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10일 목요일

컴퓨터의 원조는 주판

감독들은 대체로 로봇들을 인간이 갖지 못한 초월적인 능력을 가질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인간들은 로봇에 의해 고통을 당한다는 설정을 세운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대단한 흥행에 성공한 「터미네이터 The Terminator」 시리즈이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 컴퓨터 전략 방어 네트워크가 스스로의 지능을 갖추고는 핵전쟁의 참화를 일으켜 30억이라는 인류를 잿더미 속에 묻어버린다. 그리고 남은 인간들은 기계의 지배를 받아 시체를 처리하는 일 등에 동원된다. 이때 비상한 지휘력과 작전으로 인간들을 이끌던 사령관 존 코너는 반 기계 연합을 구성, 기계와의 전쟁을 시작하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이에 기계는 존 코너의 탄생 자체를 막기 위해, 2029년의 어느 날, 타임머신에 ‘터미네이터’를 태워서 1984년의 L.A.로 보낸다. 



이 터미네이터는 총으로는 끄떡도 않는 신형 모델 101로서 인간과 똑같이 만든 유기적인 침투용 사이보그였다. 이 정보를 입수한 존 코너는 역시 카일 리스라는 젊은 용사를 보내 그의 어머니를 보호하게 한다. 직장인 식당에서 일을 하던 사라 코너는 터미네이터에게 쫓기기 시작한다. 리스와 쫓기던 사라는 모든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미래에 자신이 낳은 아이가 핵전쟁 생존자인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터미네이터가 그녀를 죽이려 한다는 것이다. 리스와 터미네이터의 아슬아슬한 결투로 기계조직이 노출될 때까지 터미네이터는 집요하고 끈질기게 추적해 온다. 



리스와 사라는 함께 도망하면서 사랑에 빠지게 된다. 마지막으로 리스는 자신을 희생하는 대폭발을 유도하지만 터미네이터의 추적은 계속된다. 위기일발의 사라는 압축기로 터미네이터의 자취를 사라지게 한다. 몇 달 후 사라는 지구의 인간성을 회복해 줄 리스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며 결국 미래의 사령관 존 코너는 태어난다.’ 



「터미네이터」의 성공으로 후속편이 계속 나왔는데 제2편(「터미네이터2, The Judgment Day)」에서 변형 터미네이터인 액체금속인간 모델 T-1000을 창안하여 전 세계의 관중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존을 처치하려는 1차 작전에 실패한 컴퓨터는 불사조나 다름없는 제2의 터미네이터를 1991년의 LA로 다시 파견한다. 그것은 인조 합금으로 이뤄진 보다 진보된 액체금속인간인 모델 T-1000으로, 이때 존 역시 특사를 보내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를 보호하게 한다. 존이 보낸 특사는 바로 1편의 사이보그 터미네이터 모델-101(아놀드 슈왈츠네거)이다.’ 



‘SFX 기술의 총체적인 성공’이라고 평가받는 제2편은 여타 SF영화와는 달리 비평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아 1992년 아카데미에서 6개 부문 노미네이트(촬영, 편집, 특수효과, 음향효과편집, 분장, 음향상)되어 기술 관련 4개 부문(특수효과, 음향효과편집, 분장, 음향상)을 석권했다. 1992년 골든 글로브 각본상을 수상했고 1992년 영국 아카데미 영화제 2개 부문(음향, 특수효과)을 수상했으며 1992년 독일 굴든 스크린 영화제 ‘골든 스크린 상’, 1992년 휴고 영화제 휴고 상, 1992년 M TV 영화제 6개 부문을 수상하는 등 SF영화로서는 보기 드믄 상복까지 터졌다. 



특히 액체금속 살인기계인 T-1000은 그야말로 SF영화 마니아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T-1000은 총탄을 맞아 몸에 구멍이 뚫리면 금방 액체 금속의 피부가 뚫린 구멍으로 흘러들어 가는가 하면 폭탄을 맞아 조각조각 부서져도 몽땅 녹아버린 뒤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엄밀하게 말하면 컴퓨터가 만들어낸 영상과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 과정을 통해 컴퓨터로 이 장면을 한 프레임 한 프레임씩 맞추어 만들었는데 미국인답게 이 기술을 특허로 등록까지 했다. 



