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명문대 이렇게 뚫었다… 3인 3색 합격기
단어집·원서 독파, 영어 실력 갈고 닦아… 특기·장점 잘 살린 '에세이'로 좋은 평가
"안녕하세요. 선린인터넷고 재학생이 만든 IT 회사 '레볼루션'의 전직 개발부 팀장입니다."(박수영)
"제 별명은 '박쥐 소녀'예요. 고교 시절 내내 박쥐 뒤꽁무니만 쫓아다닌다고 해 붙여진 애칭이죠."(문명)
"그럼 전 '다문화 걸(girl)'쯤 되겠네요.(웃음) 어머니가 일본인인 데서 생긴 열등감을 다문화 가정 자녀 봉사로 치유했거든요."(김지영)
이들 셋은 모두 자신의 '대표 콘텐츠'를 갖고 있었다. 문명씨는 최재천(58)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채찬희(48)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박영철(43) 강원대 산림환경보호학과 교수 등의 연구실에서 일하며 생물학자의 꿈을 키워왔다.
"어린 시절, 길에 있는 황소개구리를 데려다 키울 정도로 동물을 좋아했어요. 박쥐에 대한 애정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케네스 오펠의 판타지 소설 '실버윙'을 읽으며 시작됐고요. 작년엔 TV동물농장(SBS)에 나온 애완 박쥐를 보자마자 박쥐를 입양하기도 했죠."
다문화와 교육학에 관심 있던 김지영씨는 학교 친구들과 힘을 모아 다문화 가정 자녀 대상 '글로벌 시민캠프'를 2년 연속 개최했다. 마음 맞는 친구 4명이서 시작한 이 행사는 1년 만에 참가 인원이 120명까지 늘어났다. 그런가 하면 박수영씨는 '스티커'란 이름의 인터넷 광고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동시에 세계적 네트워크장비 업체 시스코시스템스가 발급하는 네트워크 자격증(CCNA) 소유자다. 이 자격증만 있으면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는 대규모 인터넷 네트워크 장비도 다룰 수 있다.
세 학생은 이번 입시에서 각자의 이력을 강조한 에세이로 좋은 결과를 얻었다. 김씨는 "미국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이 1000명이라면 1000명 모두 저마다의 특기와 장점을 갖고 있다"며 "에세이는 그걸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수험 생활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특히 고 2 말에 해외 유학을 결심한 박씨는 급하게 시작한 영어 공부 때문에 고 3 1년간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그가 택한 영어 학습 비결은 '원서 읽기'.
"해외 연수 한 번 안 다녀온 제가 영어 점수를 올릴 수 있었던 건 평소 열심히 파고들었던 컴퓨터 관련 원서 덕분이었어요. 국내 서적으론 풀리지 않는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읽었던 원서가 뜻하지 않게 도움이 됐죠."
김씨 역시 해외에서 한 번도 생활해본 적 없는 '토종'이다. 그가 귀띔한 SAT 정복법은 '철저한 단어 암기'.
"꽤 두꺼운 단어집을 통째로 몇 권씩 외웠어요. 단어를 공부할 땐 한두 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는 것보다 단어집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해 훑는 편이 효과적이에요. 한 단어를 외울 때 예닐곱 개의 동의어를 함께 살피는 것도 도움이 되죠."
각각 외국어고와 국제고 출신인 문씨와 김씨는 내신성적 관리 문제로 애를 먹었다. 김씨는 "국내 고교는 상대평가제로 운영돼 시험 문제가 어렵게 나오는 편인데 이런 방식은 미국 입시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학입시는 등수로 점수를 매기기 때문에 50점을 받더라도 백분위가 높다면 내신에 큰 영향이 없다. 반면, 미국 학제에서 50점은 무조건 최하점('F')로 환산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둘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관련 문제가 많이 나오는 학교 시험에 대비하느라 정작 미국 대입엔 불필요한 수능 공부까지 병행해야 했다. 자연히 공부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숙제가 하도 많아 매일 아침 '오늘의 할 일'을 정리하며 하루를 시작했어요. 잠은 하루 서너 시간으로 줄였고 식사도 자주 걸렀죠. 대신 결과엔 크게 연연하지 않았어요. 'A학점만 놓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점수를 관리했습니다."(문명)
◇대학은 목표 달성 위한 '출발점'
이들에게 대학 입학은 '종착역'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김씨는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심리학과 사회학을 전공해 교육업체를 운영하기 위한 기반을 쌓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대는 학부 과정에 교육학 과정이 없다.) "다문화 가정 자녀에 대한 한국인의 편견을 없애는 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우리나라보다 다문화 사회가 훨씬 발달한 미국에서 많은 걸 보고 배우겠습니다."
박씨의 꿈은 '공학자 겸 경영인'이다. "실제 회사에서 일해보니 경영자가 공학자의 마음을 얼마나 이해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질이 달라지더라고요. 도널드 트럼프(48)의 경영 감각과 빌 게이츠(57)의 공학자적 개척 정신을 본받아 미국에서 IT 기업을 세우는 게 목표입니다."
문씨는 "박쥐에 대한 관심을 발전시켜 멋진 동물학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3000종이 넘는 박쥐 중 흡혈 박쥐는 단 3종이에요. 유럽에선 '해충을 잡는 이로운 동물'이란 인식 덕분에 박쥐를 매우 아끼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박쥐의 이미지가 유독 부정적이에요. 전 동물에 대한 인간의 편견을 바로잡아 인간과 동물이 사이 좋게 공생하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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