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수학자 이언 스튜어트, 현대인 생활 속 수학 역할 조명 GPS·사진 저장·장기기증 매칭 등 여러 응용 수학 바탕으로 작동해 “오늘날 삶, 수학이 지탱하고 있어”
수학의 이유
이언 스튜어트 지음|김성훈 옮김|반니|428쪽|1만9800원
한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수학에게 물었다. “넌 대체 쓸모가 뭐냐.” 수학이 답했다. “이것도 저것도 그것도 다 내가 하는 일이다.”
‘최고의 수학자가 사랑한 문제들’ ‘생명의 수학’ 등으로 익숙한 수학자 이언 스튜어트가 새 책으로 돌아왔다. 원제 ‘What’s the Use?’(쓸모가 뭐니?)대로 수학이 어떤 쓸모가 있는지 논증하는 책이다. 학창 시절 ‘대체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써먹냐’고 한탄하며 이후로 수학을 미워해온 독자라면 섬뜩할지도 모른다. 위도 아래도 옆도, 심지어 손 안의 스마트폰까지. 생각보다 많은 영역에서 수학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내비게이션은 물론 디지털 사진도 CG도 비행기도 모두 수학이 사라진다면 존재할 수 없다. 저자는 말한다. “수학은 인류가 달성한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다. 지적으로만이 아니라 실용적으로도 그렇다.”
오늘도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보낸 당신. 사진이 찍혀서 스마트폰에 저장될 때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수학적 원리가 여럿 동원되고 있다. 저자는 흔히 쓰이는 JPEG(JPG) 파일이 어떻게 원본 사진 파일을 압축하는지 설명한다. 먼저 원본 파일에 담긴 ‘색’과 ‘밝기 정보’를 이진법 문자열로 할당한다. 이어 색 차이를 거칠게 해 용량을 줄인다. 인간 시각은 색차에 둔감하다는 특징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만 해도 파일 용량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3단계는 푸리에 변환을 통한 밝기 정보 압축. 사진 속 섬세한 무늬를 뭉개는 작업이다. 마지막 5단계는 ‘허프먼 부호’를 활용하는 기술적 트릭이다. 이런 변환과 압축을 통해 JPEG 파일은 10분의 1 용량으로 줄어든다. 전문가가 아니면 차이를 알기 어렵다. 당신이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때 내장된 전자 장치들이 바로바로 이 모든 계산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진을 우리는 친구와 가족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전송한다.
현대사회는 수학으로 둘러싸여 있다. 저자는 “수학은 지적으로만이 아니라 실용적으로도 인류의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고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자가용 운전자도 택시 기사도 애용하는 내비게이션도 마찬가지. 저자는 “GPS가 작동하려면 적어도 7가지 분야의 수학이 필요하다”고 한다. 삼각법(차량 위치 확인), 특수 상대성 이론 방정식(위성의 이동 속도가 시간의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계산), 순회 외판원 문제(빠른 길 찾기) 등이다.
수학은 장기 기증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저자는 영국의 콩팥 기증을 예로 설명한다. 아버지에게 콩팥을 이식해주고 싶은 딸이 있다. 그렇지만 조직형이 맞지 않아 이식이 불가능하다. 영국에서는 콩팥 이식이 필요한 가족 간에는 혈연 관계가 없어도 콩팥을 이식해줄 수 있다. 맞교환이 가능하면 최선이겠지만 수학을 활용하면 연쇄적인 기증으로 더 효율적인 이식이 가능하다. A가족 콩팥을 B가족에게, B가족 콩팥은 C가족에게... 교과서에서도 접했던 수학자 ‘오일러’가 영감을 제공했다. 그는 임의의 지점에서 출발해 7개의 다리를 한 번씩만 건너서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법이 있는지 따지는 쾨니히스베르크 다리 건너기 문제를 최초로 증명한 사람인데, 이 연구 과정에서 등장한 ‘그래프 이론’은 장기 기증자와 수혜자의 데이터를 견줘 최적의 교환법을 찾아내는 데 쓰이고 있다.
