미끄러지기와 넘어지기 기술에 어느 정도 자신감을 얻은 후라 자신감도 있었다. 서서히 미끄러지며 턴을 하려는 순간, 아니나 다를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초보자들은 회전할 때 속도에 겁을 먹고 몸을 뒤로 빼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엉덩이로 넘어지기 쉽다. 하지만 회전을 위해서는 그 반대로 몸, 특히 상체를 진행방향으로 앞으로 이동시켜야 한다. 회전하기 전에는 가능한 몸의 자세를 낮추고 타다가 회전하기 직전에 몸을 살짝 세우고 시선을 회전하려는 쪽으로 돌린 다음, 몸을 던진다는 기분으로 회전하려는 쪽으로 기울여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보드가 시선 방향으로 따라오게 될 것이다. 회전에 필요한 기술은 결국 무게중심을 회전하려는 쪽에 둠으로써 중력으로 인한 구심력을 만드는 것이다.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그 쪽으로 쓰러지려 하겠지만, 진행하는 방향과 수직 방향으로 쓰러지려는 힘이 작용하고 또 충분히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다면 쓰러지는 것 대신 힘의 방향으로 속도의 방향이 바뀐다. 즉 회전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자전거타기에서도 볼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빨리 달리다가 회전할 때 몸을 회전하려는 쪽으로 기울여도 넘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방향으로 회전하게 된다. 즉 넘어지려고 하는 중력 성분이 회전방향의 구심력이 돼 자전거 핸들을 돌리지 않아도 회전하게 된다. 물론 충분한 속력으로 달리고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보드의 턴에는 엣지에 의한 마찰력도 한몫을 한다. 회전하려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두면 자연히 그 방향으로는 엣지에 힘이 많이 걸려, 즉 마찰력이 커지고 반대방향은 마찰력이 상대적으로 작아진다. 마찰력이 큰 쪽에서는 잘 안 미끄러지고 마찰력이 작은 쪽에서는 잘 미끄러지려 한다면 결국 마찰력이 큰 쪽으로 회전하게 될 것이다.

과동이는 보드매장에 처음 들렸던 때를 생각해낸다. ‘내가 과연 보드를 탈 수 있을까’하던 두려움과 망설임은 어느새 자신감과 설레임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제 마찰력이니 구심력이니 하는 것들은 온 몸으로 익힐 때다. 자! 보드를 끼고 눈밭으로 나가보자.

(그림4) 스노보드의 턴 요령(그림4) 스노보드의 턴 요령



ㅣ초보와 프로 스노보드의 차이ㅣ

스노보드의 종류는 매우 다양해, 타는 사람의 성별과 경험 수준, 타는 스타일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스노보드를 선택해야 한다. 보드의 길이와 너비는 일반적으로 cm로 표시된다. 길이는 1백-2백cm, 너비는 15-30cm 정도이고, 무게는 5-10파운드(1파운드는 약 0.45kg)다.

보드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키와 몸무게를 고려해 적당한 보드를 선택한다. 키가 크고 몸무게가 많이 나갈수록 발판의 길이가 길고 엣지(가장자리)가 넓은 보드를 선택한다. 길이는 보드를 밑으로 세웠을 때 보드의 앞부분이 자신의 턱과 코 사이에 오면 알맞다.

‘사이드 컷’(보드의 측면 모양)도 보드 선택에서 중요하다. 보드의 한쪽 측면을 편편한 바닥에 세워놓고 보면 측면과 바닥사이의 틈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보드의 앞과 뒤끝의 너비가 보드의 허리보다 넓기 때문이다. 사이드 컷은 보드가 어떻게 나아가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측면의 굴곡이 적으면 부드럽게 턴이 되고, 굴곡이 많으면 보드의 가장자리가 눈을 많이 쓸어 다소 거칠게 턴이 된다. 이것을 ‘카브’(carve)라 하는데 모든 라이더들이 이 카빙턴을 하고 싶어 한다.

스노보드는 스타일에 따라 프리스타일과 알파인, 크게 2가지로 나뉜다. 보드 초보자는 프리스타일 보드를 많이 타는데, 길이가 짧고 측면굴곡이 덜해 초보자들도 쉽게 보드를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보드는 그냥 부드러운 눈 위에서 편하게 탈 때 적당하다. 알파인 보드는 프리스타일 보드보다 길이가 길고 폭이 좁으며 보드 자체가 딱딱하다. 산 아래로 빠른 속도로 내려오거나 단단한 눈밭에서 완벽한 카빙턴을 하고 싶다면 알파인 보드가 적합하다.


ㅣ스카와 서핑의 합작품 스노보드ㅣ

스노보드는 서핑, 스케이트와 같은 스포츠에서 유래했다. 최초의 스노보드는 1929년 미국의 잭 버켓에 의해 고안됐다. 이것은 길다란 널빤지
에 빨랫줄과 가죽끈으로 발을 고정시키게 돼 있어 실제로 타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았다. 현대적 의미의 스노보드 기원은 30여년이 지난 1960년 경, 셔면 포핀이 자녀에게 선물할 목적으로 만든 ‘스너퍼’(스노서핑의 줄임말)라는 이름의 스노보드다. 스너퍼는 두개의 스키를 볼트로 이은 형태로 마치 아주 넓은 스키같이 보였다. 사람들의 호응을 얻어 나중에 포핀은 스너퍼 경기를 개최하기까지 했다.

