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압이
낮은 상공 20km 성층권에서 이뤄지는 실험에 사용되는 고(高)고도 풍선.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고고도 풍선 전문 기업인 ‘월드 뷰
엔터프라이즈(World View Enterprises)’와 협력해 내년부터 미세입자를 성층권에 뿌려 태양 빛을 반사시키는 첫 지구공학 검증실험을
할 계획이다. -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지구공학(Geoengineering)’이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만으로는 지구온난화를 늦출 수 없으리란 회의적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는 관측
이래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됐다. 지구 평균 온도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도가량 높아진 상태라 2100년까지 평균 온도 상승 폭을 섭씨
2도보다 훨씬 낮은 1.5도까지 제한한다는 ‘파리기후협정’ 목표 달성도 비관적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신에 대한 도전’으로 비난받았던 지구공학이 지구온난화의 새 묘안이 될 수 있을까.
● 지구공학,
실제 지구환경에서 첫 실험
데이비드 키스 미국 하버드대 응용물리학과 및 공공정책학과 교수는 프랑크 코이치 하버드대 대기과학과 교수와 함께 이르면 내년부터 소규모 지구공학 검증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빛을 잘 반사하는 방해석(탄산칼슘) 미세입자를 20km 상공 성층권에 소량(0.1∼1kg) 살포해 반경 1km의 반사층을 형성한 뒤,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빛의 감소량과 온도 변화, 미세입자와 대기 중 화학물질 간의 상호작용 등을 관측한다. 지구공학을 실제 지구환경에서 실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프로펠러와 센서, 통신 기기를 실은 곤돌라를 고(高)고도 풍선에 매단 ‘스트래토크루저(StratoCruiser)’를 미국 애리조나 주 남동부
투손 상공에 띄울 계획이다. 스트래토크루저는 성층권을 의미하는 ‘스트래토스피어(stratosphere)’와 크루저를 합친 말이다. 코이치 교수는
“먼저 미세입자 대신에 물을 뿌리며 장비의 성능을 시험한 뒤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아이디어는 1991년 피나투보 화산 폭발에서 비롯됐다. 당시 방출된 수천만 t의 이산화황은 성층권에 황산염 입자층을 형성했고, 지구 도달
일사량이 30% 줄면서 2, 3년 동안 냉각 효과가 지속됐다. 코이치 교수는 “이산화황은 성층권의 오존층을 감소시킬 우려가 있지만 방해석은
오존층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제공
● 대형
반사경 설치부터 식물플랑크톤 증식까지
미세입자 외에도 과학자들은 태양 빛을 반사시키는 다양한 방법을 제안했다. 우주 공간에 대형 거울 설치하기, 인공 구름 만들기, 바다 표면에 미세기포 만들기 등이다. 영국 리즈대 기후대기과학연구소가 지난해 3월 국제 학술지 ‘지구물리학 연구저널: 대기’에 발표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계면활성제로 선박이 항해할 때 만드는 기포의 지속 시간을 10분에서 10일로 늘리고 밝기도 10배 높이면 2069년까지 평균온도를 섭씨 0.5도까지 낮출 수 있다.
지구공학의
또 다른 한 축은 이산화탄소 제거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액체 상태로 지하에 저장하는 기술, 고농도 수산화나트륨 용액과 티탄산염으로 주변
공기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바다에 철분을 뿌리거나 대형 펌프로 영양분이 풍부한 심층수를 끌어올려 식물플랑크톤의
증식을 돕는 방법도 이론으로 제안됐다. 식물플랑크톤은 식물처럼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유기물 형태로 저장한다.
● 갈
길 먼 지구공학, 여전히 뜨거운 논란
지구공학은
온실기체 배출을 줄이거나 제거하는 방법에 비해 변화가 빠르고 비용도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그러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기대보단 우려가
크다. 지역적으로 실시하더라도 지구 전체의 기후 시스템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안전성이나 부작용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령 장기적으로
일사량이 줄 경우 지구의 물 순환 패턴이 바뀌면서 곳곳에 이상 기후가 나타날 우려가 있다. 또 지구공학이라는 수단이 생긴다면 탄소 배출을
엄격하게 규제하지 않아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를 일으킬 수 있다. 코이치 교수는 “군사적,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될 여지가 없는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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