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24일 금요일

잘 되지 않는 일, 빨리 포기하는 게 나을까요


혹시 피아노를 배우다 그만둔 경험이 있나요? 뛰어난 연주를 하는 피아니스트를 보면 나도 저렇게 멋진 연주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지만 막상 피아노 앞에 앉으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그래서 얼마쯤 다니다가 '난 피아노에 재능이 없는 것 같아요'라면서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요. '재능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 '그 일을 잘 할 때까지 연습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말하는 것일지도 몰라요.

우리는 어떤 일을 능숙하게 잘하는 사람을 보면 태어날 때부터 재능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포기하지 않고 노력을 해서 잘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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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경사 '왜 안 되지?' (강금주 글, 오승원 그림)
그러나 사람이 가진 재능의 정도는 비슷하다고 해요. 물론 똑같지는 않지만 훈련과 연습에 따라 뛰어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예요. 어떤 일이든 연습하고 훈련하는 만큼의 결과가 나타나게 마련이지요.

우리는 어떤 일을 결정하기 전까지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중요한 일도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섣불리 결정을 내리는 실수를 하게 되지요.

잘 되지 않아도 포기하지 말고 한 번 더 해 보자고 마음먹으면 스트레스를 받지만, 포기하고 잊어버리면 스트레스도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잘 안 되는 일을 빨리 포기하려는 마음이 바로 그와 같은 거예요.

내가 못 하는 걸 아주 잘하는 친구를 보면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지금 포기하면 나는 여기서 멈추거나 더 못 하게 되겠지만, 오늘부터라도 열심히 연습하면 언젠가는 나도 저렇게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야. 포기는 충분히 연습한 다음에 해도 늦지 않으니까 지금부터 열심히 해 보자.'

잘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잘하게 될 때까지 멈추지 말고 연습해 보세요. 남들이 잘하는 일이라면 나도 잘할 수 있어요. 포기는 내일 해도 늦지 않아요.

'선행학습→명문대→좋은 직장' 성공 공식 깨지고 있다


AI시대, 학원 뺑뺑이 돌리기보다 아이들 개성·창의성 키워줘야
지나친 사교육은 가정불화 원인"


교육 선진국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발 빠르게 교육 개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학생들은 여전히 책 속 단순 지식을 암기하고 객관식 문제 맞히는 기술을 익히러 선행 학습 학원에 다닌다. 많은 학부모가 '이게 맞는 건지…' 불안해하면서도 내 아이만 뒤처지지 않을까 학원에 보내고 있다. 이런 불안감을 반영하듯 지난해 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 미래 사회를 예측하는 전문가·학자들은 이런 사교육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것을 권하고 있다. 이들의 견해와 이야기를 담아 '사교육을 다시 생각한다'를 연재한다.


 
"암기 지식은 AI(인공지능) 시대 쓸모가 없어요."

지난달 28일 세종시교육청 강당 학부모 콘서트. 꽁지 머리에 동그란 안경을 쓴 한 남자의 말에 강당을 가득 메운 400명의 학부모가 집중했다. 그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미래 트렌드를 예측하는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전문가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이다. 송 부사장이 통계와 데이터에 기반해 "여러분은 자녀들을 의사, 약사, 회계사로 키우려고 학원 뺑뺑이 돌리는데, 유망한 직업일수록 그 아이들 세대에 사라질 위험이 크다"고 예측하자 학부모들은 "어머나" "어떡해"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송 부사장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학원 보내는 게 의미 없다고 했는데.

"지금 사교육의 목적은 좋은 대학에 보내 좋은 직장 잡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사교육→명문대→대기업·공무원→은퇴 = 성공한 삶'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기술 변화 속도가 전보다 훨씬 빠르고 인간 수명이 늘기 때문이다. 부모 세대의 금과옥조였던 '평생직장'이 없어지고, 대학 4년간 배운 전공 하나로 30년씩 회사에 다니며 먹고사는 시대가 끝난다. 미래 기업들은 필요할 때 프리랜서를 쓰는 고용 형태로 가고, 평생 고용 같은 것은 아예 없어진다. 우리 학생들은 100년 동안 살면서 계속 새 기술을 배우고 인공지능과 경쟁해서 일을 찾아가며 살아가야 한다."

―좋은 대학 나와도 의미 없다는 뜻인가.

"지금 대부분의 '일'은 매뉴얼이 짜여 있어서 그동안 해온 대로, 즉 위에서 시키는 대로 가장 잘하는 사람이 평가를 받는 방식이다. 이런 일을 하는 데는 암기 지식이 많은 사람, 그걸 증빙해주는 소위 명문대 졸업장을 가진 사람이 유리한데, 이제 '지식'이나 '근면' 등 인간적 능력으로 하는 일은 점점 가치가 작아진다. AI에 의해 대체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엔 방식이 정해진 일들은 자동화 물결에 사라질 것이다."

―AI 시대에 필요한 능력이 뭔가.

"미래에는 세상의 문제들을 포착하고, 풀어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직업만이 살아남는다. 지금처럼 개개인이 가진 암기 지식의 양은 별 의미가 없어진다."

―그럼 지금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국·영·수 선행 학습을 시킬 게 아니라 협동과 적응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미래 인류는 다양한 구성원이 협동하고 집단 지성을 추구하며 살아갈 것이다. 협력하고 공감할 줄 아는 인성을 갖춘 인재가 필요해진다. 또 우리 아이들 세대는 앞으로 100살을 살면서 평생 자신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1차, 2차, 3차, 4차 산업혁명 사이의 기간은 점점 짧아져 몇십년 후 또 어떤 대변혁이 찾아올지 아무도 모른다. 그때 필요한 게 적응력이다. 변화에 적응하고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부모들은 학원 안 보내면 불안할 텐데.

"오히려 지금 우리가 수십만명의 대졸 러다이트(luddite·산업혁명 시대 기계화에 반대한 영국 노동자들)를 양산하고 있는 게 아닌지 불안하다. 뭔가 잔뜩 배워놓긴 했는데 막상 자기 시대에 쓸모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학부모들은 지금부터라도 '내 아이는 뭘 좋아하지? 뭘 잘하지?'를 파악하고 개성과 창의성을 키워줘야 한다. 누구에게나 적성에 맞는 일, 진짜 하고 싶은 일이 있는 법이다."

―부모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지나친 사교육은 미래뿐 아니라 현재에도 큰 불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부모는 매달 수십만~수백만원을 사교육에 쓰고 아이 성적이 오르길 바란다. 부모·자식 간 채무 관계를 형성하는 꼴이다. 부모는 돈을 썼는데 정작 아이는 그만큼 '실적'이 나지 않아 속상하고 부모 얼굴을 볼 낯이 없다고 한다. 결국 서로 대화하지 않고 오해와 불신이 깊어지는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려면 우선 현재를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 "
조선일보

"학교 교육 90%, 30년 뒤엔 쓸모없어"


석학들이 내다본 4차혁명시대


'기업 이사회에 인공지능(AI) 이사가 등장한다' '인체에 삽입하는 전화기를 사용한다' '감사 업무의 30%를 인공지능이 담당한다'….

지난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올해 중학교 3학년생이 대학을 졸업하는 오는 2025년 이 같은 티핑포인트(사회적 조류가 바뀌는 순간)가 나타날 것으로 예견했다. 이 포럼은 "인공지능이 기존 지식과 직업 체계를 뿌리부터 뒤바꿀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을 세계적 화두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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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2020년까지 세계 주요 국가에서 710만명이 인공지능에 밀려 일자리를 잃는 대신 200만명은 새로 생기는 일자리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때문에 인간의 일자리 510만개가 수년 안에 사라지는 셈이다. 앞서 미 노동부도 현 초등학생 가운데 지금 존재하는 직업을 대학 졸업 후 가질 가능성이 40%가 채 안 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 직업의 60% 이상은 10년 안에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 특히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한국이 2025년이면 제조업 노동력의 40%를 로봇으로 대체하고, 인건비도 33% 줄일 것으로 전망했다. 각국 예상 대체율 평균(25%)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교육 분야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스라엘 히브리대 역사학과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인 유발 하라리는 "지금 학교에서 배우는 것의 80~90%는 아이들이 40대가 됐을 때 별로 필요 없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지금 학교에서 가르치는 대부분의 내용은 2050년엔 쓸모가 없어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인공지능으로 세상이 혁명적으로 바뀔 텐데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그에 대비한 교육을 전혀 못 시키고 있다"고도 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인터넷 연구소 최고 자문역이자 30년 동안 전문직의 미래를 연구해온 리처드 서스킨드는 변호사, 의사, 회계사, 약사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전문직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범호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법조인·의료인 등 전문직이 되기 위해 사교육에 온갖 자원을 투입하는 현상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엔 고스란히 사회적 낭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교육 개편 논의와 함께 학부모들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시간을 얼마나 알차게 쓰는지가 중요하다네


포도밭 일꾼 이야기
큰 포도밭을 가진 왕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왕은 포도밭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유난히 크고 열매가 잘 익은 포도나무를 발견했습니다. 그 맛 또한 다른 포도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달고 좋았습니다.

"놀랍다! 똑같은 땅에서 같은 해를 보고 자란 포도인데, 어찌 이것만 이토록 훌륭하단 말인가?"

