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2일 화요일

啐啄同時(줄탁동시)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 ―송나라 佛家의 화두집 ‘벽암록’ 中
부모와 자식은 서로를 양육하는 사이다. 자식은 부모에게 배우고, 부모 역시 자식에게 배운다. 그러나 실제 사는 게 어디 그런가. '이렇게 하면 자식이 잘못되는 길이다'고 생각해서 부모는 늘 자식들에게 이리 해라, 저리 해라 '충고'를 한다. 당대의 현자이자 지성이었던 퇴계 이황(1501~ 1570) 선생은 남들이 "좋은 말씀 한번 해달라"고 청하면 사양하기 일쑤였다. 오히려 "충고하지 말라"는 말을 남겼다. 듣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 않을 때, 남이 던지는 충고의 말은 듣는 이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퇴계 자신도 말로써 훈계하는 대신 솔선해서 행동하는 길을 택했다. 자식을 동지로 대접하고, 부모의 그런 마음을 자식이 이해하는 양씨가(家)의 얘기는 아들을 글로벌 리더로 키워낸 김용 세계은행총재의 어머니 전옥숙 여사(80·퇴계학자)의 퇴계식 교육 방식과도 아주 흡사하게 느껴진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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