T-1000처럼 액체와 고체 사이를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변신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결코 상상의 일이 아니다. 전기유동유체(ER 유체)라는 재료가 바로 「터미네이터2」의 제작자가 차용한 물질과 유사한 성질을 갖고 있다. 보통 때는 물처럼 묽지만 전압을 걸면 꿀처럼 질척거리는가 하면 젤라틴처럼 굳어지기도 하지만 전류가 흐르지 않으면 본래의 물과 같은 상태로 돌아온다. 이렇게 한 상태에서 다른 상태로 바뀌는 데는 불과 1천분의 2〜3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물론 영화에서처럼 완벽한 변형이 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제3편인 「터미네이터3, Rise of the Machine」에서는 파괴된 암살기계 T-1000보다 더 발전된 형태인 터미네트릭스(T-X)가 등장한다. T-X는 섹시하고 아름다운 외모와 함께 냉혹하고 잔인한 성격을 갖고 있는 최첨단의 여성 기계로봇이다. T-X의 파괴력은 전편에서 나오는 로봇보다 위력적인 데다가 모든 기계장비들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가장 상위 개체로서의 기계 능력을 갖고 있는 그녀는 주변의 모든 기계들을 파괴하거나 본인의 마음대로 조종할 수가 있다. 



영화의 결말이야 당연히 기계로봇의 반란에 대항하여 인간이 승리하지만 과연 로봇이 터미네이터처럼 인간의 지능을 가진다면 영화처럼 인간이 승리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을 던져주었다. 



SF문학의 뼈대를 세웠다고도 알려지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원작을 영화화한 「아이, 로봇」도 생각하는 로봇이 등장하는 블록버스터다. 



‘2035년 시카고, 테크놀로지를 혐오하는 형사 델 스프너는 거대 로봇회사 U.S. 로보틱스의 공동창립자인 래닝 박사 자살 사건을 맡게 된다. 스프너는 밀실이나 다름없는 그 방 안에 NS-5 로봇 써니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그가 래닝을 창밖으로 집어던졌다고 의심한다. NS-5는 U.S. 로보틱스가 막 시장에 내놓은 최첨단 로봇. 가장 인간에 가까운 모델이지만, 모든 로봇은 로봇공학 3원칙 중에서 첫 번째 조항 때문에 인간에게 해를 가할 수 없다. 로봇 심리학자 수잔 캘빈에게 도움을 청한 스프너는 래닝이 써니에게 심어둔 비밀과 NS-5에 얽힌 음모를 파악하기 시작한다.’ 



감독들의 상상력은 끝이 없다. 보아즈 데이비슨 감독의 「아메리칸 사이보그」는 누가 인간인지 누가 사이보그인지 도대체 구분할 수 없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제3차 대전의 끔찍한 핵 파괴로 폐허화된 지도 17년, 지구상의 생존자들은, 인간을 위해 일하도록 개발했던 컴퓨터의 반란으로, 컴퓨터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강제 수용되어 자연 소멸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포로의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컴퓨터의 지배에서 벗어나려는 인간의 두뇌들은 지하에 집결해서, 반 컴퓨터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 활동의 하나가 핵은 물론 컴퓨터의 오염을 받지 않은 새로운 인간의 발육에 있었다. 



지하연구소의 책임자 버클리 박사는 오염되지 않은 숫처녀 메리의 난자를 이용해서 그런 생명을 출산시켜, 미국보다는 깨끗한 유럽으로 옮기기로 한다. 그러나 정확하고 철저한 컴퓨터의 감시를 뚫고 시험관 속에 담은 태아를 유럽으로 옮기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사이보그의 끈질긴 추적에도 불구하고, 도중에 만난 오스틴(Austin, 죠 라라 분)의 도움으로 36시간의 어려움 많은 길을 항구를 향해 달려간다. 



