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6일 수요일

稷北移居(직북이거)

稷北移居(직북이거)
苦被催租急(고피최조급)
謀窮賣及家(모궁매급가)
外非茅代瓦(외비모대와)
小是蟹成蝸(소시해성와)
今可門看客(금가문간객)
全無地揷花(전무지삽화)
明年霖雨至(명년임우지)
耕種富生涯(경종부생애)
―장혼(張混·1759~1828)

사직동 북쪽으로 이사하고
세금을 납부하라 너무 시달려
견디다 못 견뎌서 집을 팔았네.

겉보기엔 초가 아닌 기와집이나
작기가 게딱지에 달팽이 집일세.

손님 맞을 대문 꼴은 제법 좋아도
꽃을 심을 땅뙈기는 전혀 없구나.

내년에 장맛비가 오고 난 뒤면
밭을 갈아 살림살이 넉넉해질까?




조선일보

정조 순조 시대의 저명한 출판가 이이엄(而已�) 장혼의 한탄이다. 서울에서 나고 산 서울내기 장혼은 멋진 집을 갖고 싶은 소망을 평생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소망을 이루기는커녕 세금에 시달려 갖고 있던 집마저 팔고 변두리로 밀려나는 신세가 되었다. 이사한 집이 기와집에 문이 번듯하여 남 보기에는 괜찮을지 몰라도 게딱지만 하여 꽃 하나 심을 공간도 없다. 내년 여름에는 살림이 좀 나아질까 다시 꿈을 꾸어본다.

그래도 남보다는 조금 여유로웠던 그다. 주택난이 심했던 당시에 한양의 중산층도 갈수록 팍팍해지는 살림에는 집을 줄여가는 일이 적지 않았나 보다.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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