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1일 일요일

우리 아이 고입 경쟁력 점검①-교과 내신


고입도 대입도 교과 내신 관리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여기서 ‘기본’이란 말 그대로 합격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까지는 아님을 의미한다. 더군다나 내신절대평가제가 적용된 특목고, 자사고 등의 상위권 고교 입시에서 중학교 내신 영향력은 최근 들어 크게 축소된 상황이다. 2017학년도 고입이 마무리되고 예비 중3들이 기말고사를 앞둔 이즈음, 내후년 고입 수험생들의 내신 관리 핵심 몇 가지를 짚어봤다. 목표 고교에 따른 효율적인 내신 관리로 기본 자격을 갖춘 이후에는 합격의 진짜 경쟁력이 무엇인지를 찾고 기르는 데 힘쓸 수 있어야 한다.
영재학교 입시 내신
과학영재학교나 과학예술영재학교 입시에서의 중학교 교과 내신 영향력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전반적으로 1단계 탈락 인원이 많지 않다는 점과 최초 전형 단계에서 3학년 성적이 반영될 수 없다는 점 등이 형식적인 원인으로 꼽힐 수 있다. 내용적으로는 변별력 높은 2단계 지필고사와 3단계 캠프 전형이 내신 활용의 필요성을 약화시킨다. 실제로 특목고 입시컨설팅 학원멘토 통계에 따르면 영재학교 최종 합격자 면면 중에는 모든 과목의 성취도가 우수하지는 않더라도 수학·과학 역량이 특출한 학생들이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하지만 영재학교 입시에서도 지원 학교나 경쟁률에 따라서는 내신이 보다 신경 쓰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지난 2017학년도 입시 기준 한국과학영재학교와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가 이에 해당됐다. 두 학교는 1단계 탈락 비율이 지원자의 약 30~50% 수준에 달해 수학·과학을 포함한 주요 과목에서 B이하 성취도가 다수 포함된 경우 1단계 통과가 쉽지 않았다. 대구과학고처럼 1단계(내신·서류+면담)에서 일부 우선선발자를 가려내는 경우도 내신 변별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영재학교 입시용 내신은 원점수, 평균, 표준편차 등의 내신 지표 전체가 노출된다는 점과 대부분 학교에서 합격 예정자들에게 3학년 학생부까지를 최종적으로 요구한다는 점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과학고 입시 내신
과학고등학교 입시에서의 중학교 내신 평가는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최근 3~4개 학기 수학·과학 성취도 평가를 기본으로 한다. 영재학교와 달리 원점수 등 내신 상세 지표는 노출되지 않는다. 서류, 면담, 면접의 다단계 평가가 진행되므로 최종 당락에 미치는 내신 영향력은 비교적 크지 않은 편이다. 실제로 2017학년도 입시 기준 세종과고, 한성과고, 경기북과고 등 주요 과학고 최종 합격자 중에는 수·과학에 B성취도가 포함되었거나 다른 주요 과목에서 B, C이하 성취도가 다수 포함된 인원도 눈에 띄었다. 해당 과학고들이 지원자 전원을 대상으로 면담을 진행해 교과 내신의 정량적 평가에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잡아내고자 노력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합격자들이 교과 점수를 떠나 수·과학에서 탄탄한 기본기와 자신만의 특색 역량을 갖췄음은 당연했다. 올해 입시에서 인천, 경남, 대전, 전남 지역 등의 과학고들은 교과 내신과 자소서 등의 서류 평가만으로 1단계 탈락자를 일부 가려내기도 했다. 이 경우 수·과학 내신의 1단계 영향력은 보다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해당 지역 예비 수험생들은 적어도 수학·과학에서 만큼은 B이하 성취도가 포함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자사고 입시 내신
상위권 고입을 위해 내신 관리에 가장 신경 써야 할 대상은 자사고 지망생들이다. 특히 전국단위모집 자사고를 목표로 한다면 특정 과목에 대한 집중력보다는 고른 성취도 분포가 중요하다. 학교에 따라 3~5개 학기의 주요 과목 성취도가 모두 반영되므로 최소 15개에서 25개 이상의 A성취도를 확보해야 1단계 통과가 가능하다. 각 학교별 1단계 내신 커트라인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하나고, 외대부고, 상산고 등 상위권 자사고들의 경우 평가 대상 과목 대부분이 A성취도여야만 면접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조심해야 할 부분은 학기 합산 기준 88점이나 89점 과목들이다. 입시 현장에서 만나는 수험생 중 성취도 한두 개 때문에 목표 학교를 하향 조정하거나 지원을 아예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대부분은 87~89점으로 B성취도에 머문 경우였다. 기말고사를 앞두고서 중간고사 점수와 수행평가 점수를 꼼꼼히 살펴 80점대 후반이나 90점대 초반에 걸친 과목들에 전력투구할 수 있는 시험 계획이 요구된다. 최근 전국단위 자사고들의 학교별 내신 커트라인은 어느 정도 고착화되어 지원자들의 내신 점수 차이가 크지 않은 것이 특징적이다. 따라서 하위권 1~2개 학교나 학교별 특수 모집단위를 제외하면, 1단계 교과 내신 점수가 최종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는 쉽지 않다.
외고·국제고 입시 내신
외고·국제고 입시에서의 내신 반영은 2~3학년 영어로만 제한된다. 2학년 두 개 학기는 성취도(절대평가)로, 3학년 두 개 학기는 등급(상대평가)으로 반영되는데 핵심은 3학년 성적 관리다. 1등급 만점을 기준으로 2등급은 1.6점, 3등급은 4.4점이 감점되며, 3등급이 포함될 경우 학교나 모집단위에 따라서는 1단계 통과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물론 최근에는 경쟁률이 낮아지며 AA22 미만 점수도 면접 기회를 얻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3등급이 포함되면 면접에서 많은 점수를 만회해야 한다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향후에도 지속적인 경쟁률 하락이 예상되는 만큼 1단계 커트라인 통과보다는 자소서·면접 부담을 완화한다는 의미에서의 내신 관리가 요구된다.
조선일보

