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AI에 대해 느끼는 양가적 감정은 인류가 처음 청동검(靑銅劍)을 만들어 짐승을 사냥해 그 고기를 다듬던 날, 이 새로운 도구를 누군가가 자신을 상해하거나 죽이는 데 사용할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갖게 된 순간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
그러나 인간을 격파하는 알파고도 결국 인간이 만든 ‘인공’ 지능이라는 사실을 잊지는 말자. 인공지능 기술은 지난 수십 년간 눈부시게 발전해왔다. 예를 들어 구글은 이미 ‘AI를 만드는 AI’를 활용해, 이미지와 음성인식 기술을 진보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 똑똑한 AI 역시 결국 인간이 디자인한 피조물일 뿐인데도, 그 위세에 눌려 내 일자리 뺏길까만 고민한다면 우리는 AI를 제대로 다루는 데 실패할 게 분명하다.
이번에 중국에서 있었던 바둑 대결은 커제와 알파고가 격돌했을 뿐만 아니라 인간과 AI가 팀을 이뤄 또 다른 인간·AI 팀과 대결하고, 프로 기사들이 팀을 이뤄 AI와 대결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것은 예전의 바둑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게임의 형태이며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고 있다. AI가 사람을 이겼다고 해서 꼭 그것이 바둑의 쇠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새로운 형태의 바둑이 우리를 더 즐겁게 할 것이다.
AI시대 정부의 역할 역시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 정부는 기획자에서 조력자로, 추진자에서 촉진자로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 “왜 케이팝스타의 우승자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교육시스템 바깥의 사람들이냐”고 지적했다. AI는 그러한 한계를 새로운 교육시스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깨보려는 실험을 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정부가 직접 만들겠다는 공공부문 일자리 역시 AI를 이용한 혁신의 영역에서 많이 나와야 한다.
인간과 AI가 대체관계가 아닌 협력과 공조의 관계로 나아가는 방향에 새로운 일자리도, 경제도 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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