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4년 아들을 키우는 학부모 김희연(43·서울 서초구·가명)씨는 요즘 들어 부쩍 말 안 듣는 아이 때문에 고민이다. "제 말끝마다 '네'라는
대답 대신 '왜?'라는 질문이 돌아와요. 예전엔 '아이가 정말 몰라서 묻나 보다' 했는데 어느 순간부턴가 반항의 징조로 보이더라고요. 벌써
사춘기가 오는 건 아닌지 걱정이에요."
사춘기를 앓는 시기가 초등학생으로 점차 낮아지면서 자녀의 '이른 사춘기'를 걱정하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각종 매체의 영향으로 초등생도 '어른 문화'를 접할 기회가 많아진 점 역시 이른 사춘기를 부르는 요인 중 하나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에 따르면 초등 4년만 돼도 인터넷에서 본 유해 매체 속 행위를 친구들과 따라 하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 유포하는 등의 장난을 친다. 학부모가
자녀로부터 이성 교제나 스킨십 등에 대한 정보를 묻는 '난감한' 질문을 받는 것도 이 시기부터다.
이 같은 자녀의 변화에
대해 학부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하지현 건국대 의과대학 교수는 "아이의 행동 변화를 모두 '사춘기'라는 단어에 뭉뚱그려 단순화하는 건
금물"이라고 경고했다. "사춘기란 의학적으로 2차 성징 시기 이후를 이르는 용어입니다. 그러므로 아이가 반항한다고 해서 이를 '사춘기'라 이르는
건 명백히 잘못된 표현입니다. 2차 성징 없이도 반항 행동을 보인다면 이는 부모가 아이에게 올바른 권위를 보여주지 못한 탓이 더 큽니다. 부모의
권위는 규칙을 세우고 이를 일관성 있게 지키는 데서 형성되니 주의하세요."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의원 원장에 따르면 초등 중학년 이상
상담 사례 중엔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한 자녀가 부모에게 반항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요즘 초등생들도 워낙 바쁘다 보니 스트레스를 해소할
시간이 없어요. 그래서인지 놀고 싶은 아이와 공부시키고 싶은 엄마가 부딪히는 경우가 잦아요. 여기에 '신체 성장'이라는 물리적 조건까지 더해지면
폭력적 행동으로 반항 심리를 표출하는 아이도 더러 있고요. 부모는 부모대로 자녀의 변화를 인정하지 못하고 기존 방식대로 아이를 양육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거죠."
부모 말을 듣지 않는 아이의 감정도 존중하려 노력해야 한다. "자녀가 반항 행동을 보이는 나이가
어릴수록 부모는 '더 쉽게 제압할 수 있다'고 무시하기 쉬워요. 설사 강압적인 조치로 아이가 말을 잘 듣게 됐더라도 이는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닙니다. 자녀가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건 일생의 과업 중 하나예요. 어릴 때 해소되지 못한 독립심은 고교 이후 갑자기 폭발해 더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손석한 원장)
전문가들이 꼽은 반항 심리 해소법은 마음을 열고 나누는 '대화'다. 이현숙 대표는 "자녀와
부모의 의견이 충돌한다면 서로를 설득시키기 위한 토론을 벌여보라"고 조언했다. "모든 일을 자녀 뜻대로 할 순 없어요. 그럴 땐 말로 아이를
설득해야 합니다. 만약 대화하다가 화가 치밀면 '시간을 갖고 다음에 얘기하자'는 말로 상황을 모면하세요. 단, 스킨십에 관해선 아이의 말을
전적으로 존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갑작스레 부모의 스킨십을 거절한다면 '손을 잡는 게 싫구나'라는 말로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읽어주세요. 그런 뒤 '네가 싫다면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확실히 알려주세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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