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1일 일요일

우리 아이 고입 경쟁력 점검③-독서

2017학년도 수능 만점자들이 밝힌 학습 비결 중 유일한 공통점은 독서였다. 물론 이들의 증언(?)이 아니더라도 독서의 일반적인 중요성은 늘 강조되어 왔다. 하지만 점수 올리기만도 벅찬 보통의 수험생들에겐 독서가 언감생심인 부분도 없지 않다. 수능에서보다 독서 비중이 큰 고입 자기주도학습전형이나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그런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교과 성적에 ‘최저 학력 기준’ 그 이상의 의미 부여가 어려운 특목·자사고 입시에서는 최근 들어 독서 역량이 당락을 가르는 핵심 요소로 급부상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독서 역량이 학생부에 기록된 몇 줄의 독서활동상황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후에는 논술 등 다른 대입 경쟁력으로까지 이어지는 독서의 입시 영향력과 그 이유에 대해 고입을 중심으로 몇 가지만 살펴봤다.
독서가 길러주는 고입 경쟁력
독서가 특목·자사고 입시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영향력은 과연 무엇일까? 학교 종류에 따라 독서의 구체적인 입시 활용도는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인 경우 아래 세 가지는 공통적이라 할 수 있다.
첫째는 ‘소재’ 확보로써의 독서다. 기본적으로 자기주도학습전형은 수험생의 경험과 사고를 평가하는데, 경험은 곧 자기소개서 내용과 면접 답변의 핵심 소재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점수 따기와 선행 학습에만 급급했던 대부분 수험생들에게 자기만의 ‘특별한 경험’이 흔치 않다는 점이다. 독서는 지원동기, 학습경험, 활동경험, 진로계획 등 해당 전형이 원하는 거의 모든 영역에서 자기만의 특별한 경험을 대체하거나 그 단초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은근히 어렵게 느끼는 지원동기 부분도 해당 학교와 연관된 책을 읽거나 지원 계열에 관한 탐독 활동 등을 그 소재로 삼는다면 무난한 이야기 전개가 가능할 수 있다.
둘째는 ‘어휘’ 확보로써의 독서다. 자소서에서든 면접에서든 나의 역량은 결국 내가 선택한 어휘들을 통해 그 골격이 드러난다. 이는 표현의 문제라기보다는 도구의 문제에 가깝다. 입시를 조각에 비유했을 때 각각의 재료 특성에 맞는 끌이나 망치를 마련하는 과정에 해당된다. 예리하고 정교한 어휘들을 다양하게 확보해두면 어떤 재료와 맞닥뜨리더라도 자기가 원하는 모양으로 쉽게 만들어갈 수 있다. 알고 있는 것,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핵심적인 한두 개의 단어로 먼저 떠올려 보는 것은 자소서 작성과 면접 답변 준비의 가장 기본이기도 하다. 표현과 논리는 이런 어휘 풀(Pool)이 갖춰진 이후의 문제이다. 일상의 언어활동에서는 경쟁력 있는 어휘 습득이 쉽지 않은 만큼 평소 꾸준한 독서를 통해 자신만의 단어들을 확보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논리적인 말하기나 글쓰기는 개인의 타고난 언어 솜씨와 무관하지 않지만 차별화된 어휘 확보는 노력 대비 향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입시 경쟁력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고교 입시 준비 과정에서 독서가 갖는 세 번째 의미는 입시 자신감의 원천이기도 한 배경지식의 확보에 있다. 독서 경험은 자신의 학업 역량을 현재의 입시 제도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최근 대부분의 특목·자사고 입시는 지원자의 학업 역량을 등수나 점수, 수상실적 등 정략적 지표로 비교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가 됐다. 때문에 지원자의 학습 과정이나 관심 분야 탐구, 학업 외 활동 등을 통한 입체적 역량 평가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지원자의 지적 수준은 개별 소재들에 대한 배경지식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교육과정에 충실한 교과 상식만으로 최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 변별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독서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합격을 위한 독서와 독후 활동
독서는 결코 쉬운 활동이 아니다. 누구나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아무나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때문에 아직 습관이 잡히지 않은 어린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독서의 참 재미를 한번쯤은 제대로 느껴보는 경험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심 분야에 대한 독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기본이다. 정말 재미있는 책을 만났다면 한권을 여러 번 반복해 읽어보는 경험도 중요하다. 그리고 그러한 독서의 유용함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독후 활동도 반드시 필요하다. 독후 활동으로 가장 보편화된 독서장 기록은 때때로 독서를 부담스러운 '과제'로 만들기 때문에 정해진 틀보다는 학생 자율의 형식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발췌의 형식만으로 채워 보다 나중에는 요약이나 느낀 점, 변화된 점, 나아가 책이 제시하는 주제에 대한 비판과 대안까지 적어가며 입시 경쟁력을 길러볼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이나 감동을 어떤 방식이로든 현실에 적용해보려는 노력과 실천이다. 과학책을 읽고 직접 실험을 시도해 보거나 역사책을 읽고 유적지 탐방에 나서보는 것 등이 대표적일 수 있다.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자신이 인상 깊게 읽었던 내용에 대해 친구나 부모님께 설명해주거나 토론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책 속의 지식이든 내 머릿속의 생각이든 그것에 대해 반응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끄집어낼 수 있는 능력이 비단 입시에서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창의적 문제해결력이나 의사소통 능력 등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미래 인재의 다양한 역량들 대부분이 이 과정 속에서 길러진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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