2018 특목·자사고 입시를 준비한다면

치열했던 경쟁 속에서 기쁨과 좌절이 함께 했던 2017학년도 고교 입시를 뒤돌아보며 올해의 입시 특징과 예년 대비 변화 양상을 간략히 요약해봤다. 2018학년도 이후의 상위권 고교 입시를 노리는 예비중3 이하 수험생들에게는 지금부터가 입시의 시작이고, 그 첫 번째 준비로 올해의 입시 분위기를 파악해보는 것이 기본이다.
2017 특목고 자사고 입시 총평
2017학년도 전기고 입시는 전반적인 경쟁률 하락세가 특징적이었다. 지난해 대비 급격한 인구 감소(약 12%)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학생부전형의 확대와 수능 영어절대평가제 도입 예정 등의 대입 체제 변화도 한몫했다. 특히 ‘인구론’, ‘문송합니다’ 등으로 대표되는 문과 계열 취업난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문과 특목고’를 대표하는 외고 경쟁률의 하락세가 가장 두드러졌다. 반면 영재학교, 과고로 대표되는 ‘이과 특목고’들의 경우 인구 감소 추세 속에서도 각각 14:1, 3.5:1 수준의 높은 평균 경쟁률을 유지했다. 학교 종류마다 지원 분위기는 달랐지만 자소서 중심의 면접 전형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은 공통적이었다. 입시컨설팅 학원멘토 분석에 따르면 2011학년도 자기주도학습전형 첫 도입과 2015학년도 내신절대평가제 적용으로 최근 몇 년간 특목고 입시는 과도기적 양상이 뚜렷했다. 다행히 올해는 대부분 학교들의 전형 과정이 지난해 입시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 많은 수험생들에게 예상했던 입시 준비로 충분했다. 과학고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부 학교가 1단계 방문면담을 소집 형태로 바꿔 진행했지만 질문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아직은 높은 경쟁률로 2단계보다는 1단계 통과가 어려운 학교들이 많아 자소서 작성 단계부터의 면담 준비가 당락 핵심으로 떠올랐다. 주요 자사고, 외고 대부분도 지난해와 동일한 자소서 항목과 면접 형식을 고수했다. 외고 일부 학과들의 경우 낮은 경쟁률로 1단계 커트라인이 무의미해지거나 다소 하향 조정됐지만 전국단위 자사고 일반전형은 지난해와 비슷한 커트라인 수준을 보였다. 학교 종류를 떠나, 전반적으로 낮아진 경쟁률과 그 밖의 다양한 이유들로 학생부 실질 비중은 줄어들고 자소서와 면접 영향력이 늘어난 점은 공통적이다. 전형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지원자들의 자소서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된 것과 공통질문을 중심으로 질문 난이도가 높아진 점 등은 내후년 지원자들이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다.
상위권 고교 진학을 꿈꾼다면
입학 후 내신 관리 등 여러 조건들의 대입 유불리를 떠나 특목·자사고 도전은 상위권 중학생들에게 여전히 유의미하다. 단순한 점수 따기 경쟁을 넘어 대입에서도 중요한 학생부 관리나 독서, 자소서, 면접 준비 등의 중요성을 미리 경험하고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진로나 학업 방향에 대해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그 첫 번째 의미다. 하지만 아직까지 대다수의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은 이러한 입시 패러다임의 변화에 미리부터 능동적으로 대처하기보다는 관리된 내신 조건에 맞춰 뒤늦게 준비를 시작하거나 핵심 전형 요소들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미리부터 관심을 뒀다 해도 잘못된 정보나 ‘카더라 통신’에 의존해 엉뚱한 스펙 쌓기에만 몰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주변의 한두 사례에 집중하기보다 객관적인 지표나 공식적인 자료들을 찾아 검토하려는 자세와 노력이 우선이다. 영재학교의 2단계 지필고사를 포함해 자소서, 면접 등 현재 특목·자사고의 모든 전형 요소들은 입시를 앞둔 한두 달 기간 내에 완성도 높은 준비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서류나 면접의 진정한 경쟁력은 수사학적 기술이나 순발력, 스피치 능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평소 생활습관과 체험, 독서, 가치관, 주변과의 의사소통 경험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완벽에 가까운 성적에도 불구하고 입시에서 풀어내야 할 자신만의 아무런 이야기도 찾을 수 없는 수험생들이 올해도 적지 않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지만 타성에 젖은 선행이나 문제풀이에만 치우쳐 있어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그 이유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현재의 입시가 중3 학생들에게 완벽한 진로 적성이나 지적으로 성숙한 가치관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교과 내신 조건만 갖춘 ‘속빈 강정’을 원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중학생 수준에서의 고민과 성찰이면 충분하다. 그 과정 속에서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자신만의 배경지식을 확장시킬 수 있다면 합격뿐 아니라 ‘진짜 성장’의 기쁨도 함께 맛볼 수 있다.

조선일보

2017 수능 만점자의 공부 비결


"색깔펜으로 복습하며 모르는 내용 줄여나갔죠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은 이견 없는 '불수능'이었다. 국어·수학·영어 만점자 비율이 6년 만에 모두 1% 이하로 나타났을 정도다. 2015학년도에 29명, 2016학년도에 16명이던 수능 만점자도 올해는 3명(인문 2명·자연 1명)뿐이다. 용인한국외국어대부설고(이하 외대부고) 3학년인 김재경양이 바로 그 중 한 명으로, 수능 성적 발표 직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인문계열 만점자 중에서도 김양이 선택한 사회탐구 과목(법과 정치·사회문화)의 난도가 더 높아, 표준점수로는 전국 최고점(549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15일에는 목표로 했던 서울대 경제학과 합격증(수시 일반전형)까지 거머쥐었다. 6년 만의 '불수능'에서도 흔들림 없이 만점을 기록한 김양의 공부 비결을 들어봤다.

◇수학, 쉬운 문제도 두 번씩 풀며 실수 줄여
김양은 '수업 잘 듣기'를 공부의 첫째 원칙으로 삼았다. 단순히 수업 시간에 선생님 설명을 잘 듣는 것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오기 1~2분 전에 미리 책을 펼쳐서 배울 내용을 훑어보고 ▲선생님과 눈을 맞추며 수업을 집중해서 듣고 ▲필요한 내용을 잘 간추려 알아보기 쉽게 필기하며 ▲수업 직후 중심 내용을 한 번 되새겨 본 뒤 ▲이해가 잘 안 되는 내용은 선생님에게 질문해 확실히 알고 넘어가는 일련의 과정을 뜻한다. 김양은 "처음에는 저도 이를 실천하기가 참 어려웠다"며 "하지만 이런 습관이 몸에 배면 복습에 걸리는 시간도 줄고, 공부한 내용이 기억에도 잘 남는다"고 전했다. 어떤 과목을 공부하든, 문제의 선지 하나하나까지 완벽하게 이해하고, 남에게 설명하거나 자기만의 해답지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공부했다.

