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일 토요일

식물은 또 다른 달력


왼쪽부터 개나리, 장미, 코스모스, 동백꽃. 이들 식물은 모두 계절에 맞춰 꽃을 피운다. 이미지비트 제공.

개나리, 진달래, 벚꽃, 민들레는 봄에 피는 대표적인 꽃이다.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이 오면 나팔꽃, 장미, 해바라기, 카네이션 등이 피고, 서늘한 가을이면 코스모스와 국화, 분꽃, 미국쑥부쟁이가 피어 하늘거린다. 좀 더 쌀쌀해지면 동백꽃, 수선화, 포인세티아가 겨울을 장식한다.

이처럼 식물은 저마다 특정 계절에 꽃을 피운다. 마치 달력에 날짜를 표시해두고 꽃 피는 시기를 맞춘 듯하다. 이는 식물이 계절에 따른 환경변화를 알아채고, 최적의 조건에서 꽃을 피우는 개화조절 메커니즘이 있기 때문이다. 또 식물도 동물처럼 일정한 생식연령에 도달한 이후 환경 조건에 반응해 꽃을 피우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식물학자들이 100여 년 넘게 탐구해 온 개화조절 메커니즘에 관한 주제는 최근 분자 메커니즘 단계를 연구하는 쪽으로 발전해 결과를 내고 있다. 1937년 옛 소련의 미하일 차일라한 박사가 제안한 개화 호르몬 ‘플로리겐(florigen)’의 실체도 70년 이상 수수께끼로 남았다가 최근 ‘애기장대’를 통한 연구에서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식물이 꽃을 피우려면 햇빛 주기뿐 아니라 온도, 특히 겨울저온이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분자 메커니즘을 통해 이런 요소들을 하나씩 밝히면 결국 식물의 개화시기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작물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전망이다.

꽃의 발달은 ‘ABC 모델‘이라는 매우 간단한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꽃기관을 만드는데 필요한 A, B, C 세 유전자의 상호작용에 의해 꽃받침, 꽃잎, 수술, 암술이 만들어진다.




이일하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18일 오후 6시 30분부터 서울 정독도서관(종로구 북촌길)에서 ‘꽃의 과학 : 식물분자유전학’이라는 주제로 강연한다. 이 교수는 유전자 연구를 통해 꽃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분석하는 방법(ABC 모델)을 소개하고, 식물이 늘 일정한 계절에 꽃 피우는 이유를 분자유전학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다.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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