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아이들일수록 아름다움 음미할 기회를 줘야 음악실에는 피아노 외에 드럼, 기타, 전자 기타 등 실용 음악 악기가 다양하게 구비돼 있었다. 핀란드 학교에서는 모든 과목을 거의 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가르치는데 음악도 예외는 아니다. 이어 방문한 미술실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천장을 통해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하고, 빛을 차단하거나 각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만든 특수창이었다. 도자기를 구울 수 있는 가마와 사진 현상을 할 수 있는 암실도 마련돼 있었다. 과학실에는 뜻밖에도 낚싯대가 있었다. 아이들은 생물 시간에 학교 옆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아 연구를 하고, 직접 잡은 물고기를 요리해 먹기도 한다고 했다.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에서 핀란드 학생들이 과학 과목에 강한 이유가 이론 위주가 아닌 실생활과 연결시켜 공부하기 때문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학교의 중심이 되는 공간에 위치한 식당은 많은 학생이 모이는 곳인 만큼 조용한 환경에서 식사할 수 있도록 소음 방지에 특히 신경을 썼다고 했다. 비록 단체 생활이기는 하지만 아이들이 최대한 안정된 환경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한 배려가 돋보였다. 시설을 다 돌아볼 즈음 방문객들은 교장실로 안내됐다. 첨단 시설을 완비한 교실과 달리 교장실은 좁은 공간에 소파도 없이 책상 하나만 덜렁 놓여 있었다. 교장 선생님의 권위는 근사한 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학교 구석구석을 다니며 아이들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고 불러주는 모습에서, 아이들과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주고받고 조언하는 자세에서 나오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 대화에서 교장 선생님은 또 한 번 감동을 안겨주었다. “어려운 환경 때문에 집이나 주변에서 아름다운 디자인을 접하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학교에서만이라도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려주어야 합니다. 이런 아름다운 학교에서 자란 아이들은 성인이 됐을 때 아름다운 디자인을 음미하고 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심미안을 갖출 수 있게 됩니다.”
여성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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