매일 아침 자습 시간은 '국어'에 할애했다. 글을 읽으며 몽롱한 정신을 깨우는 습관이 실제 수능에서 국어 영역을 잘 치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국어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출제한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의 수준 차가 가장 크게 느껴지는 영역이었다. 그래서 수능이 다가올수록 평가원 기출문제만 집중적으로 봤다. "사실 6·9월 평가원 모의고사도 만점을 받았어요. '연습'이라고 생각하니 부담이 적었거든요. 그런데 10월 모의고사에서 국어를 망쳤어요. 그때부터 정신을 차리고 취약점인 과학기술 비문학 지문에 몰두했습니다. 문제만 풀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이 선지가 정답인 이유'까지 확실히 짚으며 공부했더니 다시 자신감이 생겼어요."

'실수를 줄인' 것도 만점 비결의 하나다. 수학 시험을 볼 때 반드시 쉬운 문제부터 풀고, (나중에 따로 검토하는 게 아니라) 가능한한 그 자리에서 두 번씩 풀어 실수를 줄였다. 고난도 문제 서너 개는 시간을 남겨 충분히 검토했다. 김양은 "어려운 문제를 풀 때는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며 "어떤 문제든 (해결의) 열쇠가 있고, 나는 반드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끈기 있게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양은 수능이 코앞에 닥쳤을 때 '사회탐구' 영역이 가장 불안했다. 다른 영역은 낯선 문제가 나와도 개념을 응용하면 풀 수 있지만, 사회탐구는 '모르면 틀리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능 열흘 전부터 과목별로 단권화한 책을 보면서 모르는 내용만 확인했다. 김양은 평소 공부할 때 다양한 색깔의 펜을 사용한다. 처음 모르는 내용이 나왔을 때는 파란색으로 표시하고, 복습할 때는 파란색 표시 부분만 보다가 또 모르는 게 있으면 초록색으로 표시하는 식이다. 그렇게 대여섯 번 반복해 보는 동안 계속해서 다른 색으로 모르는 내용을 표시한다. 김양은 "이렇게 하면 복습할 때 필요한 부분만 보면서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며 "모르는 내용도 점차 줄여나가, 수능 직전에 꼭 다시 봐야 할 핵심 내용만 간추리기도 수월했다"고 말했다.

◇열심히 한 자신에게 적절한 '보상' 줘야
비교과활동도 다양하게 했다. 가장 열심히 한 활동은 '영어 토론'. 영어 토론 동아리에서 활약하며 세계고등학생영어토론대회 국가대표팀 후보진에 선발되기도 했다. 김양은 "토론하며 영어 실력이 늘고 배경지식까지 풍부해졌다"고 말했다. 이는 대입 자기소개서나 면접 준비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토론대회에서 어떤 주제가 주어질지 모르기 때문에 틈틈이 외신 읽는 습관을 가졌어요. 30분 만에 논거를 만들고 7분 스피치를 준비하면서 사고력까지 키웠죠. 자기소개서도 제가 토론했던 내용과 그로부터 배운 점을 중심으로 작성했습니다."

교내 프로그램인 'R&D(Reading&Dis cussion)'에도 참가했다. 조별로 고전을 선정해 읽고 산출물을 제출하는 프로그램이다. 2학년 1·2학기에 한 번씩 총 두 번 진행되는데, 김양은 여기서 두 번 모두 조장을 맡았다. 1학기에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2학기에는 울리히 베크의 '위험사회'를 읽었다. 특히 '위험사회' 내용을 학교 상황에 적용한 보고서를 발표해 대상까지 받았다. "책 내용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 인문·사회과학적 배경지식을 쌓는 데 많이 도움 된 활동"이라며 "서울대 자기소개서 4번 문항(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책 3권 기술)도 이때 읽은 '자유론'을 중심으로 썼다"고 설명했다.

학업과 비교과활동 사이의 '균형'은 플래너가 잡아줬다. 플래너를 이용해 공부 시간과 다른 활동 시간을 철저하게 분리했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저녁 먹기 전 일과 시간에는 공부를, 그 이후 야간자율학습 시간에는 독서나 동아리를 비롯한 비교과활동을 했다. 철저한 계획 덕분에 잠자는 시간(하루 6~7시간)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

'수능 만점자'라고 하면 '공부벌레'라고만 생각하겠지만, 김양은 주 말엔 공부계획을 따로 세우지 않았다. 주말은 주중에 공부하느라 고생한 자신에게 주는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가족과 예능 프로그램 등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단, 계속 챙겨봐야 하는 드라마는 피했다. 김양은 "고 3 때도 제가 좋아하는 가수 '빅뱅'의 10주년 콘서트에 갔다"며 "자신에게 적절한 보상을 줘야 지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영재학교 합격을 위한 겨울방학(2018 영재학교 입시 준비①)