왕은 연신 감탄하며 포도나무 주변을 둘러봤습니다. 그러다 한쪽에서 열심히 나무를 돌보는 일꾼을 발견했습니다. 왕이 그에게 다가섰습니다. 그러나 그는 왕이 오는 줄도 모른 채 땀을 뻘뻘 흘리며 나무 가꾸기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네가 이 포도나무를 담당하는 자더냐?"

"예, 폐하. 제가 이 나무들을 가꾸고 있습니다."

그 일꾼은 포도밭에서 가장 지혜롭고 성실한 사람이었습니다. 왕은 일꾼이 마음에 들어 포도밭을 안내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일꾼은 왕과 포도밭을 둘러보면서 어떻게 하면 포도를 잘 기를 수 있는지 자신만의 농사법을 설명했습니다. 왕은 일꾼의 이야기를 조용히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그가 포도를 기르며 갖게 된 지혜는 한 나라를 이끌어 가는 왕에게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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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해가 저물어 모든 일꾼이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됐습니다. 이들은 매일 동전으로 지급되는 품삯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섰습니다. 한 사람씩 차례대로 품삯을 받았고, 마침내 포도밭의 일꾼도 품삯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의 얼굴이 일그러졌습니다. 그 일꾼은 오후 내내 일하지 않았는데도 자신들과 같은 품삯을 받으니 못마땅했던 것입니다.

"폐하, 이 자는 오전에 겨우 두 시간 일했을 뿐입니다. 저희가 일하는 내내 폐하와 포도밭 산책을 했지요. 그런데 이 자가 온종일 일한 저희와 같은 금액을 받다니요? 이럴 수는 없습니다."

일꾼 중 한 사람이 참다못해 목소리를 높여 항의했습니다. 그러자 뒤에서 눈치만 보던 다른 사람들도 불만에 가득 차서 이야기를 보탰습니다. 일꾼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지만 정작 왕은 침착했습니다. 그리고 왕이 드디어 입을 열었습니다.

"내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이미 이 자는 그대들이 하루 동안 한일보다 더 많은 일을 하였네. 이 자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자신의 지혜와 능력을 더해 아주 소중하게 썼단 말일세."

왕의 말에 동요하던 일꾼들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습니다.

"모두 명심하게. 일은 얼마나 오랫동안 했는지보다 얼마나 알차게 했는지가 중요하다네."

꿈을 이루는 사람은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잘 쓰기 위해 노력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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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세계창의력올림피아드 출전 앞둔 초등생 7人


"의견 조율해 해결책 이끌어내… 팀원과 함께 성장해요"


"아이디어 실패해도 도전 재밌어"
협력·소통, 융합적 사고력 길러줘
NASA(미 항공우주국)가 후원하는 세계창의력올림피아드(Odyssey of the Mind World Finals)는 약 40개국에서 3만여 명 학생과 관계자들이 참가하는 창의력 축제다. 창의력과 융합적 사고력을 중시하는 사회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도 대회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제40회 세계창의력올림피아드에 출전할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렸다. 이 선발전에서 김도현(서울 개일초 5)·양원재(언주초 5)·윤혁준(서일초 4)·장준우(양서초 4)·민동윤(언북초 3)·하유정(왕북초 4)·홍준서(도성초 4) 학생은 초등부 은상을 거머쥐며 미국 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이어 지난달 25일 열린 중국 창의력 올림피아드에서도 2위에 올랐다. 이들은 어떻게 창의력과 융합적 사고력을 키웠을까. 오는 5월 미국에서 열릴 세계창의력올림피아드 출전을 준비 중인 일곱 학생을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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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창의력올림피아드 국가대표 선발전 현장
지식은 물론 협동·배려·소통 등 인성까지 평가

세계창의력올림피아드에서는 학생 7명이 팀을 이뤄 즉석과제와 도전과제를 차례대로 수행한다. 즉석과제의 경우 7명 중 5명만 참가하는 형태다. 7명이 동시에 입장해 문제를 보고 나서 팀원끼리 상의해 2명은 뒤로 물러나고 5명이 과제를 수행한다. 팀원 간 협동심은 물론 배려·나눔 등 여러 가지 인성 요소까지 필요한 과제다. 이와 달리 도전과제는 7명 모두 출전한다. ▲운송장치 ▲과학기술 ▲고전 ▲구조물 ▲공연의 5개 과제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해결해야 한다. 학생들은 과제를 고르고, 해결하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해당 주제에 대한 지식은 물론 팀워크나 소통 능력 등까지 평가받는다. 일곱 학생은 도전과제에서 '운송장치'를 선택, '세 개의 운송장치가 2층 이상의 건물에서 출발해 3m 60㎝ 떨어진 곳에 도착하게 하라'는 과제를 받았다. 학생들은 태엽 장난감과 타워 크레인의 원리를 결합한 운송장치를 선보였다. 팀장을 맡은 김도현군은 "친구들이 낸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실행 가능하게 하는 게 어려웠다"며 "하지만 친구들과 대화하며 다양한 생각과 방안을 조율, 과제를 해결했을 때 무척 뿌듯했다"고 전했다. 양원재군은 "다른 학교의 친구(또는 동생)들과 한 팀이 돼 준비하는 과정이 처음에는 매우 낯설었다"며 "서로 돕고 격려하며 우리 힘으로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무엇보다 대회에 참여하며 '소통'의 힘을 느낀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하유정양은 "아이디어가 너무 많이 나와 팀원 간 의견이 충돌할 때가 가장 힘들었다"며 "그럴 때마다 팀 좌우명인 '상대의 아이디어를 깎아내리지 않고 살을 덧대자'를 되새겼다"고 설명했다. 장준우군 역시 "많은 아이디어 중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몰라 고민인 적이 많았다"며 "팀원들과 대화 나누면서 이견을 조율해 가장 좋은 방안을 이끌어낸 과정이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실수·실패에도 다시 도전하는 자세 배워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세계창의력올림피아드는 참가 학생들이 '축제'처럼 즐기는 대회다. 그래서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즐겁고 신나게 배우며 성장한다는 장점이 있다. 일곱 학생은 지난해 11월부터 토요일마다 모여서 대회 준비를 했다. 첫 모임 때는 도전과제를 선정했다. 하지만 준비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아이디어만으로는 성공할 것 같았던 운송장치들이 연이어 실패해 좌절할 때가 잦았다. 몇 번씩 다시 회의하며 기존 장치를 보완해 나갔다. 홍준서군은 "연습을 마치면 부모님께서 '너무 오래 수업해 힘들지 않으냐'고 물으셨는데, 저는 늘 '재미있다'고 대답했다"며 "친구들과 함께해서인지 오랜 시간 연습하면서도 힘든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종만 소장은 "실제로 한국 대회에서 '좋은 아이디어'라고 칭찬받았던 장치가 중국 대회에서는 동력이 주차장 밖에 있다는 이유로 점수를 받지 못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런 실패에도 아이들이 당황하지 않고 차분히 다시 시도하는 모습에 무척 놀라고 감탄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어릴때 과도한 사교육, 뇌신경 불질러 태우는 셈"

"가늘고 엉성하게 연결된 전선에 과도한 전류를 흘려보내면 불타버리죠? 어릴 때 과잉 사교육도 마찬가지예요. 뇌신경에 불을 내는 셈이죠."

가천대 서유헌〈사진〉 뇌과학연구원장은 인체 뇌 모형을 가리키며 "뇌 신경세포 사이 회로가 성숙되지 않은 어린이에게 과도한 조기 교육을 시키면 각종 스트레스 증세가 나타나 두뇌 발달에 큰 지장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선행 학습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어린이 뇌는 성인과 다르다. 갓 태어난 아이 뇌 무게는 성인 뇌의 25%에 불과하다. 더구나 시기별로 발달하는 부위가 다르다. 각 부위가 성숙하지 않은 상태라 뇌 신경세포가 엉성하게 연결돼 있다. 그런데 부모들은 어른 뇌처럼 가르쳐 주기만 하면 쏙쏙 받아들일 거라고 착각해 선행 학습을 시키려 한다."

―뇌 발달 부위가 연령별로 다른가.

"3~6세에 두뇌는 사고와 인성을 관장하는 전두엽에서 급격하게 신경 회로가 발달한다. 6~13세엔 발달 부위가 뇌 중간의 측두엽(언어와 청각)과 두정엽(공간 인식)으로, 13~15세엔 뒤쪽 뇌인 후두엽으로 이동한다. 앞쪽에서 뒤쪽으로 서서히 뇌 발달이 이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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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환자의 두뇌(왼쪽)와 일반인의 두뇌를 MRI로 찍어 컴퓨터로 시각화한 이미지. 색깔이 보라색에 가깝게 짙을수록 뇌 부위가 성숙한 것이고 옅을수록 발달이 지체된 것이다.

―선행 사교육이 어떻게 뇌 발달 저해하나.

"3~6세 유치원 때에 초등학교 과정을 선행 학습하면 그 시기에 발달해야 하는 전두엽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 시기에는 창의·인성을 길러주고 동기를 유발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 전두엽 장애는 주의 집중 저하와 동기 결여로 이어지고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원인이 된다. 주의가 산만하고 충동적으로 변해 인성과 창의성도 떨어진다. 약 3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멸망한 것도 전두엽이 발달하지 못해서였다. 네안데르탈인 뇌 크기는 지금 인류와 거의 비슷하나 전두엽은 눈에 띄게 작다."

