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일 토요일

페르미 추정과 근삿값

태평양 물은 몇 L나 될까?


특정 이슈와 관련, 사회 구성원 간에 갈등이 빚어지면 집회가 열리곤 한다. 신문이나 방송에선 일정 장소에 모인 집회 참가 인원을 보도할 때 '경찰 측 추산치'와 '주최 측 추산치'를 각각 구분해 밝히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그 차이는 종종 오차의 한계를 넘어선다. 심한 경우 한쪽이 다른 쪽의 몇 배에 이르기도 한다. 경찰 측 추산에 따르면 5만 명인 집회 참가 인원이 주최 측 추산에선 30만 명까지 늘어나는 식이다.

이 같은 결과가 발생하는 건 '관점과 해석의 차이' 때문이다. 경찰은 집회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가급적 인원을 줄이려 하고, 주최 측은 집회가 성황리에 치러지길 바라는 마음에 인원을 최대한 부풀리려고 하는 것. 이처럼 서로 다른 결과가 도출되는 근거는 무엇일까?

예를 들어 서울광장의 면적이 약 1만3000㎡(4000평)이고 인근 세종로 일대 면적을 합칠 경우 약 3만3000㎡(약 1만평)가 된다고 해보자. 1평(3.3㎡) 공간에 서 있을 수 있는 인원을 5명이라고 할 경우, 집회 참가 인원은 5만명이 된다. 반면, 같은 공간에서 수용 가능한 최대 인원을 30명이라고 정하면 집회 참가 인원은 30만명으로 불어난다. 1만 평에 모인 사람을 모두 셀 수 없으니 1평에 서 있을 수 있는 인원을 어림해 전체를 계산하는 것이다. 이처럼 전체를 부분으로 쪼개어 참값을 유추하려면 정확한 측정값이 필요하다. 물론 위 사례처럼 이 과정에서 발생하게 되는 '약간의 차이'가 결과적으로는 '큰 오차'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근삿값과 오차에 관한 문제는 기업 입사 시험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전국의 전봇대는 모두 몇 개입니까?" "전 세계의 사업가는 모두 몇 명입니까?" "태평양의 물은 모두 몇 리터(L)입니까?" 같은 문제들이다. 물론 이때 기업 측이 지원자에게 바라는 건 '정확한 답'이 아니라 '계산 과정의 합리성'이다. 이 같은 유형의 문제를 가리켜 흔히 '페르미 추정'이라고 통칭한다.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이탈리아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1901~1954)가 학생들의 사고력을 시험하기 위해 도입한 문제 유형에서 유래한 것이기 때문. 페르미 추정에 해당하는 대표적 문제로는 "시카고엔 피아노 조율사가 몇 명이나 있을까?"가 있다.

▷생각해보기: 위 표에 따르면 서울시 인구는 약 1031만명입니다. 남녀 분포는 각각 510만명과 520만명으로 거의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여자 미용사 수는 얼마일까요? (단 △남자의 50%만 미용실을 이용하고 △남자와 여자는 모두 한 달에 한 번 미용실을 이용하며 △모두 커트만 한다고 가정하세요.)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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