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을 위한 필기시험으로 지난 8월 치러진 '2014학년도 법학적성시험(LEET)'에는 총 8385명이 응시했다. 2009년 로스쿨 도입 이후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사법시험제도가 2018년 완전 폐지되면 로스쿨은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전국 25개 로스쿨은 7일부터 '2014학년도 신입생' 원서 접수를 시작한다. 그러나 지난 5년간 로스쿨이 '시험을 통한 선발이 아닌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취지에 어긋나게 운영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 로스쿨은 4년제?
지난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4기로 입학한 A씨는 입학과 동시에 휴학하고 학원에 등록했다. 법대를 나오지 않아서 법학 공부를 처음 하는 A씨는 법대 출신 동기들과 상대평가로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A씨는 "1학년 때 받는 학점은 로펌이나 공공기관에서 인턴을 하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법대 출신이나 사법시험 경험이 있는 동기들과 무슨 수로 똑같이 경쟁을 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로스쿨생들은 3년간 치열한 학점 경쟁을 견뎌내야 한다. 로스쿨의 엄격한 상대평가제는 일부 과목만을 제외하고 수강생들의 성적 비율을 A+(전체 수강생 중 7%), A(8%), A-(10%) 등 A+부터 D등급까지 4~20%씩 의무적으로 구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학지식이 없는 상당수 학생들은 학점 경쟁에 뛰어들기가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선행학습을 위해 휴학을 택한다.
서울대 로스쿨에 따르면 1학년 휴학생은 2010년엔 2명에 불과했지만 2011년 16명, 2012년 24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올해만 해도 9월 말까지 20명이 휴학했다. 고려대와 연세대의 경우 올해 4월 기준 휴학생은 1~3학년 통틀어 각각 21명, 34명이다.
▶ 실무 경험자 없고 20대 많아
나이 제한을 명시하진 않지만 올해 주요 대학 로스쿨 신입생 연령 현황을 보면 30대 이상 '고령' 응시생들은 주눅 들 수밖에 없다. 각 대학에 따르면 서울대는 2013학년도 신입생 정원 150명 중 32세 이상이 전무했다. 고려대(1명), 연세대(3명), 중앙대(2명) 등 서울권 주요 대학들도 상황이 마찬가지다.
반면 전남대(29명), 전북대(22명), 경북대(27명) 등 지방 대학들과 비교하면 서울권 대학의 '30대 외면'은 눈에 띌 정도다. 전북대의 경우 40대 이상 신입생이 6명이고, 전남대와 경북대는 40대가 2명씩이다.
법학적성시험 전체 응시자 가운데 30대 이상이 40%를 차지하며 로스쿨 입학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지방 대학으로 밀려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서울대에서 젊은 층 비중이 높았다. 올해 신입생 중 25세 이하는 전체 중 85.7%가 넘는 132명에 달했다. 이는 중앙대(55.6%), 연세대(50.4), 한양대(48.1%), 고려대(32.8%) 등 다른 서울권 주요 대학들의 25세 이하 비중과 비교해서도 유독 높은 수치였다.
▶ 등록금 2천만원 '머니스쿨'
로스쿨 입학을 준비 중인 권민수 씨(29). 치열한 눈치 싸움과 면접 준비에 대한 압박도 있지만 그에게 또 다른 부담은 바로 돈이다. 가군과 나군에 각각 원서를 넣을 경우 접수비용만 총 50만원에 달하고 로스쿨에 입학한다고 해도 연간 1000만원에 이르는 등록금 외에 입학금을 별도로 내야 하기 때문. 권씨는 "로스쿨에 진학한 지인들은 학점경쟁 때문에 힘들어 하지만 정작 나에겐 학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올해 로스쿨에 지원하는 응시생들은 여전히 '터무니없이 비싼 비용'을 문제로 지적했다. 가군과 나군 각각 한 곳씩 지원하면 총 50만원의 접수비를 내야 하고 면접 대비 학원에 다닐 경우 한 프로그램당 50여 만원의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로스쿨에 입학하더라도 사립대의 경우 1년에 2000만원이 넘는 학비를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돈스쿨(머니스쿨)'이란 오명까지 나오고 있다.
대학알리미 공시정보에 따르면 2013년도 연간 등록금은 성균관대가 2084만원으로 가장 비쌌고 연세대(2047만원), 고려대(2013만원), 경희대(1997만원) 등이 뒤를 이었다.
▶ 로스쿨도 SKY대 선호
서울 소재 중위권 로스쿨에 재학 중인 2학년 B씨는 상위권 로스쿨에 재입학하기 위해 올해 법학적성시험을 보려다 포기했다.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법학적성시험 응시자들을 조사한 뒤 다음 학기 장학생 대상자에서 제외하겠다고 엄포를 놨기 때문이다. 또 다른 로스쿨에선 법학적성시험 당일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의시험 일정을 잡았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재학생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로스쿨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B씨는 "어차피 SKY(서울대ㆍ고려대ㆍ연세대) 로스쿨이 아니면 대형 로펌에 취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그나마 학벌을 덜 보는 로클럭이나 검찰이 되려면 교내에서 '사시 1차 합격자' 등 실력자들을 제치고 1등을 유지해야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진녕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변호사 시험 성적이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 로펌들은 출신학교나 학과성적 기준으로 실력을 확인할 수밖에 없어 불만"이라면서 "이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인재를 가려낼 기준을 도출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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