2018학년도 영재학교 입시가 석 달 앞으로 다가왔다. 3월에 전형이 발표되고 입학설명회가 시작되는 전국의 영재학교는 모두 여덟 곳. 두 곳의 과학예술영재학교들은 아직 졸업생을 배출하지 못했지만 6개 과학영재학교들은 올해 대입 수시 전형에서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최고 수준의 명문대 합격률을 선보였다. 특히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대전과고의 서울대 합격자 수는 47명에 달해 거의 ‘깜짝 쇼’ 수준에 가까웠고, 지역인재 50% 선발의 핸디캡을 극복한 광주과고의 선전도 눈부셨다. 이처럼 영재학교의 대입 프리미엄이 해마다 견고해짐에 따라 상위 0.15%를 향한 수·과학 수재들의 치열한 경쟁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명문대 진학에 대한 막연한 기대만으로 무작정 도전하기엔 감수해야 할 부담도 적지 않은 것이 영재학교 입시다. 입시컨설팅 학원멘토가 발표하고 있는 지난해 입시 분석 자료들을 토대로 올해 영재학교 수험생들이 반드시 알아둬야 할 준비 사항들을 몇 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겨울방학 시작과 동시에 본격적인 입시 준비에 돌입하는 만큼 이 시기 점검 사항부터 살펴봤다.
진로·진학 계획부터 차분히
영재학교 입시 준비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명확히 해야 할 것은 진로·진학 계획이다. 이것이 다른 어떤 입시에서보다 특별히 더 강조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계열 특수성이 강해 진학과 동시에 일찌감치 진로 방향이 정해진다는 점이다. 최근 5년간 전체 영재학교 졸업생의 90% 이상은 이공계열로 진학했다. 평균 7~9% 수준을 이어오던 의대 진학률 또한 최근 들어 각 학교가 정책적으로 줄여나가는 분위기라 선택 폭은 더 좁아질 전망이다. 수학·과학 분야에 대한 진학 비전이 확고하지 않다면 도전이 신중해야 할 수밖에 없다. 영재학교 입시에서 진로나 진학에 대한 확신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희박한 합격 확률 때문이다. 인구 감소로 최근 지원자 수가 다소 감소했지만 당분간은 대부분 학교에서 15:1 안팎의 높은 경쟁률이 이어질 전망이다. 중복지원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7~8:1 이상의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하는 만큼 불확실성이 클 수밖에 없다. 어린 학생들이 감당해야 할 실패 후유증까지를 감안한다면 ‘올인’하는 자세보다는 ‘플랜B’에도 무게중심을 둔 냉철한 시간 분배가 요구된다. 반드시 상위권 고교 입성을 목표로 한다면 비슷한 계열의 과학고나 진학 선택 폭이 넓은 자사고 입시 일정에 시간표를 맞추고 추가 시간을 확보하거나 남은 시간을 활용하는 방식의 준비가 안정적이다.
이러한 진학 로드맵의 완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최종 목표인 대입이나 진로 계획에 대한 자료 수집과 고민들이다. 평소 숨 가쁜 일정으로 ‘문제풀이’에만 매진했다면 이즈음에는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계획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한 것. 진로 고민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찾아보거나 관련 정보를 수집해 정리해 볼 수 있는 시간으로 겨울방학만한 시기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입시 현장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선행이나 올림피아드 준비에 치어 평소보다 더 바쁜 방학을 보내기 일쑤다. 영재학교 입시 지필고사에서 많은 점수를 딸 수 있을지는 몰라도 최종 합격이나 진학·졸업 후까지를 고려한다면 결코 바람직한 선택으로 보기 어렵다.
입시 일정 점검도 필수
영재학교 입시 준비에서 겨울방학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로 독특한 입시 일정을 빼놓을 수 없다. 2~3월에 설명회 일정을 발표하며 시작되는 영재학교 입시는 첫 설명회 개최부터 전형요강 발표, 원서접수 마감까지가 불과 한 달 내외 기간에 모두 이뤄진다. 원서접수 최소 3개월 전에 전형요강이 발표되고 이르면 6~7개월 이전부터 설명회가 시작되는 다른 특목고 입시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와 같은 촉박한 일정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입시 준비에 차질을 빚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기소개서나 교사추천서 같은 주요 서류를 급히 준비하다 애를 먹는 사례가 가장 많고, 때로는 접수 착오 등으로 인해 지원 자체가 아예 무산되는 경우도 있다. 학년 초라는 특수한 시기에 중간고사를 앞두고 여러 종류의 서류를 한꺼번에 챙기는 게 부담스럽고, 특히 두 곳 이상의 학교에 복수지원 하는 경우가 많아 자소서 작성이나 추천서 의뢰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또한 다른 전기고 입시까지를 고려할 때 중간고사나 학생부 관리도 소홀할 수는 없는 만큼 5월에 이어지는 지필고사 준비 부담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학 이전에 지필고사 준비뿐 아니라 자소서 초안도 어느 정도는 완성해 두어야만 입시 준비에 차질을 피할 수 있다. 개학 이후에는 곧바로 이어지는 설명회에 반드시 1회 이상 참석하고 전형요강과 서류 양식이 발표되면 이전해와 달라진 점 등에 중점을 두고 남은 기간 서류 마무리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2학년 지원자들은 학생부를 통한 자기 어필이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자소서 등의 서류 준비에 좀 더 만전을 기해야 유종의 미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우리 아이 고입 경쟁력 점검③-독서