―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두뇌 발달 시기를 고려해 적절한 교육을 해야 한다. 부모 욕심으로 선행 교육을 시키면 아이 뇌를 망가뜨릴 수 있다."
조선일보

독일 교사의 첫마디 "절대 선행학습 말라"

선행학습 없는 독일 교실

미리 배워와서 정답 말하면 아이들 생각할 기회 사라져
교사 수업권·학생의 학습권, 동시에 침해받는다고 생각
6~16세 중 14%만 사교육… 주로 부진학생이 단기간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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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숙·독일 거주·'독일 교육 이야기' 저자
우리 두 아이가 독일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마다 담임교사는 첫 학부모회의 시간에 똑같은 말을 했다. "절대 선행학습을 시키지 말아달라"는 당부였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들은 선행학습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우리 아이들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전하는 선행학습으로 인한 폐해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선행학습은 '간접적인 교권 침해'라고 했다. 교사는 선행학습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수업을 준비하는데, 미리 학습해온 학생이 있다면 정상적인 수업 진행에 방해를 받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 생각을 유도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질문을 하려고 했는데 다른 아이들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누군가 첫 질문에 정답을 이야기해버리면 교사는 수업 진행에 방해를 받고 다른 학생들은 사고의 기회를 잃는다는 얘기였다. 이건 교사의 수업권과 학생의 학습권이 동시에 침해받는 일이라고 했다. 자녀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전에는 인식이 부족했던 부모들도 교사들의 이 같은 적극적인 지도 후에는 선행학습을 함부로 시도하지 못한다.

독일에도 사교육은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선행학습이 아니라, 성적 부진 학생을 위한 복습 위주로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어, 김나지움 5학년 레오의 경우를 보자. 독일 학교는 성적을 1~6점(1점이 가장 높음)으로 나눈다. 레오가 1학기 성적표를 받아보니 수학이 4점이었다. 낙제 위기인 5점이 바로 눈앞이다. 레오 엄마는 선생님으로부터 레오 수학 성적이 5점이 되면 유급할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선생님은 레오 엄마에게 사교육을 알아보라고 권하면서, 원한다면 동료 교사나 레오의 같은 학교 고학년 학생 중에 알아봐 준다고 했다. 레오 엄마는 비교 후 선생님으로부터 같은 학교 11학년 학생을 소개받았다. 레오는 다음 학기부터 수학 성적이 3점 이상이 될 때까지 일주일에 1시간 30분씩 방과 후 수학 과외를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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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바인하임시에 있는 바인하임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영어 수업을 듣고 있다. 독일에서는 사교육을 통해 선행학습 하는 것은 교권과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받아들인다. 독일의 학교 수업도 모든 학생이 선행학습을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이뤄진다. /박성숙씨 제공

레오는 독일에서 사교육을 시작하는 학생들의 가장 흔한 예다. 독일에서 사교육의 의미는 레오처럼 성적이 부진한 학생, 그것도 유급의 위기에 처한 학생을 구제하기 위한 '응급 처방'인 것이다. 사교육 받는 학생의 가장 많은 점수 분포는 4~6점까지인데, 우리의 과거 '수우미양가'에 대비해 보면 '양'에서 '가' 사이 수준이다.

최근 베르텔스만 재단이 시행한 독일 사교육 실태에 관한 연구보고에 의하면 6세부터 16세까지 독일 학생 중 14%가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학급 정원을 35명으로 가정했을 때 평균 5명 정도가 레오와 비슷한 이유로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또 사교육 받는 학생 중 68%만 부모가 직접 비용을 부담하고, 나머지 32%는 학교의 방과 후 프로그램이나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학원에서 무료로 받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 학생들은 성적이 원상회복될 때까지 단기간만 사교육 도움을 받는다. 1등을 하기 위해서, 혹은 우수한 학생이 더 잘하기 위해 사교육을 하는 예는 거의 없다. 독일에서도 간혹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극성 부모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는 매우 예외적인 일로 분류될 뿐 사회문제로 거론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독일 교육계는 초등학교부터 사교육에 의지하게 만드는 것이 개별 학생의 수준을 파악해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 학교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결과이며 독일 교육의 허점이라고 성토한다. 그러면서 방과 후 학교나 개별학생의 학습 향상 프로그램들을 적극 개발하고 육성하는 것만이 해답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조선일보 

獨 대학 진학률 40%… 대학졸업장 없어도 취직 걱정 없어

사교육 끼어들 틈 없는 입시 제도
독일에서는 대학까지 모든 학비가 무료인데도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이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2016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조사에 따르면 독일 25~34세 집단에서 대학 졸업자 비율은 29.6%에 불과했다. 70%는 대학 졸업장 없이도 잘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우선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이 적다. 독일 학생들은 초등학교 4학년을 마치고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인문계 학교(김나지움) 또는 실업계 학교로 나눠서 진학한다. 독일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대체로 초등학교 졸업자의 40% 정도가 김나지움을 택한다. 물론 어떤 학교로 가든 적성에 안 맞으면 언제든 다른 방향으로 진로를 바꿀 수 있다.

김나지움 학생들은 졸업할 때 일종의 대입 자격 시험인 '아비투어(Abitur)'를 치른다. 아비투어 점수와 김나지움 내신 성적을 바탕으로 대학에 지원한다. 독일에서는 원칙적으로 아비투어 시험에만 합격하면 어느 대학이든 지원할 수 있고 입학이 가능하다. 입학 후에 타 대학, 타 전공으로 편입도 자유롭다. 단 의학, 치의학, 제약학 등 일부 학과는 특성상 정원이 제한돼 있다. 정원보다 많은 학생이 지원할 경우 대학은 아비투어 성적과 자체 기준에 따라 학생을 선발한다. 기본적으로 사교육이 비집고 들어갈 틈 자체가 거의 없는 것이다.

물론 독일의 이런 사회 분위기는 탄탄한 중소기업들이 경제를 지탱하고 있기에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독일에서는 직업학교를 나와 중소기업에 취직해도 충분히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장인(匠人)'으로 사회적 대우를 받기 때문에 학벌에 따른 차별이 없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한국 사교육은 '일어서서 영화보기'… 앞줄 관객 일어서자 모두가 서서 보는 꼴


과잉 선행학습 비유하는 표현들


한국의 과잉 사교육, 선행학습을 비유하는 표현으로 '일어서서 영화 보기'가 자주 쓰인다. 영화관에서 맨 앞자리 관객이 일어서서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그 뒷좌석 관객도 줄줄이 일어서야 해 결국 모두가 서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영화관 효과'라고도 부른다. 과잉 사교육도 마찬가지로 다 같이 안 할 수 있는데, 일부에서 시작해 경쟁 심리 때문에 누구나 할 수밖에 없는 피곤한 상황에 빠졌다는 것이다.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가 2010년 저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에서 사용했다.

'공작의 꼬리 경쟁' 예화도 사교육 과열을 비유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꼬리깃털이 길면 맹수의 공격을 피하는 데 불리하다. 그럼에도 공작 수컷들이 긴 꼬리깃털 경쟁을 하는 건 암컷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다. 어느 날 한 수컷이 "우리 모두 꼬리에 너무 공을 들이고 있다"며 모두 꼬리를 절반으로 줄일 것을 제안했다. 모두가 이에 동의했는데 결과적으로 아무도 줄이지 않았다. 저마다 "다른 모든 수컷이 꼬리를 절반으로 줄일 때 나는 안 줄여 경쟁에서 앞서겠다. 혹시 다른 공작들이 꼬리를 줄이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줄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원래는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경쟁을 빗댄 예화였다.

장원호 서울시립대 교수는 저서 '레드퀸 레이스의 한국 교육'에서 우리나라의 사교육 과열 현상을 '레드퀸 레이스(Red Queen's race)'로 비유했다.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속편 격인 '거울 나라의 앨리스'엔 앨리스가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제자리인 장면이 나온다. 레드퀸은 앨리스에게 "여기선 같은 자리에 머물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달려야 해"라고 말한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초등학교부터 선행학습과 반복학습을 되풀이하며 공부를 하지만 성적은 그대로이고 실력도 그다지 향상되지 않는 최악의 레드퀸 레이스 상황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사교육 1주일에 6분, 그래도 성적최강 핀란드


학교 수업만으로 충분한 핀란드
방과 후 30분 숙제하면 자유시간… 시험보다 토론·발표 참여가 중요
성적표에 등수 대신 장단점 써줘


"사교육요? 사립학교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핀란드 헬싱키에 사는 중학교 3학년생 올리버(15)군은 "사교육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렇게 되물었다. 만화 그리는 게 취미라 학교에서 방과 후 미술 활동을 한 적은 있지만, 국·영·수 학원에 다녀본 적은 없다. 사실 학원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그런 곳에 다닌다는 친구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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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곳이 교실… 복도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 핀란드 학생들이 학교 복도 한쪽에서 글쓰기를 하고 있다. 핀란드 학생들은 늦어도 오후 3시쯤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운동을 하거나 클럽 활동에 참여하는 등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OECD에 따르면 핀란드 학생들의 주당 평균 사교육 시간은 단 6분이다. /핀란드 교육문화부
오는 9월 고교 진학을 앞둔 올리버군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 오전 9~10시쯤 학교에 갔다가 오후 3시쯤 귀가한다. 집에 오면 숙제를 한다. 보통 30분에서 1시간쯤 걸린다. 이후로는 자유 시간이다. 도서관에서 좋아하는 판타지 소설을 빌려 보거나 친구들과 컴퓨터 게임을 한다. 강아지 산책시키기도 올리버군의 몫이다. 늦어도 밤 11시에는 잠자리에 든다. 물론 학기말 시험 기간엔 만사 제쳐두고 공부를 한다. 올리버군은 "과목별로 요점을 정리한 뒤 내 생각이나 느낀 점을 덧붙여 본다"며 "수업에서 배운 주제에 대해 에세이를 쓰는 게 시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핀란드 사교육 주당 6분, 한국 3.6시간