한번 만들어진 수학은 처음 의도와는 동떨어진 무수한 실용성을 찾아낸다. 미적분학은 행성이 어떻게 운동하는지 설명하기 위해 창시됐다. 이제 미적분은 인구 집단 통계 추정, 금융시장의 옵션 가격 변화, 제트 여객기 설계 등에서 활용된다. “수학이 사라지면 아마겟돈이 찾아올 것”이라는 저자의 말은 비유가 아니라 팩트 같다.
책은 오늘날의 삶에서 수학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다양한 사례로 납득시킨다. ‘하나만 잘해도 대학 간다’는 구호는 파렴치한 거짓말이었다. 그렇지만 이 하나만 잘하면 평생 먹고살 수 있다는 명제는 사실일 것이다. 그 하나는 당연히 수학이다. 잘하기 쉽지 않은 학문임이 유감스러울 뿐.
수학이 왜 필요한지 궁금한 이들에게 전하는 수학과 현실의 흥미로운 교집합 2012년에 영국에서는 수학 연구에 따른 경제적 이득을 측정하는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280만 명이 순수 수학, 응용 수학, 통계학, 컴퓨터 과학 등의 수학 분야에서 일하고 있었고 그해 수학이 영국의 경제에 기여한 금액은 2,080억 파운드(약 330조 원)였다. 수학에 종사하는 10%가 국가 경제의 16%에 기여한 것이다. 수학에 기반한 분야는 스마트폰부터 일기 예보, 의료 보건이나 영화 특수 효과, 운동 수행 능력 향상, 국가 안보, 전염병 관리까지 다양했다. 많은 사람이 수학이 어려워하는 데는 수학이 왜 필요한지 모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물건 값 계산 같은 간단한 산수를 넘어서는 수학은 그 쓸모가 일상에서 잘 와닿지 않기에 공들여 이해할 동기가 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위 사례에서 보듯 수학은 명백하게 우리 세계를 지탱하고 있다. 세계적 수학자 이언 스튜어트는 이 책, 《수학의 이유》에서 수학의 쓸모에 관한 대중의 인식과 현실 사이에 간극을 채우고자 한다. 수학이 일상의 배후에서 작동하는 법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특히 이언 스튜어트는 이 책에서 수학의 합리적 용도는 다루지 않는다. 여기서 합리적 용도란 정확한 목적에 맞게 설계된 수학을 말한다. 그 대신 애초에 순수한 호기심이나 패턴 감각, 혹은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진 수학 공식이 지금에 와서 애초의 목적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분야의 핵심 도구로 기능하는 사례들을 소개한다. 예컨대, 300년 전 떠돌던 퍼즐의 풀이가 현대에 콩팥 이식의 수혜자와 기증자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쓰이거나 아일랜드 수학자 해밀턴이 복소수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사원수를 컴퓨터 그래픽에 활용하면서 실감 나는 움직임을 구현하게 된 것처럼 말이다. 물리학자 유진 위그너가 1959년에 강연한 ‘자연과학에서 수학의 터무니없는 효용성’이 바로 이러한 것들이다. 이러한 수학의 터무니없는 유용성 사례는 수학이 마치 자연과학과 연결되어 있으며 심지어 우주가 수학으로 이뤄져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며 그 쓸모를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책에서 이언 스튜어트는 수학을 먹고사는 외계인이 지구에 침공한 상황을 가정한다. 침공 이후 지구에서는 가장 먼저 수학적으로 가장 정교한 산물인 컴퓨터나 스마트폰, 인터넷이 사라질 것이다. 이는 지금 우리의 일상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술들이다. 산업용 로봇이 멈춰 서고 제조 산업도 종말을 고할 것이다. 주식 시장도 모두 멈추는데 은행이 경제 예측 능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진공청소기 대신 빗자루를 다시 들고 날씨 예보는 침을 바른 손가락을 허공에 들어 보이는 수준으로 퇴보할 것이다. 말을 타고 편지를 배달하는 것이 정보를 전달하는 가장 빠른 수단으로 남게 된다. 결국 현재의 인구를 지탱하는 것이 불가능해지고 우리는 얼마 안 되는 자원을 두고 싸우게 될 것이다. 수학은 단순히 지루한 계산이 아니다. 우리 세계에 대한 심오한 통찰력을 제공하여 현대 사회를 작동시키는 거대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도구다. 세계적 수학자 이언 스튜어트는 민주주의부터 신장이식, 기후변화와 블록체인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잔뜩 들고 와서 우리에게 ‘수학의 이유’를 선명하게 전한다.
