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15일 화요일

한국서 노벨문학상 나오려면 서양인이 우리작품 번역해야”

평생 바쳐 셰익스피어 연구 “외국인 마음 와닿는게 중요”
원어민 번역가 양성 팔걷어 하버드와 공동연구도 활발

"한국에서 노벨문학상이 나오려면 서양인이 직접 한국 문학작품을 번역하도록 해야 합니다."

국내에서 셰익스피어 연구의 대가로 손꼽히는 YBM 산하 국제교류진흥회 여석기 이사장(91·사진)은 15일 서울 신림동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열린 '한국문학 국제포럼'에 앞서 최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여 이사장은 "한국에서 노벨문학상이 아직 나오지 못한 것은 냉정하게 따지면 당연하다"면서 "한국 문학의 경우 그동안 번역되는 과정에서 방법의 문제가 적잖게 있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문학을 번역하는 일들은 한국인 교수들이 대부분 해왔다. 그런데 이들 번역작품들이 영문법은 완벽했지만, 외국인들의 마음에 와닿도록 번역하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들에게 쉽게 읽게 하려면 벽안(碧眼)의 외국인들이 직접 번역하고 한국인들이 나중에 감수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YBM '민펀드'로 한국문학 전파

고려대 명예교수이기도 한 여 이사장은 연극전문지 '연극평론'의 창립자이자 지난 1960년대를 풍미한 종합잡지 '사상계'의 편집위원을 지내기도 한 문학계의 거목이기도 하다.

지난 1997년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여석기 연극평론상'을 제정할 정도로 문화예술문예 권위자로, 평생을 셰익스피어 연구에 몰두했다. 평생 서양문학을 연구했던 그가 인생의 막후에는 한국문학의 해외 전파에 힘쓰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 중에서 한국문학을 제대로 번역할 만한 전문가들은 흔치 않은 게 여 이사장의 고민이었다. 국제교류진흥회에선 이 같은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네이티브(원어민) 번역가' 양성에 직접 나서기로 했다. 공기관이 하지 못하는 일을 사기업이 하는 일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민영빈 YBM 회장의 적극적인 재원 출연 등으로 가능했다. 여 이사장은 고려대 영문과 교수 시절 민 회장의 스승이기도 했다.

민 회장은 하버드대학에 있는 '한국연구소'에 이른바 '민펀드'를 조성해 150만달러를 지원했다. 하버드 한국연구소는 그 기금을 바탕으로 한국문학 번역과 출판·연구를 지원하고 있으며, 매년 한 권씩 한국문학 번역작품을 엮어서 만든 학술서 '아젤리아(AZALEA·진달래)'를 국제교류진흥회와 함께 발간하고 있다. 이 서적은 다수의 미국 대학에서 교재로 활용되고 있다. 이 작업은 하버드에서 수학하고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학장으로 있는 이영준 교수가 국제교류진흥회와 협력해 한국에서 조율하고 있다. 이 교수는 번역할 한국작품의 작가 선정 등에 관여하는 등 한국문학의 해외전파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외국인 한국문학 번역가 육성"

여 이사장은 한국과 달리 일본과 중국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었던 특별한 이유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중국의 노벨상 수상자였던 모옌은 작품이 '붉은 수수밭' '홍등'과 같은 세계적인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큰 도움을 받았고, 일본의 경우 세계 1위 경제대국인 일본을 알고 싶어하는 서양인들이 많은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최근 '한류' 열풍과 한국의 경제 성장을 잘 활용한다면 노벨 문학상을 받는 데도 간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여 이사장의 생각이다.

또한 그는 "한국에 관심을 갖는 젊은 외국인 한국문학 번역가들을 육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 이사장은 "하버드대 출신의 한국학 대가 외국인 교수 중에는 젊은 시절 한국에 평화봉사단원으로 교사생활을 하는 등 긴밀한 인연을 갖고 있다. 은퇴를 앞둔 이들을 뒤이을 한국 문학에 정통한 외국인들을 새로 육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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