핀란드와 한국은 둘 다 OECD 학업성취도평가에서 꾸준히 최상위권에 있는 교육 강국이다. 그러나 사교육에 관한 한 두 나라는 극과 극이다. OECD의 '2012 PISA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 시간 평균은 주당 3.6시간에 이른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길다. 핀란드의 사교육 시간은 주당 6분으로 가장 짧았다. 사교육이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핀란드 학부모들은 왜 자녀들에게 사교육을 시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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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중·고교에도 시험은 있다. 과목별 학기말 시험도 있고, 선발 고사를 보는 고등학교도 있다. 고교 과정을 마치면 '국가 대입자격시험'을 보고 대학별 고사도 따로 치러야 한다. 그런데 시험 형식이 다르다. 여러 보기 가운데 맞는 것 또는 틀리는 것을 고르는 선다형 문제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주관식 혹은 서술형 문제가 주를 이룬다. 주어진 주제에 대해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써내려가야 하는 핀란드식 시험에서 달달 외우기, 문제 많이 풀기, 실수 안 하기를 가르치는 한국식 사교육은 힘을 쓰기 어렵다. 또 성적표에서 지필고사 점수가 차지하는 비율도 낮다.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태도,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 친구들과의 협동심 등이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학교 끝나고 부리나케 학원으로 달려가는 것보다, 학교에 있을 때 토론이나 발표에 열심히 손 들고 참여하는 것이 좋은 평가를 받는 지름길이다. 성적표도 학생들을 일렬로 줄 세우거나 A·B·C로 등급을 매기는 대신, 장단점 등을 서술형으로 기록한다.

◇학원 갈 시간에 자연 즐기고 봉사활동

핀란드 쿠오피오의 고교 1학년생 새드(16)양은 장래 희망이 교사인 모범생이다. 역시 학원이나 과외를 다녀본 경험은 없다. 한국 청소년들이 학원 뺑뺑이를 돌 때 새드양은 운동이나 독서, 봉사활동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여름에는 가족들과 4~5주 정도 호숫가 별장으로 휴가를 간다. 인터넷은커녕 전기도 잘 들어오지 않는 시골에서 블루베리나 버섯을 따고, 사우나와 수영을 즐긴다. 겨울에는 꽁꽁 언 호수에서 스케이트나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탄다.

다른 학생들도 비슷하다. 핀란드에선 15~19세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적어도 1개 이상의 청소년협회에 속해 봉사활동을 하거나 지역 축제에 참가한다. 방학 동안 다음 학기 진도를 선행 학습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는 거의 없다. 새드양은 "학교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성적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핀란드 학업 최상위 비결, 우수한 교사·맞춤형 창의성 교육"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3년마다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과 핀란드 학생들은 늘 최상위권이다. 지난해 '2015 PISA 결과'에서 한국은 수학 영역에서 OECD 국가 중 1~4위(핀란드 5~10위), 핀란드는 읽기 영역에서 1~3위(한국은 3~8위)에 올랐다.

두 나라가 공부 잘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은 좀 다르다. 핀란드 아이들은 학교 안에서 공부를 끝내는 반면, 한국 아이들은 학교 밖에서도 엄청난 시간을 공부한다. OECD의 '2012 PISA 결과' 보고서를 보면 한국 학생들은 평균 주당 6시간 30분 동안 '방과 후 학습'을 한다. 그중 대부분(80%)은 학원에 가거나 과외를 받는 시간이다. 핀란드는 일주일에 방과 후 학습을 딱 1시간 한다. 그 가운데 48분(80%)은 부모·가족과 공부하거나 자기 혼자 컴퓨터를 갖고 공부하고, 사교육 받는 시간은 6분이다. 핀란드 학생들은 우리나라 아이들보다 잠자는 시간도 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핀란드 청소년(15~24세)의 하루 수면 시간은 평균 8.52시간으로, 한국 학생들(12~17세, 7.47시간)보다 1시간 길다.

유카 툴리부오리 핀란드 국가교육위 장학관은 "핀란드 학생들이 PISA에서 높은 성적을 내는 것은 교사 수준이 매우 우수(최소 석사 학위)하고, 학교가 학생 개개인의 수준과 흥미에 따라 창의성을 키워주는 맞춤형 교육을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

베토벤과 그를 존경한 브람스가 만났다면…


"브람스, 우린 많이 닮았구먼… 음악적 열정과 괴팍함까지"
"베토벤 선생님 뒤따라 음표와 평생 씨름했죠"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2017년은 아주 특별한 해입니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과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가 세상을 떠난 지 각각 190년, 120년이 된 해이기 때문인데요. '음악의 성인'으로 일컬어지는 이 두 사람은 오늘날까지 널리 사랑받는 명곡들을 많이 남겼어요. 특히 브람스는 앞선 시대에 살았던 베토벤을 존경하면서도, 그를 뛰어넘기 위해 평생을 바쳤지요.

이틀 뒤인 3월 26일, 베토벤의 사망 190주기를 맞아 두 사람의 삶과 음악을 이야기로 재구성했습니다. 이들이 하늘나라에서 나누는 대화에 귀 기울여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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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나소연
불우한 어린 시절을 극복한 ‘세기의 음악가’
브람스: 베토벤 선생님! 드디어 만나 뵙게 돼 영광입니다. 저는 선생님이 돌아가시고 6년 뒤에 독일의 북부 도시 함부르크에서 태어난 작곡가 브람스라고 합니다. 선생님은 저뿐만이 아니라 당시 음악가들에게 거대한 산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산을 넘으려는 수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지요. 저 역시도 그렇게 될까 봐 두려웠어요. 친구에게 이런 내용이 담긴 편지를 쓰기도 했습니다. ‘거인(베토벤)의 뒤를 따라가며 음악을 하는 게 너무 힘들어.’ 가끔 환청이 들리기도 했어요. 등 뒤로 뚜벅뚜벅 쫓아오는 거인의 발걸음 소리…. 악보에 구멍이 날 때까지 열심히 곡을 쓰고, 또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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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하하, 그 마음이 가상하군. 자네가 나를 ‘롤 모델(role model)’로 삼았다는 이야기는 익히 전해 들었네. 자네가 20년이 넘는 시간을 들여 발표한 교향곡 1번은 ‘베토벤의 10번째 교향곡’이란 찬사를 들었다지? 뭐, 들어줄 만은 하더군. 하지만 내 곡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어. 교향곡 4번은 자네만의 색깔이 묻어나서 좋았다네. 장엄하면서도 진한 고독감이 묻어났달까. 자네에게는 미안한 소리지만, 내가 천재라고 인정하는 음악가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뿐이라네. 어린 시절 그를 한 번 만난 적이 있어.

브람스: 저도 아는 아주 유명한 일화지요. 독일 본에서 나고 자란 선생님이 열일곱 살 무렵 음악 공부를 위해 오스트리아 빈에 가셨을 때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당시 최고의 명성을 누리던 모차르트 앞에서 즉흥 연주를 하셨다던데요. 그때 모차르트가 옆 방에 있는 친구들에게 가서 한 말이 전해집니다. “잘 지켜봐. 저 청년은 앞으로 온 세상 사람들이 이야기할 만한 작품을 남길 거야.”

베토벤: 그래 맞아. 나를 존경했다더니 나에 대해 꽤 많은 걸 알고 있군. 궁중 악사였던 우리 아버지는 내가 모차르트처럼 되기를 바랐어.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시킨 것도 그런 이유에서지. 하지만 난 모차르트 같은 신동은 아니었어. 그저 피아노와 오르간을 좋아하는 소년이었다네. 차츰 실력이 쌓이면서 연주를 통해 돈을 벌었지.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내가 생계를 책임져야 했거든.

브람스: 저도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집이 무척 가난했거든요. 무명 연주가였던 아버지는 돈을 얼마 벌지 못했고, 그마저도 자신이 노는 데 써버렸습니다. 전 열심히 피아노 공부를 했어요. 술집에서 밤늦게까지 연주를 하며 돈을 벌었지요. 녹초가 돼 집에 돌아오면 어머니가 제 머리를 쓰다듬으며 따뜻하게 위로를 해주셨습니다. 제 대표작 중 하나인 ‘독일 레퀴엠’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기리며 만든 곡입니다.

