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1월 18일 월요일

한국장학재단 멘토링, CEO 등 각계 지도층 자발적 참여

경험 전수·면접특강… 나눔으로 인재육성 힘써

한국장학재단(이사장 곽병선)은 경제적 여건에 관계없이 의지와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국정운영 방침에 따라 2009년 5월 설립된 대표적인 국가 장학재단이다. 2009년 재단 출범 이래 다양한 국가장학사업을 통해 약 240만명의 학생에게 약 5조원의 장학금을, 학자금 대출 사업을 통해 약 530만명의 학생에게 18조원 이상의 학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특히 재단 출범 전 학자금 대출이자는 최고 7.8%에 달했으나, 현재 2.9% 수준까지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재정지원에서 인재육성으로 사업 영역 확대
설립 초기에는 설립 이념에 걸맞게 저소득층 학생과 우수 학생을 위한 학자금 대출사업과 장학금 지급에 중점을 뒀지만, 지금은 점차 교육 나눔을 통해 인재를 육성하려는 것으로 사업 방향을 넓혀가고 있다. 재정적 지원을 넘어 대학생이 국가와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로 만든 것이 바로 인재육성사업이다.


 지난 8월 열린 코멘트 캠프 모습(왼쪽)와 팽경인 멘토의 멘토링 모습(오른쪽 아래).
지난 8월 열린 코멘트 캠프 모습(왼쪽)와 팽경인 멘토의 멘토링 모습(오른쪽 아래).
한국장학재단 곽병선 이사장은 "능력과 의지만 있으면 누구라도 유능한 인재가 될 수 있는 나라, 개천에서도 용이 나올 수 있는 나라의 기반인 국가장학사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한국장학재단이 단순히 금전적인 지원만 하는 협의의 장학재단이 아니라 우리나라 인재육성을 책임지는 중추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인재육성지원 사업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한국인재멘토링네트워크라 불리는 '지도자급 멘토링 사업(이하 '지도자급 멘토링')'이다. 'Korea Global Leader Mentoring Network'을 줄여 코멘트(KorMent)라고도 부른다. 2010년 3월 시작한 지도자급 멘토링은 사회와 국가로부터 부여받았던 많은 기회를 바탕으로 최고의 자리까지 성장한 사회 지도층이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젊은 인재들에게 전수함으로써 스스로 받았던 유무형의 혜택을 환원하자는 취지로 기획·운영되고 있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석학, 사회 각 분야 리더로 구성된 멘토진은 1기 100명으로 시작해 제4기인 올해는 382명으로 확대됐다<그래프 참조>. 이들은 전적으로 대가가 전혀 없는 자발적인 봉사자들이다. 해마다 참여 멘토의 숫자는 물론 멘토들이 종사하는 분야도 확대되면서 멘티 선발 숫자도 대폭 증가, 올해에는 총 3246명의 대학생 멘티가 배출됐다. 인재육성지원부 조정현 부장은 "처음에는 멘토들을 찾아가 요청하고 초청하는 입장이었으나, 이제는 저희의 취지에 공감하고 봉사하려는 각 분야의 성공한 전문가가 많아서 멘토 신청도 갈수록 느는 추세다"라고 귀띔했다.


 그래프
멘티들은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된다. 멘티 신청대상은 한국장학재단을 통한 국가장학금 수혜자, 정부지원 학자금 대출자 및 기존 국가장학생(이공계, 인문사회계, 국가 근로 등), 한국장학재단 홍보 대사, 한국장학재단의 국내외 지식봉사활동 참여자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하면서 직전 학기 학점이 B학점(100점 만점 기준 80점)이상인 대학생, 대학원생과 학부 신입생(성적 무관)이다. 조정현 부장은 "매해 1월에 공고를 내고 2월에 1차 서류전형과 2차 면접을 통해 선발한다. 멘토링 프로그램이 소문이 나 경쟁률이 점점 높아져 5대1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꿈을 이루게 도와주는 멘토링 프로그램
선발된 멘티들이 한 달에 한 번 자신이 원하는 멘토를 만나 멘토들이 종사하는 분야와 관련된 주제에 대해 수업을 듣거나 조언을 듣는 형식으로 멘토링이 운영된다. 멘토링 주제 및 내용, 모임 빈도 및 시기 등은 멘토와 멘티가 모여 자율적으로 정한다. 이 외에도 해마다 한두 번 모든 멘토와 멘티가 만나는 코멘트 데이, 멘토링 캠프도 진행한다. 캠프에서는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최재천 교수를 비롯해 각계 저명한 인사의 특별강연을 비롯해 모의면접과 면접특강(이미지메이킹, 면접스피치 등) 등이 이뤄진다. 행사 진행을 맡은 송혜수(숭실대 문예창작학과 4학년) 멘티는 "많은 멘토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벅찬 순간이었다. 단순한 만남 이상 프로그램이 짜임새 있게 진행돼 좋았다"고 말했다.

