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일 토요일

학생부 '장래 희망'란은 3년 내내 바뀌어선 안 된다? 꿈 바뀐 과정, 설득력 있다면 '오히려 가산점'


오는 8월 16일, 2013학년도 대학 입시의 첫 단추를 끼울 입학사정관 전형 지원이 시작된다. 올해 입학사정관 전형은 서울대를 비롯, 주요 대학 대부분이 "시행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이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도입 직후부터 줄곧 입시에서의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여서 중고생 자녀와 그 학부모에게도 초미의 관심사다. 맛있는공부는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입학사정관 전형을 대비해 수험생이 짚어야 할 사항을 2개 면에 걸쳐 정리했다. /편집자 주
오희엽 서울 대진고 교사(왼쪽)와 박상규 중앙대 교수는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학생·학부모·교사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민 기자 kmin@chosun.com
“‘2013학년도 수시(정원 대비 79.4%) 전 전형에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하겠다’는 서울대의 발표는 향후 이 전형의 지속성을 알리는 일종의 상징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실제로 현재 적게는 10%, 많아야 20% 정도인 주요 대학의 입학사정관 전형 비율은 머지않아 30%까지 높아질 전망입니다.”

중앙대 입학처장 출신으로 국내 입학사정관제 도입을 주도했던 박상규 중앙대 교수(기획처장)는 “입학사정관제가 ‘모든 수험생을 위한’ 전형은 아니지만 조만간 ‘어떤 수험생도 무시할 수 없는’ 전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 대학진학지도단 자료개발위원인 오희엽 서울 대진고 교사는 “각 대학이 입학사정관 전형 비중을 늘리고 고교에서도 다양한 교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교육 환경이 달라진 만큼 앞으로의 입학사정관제는 ‘학교생활을 정상적으로 해 온’ 학생이라면 누구나 도전해볼 만한 전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박상규 교수와 오희엽 교사를 만나 입학사정관제에 관한 오해와 진실, 준비 요령을 들었다.

◇합격하려면 학생·학부모·학교가 하나 돼야

오 교사는 “입학사정관 전형을 노리는 학부모와 학생이 지금 당장 할 일은 교사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입학사정관 전형은 크게 ‘내신 중심’‘내신과 비교과’‘비교과 중심’으로 나뉜다. 세 유형이 공통적으로 반영하는 평가 요소는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교사 추천서 등 세 가지. 박 교수는 “입학사정관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자료를 만들려면 학생과 학부모, 교사 간 긴밀한 소통이 필수”라고 말했다.

일단 학생부를 분석해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자기소개서와 교사 추천서를 통해 보충해야 한다. 오 교사는 “학생들은 꽤 친한 교사에게도 좀처럼 세세한 개인사를 털어놓지 않는 게 일반적이므로 특정 학생에게 애정이 있는 교사라도 그 학생의 가정환경이나 경험을 모두 알 순 없다”며 “이럴 땐 학부모가 교사와의 상담을 요청, 교사가 추천서 작성시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교사 추천서에 대한 입학사정관의 신뢰는 상당하므로 추천서 내용이 충실하면 100% 믿는다”며 “이런 경험치가 데이터베이스로 쌓일 경우, ‘○○고교 △△교사가 보증하는 학생이라면 무조건 받겠다’는 대학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평균 20대 1’ 경쟁률에 위축될 필요 없어

입학사정관 전형의 평균 경쟁률은 약 20대 1이지만 학과별 차이가 뚜렷한 편이다. 의대의 경쟁률은 매년 150대 1을 웃돌며 경영·경제·신문방송학·심리학·공학 등의 경쟁률도 수십대 1을 거뜬히 넘긴다. 반면, 인문대나 이과대의 경쟁률은 한 자릿수에 머문다. 심한 경우 미달되기도 한다. 오 교사는 “대외적으로 부각된 경쟁률이 높다는 이유로 지원을 주저할 수도 있지만 일반 인문계 고교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에 지원하는 학생은 한 반에 4명 내외로 전체 모집정원을 고려했을 때 별로 많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낮은 지원율이 합격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지원자의 수준이 전공 적합성 등 대학 측이 원하는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선발 정원과 관계없이 뽑지 않고 이후 전형으로 이월하기 때문이다.

◇‘1학년 때부터 한 우물 파라’는 얘긴 오해

박 교수는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오해 중 가장 심각한 게 일관성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에선 ‘학생부 장래 희망란이 3년 내내 똑같아야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들 하는데 열여섯 살 학생이 자기 인생에 대해 확고부동한 신념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잘라 말했다. 오 교사는 “꿈이 도중에 바뀌어도 그 과정이 설득력 있다면 얼마든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1학년 때 꿈이 법관이었던 학생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교사가 돼 장차 법관이 될 재목을 가르치는 게 더 의미 있겠다’는 생각에 사범대로 진로를 바꾼다 해도 ‘충분한 진로 고민 과정을 거쳤다’는 부분이 오히려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박 교수는 “저학년 때부터 하나의 학과나 진로를 선택하지 말고 학부나 계열 단위의 큰 틀부터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신문방송학과 사회학은 상당 부분 공통점을 갖고 있으므로 사회과학에 관심 있는 수험생은 (입시 상황을 보며) 선택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둘 중 한 학과만 준비한 수험생은 선택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죠.”

◇‘N수생’이라면 동일 학교·학과 지원은 지양

일명 ‘N수생’으로 불리는 졸업생 수험생의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률은 재학생에 비해 크게 낮다. 실제로 중앙대의 경우, 2012학년도 입학사정관 전형 합격생 301명 가운데 졸업생 출신은 17명에 불과했다.

박 교수는 “(고 3일 때와) 같은 학교, 특히 같은 학과에 재도전하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학별로 기존 지원자 정보를 보관하고 있어 동일 경력을 지닌 수험생의 재도전 여부가 곧바로 확인되기 때문이다. 같은 대학에 학과를 바꿔 지원하는 것도 불리하다. 입학사정관제의 주된 평가 요소인 진정성이나 전공 적합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탓이다. 박 교수는 “상향 지원 등으로 입시에 실패해 이듬해 입학사정관 전형을 공략하려는 졸업생이라면 다른 대학을 선택하는 게 합격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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