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부터 제곱미터(㎡)라는 단위를 쓰지 않고 평과 같은 단위를 쓰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과거부터 길이는 자, 넓이는 평, 무게는 근, 부피는 되와 같은 단위를 써 왔는데 전세계적으로 통일된 단위는 각각 m, ㎡, ㎏, ㎥와 같은 단위이다. 이러한 단위가 왜 만들어졌는지 알아보자.
과거 인간이 혼자 살 때는 이러한 단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어느 것이 더 긴지, 더 무거운지와 같이 비교만 할 수 있으면 충분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뼘이나 팔의 길이, 발바닥의 크기 등으로 길이를 재고, 넓이도 재고, 무게도 재고, 부피도 재기 시작하였다. 다른 사람과 교류를 시작하면서도 정확한 측정보다 대강의 측정으로 만족할 때는 손과 발의 크기가 달라도 별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여름에 큰 비가 올 때 한강 수위가 몇m라는 등의 방송이 나오듯, ‘람세스’라는 소설을 보면 고대 이집트에서도 나일강의 수위를 팔의 길이를 이용하여 측정하였다.
유럽에서는 고대 로마의 도량형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1324년 영국에서는 ‘둥글고 마른 보리의 낱알 3개’를 1인치로 정하였으며 그 후에도 여러차례 법률로 단위를 다시 규정하곤 하였다.
이와 같이 들쭉날쭉한 단위로 많은 혼란을 겪게 되면서 단위를 통일하려는 노력이 동서고금 할 것 없이 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혁명적인 노력이 미터법의 제정이다. 미터법은 1790년 프랑스의 탈레랑이 “미래에도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것을 기초로 해서 새로운 단위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이 그 효시이다. 프랑스 과학아카데미는 ‘어떠한 국민도 자기들이 마음대로 선정한 도량형을 다른 국민에게 강요할 권리는 없다’는 인식 하에 모든 지구인이 공유할 수 있는 지구의 자오선을 측정하기로 하였다. 그들은 프랑스의 수도 파리를 경유하여 남극과 북극을 잇는 지구의 둘레를 측정하고 그것을 4000만 등분한 하나를 1m로 정하였으며, 프랑스는 1799년에 이 미터법을 정식으로 채택하였다. 그 후 나폴레옹은 자신이 정복한 유럽의 모든 나라에 미터법을 사용할 것을 강요하였다.
미터법이 쉽고 우수하다는 점이 인정되어 1875년에는 17개국이 모여서 국제적인 미터협약이 체결되었다. 1889년 제1회 국제 도량형총회에서 백금과 이리듐의 합금으로 미터원기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하여 미터법이 확립되었다. 그러나 미터원기도 초고온이나 초저온에서는 변형될 수가 있어서 크립톤 원자가 방사하는 스펙트럼 파장을 이용하여 1m를 정하게 되었고, 1983년 제17차 국제 도량형총회에서는 1m를 ‘빛이 진공 중에서 2억9979만2458분의 1초 동안 진행한 거리’로 정의하였다. 기존 1m의 길이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 이런 복잡한 수치가 필요하게 되었다. 그러나 1m를 간단하게 ‘3억분의 1초’ 동안 진행한 거리로 새롭게 약속하면 수치적으로는 간단해질 텐데,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어떤 도량형과 달리 미터법은 그 기본 단위를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인정할 수 있는 지구의 둘레를 이용하고 있으며 십진법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그러나 미국은 최근까지도 미터법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1999년 NASA의 무인화성탐사선이 화성에 도착한 직후 폭발해 버렸는데, 그 원인은 다름 아닌 단위에 대한 착각 때문이었다. 즉, 탐사선을 제작한 회사는 야드 단위(1야드는 0.914m)를 사용하였는데 탐사선 조종팀은 이것을 미터법으로 착각하여 탐사선을 훨씬 낮은 궤도에 진입시켰다가 대기와의 마찰열로 폭발한 것이다. 그 후 미국에서도 미터법을 사용하기로 하였다니 너무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셈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가장 기본적인 내용으로 배우고 대수롭지 않아 보이는 이런 단위에도 인간을 생각하는 마음과 정밀성을 추구하려는 인류의 노력과 역사가 숨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수학 공부를 하면서 계산을 잘 하려는 것 이상으로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인류의 노력과 역사를 느껴보려고 해야 할 것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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