수많은 고비를 함께 넘기는 사이에 메리도 오스틴도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사이보그와의 치열한 격투 끝에, 오스틴 자신도 사이보그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런 사실은 메리에게 커다란 배신감을 안겨준다.’ 



물론 로봇이라 하여 대형 로봇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이크로 로봇을 단적으로 잘 보여준 것은 영화 「마이크로 결사대 Fantastic Voyage」이다. 아주 작은 크기로 축소된 사람이 잠수정을 타고 뇌의 장애로 생사를 헤매는 환자의 몸속으로 들어가 병원균과 사투를 벌이는데 초소형 잠수정도 마이크로 로봇이라 간주할 수 있다. 



여하튼 SF영화에 나오는 로봇들은 만능의 재주를 갖고 있다. 강한 육체와 복잡한 연산도 쉽게 해내는 두뇌가 있는 것은 물론 위험한 장소에서의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설사 로봇에게 사고가 나더라도 간단하게 고치기만 하면 된다. 더욱이 영화의 설정에 따라 인간과 섹스도 가능할 정도로 인간과 완벽한 기능을 갖고 있다. 



반면에 영화에서 그려지는 로봇에 비해 인간은 허약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도 인간이 로봇을 조종할 수 있는 것은 인간에게 유일한 무기라 볼 수 있는 자유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 자유의지마저 로봇한테 주어진다면, 인간은 어떻게 세상의 지배자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 「아이 로봇」은 「프랑켄슈타인」에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터미네이터」 시리즈로 이어지는 근대의 SF물이 던져온 질문을 다시 한 번 던진다. 



<실현이 안 된 로봇 천국> 


1920년에 처음으로 희곡 속에 등장한 로봇을 실현해보겠다고 수많은 과학자들이 도전했지만 각 가정의 필수품이 되리라던 가사용 로봇은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았다. 영화에 다반사로 나오는 지능형 로봇 즉 인간과 차이가 없는 안드로이드는 시제품조차 나오지 않았다. 



과학의 발달을 보면 로봇이 아직까지 우리 실생활에 밀접한 관계를 맺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의아한 일이라 볼 수 있다. 컴퓨터가 태어난 지 60여 년에 지나지 않는 데도 세상을 바꾼 것에 비하면 더욱 그렇다. 



여기에서 말하는 가사용 로봇이란 개념이 중요하다. 21세기가 된 지금 로봇이 자동차를 만들고 우주 정거장을 조립하고 폭탄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집안에 있는 로봇에게 맥주를 가져오게 하거나 요리, 청소를 알아서 하라고 지시할 수 없는 이유가 뭘까? 



이에 대한 결론은 간단하다. 


공장에서 단순한 조립을 하는 로봇과는 달리 가사용 로봇 즉 「바이센테니얼 맨」처럼 가사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같은 사고를 할 필요가 있는데 바로 그 뇌를 아직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로봇의 인공 지능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예상한 것보다 로봇의 개발이 비약적이지는 못하지만 그런대로 로봇이 우리 실생활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은 로봇의 아이디어를 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는 컴퓨터가 발명되었기 때문이다. 



로봇이란 아이디어가 생겨난 지 25년도 채 안되어서 현대과학기술의 총아로 볼 수 있는 컴퓨터가 등장했다는 것은 로봇으로서는 행운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상 20세기에 나타난 컴퓨터라는 신기술이 없다면 로봇이란 개념도 인간의 상상력에 국한되었을 것이다. 컴퓨터의 탄생과 기본 원리에 대해 설명한다. 