2017학년도 수능 만점자들이 밝힌 학습 비결 중 유일한 공통점은 독서였다. 물론 이들의 증언(?)이 아니더라도 독서의 일반적인 중요성은 늘 강조되어 왔다. 하지만 점수 올리기만도 벅찬 보통의 수험생들에겐 독서가 언감생심인 부분도 없지 않다. 수능에서보다 독서 비중이 큰 고입 자기주도학습전형이나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그런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교과 성적에 ‘최저 학력 기준’ 그 이상의 의미 부여가 어려운 특목·자사고 입시에서는 최근 들어 독서 역량이 당락을 가르는 핵심 요소로 급부상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독서 역량이 학생부에 기록된 몇 줄의 독서활동상황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후에는 논술 등 다른 대입 경쟁력으로까지 이어지는 독서의 입시 영향력과 그 이유에 대해 고입을 중심으로 몇 가지만 살펴봤다.
독서가 길러주는 고입 경쟁력
독서가 특목·자사고 입시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영향력은 과연 무엇일까? 학교 종류에 따라 독서의 구체적인 입시 활용도는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 아래 세 가지는 공통적이라 할 수 있다.
첫째는 ‘소재’ 확보로써의 독서다. 기본적으로 자기주도학습전형은 수험생의 경험과 사고를 평가하는데, 경험은 곧 자기소개서 내용과 면접 답변의 핵심 소재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점수 따기와 선행 학습에만 급급했던 대부분 수험생들에게 자기만의 ‘특별한 경험’이 흔치 않다는 점이다. 독서는 지원동기, 학습경험, 활동경험, 진로계획 등 해당 전형이 원하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자기만의 특별한 경험을 대체하거나 그 단초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은근히 어렵게 느끼는 지원동기 부분도 해당 학교와 연관된 책을 읽거나 지원 계열에 관한 탐독 활동 등을 그 소재로 삼는다면 무난한 이야기 전개가 가능할 수 있다.
둘째는 ‘어휘’ 확보로써의 독서다. 자소서에서든 면접에서든 나의 역량은 결국 내가 선택한 어휘들을 통해 그 골격이 드러난다. 이는 표현의 문제라기보다는 도구의 문제에 가깝다. 입시를 조각에 비유했을 때 각각의 재료 특성에 맞는 끌이나 망치를 마련하는 과정에 해당된다. 예리하고 정교한 어휘들을 다양하게 확보해두면 어떤 재료와 맞닥뜨리더라도 자기가 원하는 모양으로 쉽게 만들어갈 수 있다. 알고 있는 것,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핵심적인 한두 개의 단어로 먼저 떠올려 보는 것은 자소서 작성과 면접 답변 준비의 가장 기본이기도 하다. 표현과 논리는 이런 어휘 풀(Pool)이 갖춰진 이후의 문제이다. 일상의 언어활동에서는 경쟁력 있는 어휘 습득이 쉽지 않은 만큼 평소 꾸준한 독서를 통해 자신만의 단어들을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논리적인 말하기나 글쓰기는 개인의 타고난 언어 솜씨와 무관하지 않지만 차별화된 어휘 확보는 노력 대비 향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입시 경쟁력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고교 입시 준비 과정에서 독서가 갖는 세 번째 의미는 입시 자신감의 원천이기도 한 배경지식의 확보에 있다. 독서 경험은 자신의 학업 역량을 현재의 입시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최근 대부분의 특목·자사고 입시는 지원자의 학업 역량을 등수나 점수, 수상실적 등 정략적 지표로 비교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가 됐다. 때문에 지원자의 학습 과정이나 관심 분야 탐구, 학업 외 활동 등을 통한 입체적 역량 평가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지원자의 지적 수준은 개별 소재들에 대한 배경지식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교육과정에 충실한 교과 상식만으로 최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 변별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독서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합격을 위한 독서와 독후 활동
독서는 결코 쉬운 활동이 아니다. 누구나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아무나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때문에 아직 습관이 잡히지 않은 어린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독서의 참 재미를 한번쯤은 제대로 느껴보는 경험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심 분야에 대한 독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기본이다. 정말 재미있는 책을 만났다면 한권을 여러 번 반복해 읽어보는 경험도 중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독서의 유용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독후 활동도 반드시 필요하다. 독후 활동으로 가장 보편화된 독서장 기록은 때때로 독서를 부담스러운 '과제'로 만들기 때문에 정해진 틀보다는 학생 자율의 형식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발췌의 형식만으로 채워 보다 나중에는 요약이나 느낀 점, 변화된 점, 나아가 책이 제시하는 주제에 대한 비판과 대안까지 적어가며 입시 경쟁력을 길러볼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이나 감동을 어떤 방식이로든 현실에 적용해보려는 노력과 실천이다. 과학책을 읽고 직접 실험을 시도해 보거나 역사책을 읽고 유적지 탐방에 나서보는 것 등이 대표적일 수 있다.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자신이 인상 깊게 읽었던 내용에 대해 친구나 부모님께 설명해주거나 토론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책 속의 지식이든 내 머릿속의 생각이든 그것에 대해 반응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끄집어낼 수 있는 능력이 비단 입시에서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창의적 문제해결력이나 의사소통 능력 등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미래 인재의 다양한 역량들 대부분이 이 과정 속에서 길러진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조선일보

초등학교 5~6학년만 교과서에 漢字 쓴다

표기 기준 마련… 2019년부터 300字 제한, 병기않고 따로 설명

2019학년도부터는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한자(漢字)가 5~6학년부터 나오고, 표기도 한글·한자 본문 병기(倂記)에서 별도로 한자 음과 뜻을 풀어 소개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3~4학년부터 한자가 나오는 현행 초등학교 교과서엔 '늙다(老)', '탐정(探偵)' 등 병기 사례도 과목마다 제각각이다.

교육부는 30일 이 같은 내용의 '초등 교과서 한자 표기 기준'을 마련해 2019년부터 교과서(국어 제외)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준에 따라 항성을 표기할 경우 본문에 '항성(恒星)'으로 병기하지 않고 같은 페이지 하단의 학습 용어 풀이난에 '항성(恒星): 항상(恒, 항상 항) 같은 곳에서 빛나는 별(星, 별 성)'로 표기하는 식이다. 반면 '우주(宇宙)'처럼 '집 우(宇)'와 '집 주(宙)'가 용어의 뜻을 이해하는 데 도움되지 않는 경우엔 한자를 표기하지 않도록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예컨대 항성과 행성을 한글로만 표기하면 뜻을 구분하기 쉽지 않은데, 한자로 용어 풀이를 하면 이해하기 쉬워진다"고 했다. 교육부는 "기존에는 구체적 기준이 없어 초등학생 수준에 맞지 않거나 학습 내용과 관계 없는 무분별한 한자 병기가 많았다"며 "이번에 처음으로 초등학교를 위한 구체적 기준을 별도로 공식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표기 가능한 한자는 기본 한자 300자 이내로 제한된다. 현재 중·고교 교과서는 한문 교과에서 허용하는 900자 범위 안팎에서 한자를 병기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교사용 지도서엔 '교과서에 표기된 한자는 암기하게 하거나 평가하지 않도록 한다'는 내용을 명시해 학생들의 한자 학습 부담을 줄이기로 했다. 한자 선행 교육이 우려된다는 점을 들어 한자 표기를 반대했던 의견 등을 고려한 것이다. 교육부는 이번 기준에 따라 교과서를 집필하면 각 단원에 한자가 0~3건 정도 표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방안이 초등학교 교과서의 한자 표기를 놓고 맞서온 찬반론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본문에 한자 병기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도 한자는 별도로 표기하기로 한 것이어서 한자 병기론자와 한글 전용론자 모두 마뜩잖게 여기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125년 역사… 카네기홀의 장수 비결


올해 성공한 연주 내년에 또 한다? 새 레퍼토리 없으면 관객은 떠나

[Cover Story] 클라이브 길린슨 뉴욕 카네기홀 관장
▲ 클라이브 길린슨 뉴욕 카네기홀 관장
1891년 5월 5일 저녁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 이탈리아 르네상스 풍으로 지어진 신축 콘서트 홀 앞은 네 마리 말이 끄는 마차의 행렬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댔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당시 돈 100만달러를 들였다는 소식에 일찌감치 호사가들의 화제에 올랐던 '뮤직 홀'의 개관일이었다. 첫 무대는 당대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던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의 지휘봉이 열었다. 차이콥스키 이후 125년, 뉴욕의 랜드마크가 된 카네기홀은 음악가라면 장르를 불문하고 누구나 한 번쯤 서 보기를 바라는 '꿈의 무대'다.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구스타프 말러,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부터 '스윙의 전설' 베니 굿맨, 빌리 홀리데이, 그리고 롤링스톤스와 비틀스가 카네기홀을 거쳐 갔다. 한 세기가 넘는 세월이 흐르는 사이 세계 곳곳에 수없이 많은 음악 홀이 생겼지만 카네기홀의 명성은 지금도 굳건하다. 내년 카네기홀 초청으로 독주회를 여는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어릴 때부터 카네기홀에서 리사이틀을 하는 게 꿈이었는데 2800석 규모의 메인 홀(아이작 스턴 홀)에서 연주하게 돼 놀랐다"고 했다.