완벽주의자들에게서 탄생한 완벽한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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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나도 그 곡 들어봤네. 내가 4년이란 시간을 들여 선보인 ‘장엄 미사’에 견줄 만하다고 칭찬들을 하더군.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음악 작업에 영감을 주곤 하지. 그리고… 신체적 장애 등 삶의 고난과 역경도 말일세.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지상에서 26세 무렵부터 귓병을 앓지 않았나? 30대가 돼서는 아예 아무 소리도 안 들렸다네. 사랑하는 음악, 내가 만든 곡을 들을 수 없다니…. 죽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힘들었지.

브람스: 선생님이 32세가 되던 1802년, 동생들한테 유서도 쓰셨다지요? 마지막 구절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내 안에서 느끼는 모든 것을 (음악적으로) 꺼낼 때까지 이 세상을 떠날 수 없을 것 같다.’ 이런 선생님의 강한 의지와 열정이 ‘운명’이란 이름이 붙은 교향곡 5번에 고스란히 녹아 있더군요. “딴딴딴, 딴-”이라는 웅장한 멜로디로 시작하는 이 곡을 듣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운명이 세차게 문을 두드리는 기분이 듭니다. 침묵 속에서 완벽한 소리의 세계를 창조하셨더라고요.

베토벤: 제대로 느꼈구먼. 운명에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담아 쓴 곡이라네. ‘합창’이라고도 불리는 교향곡 9번에는 ‘모든 인간은 형제’라는 메시지를 담기도 했지. 이 곡을 무대에 처음 올렸을 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네. 공연이 끝난 뒤, 나는 무대 한편에 가만히 서 있었지. 그런데 알토 독창자가 다가와 옷소매를 당기더군. 그제야 객석을 봤네. 사람들이 환호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 기뻤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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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 저도 선생님처럼 역사에 길이 남을 곡을 쓰기 위해 음표 하나하나와 힘겹게 씨름을 했습니다.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이 선생님과 같았는데요. 완성한 작품에도 좀처럼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발표하지 않고 태워버리기 일쑤였지요. 교향곡 4개, 피아노 협주곡 2개, 바이올린 협주곡, 피아노 소나타 3개, 헝가리 무곡, 대학 축전 서곡 등을 남겼어요. 친구의 아들이 태어난 걸 축하하기 위해 만든 자장가도 현대 사람들이 무척 좋아하더군요.

베토벤: 나 역시 자네처럼 ‘대충’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었네(웃음). 걸어 다니면서도 늘 작곡에 몰두했지. 머리와 옷차림은 엉망진창이었어. 음악은 물론 커피 끓이는 방식까지 완벽해야 했네. 매일 커피콩 60알을 세서 커피를 끓였지. 자네도 커피를 좋아했다지?

브람스: 네, 커피 기계를 샀을 정도예요. 선생님과 저는 성격도 닮았습니다. 낯을 가리고 괴팍한…. 하하. 선생님이 시인 괴테와 길을 걷다가 귀족을 만났는데, 뒷짐을 지고 거만하게 행동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전 손님들을 반기지 않았고, 때로는 골방에 숨어서 집에 없는 척했어요. 그러나 친한 음악가들은 많았습니다. 그들과 교류하며 영감을 받았지요.

베토벤: 자네나 나나 마지막까지 곡을 쓰다 죽은 사람 아닌가.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사람들에게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음악 선물을 한 아름 건넸으니 말일세. 비록 고달팠지만, 멋진 인생이었네.

>> 알쏭달쏭 클래식 용어

소나타:
여러 악장으로 구성된 소규모 기악곡을 말합니다. 악장이란 여러 개의 독립된 작은 곡들이 모여 큰 악곡을 이룰 경우, 각각의 작은 곡들을 일컬어요. ‘울려 퍼지다’ ‘연주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소나타(sonata)는 주로 피아노와 바이올린 같은 독주 악기를 위한 작품이 많답니다.

교향곡: 관악기와 현악기가 조화롭게 연주하는 대규모 기악곡입니다. 즉, 여러 오케스트라 악기가 함께 합주를 하는 형식이죠. 대게 3~4개의 악장으로 이뤄져 있고, 그중 1악장은 소나타 형식인 경우가 많아요. 교향곡을 뜻하는 ‘심포니(symphony)’란 단어는 ‘소리의 조화’를 뜻하는 그리스어 ‘신포니아(sinfonia)’에서 유래했어요.

협주곡: 관현악단과 독주 악기가 함께 협력해 연주하는 형태입니다. 독주자가 기량을 뽐낼 수 있는 시간이 따로 마련되기도 해요. 협주곡은 콘체르토(concerto)라고도 불린답니다. ‘경쟁하다’ ‘협력하다’는 뜻을 지닌 라틴어 ‘콘체르타레(concertare)’에서 온 단어예요. 조선일보 

2017년 3월 21일 화요일

佛 수학자 이브 메이예 '수학노벨상' 아벨상 수상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프랑스의 수학자 이브 메이예(77)가 수학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벨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노르웨이 한림원이 21일(현지시간) 밝혔다.
메이예는 컴퓨터 과학과 수학을 접목해 파동에 관한 수학 이론의 발전과정에서 핵심적인 기여를 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그의 연구는 응용 컴퓨터 분석과 데이터 압축, 의학 이미지, 디지털 영상, 허블망원경의 해상도 제고 등에 적용돼왔다.
메이예의 연구 성과는 최근에는 우주 공간에서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하며 발생한 중력파(重力波)를 탐지하는데에도 적용됐다.
상금으로는 600만 크로네(11억원 상당)가 주어지며 시상식은 5월 23일 열린다.
메이예는 프랑스의 최고 명문인 파리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스트라스부르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에콜폴리테크니크, 파리 대학, 파리고등사범학교 교수로 재직한 뒤 퇴직했지만 여전히 파리고등사범학교 응용수학연구소에 적을 두고 연구에 매진해왔다.
파리=연합뉴스

2017년 3월 14일 화요일

몸으로 배우는 수학, 성적이 쑥쑥!

좋다는 학원도 보내보고 개인과외는 물론 하루에 10장 이상 수학 문제집을 풀려도 오르지 않는 우리 아이의 수학 성적,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을까요? 과연 방법이 있긴 한 걸까요? 네,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수업 방식을 바꾸면 됩니다.

GIB 제공
GIB 제공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아이들이 몸을 움직이며 수학을 배웠을 때 수학 성적이 향상되었습니다. 다만 보통의 수업 방식과 마찬가지로 이 방법 또한 아이들의 수준에 따른 개별화된 학습 전략은 필요하다고 합니다. 다음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사실 덴마크 교육 당국은 지난 2014년부터 초등학교 및 중학교 저학년의 교과 과정에서 신체 활동을 강조해 왔습니다. 이에 코펜하겐대학교 연구진은 코펜하겐 지역의 3개 초등학교 1학년생 165명을 대상으로 6주에 걸쳐 이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이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수학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 유형의 효과를 조사한 것입니다. 나누어진 세 그룹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 그룹은 수학을 배우는데 온몸을 사용했습니다. 교실의 책상과 의자를 벽 쪽으로 다 치우고 수학 문제를 해결하는데 몸을 사용하도록 한 것이지요. 예를 들면, 몸으로 도형 및 숫자 만들기를 하고 더하기 빼기도 서로의 몸을 사용해 해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두 번째 그룹은 앉은 자세로 소근육 운동을 통해 수업이 진행됐습니다. 혼자서 혹은 소그룹으로 레고 블록을 사용해 산술 연산이나 기하학적 도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지요. 마지막으로 세 번째 그룹은 연필, 종이, 눈금자 등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수업 방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GIB 제공
GIB 제공
연구진은 6주 후 위와 같이 세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의 표준화된 국가 수학 시험 결과를 모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모든 아이들의 수학 성적이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온몸을 사용해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의 성적이 가장 많이 향상되었는데요. 그들은 성적이 이전보다 7.6%나 향상되었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수업을 받은 아이들 성적의 네 배에 해당하는 수치이며 소근육 운동을 하며 수업 받은 아이들의 두 배에 해당하는 수치였습니다.

결국 온몸을 움직여 학습하는 것이 성적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데요. 우리나라도 가만히 앉아 선생님이 쏟아내는 말에만 의지하는 천편일률적인 수업 방식에서 벗어나 적절한 신체 활동을 하며 학습하는 방식의 고안이 시급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 연구결과는 국제 과학 저널인 ‘인간 신경과학의 선구자(Frontiers of Human Neuroscience)’에 발표되었습니다.

동아사이언스

수학, 무섭고 엄하게 가르치면 점수 안 오른다!

즐거운 마음으로 즐겁게 한 공부! 성취도가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일? - GIB 제공
즐거운 마음으로 즐겁게 한 공부! 성취도가 높아지는 건 당연한 일? - GIB 제공
수학이 좋아야 수학 시간이 즐겁고, 즐거워야 공부할 맛이 날 겁니다. 그리고 공부할 맛이 나야 공부가 재밌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자신감도 붙어 점수까지 잘 나오겠죠. 점수가 잘 나오기 시작하면 없던 흥미도 생기고, 흥미가 생기면 수학 시간 기다려지고 더 이상 수학을 저주하는 일은 없을 텐데요. 그런데 이 알고리즘은 ‘시작’이 가장 어렵습니다. 수학을 웬만큼 좋아하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최근 라인하르트 페크룬 독일 뮌헨대 심리학과 교수가 이끄는 공동연구팀은 앞에서 설명한 이상적인 선순환 방식의 수학 공부 알고리즘을 학문적으로 증명해 수학 성취도와 감정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은 저널 ‘아동발달학(Child Development)’ 최신호에 소개됐습니다.