1944년 봄. 유럽 전선에서 패주를 거듭하던 독일군은 임박한 연합군의 침공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 장소는 비밀. 연합군은 노르망디를 침공지점으로 정했지만 독일군의 관심을 노르망디로부터 다른 지역으로 돌리는 것이 전쟁의 승패를 결정지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독일군 서부지구 최고사령관 칼 폰 룬스테트 장군과 베를린 사이의 비밀통신 암호를 해독한 연합군은 독일군이 연합군의 작전에 속지 않고 노르망디 지역인 셰부르(Cherbourg) 반도에 방어전선을 열심히 구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연합군은 쾌재를 불렀다. 독일군의 전략을 파악했으므로 독일군들이 속아 넘어가게 위장작전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과는 알려진 대로 독일군이 연합군의 작전대로 움직였다. 막상 노르망디에서 상륙작전이 시작되었는데도 독일군은 진짜 상륙지는 프랑스 북부의 칼레 지역이라 단정하고 노르망디에 군대 파견을 보류했다. 전투의 결과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와 같은 거짓말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기계가 발명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세상에 태어난 지 겨우 60년 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이 기계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이것이 없으면 공부도 할 수 없고 게임도 할 수 없으며 은행에서 돈을 찾을 수도 없고 수많은 기계들을 만들 수도 없다. 인터넷에서 채팅도 할 수 없다. 



정답은 누구나 곧바로 대답할 것이다. 컴퓨터. 


수공업에서 기계에 의한 대량 생산으로 산업 형태가 바뀐 18세기 초가 산업혁명의 시작이었다면 진정한 산업혁명의 완성은 1943년 즉 컴퓨터가 최초로 만들어지면서부터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에게 가장 큰 문명의 이기를 부여했다고 볼 수 있는 컴퓨터는 과연 누가 만들었을까. 컴퓨터의 진정한 최초 발명자에 대해서는 많은 논란이 있지만 근래에는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었던 1943년 12월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 1912〜1954)이라고 인정한다. 그는 일반인들에게 근래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컴퓨터의 원조는 주판> 


컴퓨터의 개념은 계산을 하는 가장 간단한 도구로 알려진 주판으로부터 출발한다(기원전 5세기에 중국에서 발명). 독자들 중에서 주판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간이계산기가 나오기 전까지 주판은 동양인들이 꼭 배워야 할 도구였다. 은행원, 사무원을 비롯하여 장사를 하는 상인들의 계산대에는 필수적으로 주판이 비치되었고 당시 주산이나 암산에 대한 경기가 도처에서 열리기도 했다. 한국의 주판 챔피언은 TV에 출연하여 계산기와 빠른 계산 시합을 열기도 했는데 덧셈과 뺄셈에서는 주판이 계산기를 이기기도 했다. 



서양에서는 주판과 같은 효과적인 계산기가 없었지만 1642년 프랑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파스칼(1623~1662)이 톱니바퀴를 이용하여 덧셈과 뺄셈을 할 수 있는 수동계산기를 고안했다. 그 후 1671년 독일의 라이프니츠(1646~1716)가 파스칼의 수동계산기를 개선하여 곱셈과 나눗셈도 가능한 계산기를 만들었다. 톱니바퀴를 이용한 이 계산기는 실용성이라는 면에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는 모든 계산을 10진법이 아니라 0과 1의 2진법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주장하여 디지털 컴퓨터의 역사에 한 장을 장식했다. 라이프니치는 숫자의 힘, 즉 숫자로 세상의 모든 것을 계산할 수 있다고 믿었다. 



현재의 컴퓨터의 프로그래밍에 해당하는 일련의 명령을 해독하면서 자동으로 계산을 실행하는 기계는 19세기 초에 영국의 수학자 배비지((1792~1871)에 의해 계획되었다. 배비지는 산업혁명의 여파로 축적되는 수많은 데이터를 정부가 효과적으로 수집하고 처리하는 것을 돕기 위해 계산기를 설계했다. 그는 이러한 계산기를 위해서 5가지 별개의 요소들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① 문제를 설정하고 풀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기계에 투입하는 입력체제 

② 투입된 자료를 기계가 필요로 할 때까지 갈무리하는 저장장치 

③ 실제로 계산을 담당할 수학 장치 

④ 저장된 정보를 언제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기계에 알리는 제어 장치 

⑤ 인쇄된 형식으로 해답을 제시하는 산술장치. 



기계부품을 이용한 배비지의 계산기는 당시의 기계 수준이 미흡하여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 착상은 주목할 만한 것이다. 실제로 현대의 컴퓨터가 작동하는 이론과 거의 다르지 않다. 배비지는 자신이 예상하는 기계를 만들지 못했지만 1990년 영국과학박물관은 배비지가 설계한 차분계산기를 제작하여 훌륭하게 작동시킴으로서 그의 선구자적인 아이디어에 경의를 표했다. 