■ 현대 사회를 지탱하는 ‘수학의 터무니없는 효용성’ 아이작 뉴턴은 행성이 운동하는 법칙을 알기 위해 미적분학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후 미적분학은 인구 집단에 대한 통계적 추정을 가능하게 해주고, 제1차 세계대전 동안 아드리아해에서 잡힌 물고기 수의 변화를 설명하고, 금융 부분에서 일어나는 옵션 가격의 변화를 지배하고, 공학자들의 제트 여객기 설계에 도움을 주고, 전기 통신에도 필수적으로 쓰이고 있다. 미적분학이 처음 만들어진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말이다. 이 책은 이러한 수학의 다채로운 쓰임으로 가득하다. 콩팥 기증자와 수혜자를 연결하는 데 쓰이는 수학 이야기도 흥미롭다. 과거에는 자신의 콩팥 중 하나를 아픈 가족에게 기증하려고 해도 조직형이 맞지 않으면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콩팥을 사고팔게 하는 건 부작용을 우려해 국가에서 엄격하게 금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증자의 수혜자가 서로의 가족을 위해 조직형이 맞는 사람들끼리 콩팥을 맞바꿀 수 있는 전략이 등장했는데, 위대한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의 퍼즐 풀이가 그 시작이었다. 오일러는 1736년에 다리 건너기 문제에 마음을 빼앗겼다. 프러시아에 속한 쾨니히스베르크에서는 프레겔강이 도시를 관통했고 2개의 섬이 있었으며 강 위로 5개의 다리가 있었다. 사람들은 다리를 정확히 한 번만 건너면서 도시를 가로지를 수 있는 방법을 궁금해했는데 오일러는 이 퍼즐을 풀면서 그래프 이론을 만든 것이다. 그래프 이론은 지금 잠재적인 콩팥 기증자와 수혜자의 데이터를 나열해 최적의 교환 집합을 찾아내는 데 쓰이면서 21세기에 환자들의 건강을 지키고 있다. 흥미로운 사연의 수학적 도구로 영속 호몰로지도 있다. 영속 호몰로지가 등장한 이유는 순수 수학자들이 기하학적 도형에 있는 다차원 구멍을 세는 복잡한 위상 불변성을 계산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순수한 욕망에서 만들어진 이론은 지금 건물이나 군사 기지를 테러리스트나 범죄로부터 보호할 때 센서 네트워크가 모든 곳을 빠짐없이 커버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쓰이고 있다. 우리가 흔히 CG라 부르는 컴퓨터 그래픽의 화려함도 175년 된 수학에 빚을 지고 있다. 해밀턴이 만든 사원수는 세상에 등장했을 당시 순수 수학과 이론 물리학에 대한 관심을 떠올려주는 정도의 역할만 하다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1985년에 켄 슈메이크가 논문으로 컴퓨터 그래픽 분야에서 사원수 활용을 제안하면서 게임과 영화 산업에서 사원수를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3차원 공간 안에서 회전의 효과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는 수학적 도구가 된 것이다. 우리가 이미지 파일 형식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JPG에도 수학이 숨어 있다. JPG는 이미지의 로우 데이터에서 5단계의 수학적 변환을 통해 중복된 데이터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이미지를 압축하는 데, 이러한 압축에는 이산 푸리에 변환, 대수학, 부호 이론이 쓰인다. 그리고 이 모든 수학적 도구가 이미지 압축이 세상에 어디에도 없는 시대에 등장했음은 물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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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터무니없는 효용성 2. 유권자를 고르는 정치인 3. 비둘기에게 버스 운전을 맡긴다면 4. 수학으로 콩팥 기증자 찾는 법 5. 절대 뚫리지 않는 암호 6. 수평면 7. 컴퓨터 그래픽으로 용 만들기 8. 스프링과 카오스 9. 상처 없이 몸속 들여다보는 법 10. JPG의 마법 11. GPS로 길 찾기 12. 북극 얼음이 녹는 수학적 모양 13. 위상 수학자를 부르세요 14. 여우와 고슴도치
