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3일 수요일

아이를 ‘융합형 인재’로 키우는 엄마표 독서교육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예술, 수학, 건축에 능한 융합형 인재였다. 한국 축구를 월드컵 4강에 올려놓은 일등 공신 역시 모든 포지션에 능한 멀티플레이어였다. 시대가 다양한 정보를 융합하고 새롭게 만들어내는 인재를 요구하면서 교과과정도 바뀌었다. 우리 아이를 융합형 인재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독서에 그 답이 있다.

융합형 인재가 주목받고 있다. 당장 인터넷만 켜도 수많은 정보가 쏟아진다. 현시대가 원하는 인재는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를 구성하고 조합해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줄 아는 사람이다.

교육부도 시대의 흐름에 맞춘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융합인재교육(STEA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 Mathematics, 교과 간 통합교육을 의미)을 실시한다. 올해부터 초등학교 1, 2학년 교과과정에 통합교과를 신설한 것. 기존의 <바른 생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을 하나로 엮은 통합교과는 하나의 주제를 바탕으로 다방면의 교과목을 연계해 교육하는 것이다. 교과과정이 바뀌면서 당장 엄마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통합교과에 대처하기 위해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하고 어떤 부분을 채워줘야 할까. 엄마들의 고민은 ‘어떤 학원을 보낼까’에 머물러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독서를 추천한다. ‘통합독서법’으로 두 아이를 사교육 없이 키우고 있는 <생각하는 아이 기다리는 엄마>의 저자 홍수현 씨는 “통합적 책 읽기가 융합인재교육을 위한 맞춤옷”이라고 설명하며, 특히 “내 아이의 특성을 가장 잘 아는 엄마가 직접 독서교육을 할 때 통합독서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통합독서란?

‘통합독서’라는 용어는 다소 어렵게 느껴지지만 핵심은 ‘주제 중심의 독서’다. 보통 인문, 과학 책을 읽으면 정보 위주, 창작 책은 줄거리 위주로 이해하게 되는데 이런 획일화된 독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는 단편적이다. 통합독서는 줄거리나 정보 위주의 책 읽기에서 벗어나 한 권의 책을 다각도에서 보고 문학적, 예술적, 수학적,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과정을 통해 융합형 인재로 성장하게 한다. 예를 들어 <갯벌이 좋아요>라는 책을 기존의 독서법대로 읽으면 갯벌에 대한 정보만을 습득할 수 있지만 ‘갯벌’이라는 주제를 정한 후 우리나라 갯벌 조사, 갯벌 생물 만들기, 갯벌 탐구, 갯벌 도감 만들기 등의 활동으로 이어가면 지리, 미술, 과학, 언어 교과의 연계로 확장시킬 수 있다.
1 책 고르기
주제를 먼저 정하라
주제 선정이 필수인 통합독서법에서 학원표가 아닌 엄마표가 중요한 이유는 내 아이의 관심사와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엄마들은 아이가 한 가지 주제에만 집착하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통합독서교육은 아이의 관심사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떤 주제를 선정할까’라는 고민을 하기에 앞서 아이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책을 선정해 주제와 영역을 확장하면 된다. 획일화된 추천도서 목록을 따라가지 말고 우리 아이만을 위해 특화된 ‘엄마표 추천도서 목록’을 만들어야 한다.

주제가 정해지면 깊이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 주제의 모든 책을 찾겠다’는 생각으로 모든 책들을 검토하고 공부해야 한다. 특히 선정한 책을 여러 번 읽고 확장할 수 있는 영역을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집보다는 단행본을 추천한다. 전집을 들여놓으면 아이가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과적으로 아이에게 부담만 주게 된다. 전집은 방대한 정보와 주제를 나열한 ‘수평적 책 읽기’가 가능하지만 단행본은 깊이 있는 ‘수직적 책읽기’가 가능하다. 한 가지 주제에서 시작해 아이와 함께 단행본을 구매하면서 심화학습을 하면 아이의 배경지식을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다.

