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24일 금요일

독일 교사의 첫마디 "절대 선행학습 말라"

선행학습 없는 독일 교실

미리 배워와서 정답 말하면 아이들 생각할 기회 사라져
교사 수업권·학생의 학습권, 동시에 침해받는다고 생각
6~16세 중 14%만 사교육… 주로 부진학생이 단기간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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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숙·독일 거주·'독일 교육 이야기' 저자
우리 두 아이가 독일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마다 담임교사는 첫 학부모회의 시간에 똑같은 말을 했다. "절대 선행학습을 시키지 말아달라"는 당부였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들은 선행학습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우리 아이들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전하는 선행학습으로 인한 폐해는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선행학습은 '간접적인 교권 침해'라고 했다. 교사는 선행학습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수업을 준비하는데, 미리 학습해온 학생이 있다면 정상적인 수업 진행에 방해를 받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 생각을 유도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질문을 하려고 했는데 다른 아이들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누군가 첫 질문에 정답을 이야기해버리면 교사는 수업 진행에 방해를 받고 다른 학생들은 사고의 기회를 잃는다는 얘기였다. 이건 교사의 수업권과 학생의 학습권이 동시에 침해받는 일이라고 했다. 자녀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기 전에는 인식이 부족했던 부모들도 교사들의 이 같은 적극적인 지도 후에는 선행학습을 함부로 시도하지 못한다.

독일에도 사교육은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선행학습이 아니라, 성적 부진 학생을 위한 복습 위주로 이뤄지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어, 김나지움 5학년 레오의 경우를 보자. 독일 학교는 성적을 1~6점(1점이 가장 높음)으로 나눈다. 레오가 1학기 성적표를 받아보니 수학이 4점이었다. 낙제 위기인 5점이 바로 눈앞이다. 레오 엄마는 선생님으로부터 레오 수학 성적이 5점이 되면 유급할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선생님은 레오 엄마에게 사교육을 알아보라고 권하면서, 원한다면 동료 교사나 레오의 같은 학교 고학년 학생 중에 알아봐 준다고 했다. 레오 엄마는 비교 후 선생님으로부터 같은 학교 11학년 학생을 소개받았다. 레오는 다음 학기부터 수학 성적이 3점 이상이 될 때까지 일주일에 1시간 30분씩 방과 후 수학 과외를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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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바인하임시에 있는 바인하임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영어 수업을 듣고 있다. 독일에서는 사교육을 통해 선행학습 하는 것은 교권과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받아들인다. 독일의 학교 수업도 모든 학생이 선행학습을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이뤄진다. /박성숙씨 제공

레오는 독일에서 사교육을 시작하는 학생들의 가장 흔한 예다. 독일에서 사교육의 의미는 레오처럼 성적이 부진한 학생, 그것도 유급의 위기에 처한 학생을 구제하기 위한 '응급 처방'인 것이다. 사교육 받는 학생의 가장 많은 점수 분포는 4~6점까지인데, 우리의 과거 '수우미양가'에 대비해 보면 '양'에서 '가' 사이 수준이다.

최근 베르텔스만 재단이 시행한 독일 사교육 실태에 관한 연구보고에 의하면 6세부터 16세까지 독일 학생 중 14%가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학급 정원을 35명으로 가정했을 때 평균 5명 정도가 레오와 비슷한 이유로 사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또 사교육 받는 학생 중 68%만 부모가 직접 비용을 부담하고, 나머지 32%는 학교의 방과 후 프로그램이나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학원에서 무료로 받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 학생들은 성적이 원상회복될 때까지 단기간만 사교육 도움을 받는다. 1등을 하기 위해서, 혹은 우수한 학생이 더 잘하기 위해 사교육을 하는 예는 거의 없다. 독일에서도 간혹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사교육을 시키는 극성 부모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는 매우 예외적인 일로 분류될 뿐 사회문제로 거론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독일 교육계는 초등학교부터 사교육에 의지하게 만드는 것이 개별 학생의 수준을 파악해 적절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는 학교의 임무를 다하지 못한 결과이며 독일 교육의 허점이라고 성토한다. 그러면서 방과 후 학교나 개별학생의 학습 향상 프로그램들을 적극 개발하고 육성하는 것만이 해답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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