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와 관련 있는 수학이라고 하면 어떤 게 있을까? 흔히 야구의 타율이나 농구의 슛 성공률, 축구의 공 점유율 정도가 떠오른다. 점수를 계산하는 방법도 있겠다. 체조나 피겨스케이팅 경기에서 점수를 계산하는 규칙에도 수학이 있다. 좀 더 나간다면 운동선수의 동작이나 공이 날아가는 궤적에서 기하학적인 모양을 찾을 수도 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수학은 단순히 운동 경기의 한 요소를 넘어 경기를 좌지우지 하고, 하나의 산업을 이룰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미친다. 동계올림픽 경기에서부터 이제 곧 개막할 프로야구, 그리고 수학과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골프까지! 스포츠 산업을 “들었다 놨다” 하는 수학의 비밀을 파헤쳐 보자.
출처 GIB
수학이 없으면 동계올림픽도 없다?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속도로 얼음을 지치고 날아가는 썰매 위에 타고 있으면 어떤 느낌이 들까? 마치 총알을 타고 있는 듯한 극도의 긴장감이 온몸을 감쌀 것이다. 그 위에 앞뒤로 눕거나 여럿이 함께 올라타서 극한의 속도를 온몸으로 이겨내는 겨울스포츠, 바로 봅슬레이와 루지, 스켈레톤 이야기다.
동계올림픽 15개 공식 종목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이 세 스포츠의 ‘필요충분조건’은 바로 트랙이다. 세 종목이 처음 시작된 1800년대 후반에는 그냥 눈 덮인 언덕에서 썰매를 타고 내려왔지만, 지금은 전용 트랙에서만 경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롤러코스터 궤도처럼 구불구불한 얼음 트랙을 따라 쏜살같이 내려오면서 가장 빨리 결승점에 도달하는 선수에게 승리가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 트랙은 그냥 만드는 게 아니다. 무조건 빠른 속도가 나오게 트랙을 설계했다가는 자칫 선수들이 사고를 당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경기 전에 연습하던 선수 두 명이 트랙 밖으로 튕겨나가서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따라서 트랙 디자이너들은 수학적인 계산을 통해 선수가 썰매를 조종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트랙을 설계한다.
역대 모든 동계올림픽 트랙을 설계한 독일의 트랙 디자이너 우도 구르글은 봅슬레이와 루지, 스켈레톤 트랙 설계에 수학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한다. 물체의 운동방정식을 이용해 계산한 썰매의 속도나 가속도, 원심력 등이 트랙의 모양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썰매를 타고 내려올 때는 중력에 의해서 생기는 가속도와 얼음과 썰매 사이의 마찰력, 원심력, 공기의 저항 등이 영향을 미치는데, 이 모든 값들은 트랙이 구부러진 정도인 곡률에 따라 달라진다. 즉, 적절한 곡률값을 갖도록 설계하는 것이 트랙 디자인의 핵심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일정을 수학으로 짠다고?
매년 3월이 되면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프로스포츠인 야구가 개막한다. 우리나라 선수가 진출해 있는 메이저리그 경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한 시즌에 팀 당 100경기가 넘는 경기를 펼치는 프로야구 일정은 대체 어떻게 정하는 걸까?
그냥 순서를 정해놓고 두 팀을 짝지어 놓으면 될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홈 경기와 원정 경기를 고려해야 하고, 선수들이 이동해야 하는 총 거리도 어느 한 팀에 치우치지 않게 공평하게 맞춰야 한다. 게다가 어린이날 같은 기념일에는 라이벌 팀끼리 대결하도록 적절하게 일정을 짜야 입장료 수입에도 도움이 된다. 이처럼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서 일정을 짜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경기 일정을 짜 주는 회사에 계획을 맡긴다. ‘스포츠 스케줄링 그룹’이라는 이 회사에서는 ‘정수계획법’이라는 수학의 최적화 개념을 이용해 경기 일정을 계획한다. 정수계획법이란 각종 제한 조건을 이용해 변수들 사이의 관계를 설정한 수식을 만든 뒤, 그 식에 대한 가장 적절한 정수해를 찾아내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리그 기간을 몇 주로 해야 할지 정한다고 생각해 보자. 메이저리그에서는 전체 팀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해당 그룹끼리 대부분의 경기를 하도록 하고, 그룹간 경기는 그 수를 제한한다.
이때 한 그룹당 3개의 팀이 1주일에 한 경기씩 치르고, 같은 그룹 안에 있는 팀끼리 경기하는 횟수는 동일하다. 그리고 같은 그룹의 팀과 경기하는 횟수를 x, 다른 그룹의 팀과 경기하는 횟수를 y라고 하자. 그러면 같은 그룹과 경기하는 데는 2x주, 다른 그룹과 경기하는 데는 3y주가 필요하다. 여기에 같은 그룹과는 최소 두 경기씩 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면, 리그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기간은 최소 7주 이상(x=2, y=1)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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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경기를 돕는 첨단 수학?
푸른 잔디 위에서 쇠막대기로 공을 때려 홀컵에 집어넣는 골프는 무척 단순한 게임처럼 보인다. 하지만 알고 보면 홀컵까지의 거리와 바람의 세기 등을 고려해서 공을 치는 힘의 세기와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복잡한 스포츠다. 그래서 골프 선수에게는 목표물까지의 거리를 비롯해 다양한 정보를 주면서 어떻게 치는 게 좋을지 조언하는 캐디가 늘 따라다닌다.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던 정승욱 데카시스템 대표는 골프장에서 캐디의 도움 없이 자동으로 목표 지점까지의 거리를 측정해서 알려 주는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를 수학적인 방법으로 구현해냈다. 바로 위성항법장치(GPS)의 원리를 이용하는 것으로, 지상에서 2만㎞ 위에 떠 있는 위성에서 전달받은 전파 신호를 잡아내 홀과 이용자의 거리를 계산해 주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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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S 위성은 전파를 이용해 정확한 시각과 위치를 지상으로 보내 준다. 하지만 거리가 워낙 멀다 보니 신호가 도착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수신기가 신호를 받은 시각과 위성에서 신호를 보내는 시각에 차이가 생기는데, 두 시각 차이에 전파의 속도를 곱해 주면 내가 있는 자리로부터 인공위성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거리를 구할 수 있다. 이같은 작업을 동시에 3개 이상의 인공위성에서 반복하면 지구 위 수신기의 좌표를 찾을 수 있다. 정 대표는 GPS 원리에 각 골프장의 지도 정보와 실제로 측정한 데이터를 더해 자동차 내비게이션보다 정확한 거리 측정 장치를 개발했다.
이처럼 스포츠는 수학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모습 속에는 더욱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경기를 치르기 위한 고도의 수학이 숨어 있는 것이다. 미래에는 IT와 빅데이터 기술이 더욱 발전할 것이다. 그에 따라 수학이 도와 주는 스포츠의 모습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이 둘이 점점 가까워진다면 우리가 미래에 즐길 스포츠는 어떤 모습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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