수학에 흥미를 느끼면 수학 공부가 즐겁고, 공부가 즐거우면 성취도가 오르는! - GIB 제공
수학에 흥미를 느끼면 수학 공부가 즐겁고, 공부가 즐거우면 성취도가 오르는! - GIB 제공

연구팀은 5학년에서 9학년 사이의 독일 학생 3425명을 대상(평균 조사 시작 나이 11.7세)으로, 5년 동안 ‘감정의 변화가 수학 성취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습니다. 실험에 참여한 학생들은 1년에 한 번씩 1년 동안 수학 공부를 하며 느꼈던 감정을 문항에 따라 즐거움, 자신감, 분노, 불안, 부끄러움, 지루함, 절망과 같이 7개로 구분한 다음 0~5점 사이를 주었습니다. 학업 성취도는 연말에 치르는 기말고사 점수로 평가했습니다.

수학, 무섭고 엄하게 가르치면 점수 안 오른다! -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수학, 무섭고 엄하게 가르치면 점수 안 오른다! -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연구팀은 이 자료와 함께 학생들의 지적 능력, 성별, 부모의 경제력, 거주 환경과 같은 다양한 변수도 고려했습니다. 단순히 감정과 학업 성취도만 비교하던 기존 연구와 가장 크게 다른 점입니다.

그 결과 학생들의 지적 능력을 기준으로, 지적 수준이 같을 때 수학에 자신감을 갖고 즐기는 사람이 더 나은 성취를 보였습니다. 또, 다른 변수의 조건이 다를 때에도 긍정적인 태도로 공부한 학생이 더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한편, 1년 내내 분노나 불안, 부끄러움(자신감 부족), 지루함, 절망 등을 경험한 학생들의 성취도는 낮았습니다.

이 연구팀을 이끈 페크룬 교수는 “부모와 교사가 특히 수학을 가르칠 땐 아이들이 긍정적인 감정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연구결과를 다른 연령층과 다른 과목으로 확대해 적용할 수 있을지 연구를 이어갈 전망입니다. 

공부가 어떻게 늘 즐겁겠습니까! 게다가 수학인데요! -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공부가 어떻게 늘 즐겁겠습니까! 게다가 수학인데요! - (주)동아사이언스(이미지 소스:GIB) 제공

물론 수학 성취도는 꽤 높은 편이지만 흥미도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우리나라 학생들에겐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수학 교육은 ‘입시 중심’으로 치우쳐져 있어 성취도 중심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세계 청소년들과 수학 성취도를 비교하면 항상 상위권을 차지하지만, 교실 현장에서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를 찾는 일은 식은 죽 먹기며 가장 싫어하는 과목으로 자주 ‘수학’이 등장합니다. 이 연구 결과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수학 성취도와 감정 사이의 상관관계는 1998년부터 ‘관계가 있다’고 밝혀진 사실입니다. 그러니 지금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수학을 대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각자의 노력에 주변 사람들(부모, 교사 등)의 노력까지 더해지면 잘하던 사람은 더 잘하게 되고, 힘들어 하던 사람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동아사이언스

수학의 모든 것 지도 한 장에 담다

도미니크 월리먼이 만든 수학 지도. - 유튜브 캡처 제공
도미니크 월리먼이 만든 수학 지도. - 유튜브 캡처 제공
2월 1일 미국 유튜버 도미니크 월리먼이 수학의 역사와 세부 분야, 활용 영역을 담은 수학 지도를 만들어 화제입니다.

지도는 가운데 노란색 원에서 시작합니다. 수학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수 세기와 수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0의 발견 등 수학의 기원을 간단한 그림과 함께 보여줍니다.

이 원을 기준으로 왼쪽 붉은색 부분은 정수와 실수, 사칙연산 기호 같은 수학의 기본 요소와 위상수학, 대수학, 기하학 같은 순수수학 분야를 소개합니다. 오른쪽 푸른색 부분은 알파고로 유명세를 탄 머신러닝과 산업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최적화 이론처럼 다른 분야에 수학을 활용하는 경우를 나타냅니다.

월리먼이 만든 수학 지도는 사진 공유 사이트 ‘플리커’에서 무료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습니다. 수학 지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유튜브에서 볼 수 있습니다.




동아사이언스

오늘 '파이데이' 수학과 노는 날

교육부가 3월 14일을 수학과 친해지는 '파이데이'로 정하고 학교에서 수학과 친해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파이데이'는 원주율 파이(π)의 근삿값(3.14)에서 착안했다. 전국 초·중·고교는 3월 14일 전후로 여러 수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원주율의 의미를 알아보거나 원형 물건을 측정해 직접 원주율을 구해볼 수 있고, '파이데이'로 4행시를 짓는 활동 등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교육부는 밝혔다.

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물질 형태를 찾아내다

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물질 형태를 찾아내다 - Nature(Peter Crowther) 제공
Nature(Peter Crowther) 제공

이번 주 네이처 표지는 투명한 결정 위에 전자 시계가 떠 있는 모습이 장식했습니다. 인테리어 제품을 연상케하는 표지와 큼직하게 적혀 있는 ‘Time crystals(시간 결정)’이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기자의 머릿속에는 ‘망했다’라는 생각 밖에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표지로 읽는 과학’은 매주 저명한 과학학술지 ‘네이처’와 ‘사이언스’의 표지를 소개하는 글입니다. 무엇이 표지로 선정이 되는지에 따라 담당 기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곤 하지요.

시간 결정이란 말을 듣는 순간 들었던 ‘망했다’는 비단 기자만 가졌던 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아마 이 표지와 연구를 접했을 대다수 기자들의 감정은 아래 스크린샷 이미지가 대변해줄 것 같습니다.


글쓴이 맘 내 맘 같아서 b. - gizmodo.com 제공
글쓴이 맘 내 맘 같아서 b. - gizmodo.com 제공


시간 결정을 관찰했다는 연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간 결정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할듯합니다. 시간 결정은 미국 MIT 프랭크 윌첵 석좌교수(200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2012년 처음 제안한 개념입니다. 물질의 ‘대칭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일반적으로 대칭성은 공간을 기준으로 깨지는데, 시간에 대해서도 깨질 수 있다고 했지요.

윌첵 교수의 ‘시간 결정’ 주장은 이번 네이처 논문이 나오기 전까지 반박과 재반박이 반복되던 주제였습니다. 일본 도쿄대의 물리학자, 와타나베 하루키 오시카와 마사키는 2014년 윌텍 교수가 정의한 형태의 시간 결정은 없을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그로부터 2년 뒤 미국 프린스턴대 시바지 손디 박사와 UC산타바바라 체탄 나약 박사는 방식을 조금 바꾸면 시간 결정이 존재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했고요.

그리고 올해 2017년 3월, 미국 메릴랜드대와 하버드대 연구팀이 각각 다른 방법으로 시간 결정을 관찰하는데 성공해 네이처에 동시에 논문을 발표합니다. 특히 하버드대 논문은 한국인 과학자 최순원, 최준희 박사가 공동저자로 참가를 해 우리나라 타 언론에서도 주목을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시간 결정이라는 내용이 워낙에 어려워서인지 평소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제 1저자가 한국인 연구자일 경우 받았던 관심보다 조금 적은 감이 없지 않아 있네요.)

‘결정’은 어떤 물질을 구성할 때 구성 원자가 규칙적으로 나열돼 있는 상태를 말합니다. 염화나트륨(소금)이 염소 원자와 나트륨 원자가 번갈아 배치되면서 육면체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물질들이 결정 형태를 가집니다. 다이아몬드의 정팔면체 결정이나 석영의 육각기둥 형태가 대표적이겠지요.

그런데 이런 결정이 만들어지는 것은 ‘대칭 깨짐(symmetry breaking)’이라는 현상 때문입니다. 이 쯤에서 ‘결정은 보통 대칭 형태를 가지는데?’라고 반박하는 분들이 생기리라 믿습니다. 기자도 그랬거든요. 여기서 설명하는 대칭은 물질의 형태가 아니라 형태를 만들기 위해 둘러싸고 있는 물리학적인 법칙을 말합니다. 시간이 지나거나, 공간이 바뀌어도 이 법칙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법칙에 의해 물질은 기존 형태를 벗어나 새로운 형태를 만들게 되지요. 이 현상을 ‘대칭 깨짐’이라고 부릅니다. 온도가 낮아지면 물이 얼고, 석회동굴에서 종유석이 자라는 현상을 대칭 깨짐이라고 할 수 있는 거지요. 규칙적으로 나열되는 것은 당연히 공간에 규칙적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윌첵 교수가 시간 결정을 제안하기 전까지 ‘대칭 깨짐’이라 함은 당연히 공간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설명하는 단어였습니다.

그리고 윌첵 교수는 이 반복성이 시간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아마도 수학적으로는 더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겠지만) 불규칙해 보이는 물질의 배열 중 시간이 지남에 따라 꾸준히 규칙적인 배열이 나타나게 되는 겁니다. 윌첵 교수의 주장은 이번 네이처 논문 두 편에서 현실로 증명이 됩니다.

