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일 일요일

"보고싶은 책, 자발적으로 즐겁게 읽어라"


스티븐 크레션 박사가 말하는 '영어 잘하는 법'

"언어는 문법을 공부한다고, 어휘를 외운다고, 말하기 연습을 한다고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영어를 잘하고 싶다면 문법 공부에 매달려서는 안 됩니다. 영어를 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학생이 원하는 책을 자발적으로 즐겁게 읽는 것입니다."

세계적인 언어교육학자 스티븐 크레션 박사(Stephen Krashen·남캘리포니아대학 교육학과 명예교수)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 16일 코엑스에서 열린 '바람직한 영어교육의 방향'이라는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크레션 박사는 언어교육학자들에게 주는 최고 상 중 하나인 핌슬러상(Pimsleur Award), 밀든버거상(Mildenberger Award) 등을 수상한 제2외국어 습득이론의 세계적인 권위자이다.
언어를 배우는 방법에는 '학습'과 '습득', 두 가지가 있다. 크레션 박사는 이 가운데 '습득'이 더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왜 그럴까? 언어 학습은 문법 등의 규칙을 공부하며 언어를 배우는 방법이다. 문법은 언어의 극히 일부분이고, 실제 대화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문법을 공부하고 시험 보는 과정에서 학습자는 긴장하고 불안을 느끼는데, 이 때문에 공부한 내용이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지 못한다. 크레션 박사는 "누구도 모든 문법을 알 수 없고, 문법을 생각하면서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법은 언어를 배우는 데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반면 언어 습득은 언어가 지시하는 내용을 이해하는 방법이다. 가령 'Hello'를 발음하고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인들이 서로 "Hello"라며 인사를 나누는 상황을 이해하는 식이다. 크레션 박사는 "지난 40여년간의 연구결과 이해 가능한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이 언어 학습보다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심지어 문법 시험에서도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뛰어난 언어 습득 방법으로는 '다독(多讀)'을 꼽았다. 글을 읽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언어를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뿐 아니라 신문이나 잡지, 만화책 등 학습자의 수준에 맞고 학습자가 흥미를 느껴 자발적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이 좋은 읽을거리다.

그러나 무조건 많이 읽는다고 해서 언어를 잘 습득하는 것은 아니다. 크레션 박사는 "읽기와 독해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 학생들이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지문을 읽는 것은 독해다. 비자발적일 뿐 아니라 긴장을 유발하기 때문에 언어 능력 향상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흥미로운 내용을 이해하는 것만이 언어를 습득하는 유일한 길이고 가장 즐거운 방법입니다. 바람직한 영어교육을 위해서는 좋은 책을 마련하고 읽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선일보

댓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