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밀집지역에 학생 환자 많아… 성장한 뒤에 트라우마로 남기도
"의사 선생님, 학원 끊으면 정말로 제 인생도 끝나는 건가요?"
얼마 전 엄마 손을 잡고 소아청소년정신과를 찾은 초등학교 5학년 예은(가명)이가 의사에게 한 질문이다. 엄마는 예은이가 학교에서 이상행동을 보이자, 놀란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상담해보니 선행(先行) 학습으로 이름난 학원에 입학한 것이 계기였다. 그날부터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학원 숙제가 쏟아졌다. 예은이는 시험지를 받으면 눈앞이 하얗게 되면서, 한동안 보이지 않는 증상에 시달렸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어떻게 들어간 학원인데 약한 모습을 보이느냐"고 다그쳤다. 정동선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는 "사교육 부작용이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정신과를 찾는 아이들"이라면서 "아이가 이상하다고 찾아왔는데, 상담해보면 학부모가 학원 중독 등 (정신 질환이) 심각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전국의 미성년자 정신과 진료 환자 수는 16만6867명(2015년 기준)이다. 사교육 스트레스로 나타날 수 있는 가장 흔한 증상이 우울증인데, 이 증상으로 치료를 받은 학생은 2만550명이었다. 서울시에서는 미성년자 우울증 환자의 38%가 학원이 밀집한 5개 구(區)에서 진료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본지가 학원이 밀집한 지역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10여 명에게 문의한 결과 "청소년 우울증을 앓는 환자 중 30~60%는 사교육 압박을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지역 한 정신과 전문의는 "연간 400~500명의 미성년자를 상담하는데, 50% 정도는 사교육 스트레스를 호소한다"고 했고, 경기도 분당 소아청소년정신과 개업의도 "우리 병원의 경우 사교육 압박, 사교육으로 인한 가정불화를 말하는 학생들이 전체의 60%가 넘는다"고 전했다.
사교육 받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림대성심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홍현주 교수팀이 경기도 군포 소재 5개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4시간 이하 사교육을 받은 아이는 10% 정도 우울 증상을 보인 반면 4시간 이상이면 우울증에 걸린 사례가 30%를 웃돌았다.
특목고 신입생인 소연(가명)이도 우울증으로 최근 정신과를 찾았다. 소연이는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새벽까지 학원 숙제에 시달렸다. 성적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은 날에는 엄마와 다투다 몸싸움까지 벌였다. 소연이는 병원에서 "쉽게 화가 나고, 한 번 화가 나면 잘 가라앉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증상이 심각했지만 소연이는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유한익 우리아이 마음클리닉 원장은 "치료보다는 학원이 최우선이라 병원에 두세 번 오다 마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면서 "아이가 우울증 등을 겪다 보니 성적이 떨어진 건데, 부모들이 이를 '의지 부족'으로만 보고 닦달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사교육 스트레스가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기도 한다. 직장 부적응, 낮은 자존감, 우울 증상 등으로 정신과를 찾은 30대 김모씨가 그런 사례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A씨는 "김씨는 과거 축적된 사교육 스트레스가 뒤늦게 '펑'하고 터진 것"이라며 "남들과 비교당하며 유년을 보낸 사람은 자존감이 낮고, 성인이 돼서도 부모와 불화를 겪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명문대를 나온 김씨는 상담 과정에서 "어릴 때 시험에서 하나만 틀려도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다그쳤던 엄마가 지금도 원망스럽다"고 했다. 김씨는 심리 치료를 6개월 넘도록 받았지만 완전히 사교육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얼마 전 엄마 손을 잡고 소아청소년정신과를 찾은 초등학교 5학년 예은(가명)이가 의사에게 한 질문이다. 엄마는 예은이가 학교에서 이상행동을 보이자, 놀란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고 했다. 상담해보니 선행(先行) 학습으로 이름난 학원에 입학한 것이 계기였다. 그날부터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학원 숙제가 쏟아졌다. 예은이는 시험지를 받으면 눈앞이 하얗게 되면서, 한동안 보이지 않는 증상에 시달렸다. 그럴 때마다 엄마는 "어떻게 들어간 학원인데 약한 모습을 보이느냐"고 다그쳤다. 정동선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는 "사교육 부작용이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정신과를 찾는 아이들"이라면서 "아이가 이상하다고 찾아왔는데, 상담해보면 학부모가 학원 중독 등 (정신 질환이) 심각한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전국의 미성년자 정신과 진료 환자 수는 16만6867명(2015년 기준)이다. 사교육 스트레스로 나타날 수 있는 가장 흔한 증상이 우울증인데, 이 증상으로 치료를 받은 학생은 2만550명이었다. 서울시에서는 미성년자 우울증 환자의 38%가 학원이 밀집한 5개 구(區)에서 진료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본지가 학원이 밀집한 지역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10여 명에게 문의한 결과 "청소년 우울증을 앓는 환자 중 30~60%는 사교육 압박을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지역 한 정신과 전문의는 "연간 400~500명의 미성년자를 상담하는데, 50% 정도는 사교육 스트레스를 호소한다"고 했고, 경기도 분당 소아청소년정신과 개업의도 "우리 병원의 경우 사교육 압박, 사교육으로 인한 가정불화를 말하는 학생들이 전체의 60%가 넘는다"고 전했다.
사교육 받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림대성심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홍현주 교수팀이 경기도 군포 소재 5개 초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루 4시간 이하 사교육을 받은 아이는 10% 정도 우울 증상을 보인 반면 4시간 이상이면 우울증에 걸린 사례가 30%를 웃돌았다.
특목고 신입생인 소연(가명)이도 우울증으로 최근 정신과를 찾았다. 소연이는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새벽까지 학원 숙제에 시달렸다. 성적이 생각만큼 나오지 않은 날에는 엄마와 다투다 몸싸움까지 벌였다. 소연이는 병원에서 "쉽게 화가 나고, 한 번 화가 나면 잘 가라앉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증상이 심각했지만 소연이는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유한익 우리아이 마음클리닉 원장은 "치료보다는 학원이 최우선이라 병원에 두세 번 오다 마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면서 "아이가 우울증 등을 겪다 보니 성적이 떨어진 건데, 부모들이 이를 '의지 부족'으로만 보고 닦달하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사교육 스트레스가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기도 한다. 직장 부적응, 낮은 자존감, 우울 증상 등으로 정신과를 찾은 30대 김모씨가 그런 사례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A씨는 "김씨는 과거 축적된 사교육 스트레스가 뒤늦게 '펑'하고 터진 것"이라며 "남들과 비교당하며 유년을 보낸 사람은 자존감이 낮고, 성인이 돼서도 부모와 불화를 겪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명문대를 나온 김씨는 상담 과정에서 "어릴 때 시험에서 하나만 틀려도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다그쳤던 엄마가 지금도 원망스럽다"고 했다. 김씨는 심리 치료를 6개월 넘도록 받았지만 완전히 사교육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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