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5일 화요일

'영유아 자녀 두뇌 발달'

대화하고 반응하고… '부모 목소리'가 가장 좋은 학습 도구





교육전문가 3인이 말하는 '영유아 자녀 두뇌 발달'

조기교육보다 '소통'이 효과적

모국어 완성 후 영어 가르쳐야

즐겁게 놀며 웃을 때 좋은 자극

(왼쪽부터) 김영훈 교수·오은영 원장·곽윤정 교수.

'똑똑한 아이'를 키우기 위한 엄마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두뇌 계발에 도움 된다는 값비싼 교구와 교재를 집에 들이고, 남보다 일찍 한글을 떼는 데 골몰하며 고사리 같은 손에 연필을 들려준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정말 영유아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될까? '똑똑한 아이'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오히려 아이 뇌를 망치고 있진 않을까? 교육전문가 3인에게서 '영유아 자녀의 두뇌 발달을 위해 부모가 지켜야 할 지침'을 들어봤다.

◇지나친 자극, 영유아도 스트레스
모든 일에 때가 있듯, 두뇌 발달에도 ‘결정적 시기’가 있다. 김영훈 가톨릭의대 소아청소년·소아신경과 교수(‘공부의욕’<베가북스> 저자)에 따르면 영유아와 초등생의 뇌 발달 과정은 서로 다르다. 뇌 발달은 ‘경험 기대적 발달’과 ‘경험 의존적 발달’로 나뉘는데, 영유아기엔 경험 기대적 발달이 일어난다. 경험 기대적 발달이란 유전적으로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능력이 발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언어(모국어)는 36개월 이내에 5000시간 이상 노출돼야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자극을 많이 줄수록 뇌 발달에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모가 많지만, 영유아기엔 10~20배 자극을 줘도 뇌 발달 효과는 10~20%밖에 늘지 않아요. 최적기를 놓치지 않고 적당한 양의 자극을 주는 게 가장 좋습니다.”

영아기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감정의 뇌’로 불리는 변연계가 미성숙해지는데, 이럴 경우 ‘이성의 뇌’인 대뇌 피질 역시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다. 따라서 생후 1년까지 변연계가 잘 발달할 수 있도록 부모(혹은 주양육자)가 도와야 한다. 변연계 발달의 열쇠는 스킨십 등 부모와의 상호작용에 있다. 곽윤정 세종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내 아이를 위한 두뇌발달 보고서’<지식너머> 저자)는 “부모가 껴안아주고 아이 말이나 행동에 반응해주며 정서적 안정을 주는 것이 영유아기 뇌 발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며 “값비싼 창의력 교구보다 부모의 목소리가 두뇌 발달에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문자 교육을 너무 일찍 시작하는 것도 좋지 않다. 오은영 오은영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가르치고 싶은 엄마 놀고 싶은 아이’<웅진리빙하우스> 저자)은 “책상에 앉아서 글자를 쓰고 책을 읽어야 아이가 똑똑해진다고 생각지 마라”고 강조했다. “모국어를 탄탄하게 다지려면 부모와의 소통이 충분히 이뤄져야 하는데, 문자 학습에 골몰해선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죠. 영유아기엔 동화책을 보여주기보다 부모가 아이 얼굴을 보고 이야기처럼 들려주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특히 모국어 학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시기(대략 만 3세 미만)에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세 전문가가 모두 반대했다. 김 교수는 “모국어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것은 두뇌 발달에 오히려 해가 된다”고 설명했다. “학습 효율을 따져 봐도 영어를 일찍 시작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신생아 때부터 영어를 공부한다면 5000시간 이상 영어에 노출돼야 비로소 의미 있는 말을 할 수 있게 돼요. 하지만 모국어가 완성된 뒤에는 2000시간만 학습해도 같은 수준에 이릅니다.”

◇두뇌 발달엔 ‘놀이’가 최고

영유아기 두뇌 발달은 오감(五感)을 통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두뇌 발달엔 ‘놀이’가 가장 효과적이다. 오 원장은 “아이들은 신체를 잘 움직여야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잘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곽 교수 역시 “아이가 즐겁게 놀면서 깔깔 웃을 때, 몸에서 ‘두뇌 영양제’로 불리는 BDNF(신경영양인자)가 나온다”며 “BDNF는 뇌 세포 간 시냅스를 연결하고 튼튼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고 덧붙였다.

요즘 엄마들의 최대 관심사인 창의력도 오감 교육에서 나온다. 김 교수는 “시각을 담당하는 후두엽과 청각을 담당하는 측두엽 사이의 연합영역에서 책을 읽고 이미지를 떠올리는 등의 창의적 활동이 일어난다”며 “오감교육이 잘 이뤄질수록 연합영역이 발달한다”고 귀띔했다. 완성된 장남감보다 흙·모래 등의 자연물이나 신문지·블록 등 단순한 장난감이 훨씬 효과적이다. “뇌 발달에선 (부모와의) 상호작용이 중요해요. 창의력 교구를 사더라도 엄마가 이를 이용해 풍부하게 자극을 줘야 그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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