인수위 ‘별도의 응시기회’ 촉구에 “중간고사는 형평성 문제로 불가” 학교방역 완화는 내달 이후 전망교육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격리 의무를 방역당국이 폐지하면 올해 1학기 기말고사부터 확진자에게 응시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14일 밝혔다. 1학기 중간고사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지난 2년간 인정점을 받은 학생과의 형평성 문제로 방침을 바꾸기 어렵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영상회의를 열고 이처럼 밝혔다. 이날 회의는 일상 회복이 시작되면 적용할 학교의 방역지침 개정안을 방역당국과 협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유 부총리는 ‘확진자에 대한 격리 의무 기준을 방역 당국이 폐지해야 확진자도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는 교육부의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확진 학생에게 별도 공간에서 응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여러 차례 촉구했지만 ‘확진자 응시 불가’라는 일관된 교육부 방침을 재차 밝힌 것이다.
유 부총리는 “현재 방역지침이 전혀 변경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 1학기 중간고사만 응시를 허용하게 되면 2년간 이미 인정점을 받은 학생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확진자에 대한 격리 의무 기준이 폐지되는 결정이 나올 경우 이르면 올해 1학기 기말고사부터 내신 시험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향후 수학여행, 학교 체험활동 등을 재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학교의 일상 회복은 사회 전반적인 일상 회복보다 천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18일부터 해제되더라도 각 학교에서 이달 말까지 중간고사가 진행되기 때문에 학교의 방역 완화는 5월 이후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나라들은 국가가 망하면 100년도 안 되어 역사에서 그 흔적이 사라진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나라를 잃고 2500년 이상 뿔뿔이 흩어져 떠돌이 생활을 했음에도 민족적 동질성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탈무드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수석 랍비가 북쪽 마을을 시찰하기 위해 두 랍비를 시찰관으로 보냈다. 두 랍비가 그 마을에 가서 말했다. “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사람을 만나서 좀 물어볼 일이 있소.” 그러자 그 마을의 경찰서장이 나왔다. “아니오. 우리가 만나야 할 사람은 이 마을을 지키고 있는 사람이오.” 이번에는 수비대장이 나왔다. 그러자 두 랍비가 말했다. “우리가 만나려고 하는 것은 경찰서장이나 수비대장이 아니라 학교 선생님이란 말이오. 경찰이나 군인은 마을을 파괴할 뿐이오. 교육자들이야말로 진정으로 마을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소.”