1854년 영국의 수학자인 조지 부울은 『사고의 법칙, The laws of thought』을 출판하여 현대적 기호논리학의 탄생을 알렸다. 이 책에서 부울은 아무리 복잡한 논리식일지라도 두 종류의 기호, 즉 참을 의미하는 ‘1’과 거짓을 의미하는 ‘0’으로 표현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추론이 예(1)과 아니오(0)의 연속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울의 아이디어는 현대 컴퓨터의 핵심 개념이다. 



20세기에 들어서 일명 계산기라고 불리는 연산장치의 개발이 도처에서 시도되었는데 1930년 미국 MIT공대의 바네바 부시 교수가 처음으로 전기장치를 사용하여 간단한 연산을 할 수 있는 아날로그컴퓨터를 발명했다. 학자에 따라 1930년을 컴퓨터의 시대가 탄생한 해로 인정하기도 한다. 



많은 과학자들이 기계로 계산할 수 있다는 개념에 주목했는데 본격적인 컴퓨터의 원리는 놀랍게도 겨우 24살에 불과한 영국인 앨런 튜링(Alan Turing, 1912〜1954)에 의해서 탄생했다. 이 단원은 박부성 박사의 글에서 많은 부분을 참조했다. 



튜링의 아버지는 영국 식민지인 인도 주재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부모를 자주 만나지 못했는데 이것이 원인이었는지 그는 평생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중·고등학교 때 수학 성적은 매우 뛰어났지만 천재들에게 자주 보이는 성격처럼 학교 교육에 그다지 잘 적응하지 못했다. 학교의 선생도 튜링에게 큰 점수를 주지 않아 그가 다닌 셔본 스쿨(Sherborne School)의 교장은 다음과 같이 평할 정도였다. 



‘이 학생이 사립학교에 있으려면 교양 있는 학생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과학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고 한다면 사립학교에 다니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튜링은 열여섯 살 되던 해인 1927년 셔본 스쿨에서 크리스토퍼 모컴(Christopher Morcom)을 만나면서 큰 위안을 받는데 1930년 모컴이 결핵으로 갑자기 사망한다. 이 충격적인 경험이 튜링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고 그는 인간의 마음이 무엇인지 또는 인간의 지능이 무엇인지에 대한 탐구에 몰두한다. 튜링이 계산 이론을 창안하게 된 계기도 이때 마련된 셈이다. 



여하튼 튜링은 수학에 천부적인 자질을 보여 1931년에 유명한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킹스칼리지에 입학한다. 이 대학교에는 빛이 태양 때문에 휜다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증명한 아서 에딩턴(Arthur Eddington, 1882〜1944)이 있었다. 에딩턴 교수는 평균값 근처에 매우 많은 관측 값들이 존재하고 극단적인 경우로 갈수록 관측 값들이 급격히 적어지는 종 모양의 분포를 말하였는데 가우스가 관측 오차를 다루기 위해 도입했기 때문에 ‘가우스 분포’라고도 한다. 



대부분 자연 현상을 관찰한 관측 값들이 정규 분포를 따르므로 물리학에서는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에딩턴은 물리학자이므로 어떤 개념을 설명하는 데 수학적 엄밀성보다는 직관적인 방법을 토대로 문제들을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튜링은 에딩턴과는 반대로 수학적으로 엄밀한 설명을 선호했고 관측 값들이 정규분포를 따른다는 단순한 설명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1934년 나름대로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때가 그의 나이 겨우 스물두 살 때로 그의 논문은 곧바로 주목을 받았다. 



그의 업적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는 1935년에 킹스칼리지 학회원으로 선발되었고 1936년에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우수연구원에게 수여하는 스미스 상을 받았다는 점으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추후에 밝혀졌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그의 증명은 핀란드 수학자 린데베르크가 12년 전에 증명했는데 당시에 영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사이언스타임즈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