그림책만큼 좋은 교재도 없다

엄마표 독서교육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후에도 고민은 이어진다. 도대체 어떤 책이 좋을까. 주제 선정 후에도 내 아이의 수준에 맞는 책을 고르는 일은 쉽지 않다. 통합독서교육은 적합한 책도 부적합한 책도 없다. 아이 관심사에 어울리는 책과 이를 다각도로 보려는 노력만 있으면 된다. 일반적으로 어른들은 그림책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통합독서교육에 그림책만큼 좋은 교재도 없다. 주제가 명확하고 시각적으로 아이들의 주목을 끌 수 있기 때문에 흥미를 유발하기에 좋다. 쉽고 재미있어 아이들 스스로 깊고 넓게 생각할 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그림책을 보면서 쉽고 즐겁게 책 읽기를 해도 좋다. 최근에는 과학 지식이나 사회 이슈, 역사 정보가 녹아들어 있는 그림책도 많이 등장했다. 멸종위기 동물의 문제를 다룬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나 장애인 편견을 다룬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 등이 그렇다. 쉽고 만만한 그림책을 여러 번 읽으면서 딱딱한 문제를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아이들만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인문, 과학 책보다는 창작 책 위주의 독서를 이어가는 것이 좋다. 창작 책에서도 과학, 인문 지식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아이 스스로 궁금한 점을 찾아 질문하다보면 생활에 녹아 있는 과학 원리나 인문 지식을 발견하고 터득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또 아이가 잘 알고 있는 현상이 과학이나 정보로 연결되면 생생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

2 읽기

많이 읽기보다 여러 번 읽어라

독서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아이에게 독서를 강조하지만 책을 무작정 많이 읽기만 해서는 통합교육을 할 수 없다. 책은 많이 읽었지만 책의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정보를 입력하는 방법 자체를 새롭게 설정해줄 필요가 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여러 번 읽기다. 책을 여러 번 읽으면 겉으로 보이는 주제 외에 작가가 곳곳에 숨겨놓은 의도를 찾아낼 수 있다.

여러 번에 걸쳐 꼼꼼하게 책을 읽다보면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정보로도 눈을 돌릴 수도 있다. 작가의 의도를 벗어나는 훈련을 통해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튼튼해진다. 처음 읽을 때는 책의 전체 흐름을 이해한 후 아이의 질문을 따라 자연스럽게 생각의 가지를 확장시켜나간다. 여기에 아이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체험학습으로 이어가면 더욱 생생한 정보로 만들어줄 수 있다.

일정 기간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읽는 것도 좋지만 3개월 혹은 6개월이 지난 후 다시 같은 책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른도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으면 상황에 따라 다른 감상과 정보를 얻게 된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아이는 발달이 빠르기 때문에 같은 책을 읽고 이해하는 정보와 느낌은 매주, 매달 달라진다.

엄마표 독서교육의 장점은 아이들의 발달 상황에 맞춰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엄마표 독서교육에 적당한 시기는 없다. 다만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

3 이해하기

3~4세 : 책 내용을 경험으로 이어가자

아직 한글을 읽을 수 없는 서너 살 때는 엄마가 책을 읽어주는 경우가 많다. 이때 책을 읽어주는 데서 그치지 말고 책 속의 소재나 주제를 실제 경험으로 이어가야 한다. 예를 들어 <민들레 꽃>이라는 책을 읽었다면 종이접기를 통해 꽃을 접어본다든지, <갯벌 이야기>를 읽고 직접 갯벌을 체험해보는 식이다.

저학년 : 아이의 질문을 따라가자
아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같이 책을 읽고 질문을 통해 생각을 확장시키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때 엄마가 주도적으로 질문을 하기보다는 아이의 질문을 그대로 따라가는 편이 좋다. 엄마가 아이의 생각을 그대로 수용해주면 아이는 상상력과 자신감을 높일 수 있고, 또 책의 내용을 더 깊고 넓게 읽을 수 있다. 저학년은 시간이 많기 때문에 서둘러서는 안 된다. 아이 스스로 넓고 깊게 책 읽기를 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여유가 필요하다.

고학년 : 마인드맵을 활용하자
아이가 고학년이 되면 마인드맵 활용을 추천한다. 마인드맵은 독서를 하면서 머릿속에 입력한 정보를 하나의 지도로 그려내는 활동이다. 마인드맵 그리기가 훈련이 되면 산발적인 정보를 논리적으로 입력하고 출력할 수 있는 체계가 생긴다. 마인드맵을 통해 정보 입력의 뼈대를 완성하면, 아이가 인터넷 검색이나 다른 책을 통해 배경지식을 채워가게 지도한다. 독서신문, 독서일기 활동을 병행하면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키울 수 있다.

4 질문하기
선생님이 아닌 친구가 되자

엄마표 독서교육이라는 커다란 산 앞에 선 학부모들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 ‘어떤 질문을 해야 생각을 확장시킬 수 있을까’라는 걱정부터 앞선다. 물론 엄마표 독서교육을 시작할 때 학부모들이 먼저 공부하고 준비해야 하지만 처음부터 자신을 선생님으로 설정하고 아이를 가르치겠다는 태도로 접근하면 안 된다. 아이의 선생님이 아니라 친구가 돼 같이 논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접근하면 보다 생산적인 독서교육이 가능하다.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만약에?”가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주제에서 벗어나는 엉뚱한 질문을 하더라도 타박하지 말고 아이의 상상력을 따라가야 한다.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면 역으로 뒤집어보기를 권한다. 책에서 얻은 단편적인 주제나 정보를 묻기보다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정답이 없는 질문을 해야 한다. “왜?”, “어떻게?”로 시작하는 질문이 좋고 가상의 상황을 설정해 상상력을 자극하는 “만약에?” 역시 좋은 질문 방법이다.