유대인 역사가 요세푸스에 따르면 로마·유대 전쟁 당시 유대인 11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유대 랍비 요하난 벤 자카이는 나라가 망해도 유대교와 전통이 계승된다면 유대 민족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텔아비브 인근에 율법 학교를 세우고 토라와 탈무드를 가르쳤다. 나라 잃은 유대인들은 뿔뿔이 흩어져 살면서도 교육을 통해 언어와 민족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그림은 로마군에 패해 예루살렘이 함락되는 장면을 묘사한 19세기 화가 프란체스코 하예즈의 작품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성경 읽기 위해 의무교육 시작
그리스에서 독립을 쟁취한 고대 이스라엘 하스모니아 왕조의 마지막 군주가 살로메 알렉산드라(기원전 76~67년 재위) 여왕이다. 살로메는 분열된 국론을 하나로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여왕은 그간 적대했던 바리새파를 산헤드린(최고 법원)에 받아들여 화해하며 그들의 구전 율법을 법률에 포함했다. 여왕은 국민 단결을 위해서는 먼저 신앙심을 고취해야 한다고 믿었다. 신앙심을 위해서는 모두가 성경을 읽고 익혀야 했으나, 많은 국민이 문맹이었다. 여왕은 가정 예배를 이끄는 남자들만이라도 모두 성경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유대인은 3000년 전부터 학교를 운영했다. 그러나 율법 학교 중심이어서 일반 서민들이 다닐 수 있는 초등학교는 부족했다. 살로메 여왕은 전국 각지에 초등학교를 세워 남자들 모두에게 무료 의무교육을 했다. 세계 최초 공교육이자 의무교육이었다. 문맹이 98% 이상이었던 고대에 글을 읽고 쓴 유대인들이 상업과 교역, 금융업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스라엘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1925년 히브리 대학교를 설립했다. 사진은 1935년 히브리대 물리학 수업 장면. /위키피디아
이렇게 유대인은 기원전부터 의무교육을 시행한 민족이다. 그런데 초등교육뿐 아니라 율법 학교 등 고등교육에 대한 무상교육도 그즈음 시작되었다. 이는 기원전 1세기 랍비 힐렐에게서 유래했다. 그는 몹시 가난했다. 하지만 랍비가 되고 싶은 꿈을 버리지 않았다. 그는 막노동으로 하루 벌어 반은 아내에게 생활비로 주고 반은 율법 학교 수업료로 냈다. 그런데 하루는 한 푼도 벌지 못해 교실에 들어가지 못하고 지붕 위 채광창에 엎드려 교실 안을 훔쳐보며 공부하다 그만 잠이 들었다. 그날 밤 눈이 많이 내렸다. 아침에 선생님이 교실이 왜 이렇게 어둡냐며 천장을 보니 채광창을 막고 있는 힐렐의 몸 위에 눈이 1m나 쌓여 있었다. 학생들이 힐렐을 데려다 난로가에서 언 몸을 녹여주었다. 그 뒤 율법 학교도 무상교육이 실시되었다.
이후 힐렐은 최고 율법학자가 되었다. 하루는 이방인이 찾아와 “내가 이렇게 한 발로 서 있는 동안, 율법 내용 전부를 내게 가르쳐보시오”라고 말하자 힐렐이 서슴없이 답했다. “당신이 당해서 싫은 일을 남에게 하지 마십시오.” 이른바 ‘황금률’이라 부르는 말씀이다.
서기 66년부터 70년까지 1차 유대-로마 전쟁 당시 랍비 ‘요하난 벤 자카이’는 열심당의 무장투쟁이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보았다. 통찰력이 뛰어난 그는 유대 전쟁이 결국 대학살로 막을 내리고 유대인들은 뿔뿔이 흩어질 것임을 예견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민족의 독립보다는 보존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랍비는 유대 민족이 영원히 살아남는 길을 골똘히 생각한 끝에 자신이 직접 로마군 사령관과 모종의 타협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당시 아무도 예루살렘을 떠날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제자들에게 설명하고 함께 탈출 계획을 짰다. 제자들은 길거리로 나가 옷을 찢으며 위대한 랍비 요하난이 흑사병에 걸려 죽었다고 울부짖었다. 그들은 열심당원들에게 스승의 시체를 성 외곽에 매장하여 성 안에 흑사병이 돌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해 허락을 얻어냈다. 제자들은 랍비가 든 관을 메고 성을 빠져나와 로마군 사령관 베스파시아누스 장군 막사에 도착했다. 랍비는 장군을 만나 그가 머지않아 황제가 될 것이라고 예언한 뒤, 황제가 되면 자신들이 유대 경전을 공부할 수 있는 조그만 학교 하나를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베스파시아누스는 자기가 황제가 될 것이라는 예언에 내심 놀라며 예언이 이루어지면 호의를 베풀기로 약속했다.
