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는 중고등 학생들의 원망 소리가 높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수학교육체제와 수학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정작 안에서는 학생과 학부모가 수학교육에서의 높은 난이도와 과중한 수업, 수능을 대비한 사교육 부담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도대체
우리나라의 수학교육은 어떤 수준이기에 그럴까.
◆한국 초등 5년 수학은
싱가포르 7년 수준 해당=한국과학창의재단 지원을 받아 대한수학교육학회가 지난해 정부에 제출한 '외국의 수학교육현황 조사 연구'
보고서는 이런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 보고서는 미국, 독일, 싱가포르, 인도, 중국(상하이), 프랑스, 핀란드, 호주, 홍콩 등
9개 나라와 우리나라의 수학교육을 비교,분석했다.
요약하면 우리나라는 수학의 교육적 목표가 개념과 원리의 이해에 치중해 있고
국어, 영어, 사회 등 다른 교과과정이나 초,중,고 등 학년별 연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과서의 난이도는 인도 등을 제외하고 대체로
높지만 어렵고 복잡한 개념, 딱딱한 해설 위주로 돼 있고 필기시험 중심으로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는 쉽지 않고
'수학은 재미없고 딱딱한 과목이다'라는 인상을 주기가 쉽다는 것이다.
일례로 우리는 초등학교 5학년에 분수와 소수, 비례와 백분율을
배우고 끝내지만 싱가포르는 7학년(우리의 중학교 1학년)에서 분수와 소수, 어림과 근삿값, 비, 비율, 비례,백분율 내용이 반복해 다뤄지고 비와
비례에 대한 내용은 초등학교 5학년에서 7학년까지 매 학년마다 확장, 심화된다. 우리나라가 개념과 원리의 이해 등에 중심을 둔 반면 싱가포르의
경우는 수학적 문제해결에 중심을 두기 때문이다.
수학 과목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는 것에 있어서도 다른 나라들과 비교된다. '한국,
싱가포르, 인도 수학교과서의 방정식 단원 비교연구'(이현정 이화여대 대학원 석사논문,2010년)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딱딱한 서술과
문제,암기중심이라면 싱가포르와 인도는 교과서의 분량이 커지더라도 그래프, 예시를 풍부하게 활용하고 있다. 인도 교과서의 경우 대단원과 관련이
있는 수학 역사와 인도 수학자 업적 등을 설명해 수학에 대한 학습자들의 흥미와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인도는 '연립
일차 ㆍ이차방정식의 풀이'에서 그래프를 활용하도록 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교과서도 그래프를 제시해 방정식 풀이를 하고 있지만, '방정식'
단원이 아니라 '함수' 단원에서 이루어져 학습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다.
중학교 1학년에 등장하는 음수(-)에 대한 교육방법은
독일과 비교해보자. 과거에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온도계에서 빙점인 0도를 기준으로 영상온도와 영하온도를 통하여 음수를 설명해왔지만 지금은 더욱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재 수직선모델을 주로 활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수직선의 현재가 0이라고
가정하고 앞으로 가면 양수(+), 뒤로가면 음수(-)가 된다는 것. 독일 중학교에서는 우주선의 발사 장면을 통해 양수와 음수의 의미를 설명한다.
즉, 우주선의 발사장면을 5초 전부터 시작해 1초 전, 0(발사), 발사 1초 후, 2초 후 등으로 제시, 음수와 양수의 의미를 더욱 분명하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 현직 교사는 "왜 음수가 필요한지를 느끼게 하고 음수 연산에 대한 법칙과 관계들을 익히게 해야 하는데 우리
교과서는 그에 대한 충분한 질문과 동기부여가 없이 계산법만을 익히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수학교육과정과 비교해 봐도
우리의 수학 과목이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기본교육과정(8년~12년)은 일반적으로 대수학 Ⅰ, 기하학, 대수학Ⅱ,
확률과 통계, 삼각법, 선형 대수학, 수리 해석, AP(대학과목 선이수제)확률과 통계, 미적분으로 구성돼 있다. 2014년부터 달라지는 우리나라
고교수학의 경우 고급 수학Ⅰ에는 오일러 그래프, 해밀턴 그래프, 채색 다항식 등이 추가됐고 고급 수학Ⅱ에는 극방정식, 테일러급수와 전개,
미분방정식, 이변수함수, 편미분, 이계편도함수 등 교사들에게도 어려운 개념들이 들어갔다.
우리나라는 하나의 주제를 한 학년에서
시작해 그 학년에서 완성시키는 경향이 있는 반면 미국에서는 하나의 주제를 한 학년에서 도입한 뒤 여러 학년에 나누어 반복해서 지도해 심화시키는
편이다.
다만 수학최강국 인도와 비교하면 내용은 두 나라가 비슷하지만 난이도는 인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인도의 7학년(우리의 중1)
수학에서 다루는 유리수의 연산에 대한 기본성질(교환, 결합, 분배법칙)과 더불어 닫혀있음, 항등원, 역원, 유리수의 조밀성 등은 우리나라
'중3'이나 '고1, 2'학년에서 다루는 내용들이다. 이와 달리 인도 7학년의 도형 영역은 대체적으로 우리나라 '중1'에 해당되지만, 측정,
규칙성과 함수, 확률과 통계 영역의 내용은 우리나라 초등학교에서 취급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인도의 7학년 내용은 우리나라 초등학교의 쉬운
내용부터 고등학교의 어려운 내용까지 혼재된 형식으로 한 단원에서 통합해 다루는 경우가 많다.
◆수학 기피증에 대한 지도 부실=수학을 어려워하고 재미를 붙이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대책은 프랑스와 비교된다. 수학과목의 부진학생들을 개별지도하고 구제하는 것은 우리나라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지만 교사들의 지도 시간 및 인력
부족으로 부진아 구제를 위한 기본 문제의 단순 반복과 평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는 2008년부터 새로 적용된 교육과정에서 교사들이 수업
시수를 조율해 주당 2시간씩 연간 60시간을 부진아들을 위한 특별 개인 지도 시간으로 할애할 수 있으며 봄방학 및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중급
학생을 대상으로 2주간의 단기 연수를 실시한다.
이에 대해 교육당국의 한 관계자는"외국 학생들과 국내 학생들의 수학 성취도나 각
수학교육의 특성정도는 비교할 수 있지만 각국 학생들의 수학공부량이나 난이도는 비교는 해도 우열을 판단할 수는 없다"며 "이는 각 나라 학생들의
성향과 특성이 모두 다르고, 교육 문화나 처해진 상황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쉽고 재밌는 수학교육을 위해
올해 초등학교와 중학교 1학년부터 스토리텔링 수학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문제 나열 중심을 벗어나 그림, 만화, 사진 등으로 생활 속 수학의
쓰임을 쉽게 풀어내고 있다. 아직은 걸음마단계여서 학생 학부모 교사 간에 찬반의견도 분분하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 소장은 "스토리텔링
자체는 재미있을 수 있는데 지나치게 사교육쪽으로 가는 것이 문제"라면서 "학교현장보다 사교육이 앞서가는 부분이 있어서 염려스럽다. 학교교사들에
대한 교육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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