재정적으로 정부에 거의 기대지 않아

[Cover Story] 클라이브 길린슨 뉴욕 카네기홀 관장
▲ 카네기홀
카네기홀을 수익성이 뛰어난 홀로 보기는 어렵다. 개관 직후 연일 초대형 스타급 연주자를 무대에 세우며 지급한 개런티 때문에 내내 적자를 면치 못했다. 1950년대 운영난을 겪으며 상업 빌딩으로 개발될 위기에 처한 적도 있다. 그러나 명(名)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스턴 등 각계각층의 명사들이 구명운동에 뛰어들었고, 1960년 뉴욕시가 500만달러를 들여 카네기홀을 인수했다. 이때 출범한 비영리 재단 카네기홀코퍼레이션이 지금까지 홀 운영을 맡고 있다. 재정적으로는 정부에 거의 기대지 않고 있다. 2015년 6월 말 기준 재무보고서를 보면 2014년 7월부터 1년 동안 지출이 109만3262달러인 데 비해 뉴욕시의 출자금은 29만9360달러였다.

자기 잇속에 밝은 기업인과 대부호들이 카네기홀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무엇이 카네기홀을 '꿈의 무대'로 유지시킬까. 지난 11월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클라이브 길린슨(Gillinson·70) 관장 겸 예술감독을 만나 그 이야기를 들어봤다.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 단장으로 21년간 일했던 길린슨 관장은 파산 위기에 처했던 LSO를 영국 최고 명성의 오케스트라로 만든 인물이다. 2005년부터 10년 넘게 카네기홀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길린슨 관장의 집무실에는 그동안 이곳을 거쳐 간 다양한 연주자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었다.

―카네기홀에서 일한 지 10년이 넘었다. 첫인상은 어땠나.

"그전까지 환경과 너무 달랐다. LSO의 단장으로 일할 때는 주어진 임무가 명확했다. 파산 위기에 가까운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고, 그다음은 공연 흥행이었다. 그러나 카네기홀은 위기를 겪는 곳이 아니었다. 이미 세계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고 있었다. 내가 고민해야 할 것은 이미 뛰어난 경지에 이른 조직을 어떻게 하면 한 단계 더 도약시킬 수 있을까 하는 문제였다. 이미 안정된 조직은 새로운 시도를 꺼린다. 처음 내가 운영이사회에 참석했을 때 몇몇 이사와의 만남에서 받은 인상은 이랬다. '혁신적으로 카네기홀을 이끌어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제발 부탁이니 아무것도 바꾸지 말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앞이 캄캄했다. 조직의 생태는 사람과 마찬가지다. 끊임없이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지 않으면 조직은 죽는다. 제자리에 안주하면 지루해지고, 결국은 정체되고 만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태도는 다른 어떤 것보다도 위험하다. 특히 문화·예술 조직이 정체하면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다. 만약 작년에 성황을 이룬 프로그램이 있다고 치자. 아무리 엄청난 찬사를 받았더라도, 여기에 새로운 것을 가미하지 않고 반복하기만 하면 사람들은 질리고 만다. 그럼 누구도 카네기홀의 기획 공연을 찾지 않을 것이다. 무조건 이전 것을 없애버리거나 새로운 걸 창조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나는 '혁명(revolution)'이 아닌 '진화(evolution)'의 힘을 믿는다. 어떤 형태로든 변화와 발전을 끊임없이 추구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카네기홀이 새로운 문화 흐름을 주도하는 리더가 돼야만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새 기획 주저하는 이사 한명씩 찾아가 설득

[Cover Story] 클라이브 길린슨 뉴욕 카네기홀 관장
―어떻게 변화를 꾀했나.

"카네기홀의 공연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여러 유명 연주자가 참여하는 갈라 콘서트였지만, 거기에 기대는 것과 다른 새로운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내가 기획한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세계의 여러 지역을 집중 조명하는 대형 페스티벌 연주회를 열어 예술계의 새로운 어젠다를 설정하자는 것이었고, 또 하나는 연주자들과 학생들을 연결하는 아카데미 펠로십 프로그램이었다. 새로운 사업에 대한 카네기홀 운영이사회의 접근법은 대단히 신중했다. 입으로는 '좋다'고 하면서도, 대단히 세밀하고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며 내용을 확인했다. 자금 조달은 어떻게 할 것인지, 두 가지를 한꺼번에 진행할 경우 위험 요소는 없는지 일일이 물었다. 결국에는 이 계획에 주저하는 이사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찾아가 설득했다.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숱하게 많은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하지만 기대에 충족하는 답변을 하자, 선뜻 사업 추진안에 승인하고 자금을 댔다.

이 과정에서 두 가지 큰 깨달음을 얻었다. 첫 번째는 '돈은 비전을 따라온다'는 것이다. 독지가 중에 마냥 안전하고 편안한 아이디어에 흥미를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설득력 있는 비전과 아이디어를 분명하게 제시하면, 이들은 새로운 사업을 벌일 때에도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준다. 또 한 가지 깨달은 점은 조직 내부의 반대 의견을 뚫고 나가는 경험의 중요성이다. 당시 내 제안에 운영이사들이 무작정 반대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검증되지 않은 신참 관장이었다. 구체적인 질문을 통해 스스로 계획을 다시 한 번 점검하게 했고, 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 또한 추진하던 계획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이 같은 철저한 확인 과정이 카네기홀 운영이사회가 나에게 갖는 신뢰의 밑바탕이 됐다. 나는 이런 방식을 카네기홀 직원들에게도 적용했다."

[Cover Story] 클라이브 길린슨 뉴욕 카네기홀 관장
세 개의 홀로 구성된 카네기홀에서 매년 열리는 연주회는 약 800회가량. 그중 4분의 1가량은 카네기홀이 직접 기획하는 공연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연주자들을 엄선해 소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클라이브 길린슨 관장이 이끄는 카네기홀은 2007~2008년 연 200회 이상의 기획 공연을 소화했고, 금융 위기 이후로는 연간 180회가량의 공연을 기획 연주로 채우고 있다. 그만큼 자부심도 대단하다. 카네기홀이 직접 기획한 공연에는 '카네기홀 기획(Carnegie hall presents)'임을 밝히고, 그렇지 않은 음악회 프로그램에는 '카네기홀과 무관한 공연'임을 명시하게 하고 있다.

