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8일 월요일

케임브리지·옥스퍼드대 진학시킨 엄마 2인의 교육기

아이만의 공부법 존중… 프랑스어·라틴어 신경써야




이튼칼리지(Eton College), 옥스퍼드대(University of Oxford), 케임브리지대(University of Cambridge)…. 영국의 명문학교를 이야기할 때 빠짐없이 맨 첫머리를 장식하는 학교들이다. 이런 명문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에겐 어떤 특별함이 있는 걸까? 자녀를 영국의 명문 사립학교인 이튼칼리지를 거쳐 케임브리지대와 옥스퍼드대에 합격시킨 두 엄마 김윤정(45)·손소정(44)씨의 남다른 자녀 교육기를 들어봤다.

◇하루 한두 권씩 책 읽는 독서광
김씨는 아들 최진우(옥스퍼드대 정치경제철학부 1년)군이 네 살 되던 해, 해외 연수를 떠나는 남편을 따라 영국으로 건너갔다. 영국에서 그는 아이들에게 큰 학습 부담을 주지 않고, 주로 함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특히 연수 중인 남편은 유아 자녀들에게 늘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덕분에 아들 진우군은 고교생이 됐을 때 300쪽 분량 책을 하루 한두 권씩 읽을 정도의 '독서광'으로 자랐다. "전 매일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만큼만 과제를 줬어요. 성적이 나쁠 때 야단친 적은 없지만, 대신 학원·레슨 시간을 약속해 놓고 지키지 않을 땐 엄격하게 책임을 물었습니다."

진우군이 초등 5학년 때 이튼칼리지에서 합격 통보를 받은 것 역시 독서 덕분이다. "진우는 면접에서 지금 읽는 책과 앞으로 공부하고 싶은 분야에 대한 질문을 받았어요. 그 질문에 '나폴레옹 시대를 가장 좋아하며 면접을 빨리 마치고 오늘 BBC에서 방영하는 역사 다큐멘터리를 보고 싶다'고 대답했다고 해요."

손씨는 김씨와 달리 초등 3학년 때 아들 원성배(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1년)군을 영국으로 유학 보냈다. 처음엔 어학연수를 겸해 2년 정도만 유학시킬 계획이었지만, 성배군이 이튼칼리지를 비롯해 해로우·윈체스터 등 영국 명문 사립학교에 줄줄이 합격하면서 계획이 바뀌었다. 손씨는 일찍부터 아이만의 공부방식을 인정하는 교육 방식으로 학습의욕을 일깨웠다. 일례로, 어려서부터 수학을 좋아했던 성배군은 구구단도 '9×2=18'이라고 외우지 않고 '9 곱하기 2는 20 빼기 2와 같다'는 식으로 공부했는데 손씨는 이 모습을 그대로 지켜봤다. 손씨는 "성배는 고교 때까지 자기만의 공부방식을 유지했는데, 케임브리지대 면접 당시 교수로부터 '이런 방법으로 문제를 푼 건 네가 처음'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영국 유학을 시킬 거라면 영어는 물론 프랑스어·라틴어 교육에 신경 쓰라"고 조언한다. 영국에서 프랑스어는 우리나라의 영어, 라틴어는 한자와 같은 언어이기 때문이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영문학 수업을 잘 따라가려면 영어 공부를 놓아선 안 돼요. 독서가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죠."

◇무조건 큰 규모의 학교 고집 말 것

조선일보
손소정(왼쪽)·김윤정씨는 "이튼칼리지는 교육 질이나 시설 면에서 아이에게 무한한 기회를 주는 학교"라며 "대화·토론을 기반으로 아이 생각을 이끌어내는 교육 방식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영국 유학 당시 '교육 환경'을 가장 중시했다. 김씨는 진우군을 공립초등학교에 보냈다가 사립초등학교로 전학시켰다. 공립학교에선 아이의 단점이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지 못한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손씨 역시 직접 영국을 찾아 (아이 생활을 관리하는) 가디언 집에서 숙식하며 학교를 물색했다. 영국 유학에 관심 가진 엄마들은 대개 명문 보딩스쿨 진학을 염두에 두고, 진학 실적이 좋고 규모가 큰 초등학교를 고른다. 하지만 손씨는 규모가 작은 학교를 선택했다. "큰 학교만 고집할 게 아니라 작은 학교에서 두각을 보여 훌륭한 교장 추천서를 받는 게 향후 보딩스쿨 입시에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영국 대입, 특히 옥스브리지(옥스퍼드·케임브리지의 합성어)와 같은 명문대 입시에선 면접이 당락을 판가름한다. 지원 시 A레벨(영국 대학입학자격 시험)이나 TSA(Thinking Skills Assessment) 등의 시험성적을 제출하지만, 대부분 지원자가 최고 성적을 제출하기 때문이다. 성배군의 경우 면접 과정에서 수학 시험을 한 차례 치렀음에도 교수 면접에서 또다시 수학 문제가 나오기도 했다. 손씨는 "영국 대학의 경우, 1박 2일이나 2박 3일로 면접을 치르는 경우도 많다"며 "성배는 면접 전 자신이 지원할 학과 교수들의 저서·논문 등을 읽으면서 각 교수의 관심사를 파악해 갔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김씨는 영국유학을 결정할 땐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옥스브리지 같은 명문대 입학이 목표라면 12~13학년에, 명문 보딩스쿨 진학까지 염두에 둔다면 초등 3학년 무렵에 유학 오는 것이 가장 좋다. 김씨는 "유학은 '장기(長期)전'이란 점을 명심하고, 학비나 추가 사교육비 등 경제적인 계획까지 잘 세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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