미국 메릴랜드대 크리스토퍼 먼로 교수팀은 이테르븀이라는 원소 이온을 이용해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시간 결정을 관측했습니다. 반면 하버드대 최순원‧최준희 박사팀은 다이아몬드를 구성하는 탄소 원자에 전자기파를 통과해 시간 결정의 진동을 관측했습니다. 방법은 다르지만 두 연구는 모두 같은 결과를 의미합니다. 기존의 물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또한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상태의 물질을 만들어낸 것이지요.

네이처 표지는 바로 이 상태를 최대한 시각적으로 구현했습니다. 투명한 결정은 원자 배열의 ‘규칙성’을 나타냅니다. 결정 우측 상단의 숫자는 시간을 의미하지요. 숫자을 잘 보면 잘 보면 시간이 흐르는데 동일한 형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공간에서 원자 배열이 규칙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결정’이라고 부르니 시간에서 원자 배열이 규칙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시간 결정’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랍니다.

※ 관련 논문
J. Zhang et al. (2017), Observation of a discrete time crystal, Nature, 543, 217-220.
☞ doi:10.1038/nature21413
Soonwon Choi et al. (2017), Observation of discrete time-crystalline order in a disordered dipolar many-body system, Nature, 543, 221-225.
☞ doi:10.1038/nature21413
동아사이언스

국내 대학 學科, 일본보다 200위권 내에 많지만… '톱 10'은 전무


2017 세계대학평가 46개 학과별 순위

- 20위권엔 14개… 작년의 2배
語文 강세… 서울대 11위 필두로 고대 24위·성대 29위·외대 34위
공학 계열 경쟁력도 눈에 띄어… 化工 카이스트 15위·서울대 16위

첫 도입한 호텔경영 분야서 세종대 26위·경희대 31위 기록

세계 '톱(top) 10'의 벽은 높았다. 이른바 SKY(서울·고려·연세대)를 비롯한 한국 주요 대학은 올해도 세계 대학 학과별 순위에서 10위권 진입에 실패했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 QS(Quacquarelli Symonds)는 7일 '2017 세계 대학 평가 학과별 순위'를 발표하고 46학과(전공)별 랭킹을 발표했다. QS는 올해 한국 대학들이 46분야의 상위 20위권에 총 14번 이름을 올려 지난해(8번)보다 성적이 좋아졌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여러 한국 대학이 중상위권에서 선전했지만 최상위권 진입은 이번에도 실패한 것이다.

◇서울대 어문 계열 세계 11위
QS 학과별 랭킹은 세계 대학의 학과를 법학, 의학, 경제학 등 46학과로 나눠 200위까지 매긴다. 이공계 학과는 MIT와 스탠퍼드, 의학·법학·경영학은 하버드, 인문사회과학은 옥스퍼드 등 전통 명문대들이 1위를 휩쓸었다. 학과별 1위에 가장 많이 오른 대학은 하버드(15회), 그다음은 MIT(12회), 옥스퍼드(5회) 순이다. 한국은 모두 37대학이 46분야에서 200위 안에 총 372회 이름을 올렸다. 한국 대학이 차지한 비율은 전체의 3.26%로 일본(3.23%)을 앞질렀다고 QS는 평가했다.

국내 대학 가운데 어문(語文) 계열 학과에서 서울대가 지난해보다 5계단 오른 11위를 차지해 국내 대학 중 가장 순위가 높았다. 이어 같은 부문에서 고려대(24위), 성균관대(29위), 한국외대(34위) 등이 뒤를 이었다. QS는 "서울대는 예술·디자인 29위, 의학 40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46학과 중 40학과에서 200위 안에 이름을 올렸고, 톱 20위권에 든 횟수도 지난해보다 두 배 늘어난 8회를 기록했다"고 했다.

◇한국 대학 호텔경영학과 선전

국내 대학이 주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 공학 계열이었다. 전체 공대 랭킹에서 카이스트가 14위, 서울대가 21위에 올랐다. 세부 전공별로는 ▲컴퓨터공학에서 카이스트 33위(작년보다 3계단 상승)·서울대 38위(2계단 상승) ▲화학공학은 카이스트 15위·서울대 16위·포스텍 41위(각각 4계단 상승)·고려대 43위(새로 진입) ▲토목·구조공학은 카이스트 15위(9계단 상승)·서울대 24위(4계단 상승)·한양대 43위(새로 진입) 등이다. 5대 공학 계열 학과에서 모두 카이스트가 서울대를 앞섰다.

QS가 올해 평가부터 새로 도입한 호텔경영·레저 분야에서도 한국 대학이 선전했다. 세종대(26위), 경희대(31위), 연세대(35위), 고려대(40위) 등 네 대학이 5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경쟁국들에 뒤져
싱가포르, 중국, 일본 대학과는 달리 한국 대학은 이번에도 46학과에서 '톱10'에 든 대학이 없었다. 우리 대학들이 가장 높은 경쟁력을 보인 공대 랭킹에서도 싱가포르 난양공대(4위), 싱가포르국립대(7위), 칭화대(10위), 도쿄대(11위) 등보다 뒤졌다.  화학공학은 일본 교토대(6위)·도쿄대(10위 )가, 토목공학은 싱가포르국립대·칭화대(공동 5위)·홍콩대(9위)가, 전자공학에서는 난양공대(6위)·칭화대(7위) 등이 톱10에 들었다. 치의학에서는 홍콩대가 1위, 일본 도쿄의치과대학이 3위에 올랐고 서울대는 25위였다.

QS의 마틴 인스 자문위원장은 "최상위권에서 미국 대학 강세가 뚜렷해 아시아 대학이 최상위권에 들어가기가 여전히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

2017년 3월 8일 수요일

2017 세계대학평가 46개 학과별 순위

국내 대학 學科, 일본보다 200위권 내에 많지만… '톱 10'은 전무 

- 20위권엔 14개… 작년의 2배
語文 강세… 서울대 11위 필두로 고대 24위·성대 29위·외대 34위
공학 계열 경쟁력도 눈에 띄어… 化工 카이스트 15위·서울대 16위

첫 도입한 호텔경영 분야서 세종대 26위·경희대 31위 기록

세계 '톱(top) 10'의 벽은 높았다. 이른바 SKY(서울·고려·연세대)를 비롯한 한국 주요 대학은 올해도 세계 대학 학과별 순위에서 10위권 진입에 실패했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 QS(Quacquarelli Symonds)는 7일 '2017 세계 대학 평가 학과별 순위'를 발표하고 46학과(전공)별 랭킹을 발표했다. QS는 올해 한국 대학들이 46분야의 상위 20위권에 총 14번 이름을 올려 지난해(8번)보다 성적이 좋아졌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여러 한국 대학이 중상위권에서 선전했지만 최상위권 진입은 이번에도 실패한 것이다.

◇서울대 어문 계열 세계 11위

QS 학과별 랭킹은 세계 대학의 학과를 법학, 의학, 경제학 등 46학과로 나눠 200위까지 매긴다. 이공계 학과는 MIT와 스탠퍼드, 의학·법학·경영학은 하버드, 인문사회과학은 옥스퍼드 등 전통 명문대들이 1위를 휩쓸었다. 학과별 1위에 가장 많이 오른 대학은 하버드(15회), 그다음은 MIT(12회), 옥스퍼드(5회) 순이다. 한국은 모두 37대학이 46분야에서 200위 안에 총 372회 이름을 올렸다. 한국 대학이 차지한 비율은 전체의 3.26%로 일본(3.23%)을 앞질렀다고 QS는 평가했다.

국내 대학 가운데 어문(語文) 계열 학과에서 서울대가 지난해보다 5계단 오른 11위를 차지해 국내 대학 중 가장 순위가 높았다. 이어 같은 부문에서 고려대(24위), 성균관대(29위), 한국외대(34위) 등이 뒤를 이었다. QS는 "서울대는 예술·디자인 29위, 의학 40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46학과 중 40학과에서 200위 안에 이름을 올렸고, 톱 20위권에 든 횟수도 지난해보다 두 배 늘어난 8회를 기록했다"고 했다.

◇한국 대학 호텔경영학과 선전

국내 대학이 주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 공학 계열이었다. 전체 공대 랭킹에서 카이스트가 14위, 서울대가 21위에 올랐다. 세부 전공별로는 ▲컴퓨터공학에서 카이스트 33위(작년보다 3계단 상승)·서울대 38위(2계단 상승) ▲화학공학은 카이스트 15위·서울대 16위·포스텍 41위(각각 4계단 상승)·고려대 43위(새로 진입) ▲토목·구조공학은 카이스트 15위(9계단 상승)·서울대 24위(4계단 상승)·한양대 43위(새로 진입) 등이다. 5대 공학 계열 학과에서 모두 카이스트가 서울대를 앞섰다.