멘토링에 참가한 학생들은 정기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담은 활동보고서를 제출한다. 남기재(신한은행 PWM센터장) 멘토를 만난 경험을 활동보고서로 작성해 이달의 우수상을 받은 남혜리(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양은 "직업 얘기뿐만 아니라 멘토님의 인생 경험담을 들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앞으로 은행에 입사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청소년상담사를 멘토로 만난 임솔(백석대 사회복지학과)군은 "멘토링은 단순한 행사 그 이상 꿈과 가까워질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멘토링 혜택을 받은 멘티들은 다시 초중고생 후배들에게 지식을 나누는 멘토로 활약하는 경우가 많다. 곽병선 이사장은 "자신이 받은 것을 나눔을 통해 더 크게 하려는 멘티가 많다. 사회 지도층 인사가 차세대 주역인 대학생에게 인생의 지혜를 전달하고, 대학생은 다시 초중고생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이 땅의 더 많은 학생이 가정형편과 상관없이 저마다 꿈을 마음껏 펼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재능 기부' 지도층 멘토 3인
‘돈이나 물건 따위를 대가 없이 내놓음’. 국립국어원 발간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된 ‘기부(寄附)’의 정의다. 최근에는 여기에 지식과 자신의 경험을 더해 나누는 ‘재능 기부’도 ‘기부’의 유형 중 하나로 의미가 확대되고 있다. 그중 한국장학재단이 운영하는 ‘한국인재 멘토링 네트워크(KorMent) 지도자급 멘토링’은 자신의 재능과 경험을 기꺼이 대학생들과 나누려는 전문가 멘토들로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대표적인 재능 기부 단체다. 그중 가장 활발하게 지식나눔을 실천 중인 지도자급 전문가 멘토 3인을 만나봤다.

"꿈 함께 고민하고 응원하는 지원군"
이희성 인텔코리아 대표│달라지는 멘티들 볼 때마다 보람 느껴

지난해 2월 지인의 추천으로 한국장학재단의 지도자급 멘토링을 알게 된 이희성(51) 인텔코리아 대표는 참가를 앞두고 갈등했다. 책임감과 의무감이 기대감보다 더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봉사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떨치자 멘토링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는 이 대표는 “수직적인 관계가 아니라 수평적인 관계로 멘티들을 바라본다. 젊은 세대와 교감하고 소통하면서 멘티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고 배우는 부분도 많다”고 말했다. 그가 만나는 멘티는 총 12명. 한 달에 한 번 정기 멘토링을 통해 모임을 갖는다. 그가 맡은 분과는 ‘리더십’. 그는 멘토링 첫 시간에 일년 동안의 버킷리스트를 정하고 하나씩 이뤄가는 형식으로 멘토링을 진행한다. “짧은 시간이지만 멘티에게 리더십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조를 만들어 그 안에서 리더나 조원이 되는 것을 번갈아 하면서 리더십을 직접 터득하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이제는 멘토들과 많이 친해져 제가 속한 회사나 단체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초대하고, 한라산 등반이나 난지도로 캠핑을 가기도 합니다. SNS를 통해 언제든 자유롭게 대화도 하지요.”
그는 멘토링을 통해 달라진 멘티들을 볼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그의 조언으로 프레젠테이션 실력이 일취월장해 관련 수업 때 A+를 받았다며 SNS에 소식을 알린 멘티도 있었다. 이 대표는 “저의 조언을 원하는 멘티들이 있는 한 앞으로도 멘토링은 계속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팽경인 그룹세브코리아 대표│여성 CEO로서 조언 들려주고파

주방가전으로 잘 알려진 ‘테팔’과 헤어케어 브랜드 ‘로벤타’를 운영하는 그룹세브코리아의 팽경인(47) 대표는 지난해 2월부터 멘토로 활약하고 있다. 그가 속한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협회(KCMC)로부터 지도자급 멘토링을 소개받고 여성멘토가 부족하다는 얘기에 자발적으로 참여를 결심했다. 그는 그룹세브 한국법인 최초의 한국인 지사장이자 세브 내에서도 비프랑스권 출신으로는 최초의 여성 지사장이다.

“제가 여성의 몸으로 지금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많은 분의 도움이 컸어요. 이제는 제가 도와줄 차례라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에는 학생들에게 무슨 얘기를 들려줘야 하는지에 대해 부담이 있었지만, 여성 CEO로 활약하는 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여성 멘티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여성 CEO로서 다른 남성 멘토들과는 다른 조언, 실무 얘기를 그대로 들려줄 수도 있겠다 싶었지요.”

그가 맡은 분과는 ‘세일즈 마케팅’. 그는 좀 더 효과적인 멘토링을 위해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다. 매달 세일즈 마케팅에 관한 세부 주제를 정해 한 시간 정도 수업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학생들이 직접 만들어온 관련 프레젠테이션을 공유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팽 대표는 “처음에는 마케팅에 대한 개념조차 잘 이해하지 못했던 학생들이 수업을 거듭하면서 달라짐을 느낀다.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열심히 해온 멘티들을 볼 때마다 뿌듯함이 크다”고 말했다.
박상도 SBS 아나운서│멘티, 후배 아나운서로 다시 만났으면

박상도(46) SBS 아나운서는 올해 3월부터 멘토로 활약하고 있다. 언론사에 입사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을 위해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에 한국장학재단에서 진행하는 지도자급 멘토링을 알게 된 것. 박 아나운서는 “정부기관에서 진행하는 만큼 믿음이 갔다. 또한 멘티로 신청한 학생들이 한국장학재단에서 장학금 수혜를 받은 경험이 있는 가정형편이 넉넉지 않은 만큼 그들을 위해 조금이나마 취업 관련 정보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만나는 8명의 멘티는 대개 언론사에 관심이 있는 3·4학년생이다. 졸업을 앞둔 멘티들에게 정확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박 아나운서는 “언론사 취업생들에게는 유독 카더라라는 소문이 많은데, 그로 인해 피해를 보는 학생들이 없길 바라는 취지에서 조언해준다. PD나 기자를 희망하는 멘티들은 현직의 후배들과 연결해주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멘토 활동을 하면서 꿈이 하나 생겼다. 언론사에 입사해 후배로서 다시 만나는 것이다.

“제가 만난 멘티들이 저의 작은 조언이 힘이 돼 꿈을 이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또한 나중에 저의 멘티들이 언론사 입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멘토가 되면 더 좋겠고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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