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군은 중학교 3학년때부터 이 노트를 써왔다. ‘정수’, ‘조합’, ‘도형’, ‘식 해석’ 등으로 항목이 나누어진 이 노트에는 각각의 기본적인 개념과 문제 풀이가 정리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이차 부등식’의 경우, 교과서에 나와 있는 개념과 예시 문제의 일반적인 풀이법을 적는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풀이방법과 다른 점을 비교해, 최종적으로 가장 쉬운 문제 풀이법을 정리해 놓는다.
이렇게 황군의 손때가 묻은 노트가 어느덧 4권이 됐다. 황군은 “수학에서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본기가 확실해야 한다”며 “많은 문제풀이보다는 노트에 자기 손으로 중요개념을 기록하면서 기본예제와 함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 ▲ 황현섭군의 수학노트 /
수학을 잘 하는 학생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수학 우등생’들은 “개념을 확실히 잡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려대 법학과 2학년 박철범씨 역시 마찬가지. 박씨는 중학교와 고교 1학년까지 반에서 꼴찌였던 성적을 6개월 만에 1등으로 끌어올려 화제를 모았다.
박씨는 “수학 교과서에 나온 기본 예제를 다 풀 수 없는 실력이라면, 이전 학년의 교과서를 통해 개념을 정리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박씨는 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조바심에 문제집을 여러 권 살 것이 아니라, 한 문제집을 2번 이상 풀면서 확실하게 자신의 풀이 과정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 수학은 재미있는 놀이
전문가들은 어릴 적부터 수학학습의 필요성을 느끼게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시매쓰 수학연구소’의 조경희 소장은 “가정에서 달력을 이용해 내년 아이 생일의 요일을 알아 맞추기, 주차장에 있는 검은 차와 하얀 차의 수를 세는 놀이 등을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놀이를 통해 실생활 속에서 수학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보고, 수학학습의 필요성을 스스로 느끼게 해주는 것이 커서 수학을 잘 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라는 것이다.
최근 각 지자체 별로 수학캠프를 운영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지난달 24일 충남교육청은 충남 아산에서 중학교 1학년 학생 100명을 모아 ‘제2회 충남 수학캠프’를 열었다. 교육청은 학생들에게 도형을 이용해 어떤 틈이나 겹침이 없이 평면 또는 공간을 완전히 메우는 게임으로 도형을 가르쳤다. 참가자들은 “교과서를 이용한 학습에서 벗어나 체험하면서 수학의 다양한 개념을 익혀보니 수학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고 했다.
◆ 100평 땅을 1만평으로 늘리는 비결
수학에 대한 흥미를 키워야 수학 실력이 좋아진다는 것은 ‘수학강국' 싱가포르가 잘 보여줬다. 싱가포르는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비교연구(TIMSS)의 수학 분야에서 1995년, 1999년, 2003년 등 3차례나 1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의 수학교육 핵심은 수학을 재미있게 즐기는 것. 홍익대 수학교육과 박경미(41) 교수는 “싱가포르 수학교육 과정은 수학을 즐기고, 수학의 미와 위력을 인식하고,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고, 인내심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수학교육은 미국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캘리포니아 등 미국의 일부 주는 싱가포르의 수학 교과서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올해는 미국 메이저 출판사에서 싱가포르 초등 수학교재 의 판권을 사들여 미국 초등학교 교재로 판매하고 있다.
서울대 수학교육과 최영기 교수도 ‘논리적 사고력과 기본개념, 창의성 증진’을 수학교육의 기초로 강조했다. 기본적인 논리나 창의성 없이 문제만 열심히 풀어서는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개념도 모른 채 문제풀이에만 매달리는 것은 100평의 땅에 건물을 높게만 짓는 것과 같아서 언제 무너질지 몰라요. 우선 논리성과 창의성 같은 기초를 탄탄히 쌓은 후에 수학공부를 하면 100평의 땅을 1만 평으로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