QS가 올해 평가부터 새로 도입한 호텔경영·레저 분야에서도 한국 대학이 선전했다. 세종대(26위), 경희대(31위), 연세대(35위), 고려대(40위) 등 네 대학이 5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 경쟁국들에 뒤져
싱가포르, 중국, 일본 대학과는 달리 한국 대학은 이번에도 46학과에서 '톱10'에 든 대학이 없었다. 우리 대학들이 가장 높은 경쟁력을 보인 공대 랭킹에서도 싱가포르 난양공대(4위), 싱가포르국립대(7위), 칭화대(10위), 도쿄대(11위) 등보다 뒤졌다.  화학공학은 일본 교토대(6위)·도쿄대(10위 )가, 토목공학은 싱가포르국립대·칭화대(공동 5위)·홍콩대(9위)가, 전자공학에서는 난양공대(6위)·칭화대(7위) 등이 톱10에 들었다. 치의학에서는 홍콩대가 1위, 일본 도쿄의치과대학이 3위에 올랐고 서울대는 25위였다.

QS의 마틴 인스 자문위원장은 "최상위권에서 미국 대학 강세가 뚜렷해 아시아 대학이 최상위권에 들어가기가 여전히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조선일보

운명 다한 한국 교육, 누가 어떻게 바꿀 건가

2010년 3월 10일 아침 교육부 출입기자들이 장관실로 황급히 향했다. 입시 관련 긴급 정책브리핑이 있었다. "올해부터 치르는 수능은 EBS 교재와 수업에서 70% 나옵니다." 정부는 '수능·EBS 연계 정책'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일종의 사(私)교육 대책이었다. 이렇게 하면 학원 안 가도 되고 사교육비 부담이 줄어든다고 했다. 하지만 고교생 1인당 사교육비는 그 후에도 꾸준히 올랐다.

이 정책 효과는 엉뚱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을 암기왕으로 키웠다. EBS 교재에 나오는 문제와 지문을 통째로 외웠다. 영어 지문을 번역본으로 공부하는 편법이 생겼다. 그렇게 하면 수능에서 영어 문제를 빨리 풀 수 있다고 한다. 서울대 연구팀이 최근 고교 교사 200명과 학생 800명을 설문 조사했더니, 대다수 학생이 문제 푸는 기계가 됐다고 한다.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EBS 교재 풀이만 반복한다"고 응답했다. 나라 밖에서는 창의성 교육을 한다고 뜨거운데, 한국 교육은 정반대 지점에 있다.

해방 후 우리 입시제도는 3년에 한 번꼴로 바뀌었다. 최근엔 매년 바뀌다시피 한다. 고 1·2·3학년이 치르는 수능이 모두 다른 때도 있었다. 그래도 객관·주입·암기식 입시를 벗어나지 못했다. '오지선다형 수능' 틀 안에 갇혀 있다. 그 수능 문제를 보고 포스텍(포항공대) 김도연 총장이 "화가 난다"고 했다. 문제를 이리저리 꼬고, 함정 만들고, 실수를 유도하는 것이 마치 국가가 학생 상대로 '꼼수'를 부리는 것 같다는 거다. '있는 대로 다 고르시오'라고 하면서 답이 하나인 것은 학생들에게 '골탕 한번 먹어봐'라고 말하는 것 같다. 수학은 '50분에 25문항 풀기' 같은 속도 경쟁이 수십 년째 이어진다. 진지하게 고민하고, 질문하는 학생은 살아남기 어렵다.

대학수학능력시험장 모습. /조선일보 DB

최근 일부 학교에서 토론 수업, 프로젝트 수업을 활발히 한다. 정부가 도입한 자유학기제가 이런 교육에 씨를 뿌렸다. '지금 교육으론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입시 앞에선 모든 논쟁이 중단된다. 객관·주입·암기 교육의 결정판인 수능이 버티고 있는 한, 아래 학년에서 아무리 신선한 시도를 해도 소용이 없다. 우리와 형편이 비슷했던 일본은 2014년 교육개혁안을 발표하고 입시 개혁을 시작했다. 200개 고교에 우선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커리큘럼을 도입해 점차 확대하기로 했다. 토론식 면접으로 대학 정원의 30%까지 선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식 암기보다 사고력, 판단력을 중시해 학생을 뽑겠다는 선언이다.

수능이 도입된 지 25년째다. 이 시험은 초기에 통합적 사고를 평가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점점 암기형·함정 피하기 시험으로 변질됐다. 10년 안에 직업 절반이 사라진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사회 변화 속도는 산업혁명의 10배, 규모는 100배, 임팩트는 3000배라 한다. 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학생들에게 생각의 유연성과 근력을 키워줘야 한다. 한국 교육 시스템은 산업화 시대 남 따라잡는 인재(fast follower) 키우는 데 최적화돼 있다. 그 역할은 끝났다. 지금 나라 안팎이 아무리 혼란스러워도 누군가는 미래를 내다보고 교육을 어떻게 바꿀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조선일보 

SAT 부정행위 땐 영원히 시험 못친다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 주관사인 칼리지보드가 시험 부정행위에 연루된 외국 학원과 응시생 명단을 해당국 정부 기관에 통보하고 이들을 향후 SAT 등 칼리지보드가 주관하는 모든 시험에서 배제키로 하는 등 강력한 부정행위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고 로이터가 2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칼리지보드는 주로 우리나라와 중국 등에서 기출 문제를 반복 출제하는 SAT의 문제은행 방식을 악용해 아르바 이트생 등을 고용해 시험을 치르게 하면서 문제를 몰래 촬영하거나 암기토록 하는 등의 방식으로 기출 문제를 빼내는 부정행위 때문에 몇 년째 골치를 썩여 왔다.

앞서 칼리지보드는 지난해 9월 미국 이외 지역에서 실시되는 시험을 연간 6회에서 4회로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예정됐던 해외 시험은 실시되지 않을 것"이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조선일보

고교에 저출산 쓰나미.. 신입생 올 7만, 내년 6만명 급감

올해 52만명 역대 최저, 서울서만 학급 180개 사라져]
내년 40만명대로 본격 내리막 "2~3년내 교사 수도 줄어들 것"
4년 뒤엔 대학 정원미달 사태
서울 관악구 당곡고는 올해 신입생이 257명으로 개교 33년 만에 최저였다. 작년 신입생 335명보다도 78명 적었다. 학교는 1학년 학급을 11개반에서 9개반으로 줄이고 빈 교실들은 특별 교실 등으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학교 관계자는 "첫 졸업생이 700명이 넘었는데 이젠 재학생을 전부 합쳐도 930여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후기고교(인문계) 학급 수를 1학년에서만 145개, 전체적으로 180개 줄였다고 밝혔다. 후기고교 신입생이 5만8537명으로 작년(7만1153명)보다 1만2616명(18%)이나 줄었기 때문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2004년 이후 매년 학급 수를 줄여왔는데, 올해는 신입생 수가 급감해 크게 줄일 수밖에 없었다"며 "내년에도 학급 수를 대폭 줄일 예정"이라고 했다.
◇시도마다 고교 1학년 학급 줄이기
저출산 쓰나미가 고교에 몰아치고 있다. 신생아 수가 급락했던 2001·2002년생들이 올해와 내년 잇따라 고교에 진학하기 때문이다. 신입생 수가 급감하면서 전국 고교마다 학급 수를 대폭 줄이는 등 비상이 걸렸다.
5일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올 전국의 고교 신입생 숫자는 작년(59만여명)보다 6만여명 줄었다. 공식 집계는 4월 기준이지만, 작년 중3생(52만5256명)이 전원 고교에 진학해도 작년 신입생(59만1845명)보다 6만6589명(11.3%) 줄어든다. 내년에는 46만여명으로 올해보다도 6만여명(12.2%)이 더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신입생 수가 올해와 내년 급감하며 불과 2년 사이 59만명대에서 46만명대로 13만명(약 22%) 감소하는 것이다. 2001년생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2008년, 중학교에 진학한 2014년에도 격변이 있었다. 이들 때문에 중학교 학급당 인원 수는 30명 이하(2014년 30.5명, 2016년 27.4명)로 자연 감소했다.
부산교육청은 올해 신입생(3만793명)이 작년보다 4151명이나 줄어 학급 수를 1232개에서 1211개로 21개 줄였다. 3개반을 한꺼번에 줄인 학교도 나올 정도다. 교육청 관계자는 "내년에는 학급 수를 80개 감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신입생이 작년보다 1만4500여명이 줄면서 학급 수를 115개 줄였다.
◇고교 교사도 2~3년 후 감축 불가피
2001년생의 고교 진학 여파는 당장 고교 교사 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2001년생이 중학교에 입학한 2014년부터 중학교 교사 수도 줄었다. 교사 수가 2014년(11만3349명)을 피크로 작년(10만9525명)까지 2년간 3824명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고교 교사 수도 2~3년 내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학 교직 과정이나 교육대학원 등 교원 양성 기관의 정원도 올해 크게 줄어든다. 교육부는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데 임용고사 경쟁률은 지나치게 높은 상황"이라며 "올해 말 대학의 교원 양성 기관 정원 2500여명을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육계에서는 학생 수 감소를 '교육의 질'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5년 현재 고교 학급당 학생 수는 30명으로 OECD 평균 24명보다 크게 높은 상황이다. 지금처럼 학생이 줄어들면 2022년이면 저절로 OECD 평균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교육부 최윤홍 학교정책과장은 "학령인구 감소를 위기로 생각하지 않고 교육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2001·2002년생들이 대학에 진학할 즈음엔 대학들이 본격적으로 신입생 부족에 시달릴 전망이다. 현재 중3생(46만명)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1학년부터 해당 학년 학생 수가 현재의 대학 입학정원을 밑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