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흙 눈사람 만들기 꼬박 5시간”
일기ㆍ독후감에 요리ㆍ여행까지
초등ㆍ유치원 학부모 고난의 방학
일선 교육청
자제 권고 안 먹혀
숙제 대행업체만 때 만난 듯 특수
경기
한 초등학교 4학년생 학부모이자 직장맘인 윤모(38)씨는 최근 딸의 겨울방학 숙제 목록을 받아 들고는 눈 앞이 깜깜해졌다. 일기 일주일 3편
이상 쓰기, 독후감 10편 쓰기, EBS 교육방송 시청ㆍ기록하기 같은 공통숙제는 물론
선택과제(2개 이상 수행)로 요리하고 일지 쓰기, 가족 여행 후 소감문 쓰기 등 어려운 과제가 줄줄이 나열돼 있었다. 윤씨는 “아이가 되레
‘선생님이 전화해서 숙제를 얼마나 끝냈는지 확인한다고 했다’며 함께 숙제를 하자고 매일 압박을 주고 있다”며 “요리나 여행 등은 부모 시간
투자가 많이 필요한데 맞벌이 부부인 데다 2학년인 둘째, 7살 난 셋째도 챙겨야 해 난감하다”라고 털어놨다.
엄마나 아빠가
대신해줘야 할 정도로 버거운 숙제라는 뜻의 ‘엄마 숙제’. 7일 교육계에 따르면 겨울 방학을 맞아 과중한 ‘엄마 숙제’ 때문에 방학숙제
대행업체까지 성행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초등 1ㆍ2학년을 대상으로 선행학습이나 부모 도움이 필수인 숙제를 없애도록
일선에 권고하면서 다른 교육청들도 비슷한 정책을 따르고 있지만, 방학숙제는 이러한 추세를 비껴나고 있다.
초등학교는 지난달 말부터
34일 가량, 유치원ㆍ어린이집은 지난달 중순부터 2, 3주 가량 겨울방학에 들어가면서, 많은 부모들은 일찍이 ‘만능 엄마’ ‘만능 아빠’ 모드에
돌입했다. 서울의 한 유치원생 학부모 김모(36)씨도 주말마다 딸 아이의 방학 숙제를 해주는 데 최소 5시간을 쓰고 있다. 2주 전 주말엔
폼클레이와 찰흙, 버리는 양말 천을 꿰매 눈사람을 만드는 데 5시간이 걸렸고, 지난 주엔 호떡을 만드는 동시에 딸 아이가 직접 요리에 참여한
모습을 사진기로 찍고 인화하느라 거의 이틀을 할애했다. 김씨는 “방학이 3주 밖에 안 돼 첫 주부터 내 숙제 하듯 매달리고 있다”며 “이번 주엔
공대 출신 남편이 바통을 이어받아 드라이아이스를 활용한 과학실험 숙제를 맡아주기로 했다”며 씁쓸해했다.
특히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학원에 보내는 맞벌이 부모들의 경우엔 학원 숙제도 챙겨야 해 ‘산 넘어 산’이다. 초등학교 4학년 학부모 김모(45)씨는 “주변 전업주부
엄마들은 거의 매일 일기쓰기, 책 읽기 등을 점검한다는데, 맞벌이인 우리는 방학 동안 시부모님을 겨우 설득해 아이들을 맡겨놓은 처지라 이것저것
부탁하기 힘들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영어교육전문기업 윤선생이 2016년 8월 초등학생 학부모 5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자녀
방학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응답한 직장맘은 79.5%로 전업맘(71.4%)보다 8.1%포인트 높았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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