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8일 화요일

검산방법의 발달

사람은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실수하게 되고 그래서 우리는 어떤 계산을 하고 나면 검산을 해야 한다. 필자도 고등학교 2학년 때 과학 시험을 보면서 15×6=80으로 답하고 다섯 번이나 재확인했는데도 틀렸던 경험이 있다. 그러면 옛날 사람들을 어떻게 검산을 했을까?

먼저 역연산에 의한 검산을 알아보자. 이것은 덧셈은 뺄셈으로, 뺄셈은 덧셈으로, 곱셈은 나눗셈으로, 나눗셈은 곱셈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지만 가장 확실하기 때문에 16세기 여러 수학자들이 이 방법을 주장하였다. 우리나라 교과서에서도 지금 이런 방법으로 검산을 지도하고 있다.

그러나 역연산 방법보다 더 간편한 방법이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 왔다. 구거법(九去法)이 그것이다. 이것은 9를 버린다는 의미인데, 9를 버리고 남은 수로 계산하는 것이다. 먼저 9를 버리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째 9로 나누어서 나머지만 생각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569342를 9로 나누면 몫이 63260이고 나머지가 2이다. 그러나 이렇게 나누는 일 자체가 복잡하고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각 자리 수를 모두 더한다. 즉, 5+6+9+3+4+2=29이고 이 수의 각 자리 수를 또 더하면 2+9=11, 다시 더하면 1+1=2가 된다. 이 방법도 귀찮으면 처음부터 합해서 9가 되면 버리는 방법이 있다. 즉, 569342에서 천의 자리 수 9는 버리고 6과 3을 더하면 9가 되므로 이것도 버리고 5와 4도 더하면 9가 되므로 이것도 버리고, 그러면 남는 수는 2뿐이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 569342의 경우 검산 수 2가 나온다. 이러한 검산 수를 가지고 사칙 계산을 하여 처음 계산한 결과와 맞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제 구거법에 의해 검산을 해 보자. 먼저, 뺄셈 4540135-1532458=3008677이 맞았는지 확인해 보자. 4540135의 검사 수는 4이고 1532458의 검사 수는 1이다. 그러므로 4540135-1532458의 결과의 검사 수는 4-1=3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계산한 결과인 3008677의 검사 수는 4이다. 그러므로 이 계산은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75×34=2550의 경우, 곱하는 두 수 75와 34의 검사 수 3과 7의 곱을 구한 후 그 검사 수를 구한다(곱은 21이고 검사 수는 3이다). 그런데 원래의 수의 곱인 2550의 검사 수 역시 3이다. 그러므로 이 계산은 맞았다고 볼 수 있다.

나눗셈의 검산은 나눗셈과 곱셈의 관계를 이용해야 한다. 즉, 53648÷25=2145…23이 맞는지를 검산하려면 25×2145+23=53648이 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25, 2145, 23, 53648의 검사 수는 각각 7, 3, 5, 8이다. 그러므로 검사 수에 의해 7×3+5=26의 검사 수 8과 53648의 검사 수가 일치하는지를 보면 된다. 이 경우는 같으므로 이 계산은 맞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구거법에 의해 틀린 결과가 나오면 이 계산은 무조건 틀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맞은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 계산이 맞았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서로 다른 수 1234와 12934의 검사 수가 모두 같은 1인 것처럼 9의 배수만큼 틀려도 같은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연산에 의한 방법보다 훨씬 간편하기 때문에 구거법이 애용되었다. 특히 계산 과정이 모두 사라지고 오직 계산 결과만 남는 방법을 사용하면 계산이 올바르게 되었는지를 확인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구거법이 필요해진 것이다. 그러나 구거법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알기는 쉽지 않다. 12세기 이전에는 인도의 누구도 구거법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없다. 반면 아라비아에서는 알콰리즈미가 8세기 초에 이 방법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특히, 3세기에 로마의 하이폴리투스(Hippolytos)가 최초로 구거법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이것이 피타고라스 학파의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라비아 수학이 인도의 수학에서 나왔기 때문에 구거법이 인도에서 시작되었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구거법이 아라비아에서 유럽으로 전해지게 되는데, 유럽에서는 피보나치(1202), 비드만(1489) 등의 책에서 이 방법이 나타난다. 그러나 구거법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구거법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많았었다. 미국에서는 반대론이 우세한 19세기에 구거법이 산술책에서 삭제되었다가 1900년 이후에 다시 나타나기도 하였다. 
어떻게 과거 사람들이 9라는 수에 관심을 가지고 이런 방법을 찾아내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그러나 곱셈구구의 9단에서 신비한 규칙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처럼 9라는 수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되었음은 분명할 것이다. 


9 이외의 다른 수로 검산하는 방법도 있다. 피보나치는 7, 9, 11에 의해 검산하는 방법을 
소개하였으며, 중세에는 2, 3, 5, 6, 13, 19 등의 수로 검산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들도 있었다. 지금도 우리는 3의 배수끼리의 더하면 3의 배수가 된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검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마도 9를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인 모양이다.

여러분도 복잡한 수의 덧셈과 뺄셈, 곱셈과 나눗셈 문제를 구거법을 이용하여 검산해 보고 검산 방법으로서의 구거법의 장점을 깨달아 보고 9라는 수의 신비한 성질을 탐구해 봄은 어떨까?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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