현재의 스노보드에 가장 가까운 형태를 만든 사람은 드미트리에 밀로비치다. 그는 스키와 서핑을 접목시키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서퍼보드를 기초로, 스키의 이동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현대식 스노보드를 개발했다. 1975년 그는 사이드 컷과 샌드위치 구조, 제비꼬리 모양을 가진 ‘윈터스틱’이라는 자신의 스노보드와 함께 ‘뉴스위크’에 실렸다. 이를 계기로 그때까지 일반에게 생소했던 스노보드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스노보드 대중화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은 버튼 스노보드 회사의 사장인 버튼 카펜터이다. 그는 밀로비치의 영향을 받아 나무와 합성수지 등 여러재료를 이용해 다양한 종류의 스노보드를 만들었다. 1980년대 초에는 스키기술을 이용해 스노보드를 운행하는 실제적인 기법이 축적됐으며, 보드도 유리섬유와 합성수지 등과 같은 첨단 재료를 이용해 만들었다.

1982년 미국에서 최초의 국제 스노보드 경기가 열렸으며, 1988년에는 올림픽 정식정목으로 채택됐다.


ㅣ부츠와 바인딩 어떻게 고를까ㅣ

발에 맞는 부츠를 고르는 것은 필수다. 부츠는 보드의 바인딩에 버클로 채워져 턴을 할 때 보드의 엣지로 힘을 보내는 역할을 한다. 스노보드용 부츠에는 소프트 타입과 하드 타입 두가지가 있다. 요즘 대부분 젊은 층에서는 무게가 가벼운 소프트 부츠를 선호한다.

소프트 부츠는 두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바깥쪽의 부드러운 부츠 바닥과 안쪽에 발의 모양에 꼭 맞게 제작된 이너부츠가 그것인데, 발뒤꿈치를 받쳐주고 제자리에 놓이게 해준다. 소프트 부츠는 주로 프리스타일 보드와 어울린다.

하드 부츠는 스키부츠와 유사하고 소프트 부츠보다 딱딱하고 무겁다. 역시 안에 이너부츠가 있다. 엣지 제어능력이 뛰어나 레이서와 알파인 보더가 선호한다. 또한 스키에 익숙한 사람이 스노보드를 처음 탈 때 선택하기도 한다.

바인딩은 부츠를 보드에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스노보드 바인딩과 스키 바인딩의 한가지 두드러진 차이점은 스키 바인딩은 넘어질 때 떨어지는 반면, 스노보드 바인딩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츠와 바인딩을 골랐으면 우선 선 자세에서 너비에 맞도록 바인딩의 위치를 결정한다. 자신의 보딩 스타일에게 맞게 자신에게 가장 편한 각도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초보자의 경우 바인딩의 각도를 앞 25도, 뒤 15도 정도로 세팅을 한 뒤, 나중에 자신의 스타일을 결정하고 각도를 바꾸면 된다. 일단 자신이 선 상태에서의 너비와 각도를 결정하고 나면 쉽게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하라. 그러나, 선 자세가 바르지 않다고 느낄때는 바인딩의 위치를 즉시 바꿔야 한다. 부츠와 바인딩 외에도‘리쉬코드’라는 끈이 필요하다. 이 끈은 앞다리와 바인딩에 연결돼, 넘어졌을 때 보드가 분리돼는 것을 막아주는 일종의 안전끈이다.


과학동아

속력 vs 속도


오늘은 또 어떤 과학이 친구들을 헷갈리게 했을까? 헷갈리는 과학이 있다면 언제든 내게로 오라고! 더 헷갈리게 할테니까~, 깔깔!





 
속력
일정한 시간동안 이동한 거리를 측정해 계산한 값을 속력이라고 해요. 즉, 속력은 이동 경로의 길이를 시간으로 나눈 값을 말한답니다. 그래서 속력은 ㎝/s, m/s, ㎞/h 같은 단위를 써요. 자동차 운전석 앞을 보면 속력을 나타내는 계기판을 볼 수 있지요.


 





속도
속도는 물체가 일정한 시간동안 변화한 위치를 측정해 계산한 값이에요. 물체가 처음 있던 곳에서 이동이 다 끝난 곳까지의 가장 짧은 거리를 측정해 시간으로 나눈 값이 바로 속도랍니다. 속도 역시 속력과 같은 단위를 써요. 고속도로에 있는 과속 감시 카메라는 레이저 등을 사용해 자동차가 이동한 위치를 감지하고 이동한 시간을 측정해 속도위반 차량을 단속한답니다.





 
속력은 물체의 빠르기만을 고려한다면 속도는 물체의 이동 방향까지 고려한다네~!








어린이과학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