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8일 일요일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

일반적으로 심리학은 한 개인과 세계 사이의 특수한 관련성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사회심리학은 개인과 사회는 별개의 존재가 아니며, 사회는 개인을 억압하거나 새로운 개성을 창조하도록 돕는 등 인간의 특성에 역동적으로 개입한다고 본다. 따라서 개인과 사회의 상호작용을 통한 인간 역사의 창조과정에 특별히 관심을 기울인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에리히 프롬(Erich Fromm·1900∼80)은 사랑과 미움, 권력에 대한 갈망과 복종에 대한 동경,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는 것과 그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것 등 흔히 본능으로 이해되는 인간의 특성을 사회적 과정의 산물로 봤다. 개인은 평생 변하지 않는 선천적인 충동을 만족시키며 사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역동적으로 성향과 개성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회·문화의 기본적인 영향을 중시해 문화인류학의 식견을 바탕으로 사회구조, 대인관계에서 문화적으로 규정된 행동양식을 기술하려는 데 노력한 프롬은 신프로이트파로 분류된다.

2차 세계대전 발발 직후인 1941년 출간된 저서 '자유로부터의 도피'는 '근대인에게 자유의 의미란 무엇인가'에 대한 사색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프롬은 이 책에서 인간의 성격적 특성을 결정짓는 데 영향을 끼치는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생리적 욕구와 각자가 처한 삶의 양식을 들고 있는데, 후자에 해당하는 것이 외부세계와 관계를 맺고자 하는 욕구, 고독을 피하려는 욕구 등이다.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타인에게 기꺼이 복종하는 개인의 모순된 태도를 이해하려면 삶의 양식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 경제적 구조와 생존 본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프롬은 주장한다. 2006학년도 건국대 수시 1학기 논술고사에서는 최인훈의 소설 '회색인' 중 일부가 제시문 (가)로, '자유로부터의 도피'가 제시문 (나)로 채택됐다.

제시문 (가)에서는 일본 침략세력에 협력하는 사회지도층의 모습을, (나)에서는 독일 나치 정권에 순응하거나 적극 동조하는 태도를 보여줬다. 논제는 두 제시문에 나타난 순응 또는 동조의 방식을 설명하고, 각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 의견을 밝히라는 것이었다.

논제에서 권력에 순응, 동조하는 방식의 차이를 설명하라고 했으므로 권력에 복종하는 대상과 그 이유를 밝히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과정이 답안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논제의 두 번째 요구사항은 각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를 내리라는 것이다. 답안은 당시의 시대, 사회적 상황을 고려해 작성돼야 한다. 일본 침략세력과 독일 전체주의 모두 부당한 권력임에도 불구하고 순응 또는 동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다각적인 분석과 더불어 자신의 비판적 견해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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