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7일 월요일

아인슈타인의 모교, 다국적 인재로 로봇 혁명



'유럽의 MIT' 스위스 취리히공대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가 대전환점을 맞았다. 8일 미국에서 열리는 2019년 전시회에서 스마트폰·TV·인터넷이 밀리고 가능성의 영역에 있던 미래 기술이 현실 무대의 전면에 나선다. AI, 5G, 그리고 로봇이다.

지난달 21일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LEE 빌딩 6층 마르코 후터 교수 연구실에서 '애니말(ANYmal)'이 계단을 오르내렸다. 세계 연구소와 기업이 개발 경쟁을 벌이는 네발 로봇이다. 이 애니말은 작년 10월 북해 해상 변전소와 취리히 지하 하수로를 검사하는 시험에 성공해 상용화 가능성을 인정받은 첫 네발 로봇이 됐다.

로봇 상용화는 기계 문명이 인간에게 준 꿈이다. 올 CES는 꿈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수많은 인재가 도전한 결과다. 취리히공대가 그 선두에 있다. 위험 작업용 로봇, 의료용 재활 로봇, 평창올림픽 때 군집 비행으로 선보인 드론 기술에서 이 대학의 역량은 독보적이다.
 
취리히공대가 개발한 의료용 로봇 팔 ‘아민(ARMIN)’을 장착한 사람들. 팔과 어깨에 장착해 강제로 운동을 시켜 마비나 근육 이상을 치료하는 로봇이다. /취리히 연방공대
스위스는 미국처럼 거대 시장을 가진 나라가 아니다. 인구는 860만명 정도다. 그럼에도 세계 최고 인재가 첨단 기술로 인류에 기여했다. 취리히공대가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는 21명이다. 세계경제포럼은 4차 산업혁명의 경쟁력 1위 국가로 스위스를 꼽았다.

'애니말' 연구실에서 이 나라가 왜 강한지 알 수 있었다. 연구원은 12명. 그런데 국적이 스위스·독일·이탈리아·오스트리아·그리스·캐나다·이란, 그리고 한국 등 8국이었다. 후터 교수는 "한국인 황보제민 박사와 박사 과정의 이준호씨가 세계 최초로 네 발 로봇의 보행에 인공지능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 석사 과정 10명 중 4명이 외국인이다. 박사 과정은 10명 중 7명, 교수는 10명 중 6명에 달한다. 취리히공대 출신으로 노벨상을 받은 뢴트겐, 아인슈타인, 파울리도 외국인이었다.

인재가 모여드는 것은 이 학교의 전통과 내실, 파격적인 투자와 대우 때문이다. 인재가 모이니 글로벌 기업이 모였다. 이번엔 글로벌 기업이 최고 인재를 불러들인다. 100년 동안 이런 선순환이 일어난 취리히를 찾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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