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의 시대가 가면서 비교과 영역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의 일이다. 고입은 내신절대평가제가 적용된 2015학년도 입시부터가 사실상의 비교과 원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말하는
비교과란 학교생활기록부를 기준으로 교과학습발달상황(교과 내신 점수)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영역을 의미한다. 대입에서는 무분별한 ‘스펙쌓기’와
불투명한 평가 기준이 논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고입에서는 이와 또 다른 분위기와 그에 따르는 별도의 대처법이 존재한다. 핵심은 활동의 형식이나
화려함이 아니라 내용과 진정성이며, 그것을 자소서나 면접을 통해 얼마만큼 확장하고 증명할 수 있느냐이다. 고입도 대입과 마찬가지로 비교과 내역
그 자체가 합격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을 가늠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교과 성적만으로 당락이 설명되지 않았던 수많은 과거 수험생들의 이면에 저마다
다른 비교과 활동이 숨어 있었음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입학하고자 하는 특목·자사고에 따라 어떤 비교과 관리가 필요할지를 영역별로 간략히
살펴봤다.
출결상황과 수상경력
학생부 3번 항목인 출결상황은 자칫 소홀할 수 있지만 때때로
상위권 고입에서 수험생들의 발목을 잡는 변수다. 특히 자사고나 외고·국제고 입시를 준비한다면 1학년 때부터 무단결석이나 무단지각에 대한 관리가
요구된다. 이들 학교 대부분은 1단계 평가에서부터 감점 형태로 출결 점수를 반영하는데, 학교에 따라 무단결석 하루당 0.1~1점이 감점될 수
있다. 지각, 조퇴, 결과 등도 무단일 경우에는 종류 상관없이 3회 누적 때마다 결석 1일로 처리된다. 지난 2017학년도 고입 수험생들 중에는
해외여행 등의 체험활동이 학교에서 인정해 주는 출석일수를 초과해 감점되는 사례가 가장 많았다. 출결 감점 폭이 큰 서울 지역 외고·국제고 예비
수험생들은 각별히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흔히 비교과 ‘스펙’의 대표 주자로 인식되고 있는 수상경력은
상위권 고입에서 직접적인 영향력이 대체로 크지 않은 편이다. 학생부에는 교내 대회 실적만 기록될 뿐 아니라 대부분 입시에서는 그나마도 배제된
서류를 제출하기 때문이다. 그간 유일하게 영재학교 입시에서만 노출되다 최근 인천 지역을 포함한 몇몇 과학고에서 수상경력을 학생부 출력에 포함시킨
점은 주목할 부분이다. 물론 학생부 포함 여부를 떠나 수상 또는 그 도전 사례는 자기주도학습전형에서 다각도의 의미 있는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
자기소개서 등에 수상 여부를 직접 언급할 순 없지만 준비 과정에서의 열정, 과제집착력, 창의성 등 자신만의 성장이나 재능을 담아내기 위한
활동으로는 충분한 활용 가치가 있다. 입시컨설팅 학원멘토 분석에 따르면 2017학년도 영재학교/과학고 합격자 중에도 교내 대회 참가 경험을 주제
또는 과정 중심으로 자소서나 면접 답변 소재로 삼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창의적 체험활동과 독서
비교과 영역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창의적 체험활동은 이른바
‘자동봉진’으로 일컫는 네 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그 중에서도 여러 특색활동이 기록될 수 있는 자율활동은 실질적인 차별화가 쉽지 않고 입시
활용도도 높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학생회나 학급 임원 활동이 2회 이상 기록될 수 있다면 자소서나 면접에서 인성, 리더십 등 다양한 소재군을
끌어내기에 유리한 만큼 기회가 주어진다면 적극적인 참여가 권장된다.
창체활동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동아리활동은 자율활동보다는
입시 활용도가 높다. 학업이나 관심 분야 열정 등을 구체적인 사례로 드러내기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중학교마다 활동 여건이 크게 다를 수 있다는
게 문제지만, 스스로 동아리를 만들어보는 등의 적극적인 대처를 통해 열악한 환경을 자신만의 스토리로 만들어내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간혹 정량평가로 오해 받기도 하는 봉사활동은 최소 연 20시간
이상이 기본이다. 하지만 양이 문제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한두 개의 개인 봉사를 중심으로 꾸준함과 진정성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해당 활동을 통해 배우거나 느낀 점, 변화된 점 등을 자신만의 가치관 속에 녹여낼 수도 있어야 한다. 독서 후 독후활동이 중요하듯
사소한 봉사 후에도 그에 대한 평가나 이후의 발전 방향 모색이 중요한 경쟁력일 수 있다.
학생부 5번 진로희망사항이나 6번 창체활동상황에 드러날 수
있는 진로활동은 흔히들 일관성이나 연관성을 강조하지만 어린 학생들이 치르는 고입에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학생부 기록 내용보다는,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한 진지한 고민이나 실제 노력 과정을 누군가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언급할 학생부 독서활동상황은 각 학교 세부 평가
방식에 따라 입시 중요도가 다를 수 있다. 일반적인 경우 해당 학교 자소서 항목이나 면접 영역에 독서가 따로 구분된 경우 평가 비중이 높은
편이다. 또한 전형 일정상 서류평가에 보다 무게중심이 실릴 수밖에 없는 일부 전국단위 자율학교 입시도 학생부 독서활동상황이 제법 비중 있게
다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학생부에 기재되는 책의 수준이나 양을 떠나 ‘진짜 독서’가 고입에 중요한 이유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제대로 된 독서활동이 거의 대부분의 고입 전형에서 가장 강력하고 실질적인 경쟁력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합격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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