 
길린슨 관장은 인기 연주자 중심이던 기존 기획 공연에 다채로운 문화권의 음악을 아우르는 페스티벌을 추가했다. 그는 부임 이후 다양한 지역을 음악·영화·무용 등 다각도에서 조명하는 국제 페스티벌을 기획해 성공으로 이끌었다. 2007년 17일 동안 열린 '베를린 인 라이츠(Berlin in lights)'를 시작으로 아프리칸-아메리칸 문화, 중국, 일본, 라틴 아메리카, 남아프리카 등을 주제로 한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길린슨 관장은 "남아프리카 페스티벌의 경우 전체 관객의 60%가 그전까지 단 한 번도 카네기홀에 와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었고, 다른 페스티벌의 관객 역시 30~40%가 처음으로 카네기홀을 찾았다고 했다"며 "새로운 관객은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해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시도에 힘입어 카네기홀은 경기 흐름에 크게 흔들림 없이 후원자를 유지하고 있다. 카네기홀이 미국 국세청(IRS)에 제출한 비영리재단 공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 위기, 유럽 재정 위기 등으로 전 세계 경기가 난항을 겪던 2007~2008년과 2010~2011년 두 차례를 제외하면 매년 모금액이 연 50만달러를 넘었다. 정기 후원에 가입한 사람들로부터 거둔 멤버십 수익도 꾸준히 6만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람들은 보통 지갑 사정이 어려워지면 문화 소비를 줄이지 않나. 글로벌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모금액이 줄거나 관객이 줄진 않았나.

"우리도 그럴 것으로 생각해 공연 수를 그전보다 30회가량 줄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멤버십을 통한 정기 후원은 크게 줄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대규모 기금 마련 행사 등을 줄여 전체 모금액은 전해보다 줄었지만, 멤버십 수입은 꾸준히 6만달러대로 큰 변동이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사람들은 아무리 경제적으로 힘들더라도 여전히 문화적인 경험, 예술적인 경험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 같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어려울 때라도 예술적인 기준을 낮추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기획 공연 횟수는 줄였지만 카네기홀이 지켜온 품격이 떨어지는 공연은 선보이지 않았다. 그 결과는 관객이 증명했다. 아무리 경기가 어려울 때라도 꾸준히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면, 사람들은 정신적인 풍요를 위해 기꺼이 문화 예술 공연에 지갑을 연다."

―예술 기관을 운영하는 것은 일반 기업 운영과는 성격이 다를 것 같다.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한가.

 
"수익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쉼 없이 사회에 음악을 통해 공헌하는 역할을 해나가야 하는 사명을 지녔다는 게 다르다.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추구하고 매 시즌 다른 기획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특히 카네기홀은 전 세계의 문화 중심지로 불리는 뉴욕에 있다는 점이 큰 기회이자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는 과제다. 세계에서 가장 문화적으로 선진화된 사람들이 사는 곳이 뉴욕이다. 카네기홀이 기획하는 공연은 이런 뉴욕 사람 전반에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하며, 다양한 변화의 추세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콘서트 형식의 파괴, 미디어 통합 추세, 공연 콘텐츠의 변화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반영해 뉴욕 청중, 미국 청중은 물론 전 세계 청중과 긴밀하게 교류해야 한다. 만약 일반 기업이라면 작년에 한 공연이 전석 매진을 기록했을 때 비슷한 수준의 사람을 데려와 비슷한 형식의 공연을 또 열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올해 일을 진행하는 동시에 내년에 어떻게 다른 것을 보여줄지 기획한다. 지금까지의 자신에게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는 게 예술가의 숙명이며, 예술 조직의 숙명이다. 예술 기관이나 단체를 이끄는 사람은 조직 자체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바라보고 사업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지속 가능한 조직이 되려면 검증된 프로그램으로 거둘 수 있는 수익도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모든 공연을 완전히 새로운 프로그램만으로 채우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도전을 계속해 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카네기홀도 그렇게 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잘 해온 프로그램은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내용의 기획을 추진하는 식이다.

보통 예술 단체들은 잘나가는 연주자를 잡고 듣기 쉬운 레퍼토리를 연주하게 하면 티켓은 쉽게 팔린다고 생각한다. 또 어려운 프로그램으로 흥행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해나가야 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진정으로 매력적인 프로그램에는 비평가는 물론 관객도, 후원자도 몰려든다. 그러므로 새로운 기획을 할 때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 프로젝트에 필요한 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가 아니다. '누구나 끌려올 만큼 매력적인 프로젝트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해야 한다. 돈이 사업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비전이 사업을 주도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필요한 자금은 후원자를 통해서든, 관람료를 통해서든 채워진다. 만약 계속해서 재정적으로 풀리지 않는 사업이 있다면 스스로 훌륭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까닭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는 노하우가 있나.

"그래서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내가 정기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이렇다. 카네기홀을 성공으로 이끄는 동력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이곳에서 진정으로 일하고 싶어할까. 사람들은 자신이 하는 일에 그만큼 애착을 가질까. 카네기홀은 최고의 운영이사들이 관여하고 싶어하는 조직일까. 세계 최고 실력의 연주자들은 카네기홀에서 연주하고 싶어할까. 홀의 기획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가. 후원자들은 우리를 지원하고 싶어할까. 티켓 판매는 잘되고 있나. 한 달에 한 번이든, 6개월에 한 번이든 같은 질문을 던지더라도 이렇게 그동안 쌓인 지식을 점검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로운 질문도 함께 던질 수 있게 된다."

―조직 자체를 예술가로 바라볼 때의 리더십은 무엇이 다른가.

