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8일 화요일

마방진 이야기

완벽하게 균형잡힌 숫자배열-

요즘 어디서나 쉽게 
스도쿠 게임을 볼 수 있다. 스도쿠 게임이란 가로, 세로 9칸씩 총 81칸으로 이뤄진 정사각형에 1부터 9까지의 숫자를 겹치지 않게 적어 넣는 게임이다. 다만 가로, 세로 3줄로 이루어진 작은 정사각형 안에서도 1부터 9까지의 수가 겹치지 않게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이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숫자 놀이로 마방진이 있다. 마방진이란 가로, 세로 3칸씩(또는 그 이상)으로 이루어진 정사각형에 1부터 9까지(또는 그 이상)의 수를 겹치지 않게 채워 넣었을 때 가로, 세로, 대각선의 합이 모두 같게 되는 숫자 배열을 말한다. 즉, 숫자가 겹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스도쿠와 마방진이 같지만, 그 배열의 숫자 합의 특성까지 고려한 점이 다르다.

그러면 마방진은 언제 생겨난 것인가?

마방진에 대한 유래는 전설로 전해지는 중국 하나라의 우 임금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 임금은 매년 범람하는 황하의 물길을 정비하던 중, <그림1>과 같이 이상한 그림이 새겨진 거북의 등껍데기를 발견하였다. 낙서라고 불리는 이 그림에는 1부터 9까지의 숫자가 가로, 세로 세 줄씩 배열되어 있는데, 가로, 세로, 대각선의 어느 방향으로 더해도 그 합이 15가 되었다. 이때부터 중국에서는 이 등껍데기를 세상의 비밀과 진리를 함축하고 있고, 우주와 주역의 원리를 함축한 숫자의 배열로 인식하게 되었다.

제갈공명도 이 마방진을 이용하여 군사를 배치하였다고 한다. 즉, 이와 같이 군사를 배치하면 어느 쪽을 봐도 군사들의 수가 같기에 같은 수의 군사로 진을 만들어도 전체 숫자가 더 많아 보여 적에게 두려움을 줄 수 있었다고 한다.

수학이 발달한 중세의 이슬람에서도 마방진은 마력을 가진 것으로 여겨 전장에 나갈 때 부적으로 쓰기도 했고, 점성술사들은 악마를 쫓는 부적으로 삼기도 했다. 16세기 독일의 화가 뮐러의 목판화에도 마방진이 그려져 있다. 가로, 세로가 3칸으로 되어 있는 마방진을 3차 마방진이라고 하는데, 3차 마방진은 위의 거북 등껍데기에서 발견된 마방진이 유일하다. 4차 마방진은 880개, 5차 마방진은 275, 305, 224개가 존재한다고 하는데, 6차 이상일 때는 그 수가 몇 개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한다. 마방진을 만드는 방법은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므로 여러분도 여러 가지 마방진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해 볼만할 것이다.

<그림2>
우리나라에서도 마방진에 대해 획기적인 공헌을 한 사람이 있는데, 조선 후기 유학자이자 수학자인 최석정(1646~1715)이라는 사람이다. 그가 쓴 ‘구수략’에는 <그림 2>의 9차 마방진과 <그림3>의 지수귀문도(地數龜文圖)라는 유명한 마방진이 있다. 9차 마방진은 1부터 81까지의 수가 중복 없이 배열되어 있는데, 전체적으로도 마방진이지만 그 안에 있는 9개의 조그만 정사각형도 모두 마방진이 된다. 지수귀문도는 전체적으로 생긴 모양이 거북의 등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림3>
이 거북등처럼 생긴 6각형에는 1에서 30까지의 수가 중복되지 않고 배열되어 있는데 각각의 6각형의 수를 모두 더하면 어느 경우든 모두 93이 된다. 지금은 그 합이 91, 95 등 여러 값을 가지는 지수귀문도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최석정이 그 당시 어떻게 이런 마방진을 생각해 내었는지, 그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수에 대한 능력이 존경스럽고 자랑스럽다.

이와 같은 신비한 수의 성질 때문에 과거에는 마방진이 우주의 비밀을 간직한 신비스러운 것, 귀신을 쫓아내는 부적 등으로 사용되기도 하였으나, 지금은 그런 신비한 물건이라기보다는 재미있는 놀이의 일종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한편, 영국의 피셔(1890~1962)는 마방진을 이용하여 농업 생산성을 조사하기도 하였으며, 최근에는 시장 조사를 하거나 각종 실험의 결과를 관찰하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고 한다.

여러분도 스도쿠나 마방진 또는 여러 가지 문제를 푸는 데만 만족하지 말고 거기에 어떤 규칙이 숨어 있는지를 찾아보려고 노력하며, 문제를 바꾸어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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