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23일 수요일

중학교 성적으로 서울대학교 의예과에 입학

귀가 솔깃해졌다. 대한민국 최고의 수재들이 간다는 서울대학교 그것도 의예과를 중학교 성적으로 들어갈 수 있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 화제의 주인공 정규환 학생을 만나 비법을 들어보니 수긍이 간다. 중학교 때 기본 과목을 확실히 잡아놓고 공부를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을 아는 것. 그리고 노력한다면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더 늦기 전에, 포기하기 전에 한 번 눈여겨볼 만한 정규환 학생의 자신만만 공부비법을 살폈다.






맞기 싫어 숙제하던 아이의 서울대 입성기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만나보면 특별한 비법 없이 그냥 열심히 공부만 했다는 학생들이 있다. 반면 조목조목 과목별로 따져가며 자신만의 확실한 공부 방법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학생도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1학년의 정규환 학생은 후자의 경우다.
“학생들의 고민을 듣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무작정 책상에 앉아서 하는 경우도 있어요. 많은 양의 공부를 무작정 하기에는 시간이 항상 부족하죠.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요령이 필요해요. 목표를 세우고 꾸준히 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린 시절 그는 공부는 잘했지만 착실한 학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예습 복습은커녕 맞기 전에는 숙제도 하지 않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때만 다섯 번이나 전학을 다녔고 학교마다 진도 차이가 벌어지는 등의 환경 변화를 겪으며 공부에 흥미를 못 느꼈던 탓이다. 고등학교 선생님이셨던 아버지는 스스로 알아서 공부할 수 있도록 놔두셨다. 하지만 어머니는 달랐다. 당근과 채찍으로 그의 공부 습관을 잡기 위해 부단히도 애쓰셨다.
“학교 수업이 끝난 뒤에 TV 시작하기 전까지 2~3시간 정도 시간이 있잖아요. 그 시간 동안 주어진 학습지를 다 끝내야만 TV를 볼 수 있었어요. 친구 생일 파티에 갈 때도 공부를 해야만 보내주기도 했어요.”
아들의 특성을 잘 파악했던 어머니는 아이들을 강하게 다스리는 학원들만 골라 보내셨다. 덕분에 맞기 싫어 억지로 숙제를 해서 성적은 좋았지만 딱히 공부를 따로 해야 하는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전학 간 학교 선생님이 어머니께 “공부를 잘할 기미는 보이는데 수학이 좀 부족한 것 같다. 좋은 학교에 가려면 수학을 잘 잡아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충고가 그를 바꿔놓았다.
“다음 날 바로 어머니가 수학 학원에 등록을 했어요. 수학은 혼자서 공부하기는 힘든 과목인데 학원에 다니면서 선행학습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수학 실력이 향상되었어요. 부모님과 선생님이 기뻐하시며 저를 인정해주니까 기분이 참 좋더라고요.”
그 일을 계기로 공부에 관심을 갖게 됐다. 기왕이면 1등, 그리고 1등 대학에 가고 싶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생겼다. 그렇게 공부에 몰입한 결과 중학교를 졸업할 때는 전교 2등을 차지했고 고등학교 진학 후에는 꾸준히 내신 1등을 차지했다. 한때 공부를 게을리 해 성적이 떨어지는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꾸준히 공부한 결과 서울대 의대생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시험기간 수학 공부를 안 하는 거꾸로 공부법
그가 공신이 된 첫 번째 비결이 목표 의식이었다면, 그 다음은 공부를 효율적으로 했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수업시간에 최대한 집중했다. 수업 1시간만 잘 들으면 나중에 3~4시간 공부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어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특히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시험에 나오는 문제를 알려주면 큰 별표로 표시해 놓치지 않았다. 필기할 때는 어지럽게 써놓으면 다시 보기 싫기 때문에 중요한 포인트만 적었다.
“관련 페이지에 적는 것도 중요해요. 노트에 따로 적어 놓으면 나중에 공부하기가 불편하거든요. 부족하면 포스트잇이라도 붙여서 책에 붙여놓는 것이 좋아요. 저는 문제집에서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교과서 해당 페이지에 옮겨 적어서 교과서만 봐도 정리가 충분했어요.”
그리고 교과서를 열심히 공부했다. 최소 5번 정도는 정독하면서 개념을 정리하고 과목당 문제집을 3~4권씩 풀었다. 단번에 실력을 올리기 힘든 수학과 영어는 방학 동안 한 학기에서 1년 정도 선행학습을 했다. 또 평소 꾸준한 공부로 부담을 덜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시험에 닥쳐서 수학 공부에 많은 시간을 쏟아요. 비중이 크기 때문이지만 그때 수학 공부를 하려면 다른 공부를 할 시간이 없어요. 저는 반대로 수학을 평소 꾸준히 공부하는 대신 시험 기간에는 암기 과목을 바짝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학기 중 수업 시간에는 교과서 문제를 풀고 매일 <왕수학>이나 <하이레벨>, <에이급 수학> 등을 풀며 심화학습으로 실력을 키웠다. 이렇게 하다 보니 학원 수업이 예습이 되고 학교 수업이 복습이 되는 셈. 두 차례에 걸쳐 개념을 정립한 뒤 어려운 문제를 풀었기 때문에 수학 문제집을 푸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아는 정도에 따라 다르게 표시를 했다. 개념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한 번 푼 문제는 언제든 문제없이 풀 수 있었다. 알겠는데 약간 미심쩍은 것은 세모, 답은 알겠는데 과정이 애매하면 별표, 대충 찍을 순 있겠는데 잘 모를 때는 별표와 체크, 거의 모를 경우는 Q로 구분했다. 문제집을 두 번째로 볼 때는 표시가 된 문제 중심으로 봤고, 모르면 다시 표시를 더했다. 그 다음 볼 때는 이중으로 표시된 문제만 보면서 공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다.
오답노트 대신 문제집별로 노트를 만들었다. 필요한 개념을 적고 틀린 이유를 적은 뒤 풀이과정은 한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완벽하게 풀어 썼다. 이 노트는 시험 전날 가볍게 훑어보는 것만으로 수학 시험공부는 충분했다.

