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영화 속에는 입는 로봇이나 타고 조종하는 로봇이 곧잘 등장한다. 입는 로봇이라면 모를까 타는 로봇이라면 조종간과 버튼 몇 개로 복잡한 동작을 일일이 지시할 수 없다. 이럴 때 흔히 뇌파를 이용해 손쉽게 조종하는 모습이 나온다.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영화 <아바타>에서는 기계가 아닌 외계인의 몸을 조종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은 영화로만 그치지 않는다. 2014년 6월 13일에 열린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월드컵 개막전 경기에서는 하반신 마비 환자 줄리아노 핀토가 로봇 발로 시축을 선보였다. 뇌파로 기계를 조종하는 기술은 의료와 게임 산업에도 적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 기술의 중심에는 수학이 있다.
BCI 기술이란?
<아바타>에서는 하반신 마비 환자가 뇌를 컴퓨터와 연결해 아바타를 조종하는 장면이 나온다. 일명 ‘뇌-컴퓨터/기계 인터페이스(BCI 또는 BMI)’ 기술이다. 이 기술은 현실에서도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2012년 미국 브라운대 연구진은 전혀 몸을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이 생각만으로 인공 팔을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선보였다. 연구팀은 환자의 뇌에 ‘브레인게이츠’라는 센서 칩을 이식했는데, 환자가 팔을 움직이는 상상을 할 때 발생하는 생체 신호가 컴퓨터로 전송된다. 그러면 컴퓨터는 생체 신호를 해석해 로봇 팔에게 팔을 움직이라는 명령을 내리고, 환자는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된다.
한편 미국 듀크대 연구진들은 뇌와 컴퓨터의 연결이 아닌, 뇌와 뇌 사이의 통신 기술인 ‘뇌-텔레파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2013년에 쥐의 뇌에 미세 전극을 삽입하면 서로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어도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초창기 BCI 기술은 원숭이와 같은 동물의 뇌의 운동 영역에 전극을 직접 삽입해, 특정 행동이나 움직임을 보일 때 발생하는 뉴런들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이를 ‘침습식 방식’이라고 하는데, 뇌에 전극을 직접 부착하기 때문에 잡음이 적은 뇌 신호를 얻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반드시 뇌 수술을 해야 하고, 뇌에 삽입한 전극은 시간이 지나면 그 특성이 변하기 때문에 쉽게 시도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래서 현재는 사용자에게 위험 요소가 전혀 없는 ‘비침습식 방식’도 많이 이용하고 있다. 머리에 부착하는 전극을 통해서 신호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뇌의 전기적 활동을 측정하는 ‘뇌전도’와 뇌에서 발생한 자기장을 측정하는 ‘뇌자도’를 이용한다. 특히 뇌전도는 빠르게 변화하는 뇌의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동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BCI 기술에 수학이 필요한 이유는?
BCI 기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뇌의 생체 신호를 측정하는 기술과 신호 중에서도 핵심 정보를 추출해 내는 기술, 마지막으로 응용 콘텐츠 기술이다.
우선 뇌의 생체 신호는 대부분 뇌전도를 이용해 측정한다. 뇌전도는 뇌의 활동에 따라 생기는 아주 약한 전류인 생체 정보를 실시간 측정하는 기술이다. 머리에 30~100여 개의 전극을 붙이면 대략 1000억 개의 뉴런이 만들어 내는 미세 전류를 측정할 수 있다. 이렇게 측정된 뇌전도 생체 신호에는 사람의 두뇌 활동 정보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사람의 두뇌 활동은 생명이 유지되는 동안 끊임없이 지속되고, 그 중에서 의도를 가진 뇌 활동 정보만 추려내는 건 쉽지 않다. 의도를 가진 생체 신호와 그렇지 않은 생체 신호가 시각적으로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심 정보를 추출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바로 이 부분에서 수학자들이 활약하고 있다.
간단히 오른손을 움직이는 상상을 할 때와 왼손을 움직이는 상상을 할 때를 구분한다고 가정해 보자. 우선 사용자가 오른손과 왼손을 움직이는 상상을 할 때 생체 신호를 각각 측정한다. 확률과 통계를 이용하면 이 두 신호에서 서로 다른 특성을 찾을 수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두 신호 정보를 각각 ‘공분산행렬’로 만든 뒤, 두 행렬 사이의 관계를 ‘고유치 문제’로 바꿔 푸는 것이다. 공분산행렬이란, 머리에 부착한 여러 센서 간의 상관관계를 행렬로 나타낸 것이다.
고유치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우선 오른손을 움직이는 상상을 하는 공분산행렬을 A, 왼손을 움직이는 상상을 하는 공분산행렬을 B라고 하자. 그러면 AX = λBX를 만족하는 고유벡터 X를 찾는 고유치 문제가 있다. 행렬 A에 작용한 결과와 행렬 B에 작용한 결과에서 방향은 같고 크기만 달라지는 벡터 중 고유치가 가장 큰 벡터와 고유치가 가장 작은 벡터를 찾으면 된다. 이 벡터들은 한쪽 데이터의 분산은 최대화 시키고 다른 쪽 데이터의 분산은 최소화시키기 때문에 이 벡터를 이용해 연산을 하면 두 신호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찾은 두 신호의 특성을 놓고, BCI 기술을 사용해 얻은 뇌의 생체 신호 특성과 비교해 사용자의 의도를 추론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컴퓨터나 로봇에 입력하면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된다.
시각적으로 비슷한 뇌파에서 유용한 정보를 뽑아내는 데 수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출처 GIB
뇌파로 즐기는 게임도 있다?!
BCI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 그 중 실생활과 가장 밀접한 분야는 게임이다. 대표적인 예로 두 사람이 각자의 뇌 생체 신호로 라켓을 움직이는 탁구게임, 유저의 정신 상태를 파악해 캐릭터를 실시간으로 바꾸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나 핀볼게임 등이 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개발한 레이싱 게임도 있다. 보통의 게임을 하듯 의자에 앉아서 게임을 하면 되는데, 특별한 움직임 없이 뇌파를 이용해서 자동차를 조종할 수 있다. 신기하게도 사용자의 집중력에 따라 자동차의 속도가 빨라지거나 느려진다.
한편 뇌의 생체 신호로 사람의 의도나 감정을 실시간으로 예측할 수 있어 마케팅 분야에도 BCI 관련 뇌공학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유명 생활용품 회사 P&G는 섬유탈취제인 페브리즈를 출시하기 전에 소비자의 뇌 반응을 보고 성공을 예감했다. 기아자동차는 K7의 이름을 뇌파 검사를 통해 지었다. 뇌 연구를 통해 소비자의 구매 의사를 파악하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일명 ‘뉴로 마케팅’으로 신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이외에도 폭발적으로 넘쳐나는 수많은 디지털 콘텐츠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뉴로 에르고노믹스’, 적절한 전기 자극으로 뇌질환을 치료하는 뇌 자극법 등이 뇌 연구를 토대로 한 대표적인 산업이다.
이처럼 뇌 연구를 바탕으로 한 첨단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뇌 연구의 기초에는 수학 연구가 깊이 관련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 수학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뇌 연구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욱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되길 바란다. 출처 G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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