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16일 월요일

'필즈상'…수학에도 노벨상이 있다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상이 많지만 그중에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권위가 높은 상은 아마 노벨상이 아닐까 싶다. 노벨상은 연구나 발명으로 인류에 큰 기여를 한 사람에게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의학상, 평화상, 문학상의 다섯 분야로 나누어 많은 상금과 함께 금메달을 수여한다. 그런데 ‘과학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수학 분야에는 노벨상이 없다.

대신 수학 분야에는 노벨상보다 수상조건이 더 까다롭고 어려운 ‘필즈상’이 있다. 캐나다 출신의 수학자 존 찰스 필즈(J.C.Fields 1863~1932)에 의해 창시되어 4년에 한 번씩 2~4명의 수학자에게 수여되는데 수학발전에 획기적인 업적을 남긴 수학자 중 40세를 넘기지 않은 젊은 학자들에게만 주어진다. 노벨상 수상자의 평균 연령이 60대인 반면 필즈상 수상자의 평균 연령이 30대인 것은 과거의 공적보다는 현재와 미래에 더 큰 공헌을 할 사람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제한 조건 때문에 358년간이나 수학자들을 괴롭혀왔던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한 영국 수학자 앤드루 와일즈는 그의 위대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연구를 마무리 한 나이가 41세라는 이유로 메달을 받지 못했다. 대신 ICM(세계수학자대회)은 특별상을 만들어 그에게 은패를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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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시상하는 노벨상에 비해 필즈상은 4년에 한 번씩 수여되는데 ICM의 개막식에서 개최국의 정상이 직접 시상한다. 특히 2014년 대회는 우리나라에서 열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필즈상을 시상하기도 했다. 필즈상의 메달에는 고대 그리스 수학자 아르키메데스의 옆모습이 담겨 있다. 아르키메데스의 얼굴을 빙 둘러 적혀 있는 문구는 ‘스스로를 극복하고 세계를 움켜쥐라’는 뜻의 라틴어다(앞면·왼쪽). 필즈 메달 뒷면에는 ‘세계에서 모인 수학자들이 당신의 뛰어난 업적에 이 상을 드린다’는 뜻의 라틴어 문구가 적혀 있다. 문구 뒤로 새겨진 문양은 아르키메데스의 묘비 모습이다. 

1990년 이후 필즈상 수상자들 출신을 보면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메달리스트들이 많다. 특히 2010년 수상자는 모두가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메달 수상자였다. 이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아주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는 우리나라의 고교생들을 볼 때 큰 희망을 갖게 한다. 2010년에는 20년 동안 1등을 독차지한 중국을 제치고 우승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루었으며 서울과학고에 재학 중인 김동률 군(17)은 2014년 올해로 3년째 연속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3명, 중국과 베트남이 각각 1명씩 배출한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좀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논문 편수를 중요시하는 국내 수학 풍토 탓에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수학의 난제에 도전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필즈상 수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만 IMO를 통해 입증되었듯이 한국 학생들의 수학 실력은 세계 최고이다. 우리나라 젊은 수학자 중 필즈상 수상자가 어서 나와 한국 수학의 높은 수준을 세계 만방에 떨치는 날이 빨리 오길 바란다. 
한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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