5 기다리기

아이에게 시간을 주자
엄마표 독서교육을 시작하기에 앞서 유의해야 할 점은 조급함을 버리는 것이다. 독서교육 특히 통합독서교육은 정답이 없다. 지식 습득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 것이 포인트. 아이가 내 생각과 다른 답을 한다고 해서 충분히 다그치면 아이는 움츠러들고 주저하고 만다. 개념을 이해하고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시간을 주자.

내 아이의 특성을 파악하자
아이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좌뇌형 아이와 우뇌형 아이, 또 양쪽 두뇌를 사용하는 아이는 생각의 체계가 다르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좌뇌형 아이는 분류를 잘하지만 감성적인 재미는 찾기 어렵다. 반면 주관적인 판단이 강한 우뇌형 아이는 간혹 이해할 수 없는 생각을 말하기도 한다. 엄마의 기준에 맞춰 교육하지 말고 아이의 특성대로 이해해야 한다. 아이들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면 기다릴 줄 아는 내공을 터득할 수 있다.



“사교육 없이 과학영재원 합격시킨 비법, 책 속에 있어요”<생각하는 아이 기다리는 엄마> 저자 홍수현

대학에서 아동학을 전공한 홍수현 씨는 두 아들이 예닐곱 살이 되던 때 ‘엄마표 독서교육’을 시작했다. 아이들과 놀면서 가볍게 시작한 ‘엄마표 독서교육’ 덕분에 두 아이 모두 과학영재원에 합격했고 중학교 1, 2학년인 지금도 사교육의 도움 없이 공부하고 있다. 물론 성적은 상위권이다.

“자기주도학습이 사교육 없는 교육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초등학교까지 사교육 없이 해보다가 아이들이 힘들어하면 사교육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사교육 도움 없이 교과과정을 잘 따라가고 있어요. 통합독서법 덕분이죠.”

지금은 수년간의 노하우를 터득해 나름의 체계를 갖췄지만 홍수현 씨 역시 아마추어였다. <선인장 호텔>을 읽으며 아이와 함께 선인장을 만든 것이 통합독서법의 시작이었다. 아이의 흥미와 질문에 따라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지금의 체계를 만들어나갔다. 홍수현 씨에게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책 한 권이 이렇게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는지 몰랐어요. 그림책 하나로도 역사, 사회, 과학, 수학 등 확장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해요. 주 중에는 아이들과 책을 읽고 주말이면 전국을 돌아다니며 체험학습을 했어요. 바쁘게 지냈지만 정말 즐거웠죠.”

홍수현 씨가 피부로 느끼는 ‘엄마표 독서교육’의 장점은 성적이라는 결과가 아니라 스스로 공부하는 과정이다. 두 아이들은 새 과목을 공부할 때 엄마나 선생님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개념 책을 읽으며 스스로 원리를 터득한다. 개념 이해가 한 번에 되지 않으면 반복해서 읽는다. 어린 시절부터 훈련한 덕분에 어려워하지 않고 자기주도학습을 하고 있다.
남편도 홍수현 씨의 특별한 교육방법을 지지한다.

“남편은 저보다 더 자유롭게 아이를 키우고 싶어 했어요. 아이를 교육할 때 부모는 최소한의 울타리가 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제 교육 방침에 선뜻 동의했죠.”

부부의 원칙은 확고했다. 어떤 일이든 아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현재 홍수현 씨는 책을 통해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생각하는 아이’라는 생각교습소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 교습소에 와 통합독서를 어색해하던 아이들도 3개월 정도면 정상 궤도에 오른다. 홍수현 씨의 교육방식에 동감하는 학부모들이 늘어나면서 꾸준하게 4~5개월을 함께 공부하는 아이도 적지 않다. 달라진 아이들이 가져온 상장이 홍수현 씨에겐 훈장과도 같다.

“아이들은 믿는 만큼 따라와요. 처음 ‘이렇게 이야기해도 되나요?’라고 묻던 아이들이 서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자유롭게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대견합니다.”

학부모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아이의 인생은 정말 길잖아요. 빨리 도착하는 것보다 조금 느리더라도 스스로 도착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내 아이를 믿고 조금 기다려주세요.”

여성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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