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월 8일 화요일

수를 나타내는 방법



여러분은 역사를 배우면서 예를 들면 갑자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갑오경장, 임오군란, 임진왜란 등에 대해서 배운다. 갑자, 갑오, 임오, 임진 등은 어떤 사건이 일어난 해를 나타내는데, 이와 같은 연도의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전설에 의하면, 오천년 전 황제가 갑자를 지어냈는데, 갑, 을, 병, 정, 무, 기, 경, 신, 임, 계라는 10개의 천간과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라는 12개의 지지가 그것이다. 이것이 서로 순서대로 결합하면 갑자, 을축, 병인, 정묘,… 계유, 갑술, 을해와 같이 되고, 이렇게 되어 60년이 지나면 다시 갑자년이 된다. 
그런데, 이것은 일종의 60진법인 셈이다. 우리 일상에서는 이와 같은 60진법이 꽤 있다. 한 시간은 60분, 1분은 60초와 같은 시간이 그렇고, 원의 중심각이 360° 인 것도 일종의 60진법이다. 
십진법은 0에서부터 9까지의 10개의 숫자를 사용하며, 열이 되면 그것을 하나의 묶음으로 보고 왼쪽으로 자리를 옮겨 1을 쓰는 방법을 말한다. 이와 비슷하게, 60진법은 마찬가지로 60개의 수의 기호를 사용하되 60이 되면 그것을 하나의 묶음으로 보고 왼쪽으로 위치를 옮겨 1을 쓰는 방법이다. 

인류가 60진법을 사용한 것은 아주 오래 되었다. 고대 수메르인들이 60진법을 사용하였으며 이것이 고대 바빌로니아로 전해진다. 그런데, 어떻게 인류가 60진법을 알게 되었는지는 아직 모른다. 어떤 사람은 외계인이 알려준 것이라고 하기도 한다. 혹은 무인도에 난파당한 로빈손 크루소가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표시를 했던 것처럼, 고대의 어느 뛰어난 인재가 대략 360일 마다 계절이 반복되는 것을 발견하였을 것이고 그래서 원을 360등분하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원의 둘레를 같은 반지름으로 나누면 6개로 등분되고 하나의 중심각이 60도가 되는 것을 발견하고 60진법을 사용했을지도 모른다. 10개의 천간과 12개의 지지의 결합으로 60 갑자가 만들어진 것처럼, 십진법을 쓰는 문화와 12진법을 쓰는 문화가 결합되어 60진법이 생겨났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60이라는 수는 10과 달리 여러 개의약수를 가지고 있어서 수학적으로는 매우 유용한 진법일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60개의 숫자를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널리 일반화되지는 못한 것 같다.

60진법과 비슷한 것으로 12진법이 있다. 12진법의 흔적은 영국에서 사용하는 단위계에 남아 있다. 영국에서는 1 파운드가 12 온스이고, 1 인치는 12 라인이다. 여러분이 재미있게 읽었던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소인국도 12진법을 사용한다. 소인국의 왕은 걸리버에게 1728명분의 식량을 지급하였는데, 왜 10명이나 100명, 1000명이 아니라 1728명분이었을까? 그것은 걸리버가 소인국의 국민보다 12배 키가 크기 때문이고 그래서 걸리버의 부피는 소인의 부피의 12×12×12=1728(배)가 되기 때문이다.

인류는 십진법이나 60진법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였는데, 그 중에 20진법이 있다. 20진법은 손가락과 발가락을 모두 합하면 20개가 되므로 이것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마야인이 20진법을 사용하였지만, 불어나 영어에도 20진법의 흔적이 남아 있다. 링컨의 유명한 케티스버그의 연설문은 “Four score and seven years ago”라는 말로 시작된다. 여기서 score는 20을 의미하고, 그래서 이 말은 “87년 전”이라는 뜻인데, 이 score가 20진법의 흔적인 셈이다. 

5진법을 사용한 경우도 있었는데, 아마도 손가락이나 발가락이 다섯 개라는 데서 착안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아프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의 여러 민족에게서 볼 수 있으며, 시계에 사용되는 로마숫자 Ⅴ(5), Ⅹ(10)과 같은 기호도 5진법에 따른 것이다. 

60진법을 쓰면 사용하는 기호가 많아져야 하지만 수가 간단해지고, 5진법을 쓰면 사용하는 기호가 적어도 되는 반면 수는 길어진다. 다음 표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래서 중간 정도를 택하여 십진법을 사용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손가락이 모두 10개이니까.




그러고 보면, 우리 인간은 가장 좋은 어느 한 가지만을 고집하지 않고, 좋은 것이나 나쁜 것 할 것 없이 모두 버리지 않고 여러 개를 사용하며 필요한 부분에서 필요한 것을 적절히 잘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하기야 무조건 좋기만 한 것이나 무조건 나쁘기만 한 것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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