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24일 금요일

사교육 1주일에 6분, 그래도 성적최강 핀란드


학교 수업만으로 충분한 핀란드
방과 후 30분 숙제하면 자유시간… 시험보다 토론·발표 참여가 중요
성적표에 등수 대신 장단점 써줘


"사교육요? 사립학교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핀란드 헬싱키에 사는 중학교 3학년생 올리버(15)군은 "사교육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렇게 되물었다. 만화 그리는 게 취미라 학교에서 방과 후 미술 활동을 한 적은 있지만, 국·영·수 학원에 다녀본 적은 없다. 사실 학원이 무엇인지도 잘 모른다. 그런 곳에 다닌다는 친구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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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곳이 교실… 복도에서 공부하는 학생들 - 핀란드 학생들이 학교 복도 한쪽에서 글쓰기를 하고 있다. 핀란드 학생들은 늦어도 오후 3시쯤 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운동을 하거나 클럽 활동에 참여하는 등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OECD에 따르면 핀란드 학생들의 주당 평균 사교육 시간은 단 6분이다. /핀란드 교육문화부
오는 9월 고교 진학을 앞둔 올리버군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 오전 9~10시쯤 학교에 갔다가 오후 3시쯤 귀가한다. 집에 오면 숙제를 한다. 보통 30분에서 1시간쯤 걸린다. 이후로는 자유 시간이다. 도서관에서 좋아하는 판타지 소설을 빌려 보거나 친구들과 컴퓨터 게임을 한다. 강아지 산책시키기도 올리버군의 몫이다. 늦어도 밤 11시에는 잠자리에 든다. 물론 학기말 시험 기간엔 만사 제쳐두고 공부를 한다. 올리버군은 "과목별로 요점을 정리한 뒤 내 생각이나 느낀 점을 덧붙여 본다"며 "수업에서 배운 주제에 대해 에세이를 쓰는 게 시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핀란드 사교육 주당 6분, 한국 3.6시간

핀란드와 한국은 둘 다 OECD 학업성취도평가에서 꾸준히 최상위권에 있는 교육 강국이다. 그러나 사교육에 관한 한 두 나라는 극과 극이다. OECD의 '2012 PISA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 시간 평균은 주당 3.6시간에 이른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길다. 핀란드의 사교육 시간은 주당 6분으로 가장 짧았다. 사교육이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핀란드 학부모들은 왜 자녀들에게 사교육을 시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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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중·고교에도 시험은 있다. 과목별 학기말 시험도 있고, 선발 고사를 보는 고등학교도 있다. 고교 과정을 마치면 '국가 대입자격시험'을 보고 대학별 고사도 따로 치러야 한다. 그런데 시험 형식이 다르다. 여러 보기 가운데 맞는 것 또는 틀리는 것을 고르는 선다형 문제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주관식 혹은 서술형 문제가 주를 이룬다. 주어진 주제에 대해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써내려가야 하는 핀란드식 시험에서 달달 외우기, 문제 많이 풀기, 실수 안 하기를 가르치는 한국식 사교육은 힘을 쓰기 어렵다. 또 성적표에서 지필고사 점수가 차지하는 비율도 낮다.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태도,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 친구들과의 협동심 등이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학교 끝나고 부리나케 학원으로 달려가는 것보다, 학교에 있을 때 토론이나 발표에 열심히 손 들고 참여하는 것이 좋은 평가를 받는 지름길이다. 성적표도 학생들을 일렬로 줄 세우거나 A·B·C로 등급을 매기는 대신, 장단점 등을 서술형으로 기록한다.

◇학원 갈 시간에 자연 즐기고 봉사활동

핀란드 쿠오피오의 고교 1학년생 새드(16)양은 장래 희망이 교사인 모범생이다. 역시 학원이나 과외를 다녀본 경험은 없다. 한국 청소년들이 학원 뺑뺑이를 돌 때 새드양은 운동이나 독서, 봉사활동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여름에는 가족들과 4~5주 정도 호숫가 별장으로 휴가를 간다. 인터넷은커녕 전기도 잘 들어오지 않는 시골에서 블루베리나 버섯을 따고, 사우나와 수영을 즐긴다. 겨울에는 꽁꽁 언 호수에서 스케이트나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탄다.

다른 학생들도 비슷하다. 핀란드에선 15~19세 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적어도 1개 이상의 청소년협회에 속해 봉사활동을 하거나 지역 축제에 참가한다. 방학 동안 다음 학기 진도를 선행 학습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는 거의 없다. 새드양은 "학교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성적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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