중학교 실력으로 성공한 영어
영어는 중요 과목이었지만 수학만큼 재밌지 않았다. 특히 외우기를 싫어하는 그에게 어휘는 큰 부담이었다. 고등학교에 들어서는 좋다고 소문난 두꺼운 영단어 책도 여러 권 샀지만 열 페이지를 넘기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래도 내신과 수능의 영어 성적은 항상 좋았는데 그 비결이 바로 중학교 영단어 어휘 책과 교과서였다.
“유일하게 외운 책이 <우선순위 영단어>와 초등학교 때 학습지에서 받았던 <중2 만점 영단어>에요. 단어가 많지는 않지만 그만큼 꼭 알아야 하는 중요 단어들이 나오기 때문에 유용했죠. 여기에 교과서까지 세 권에 나온 단어와 시험에 잘 나오는 숙어와 속담을 외웠어요.”
영어는 교과서를 기본으로 공부했다. 읽으면서 독해를 하되 완벽하게 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했다. 그 뒤에는 반대로 해석을 보고 거꾸로 영어로 외웠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반복하다 보니 문장의 구조들이 눈에 들어왔다. 좀 특별한 구조의 문장은 따로 외우면 도움이 되었다. 다 외우기 어려울 때는 시험에 잘 나오는 전치사나 관계대명사 위주로 외우는 것도 도움이 됐다.
“교과서 외의 내용을 공부할 때도 마찬가지로 했어요. 대신 쉬운 문장보다 약간 어려운 문장을 골랐죠. 그런 다음 주어와 동사, 목적어 등을 찾아 독해를 하고 영작을 하면서 문장의 구조를 확실하게 알 수 있었어요. 문장 자체가 완전히 다른 뜻을 가지고있다면 방법이 없이 중요 표시를 하고 달달 외웠어요.”


목표 그리고 노력이 더해질 때 꿈이 이뤄진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긴장이 풀어지면서 성적이 떨어지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게 계기가 돼서 다시 마음을 잡고 공부에 몰입했다. 특히 고등학교 3학년 때는 하루 평균 17시간씩 독하게 공부했다. 전자시계의 스톱워치를 활용해 자신의 공부 시간을 정확하게 쟀다. 수업 시간에 졸면 절반, 열심히 들으면 공부한 시간으로 쳐서 공부 시간을 관리했다. 시간이 부족할 경우 원인이 뭔지 스스로 반성하고 부족한 공부 시간을 채웠다.
“아무리 공부가 안 되는 날이라도 공부를 쉬어본 적은 없어요. 공부가 안 된다고 놓아버리면 습관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1~2시간의 적은 양이라도 계획을 세워서 흐름이 깨지지 않도록 했어요.”
학원 대신 혼자 문제를 풀며 공부를 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학교에 가지 않는 주말이나 방학 때도 등교 시간 즈음에 일어나 도서관으로 향했다. 비슷한 일정으로 공부하고 집으로 돌아와 또다시 공부를 했다. 덕분에 한자리에서 공부할 때 느낄 수 있는 지루함이나 가족들의 눈치 없이 공부에 몰입할 수 있었다. 이 시기 그의 방은 집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썰렁했다. 똑딱거리는 시계, 자꾸 눈길이 가는 컴퓨터 같은 유혹거리를 다 치웠다. 그리고 대부분 공부하는 시간을 보내는 학교와 비슷하게 만들었다.
“책상 옆에 침대가 있다 보니 자꾸 눕고 싶은 생각이 들잖아요. 그래서 침대와 책상을 다 치워버렸어요. 대신 학교에서 사용하는 책상과 의자를 똑같은 것을 구해서 방 한 가운데 놓고 공부했어요.”
그리고 책상 위에 크게 ‘공부는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와 반드시 서울대 의대를 간다는 자신의 의지를 담은 ‘필입설의’라는 말을 붙여두었다. 공부하다 지겨울 때, 질릴 때 쳐다보며 그 힘든 시기를 견뎌낼 수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께서 제 가능성을 발견해주지 않았더라면, 어머니께서 제 특성에 맞는 교육법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저는 없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나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아내 열심히 노력하고 스스로를 믿고 격려하지 않았더라면 꿈을 이루기 어려웠을 거고요.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지금부터라도 목표를 확실히 하세요. 그리고 그 꿈을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자신이 서고 싶은 그 자리에 설 수 있을 거예요.”

여성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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