 
"진정한 리더십은 사람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는 게 아니다. 어떻게 하면 조직 내에 있는 자원과 기술, 경험과 지식을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는 것이다. 이는 일반 기업을 이끄는 리더의 자질과도 통하는 이야기다. 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들을 통해 바람직한 리더십의 자질을 자주 목격했다. 지휘자가 오케스트라 단원들보다 각 악기를 잘 다룰 수 없다. 단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전문가이고, 그들이 가진 아이디어가 더 뛰어날 수 있다. 지휘자의 몫은 이를 적절하게 조합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최근에는 과거에 득세했던 독재형 지휘자가 아닌, 기꺼이 협력하는 환경을 조성해낼 줄 아는 지휘자가 더 주목받는 시대다. 고 레너드 번스타인은 독재형 지휘자의 시대에 교육받은 인물이었지만 누구보다 뛰어난 경청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그는 음악에 대해 대단히 성실하고 박식했다. 모든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 끊임없이 공부하고 분석했다. 음악의 역사적 맥락과 문화적 맥락을 모두 이해하려 애썼다. 동시에 그는 끊임없이 호기심을 갖고 만나는 모든 사람과 음악을 논했다. 나는 그를 만났을 때 단 한 번도 호기심을 잃거나 음악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이런 지휘자와 일하는 연주자들은 그와 '사랑'에 빠진다. 자신의 아이디어가 음악에 반영된다는 것을 알기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훌륭한 예술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가진 것을 알기에 진심으로 협력한다. 과거 연주자들에게 '의견을 가질 권리'조차 주지 않던 독재형 지휘자의 시대에는 상상도 하지 못하던 일이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지휘자 가운데 한 사람인 야니크 네제 세겡은 연주자들의 아이디어를 개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끊임없이 연주자들과 의견을 교환하며, 그가 이끄는 오케스트라는 늘 무대에서 놀라운 연주를 보여주곤 한다. 카네기홀의 운영도 마찬가지다. 젊은 사람들이 익숙한 디지털 시대에 효과적인 마케팅 방안은 젊은 사람들이 더 잘 안다. 215주년을 맞이해 마련한 콘텐츠로 큰 호응을 얻었던 '디지털 명예의 전당 2016'은 디지털 마케팅 팀에서 일하는 젊은 일반 직원들이 자유롭게 낸 아이디어를 채택한 것이었다."

―최근 디지털 기술 발전이 카네기홀에는 타격을 주지 않나.

"실황 연주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동영상 감상과 비교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아무리 좋은 기술로 생생하게 전달한다고 해도 공연장 특유의 분위기와 긴장감, 생동감은 전할 수 없다. 그렇기에 전혀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

카네기홀 개요

뉴욕 카네기홀
주소: 미국 뉴욕시 맨해튼 웨스트 57번가 881

설립자: 앤드루 카네기

설립 연도: 1891년

운영 주체: 비영리법인 카네기홀코퍼레이션

순자산: 243만4496달러(2015년 6월 말 미 국세청 공시 기준)

운영비 조달: 공연·대관 수입, 모금, 자산운용 수익, 회원 회비, 정부 보조금 등

공연 홀: 아이작 스턴 홀(2804석), 잰켄 홀(599석), 와일 리사이틀 홀(268석)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회생시킨 클라이브 길린슨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LSO)의 첼리스트였던 클라이브 길린슨 카네기홀 관장이 경영자로 변신한 것은 1984년의 일이다. 1982년 신축 홀인 바비칸센터로 옮긴 뒤 35만파운드 적자에 허덕이던 LSO 이사회가 길린슨에게 단장직을 맡긴 것이다. LSO는 원래 단원들이 돌아가면서 행정 스태프로 일하는 전통이 있었고, 길린슨은 한 차례 재무감독으로 일한 경험이 있었다. 오케스트라 연주가 없는 때엔 부인과 함께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던 그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다만 "1년 동안 내 공석에 아무도 들이지 말라"는 조건을 붙였다. 할 일을 하면 첼리스트로 돌아가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뒤로 첼리스트로 돌아가지 않았다. 연주마다 3000달러씩 적자를 내던 LSO의 재무제표를 2년 만에 정상으로 되돌린 뒤, 계속해서 단장으로 일했다.

LSO가 빠른 속도로 적자를 탈출한 비결은 최고의 지휘자·연주자와 함께한 엄격한 연주 품질 관리와 유연한 프로그램 구성에 있었다. 뉴욕타임스매거진은 "상업적으로 충분히 흥행할 만한 연주 프로그램을 소화하면서 동시에 LSO의 명성을 높일 수 있는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균형 있게 구성한 것이 빠른 성공의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길린슨의 적극적인 태도도 큰 몫을 했다. 콜린 데이비스, 발레리 게르기에프 등 최고의 지휘자를 섭외했고,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의 60세를 기념하는 연주를 진행하기 위해 3년 전부터 그를 쫓아다니며 연주 계획을 짰다.

길린슨이 이끈 21년 사이 LSO는 영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LSO 라이브(live)'라는 자체 레이블을 출범해 다양한 앨범을 발매하며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었다. 영화 '해리 포터와 불의 잔', 모바일 게임 '캔디크러시사가'의 배경음악 등 영화·게임 음악 녹음도 꺼리지 않는 '잡식성' 오케스트라로도 명성이 높다.


유럽·아시아 5대 최고 연주홀

이탈리아 밀라노 : 라 스칼라 극장

[Weekly BIZ] 유럽·아시아 5대 최고 연주홀
1778년 개관한 세계 3대 오페라 극장 가운데 하나.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리카르도 무티 등 세계 최고의 지휘자들이 음악감독을 맡았다. 라 스칼라 오페라단,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상주한다.

오스트리아 빈 : 무지크페어라인 빈

[Weekly BIZ] 유럽·아시아 5대 최고 연주홀
1870년 개관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주 연주 홀. 내부가 황금빛이기 때문에 '황금 홀'로 불린다. 매년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신년 음악회를 여는 곳으로 유명하다.

독일 베를린 : 베를린필하모닉 홀

[Weekly BIZ] 유럽·아시아 5대 최고 연주홀
1963년 개관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전용 음악당. 객석이 무대를 감싸고 있는 오각형 형태. 독특한 배치 덕택에 객석 어디에서든 무대가 잘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영국 런던 : 로열앨버트 홀
[Weekly BIZ] 유럽·아시아 5대 최고 연주홀
1893년 개관한 3000석 규모의 콘서트홀. 영국 최대 규모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돼 있다. 1941년부터 세계 최대 클래식 음악 축제 중 하나인 'BBC 프롬스'가 열리는 곳이다.

일본 도쿄 : 산토리 홀
[Weekly BIZ] 유럽·아시아 5대 최고 연주홀
1986년 개관한 도쿄 최초의 콘서트 전용 홀. 뛰어난 음향 덕분에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소리의 보석 상자'로 부른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