같은 해 로마 황제 네로가 자살했다. 그 뒤 정치 군인 세 명이 왕위에 올랐으나 모두 몇 달 만에 살해되었다. 이때 베스파시아누스를 군대가 황제로 추대했다. 랍비는 당시 로마의 정치적 역학 관계를 꿰뚫어 보고 있었던 것이다. 69년 황제에 오른 베스파시아누스는 랍비의 예언이 성취된 데 대해 놀라며, 후임 사령관인 아들 ‘티투스’에게 약속을 지키도록 명령했다. 이로써 유대 교육이 소멸 위기에서 살아남게 되었다.
유대인 포로들이 콜로세움 세워
로마제국이 가장 고전한 전쟁이 로마-유대 전쟁이었다. 오죽했으면 승전 후 이를 기념하여 최초의 개선문을 만들었다. 유대인 역사가 요세푸스에 따르면, 예루살렘 공방전 당시 성 안에 유대인 270만명이 있었는데, 전쟁 중 110만명이 사망했고 포로로 잡혀 간 유대인이 9만7000명이었다. 이 유대인 포로들이 건설한 게 로마의 콜로세움이다. 전쟁으로 열심당, 제사장 중심의 사두개파, 쿰란 수도원의 에세네파가 모두 소멸하고 오직 바리새파만 살아남았다. 이때 유대교는 사두개파의 전멸로 제사장이 없어져 평신도들이 지키는 종교가 되었다. 이후 유대교는 사제 없이 공부를 많이 한 학자, 곧 랍비가 이끄는 전통이 섰다.
요하난 벤 자카이는 텔아비브 인근 야브네에 율법 학교를 세우고 매년 랍비를 길러내 세계 각지의 유대인 마을에 보냈다. 그들은 거기서 시나고그를 세우고 토라와 탈무드를 가르쳤다. 이후 유대인에게 교육은 곧 신앙이었다. 벤 자카이는 비록 나라는 망해 없어졌지만 학교를 통해 유대교와 전통이 계승된다면 유대 민족은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았다. 이렇게 유대인들은 뿔뿔이 흩어져 디아스포라로 생활하면서도 교육을 통해 그들의 언어와 정체성, 곧 민족혼을 잃어버리지 않고 2000년 이상 간직할 수 있었다. 그만큼 교육의 힘은 무섭다.
1917년 영국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대인의 국가를 세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히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유대인들은 대학 설립을 위해 모금 활동에 나섰다. 사진은 아인슈타인(왼쪽)과 하임 바이츠만 박사. 훗날 바이츠만은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이 됐다. /위키피디아
[아인슈타인·바이츠만… 이스라엘 건국 전부터 팔레스타인에 대학 설립]
‘밸푸어 선언’이 1917년에 있었다. 이는 1차대전이 끝나면 유대인들의 나라를 팔레스타인에 세울 수 있도록 영국이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유대인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그 땅에 학교부터 세운 것이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훗날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이 된 하임 바이츠만은 세계를 돌며 자금을 모아 테크니온 공대(1924년 개교)와 히브리 대학(1925년 개교)을 설립했다. 교육이 앞으로 탄생할 이스라엘의 장래를 책임질 것이라고 본 것이다.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이 건국되자 1차 중동전쟁이 터졌다. 이집트 전투기들이 이스라엘을 폭격했고,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등 아랍 5국이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당시 이스라엘 유대인 인구는 65만명이었고, 아랍연합 인구는 1억4000만명이었다. 이스라엘군과 민간인들은 기적적으로 신생 조국을 지켜냈다. 테크니온 공대 졸업생들이 빵집 등 일터의 지하 공장에서 몰래 무기를 만들어 전쟁에 대비해온 덕이었다.
전쟁이 터지자 세계 각지에서 유대인들이 몰려들어 3년 만에 이스라엘 인구가 2배로 늘어났다. 이후 3차례나 더 중동전쟁이 있었지만 이스라엘은 막아냈다. 이를 계기로 이스라엘은 방위산업을 근간으로 하는 벤처 기업들이 탄생해 하이테크 산업을 주도했다. 오늘날에도 히브리 대학과 테크니온 공대가 이스라엘의 교육과 산업을 이끌고 있다. 교육의 중요성을 2000년 이상 역사적으로 증명해온 민족이 유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