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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주로 남극에 기구를 띄워 우주선을 관측한다. 여름에는 남극 하늘에 원형 기류가 생겨 오랜 시간 기구를 띄울 수 있다. ⓒ미항공우주국(NASA) |
○ 기구 타고 날씨와 우주를 관측한다!
‘기구’는 바깥보다 기구 안의 공기를 가볍게 만들어 위로 뜨게 한 비행 장치입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건 ‘열기구’죠. 열기구 속
공기를 데우면 부피가 커지면서 주변 공기보다 가벼워져요. 그래서 하늘로 떠오르게 된답니다. 아름다운 색깔의 열기구 덕분에 스포츠나 레저용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사실 기구는 오래전부터 과학 연구에 유용하게 쓰였어요.기구를 가장 많이 쓰는 건 날씨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입니다. 일주일 후나 한 달 뒤의 날씨를 예측하려면 높은 곳의 대기를 관측해 지구 전체의 대기 흐름을 파악해야 하거든요. 이를 위해 전 세계 기상 관측소에서는 날마다 같은 시간(우리나라 시간 오전 9시와 오후 9시)에 ‘라디오존데’라는 관측 기기를 기구에 매달아 띄우고 있어요. 관측 자료는 실시간으로 전송돼 일기예보를 만드는 데 쓰인답니다. 이때 과학자들은 헬륨처럼 공기보다 가벼운 기체를 넣는 ‘가스 기구’를 써요. 가볍기 때문에 18∼37km까지 올라갈 수 있거든요.
과학자들은 기구를 띄워 우주에서 날아오는 각종 입자와 방사선을 관측하기도 해요. 이 입자와 방사선을 통틀어 ‘우주선’이라고 하지요. 우주선은 1912년 오스트리아 과학자 빅토르 헤스가 발견했어요. 당시 과학자들은 지구에서 방사선이 나와 땅에서 멀어질수록 방사능 수치가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헤스가 열기구를 타고 5km 높이에서 방사능 수치를 측정한 결과, 땅에서보다 2배나 높았지요. 우주에서 지구 대기로 들어오는 방사선, 즉 우주선을 발견한 거예요.
우주선을 발견한 지 100년이 넘었지만, 과학자들은 아직까지 우주선이 어디서 오는지 잘 모른답니다. 초신성이나 감마선 폭발 등의 현상이 우주선의 원인일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지요. 그런데 우주선은 지구 대기 중의 입자와 부딪혀서 쪼개지거나 대기에 흡수돼요. 그래서 대기의 영향이 없는 높은 곳에서 우주선을 관측해야 온전한 우주선의 성질을 알 수 있지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선 30∼40km에 기구를 띄워 우주선을 관측하는 ‘크림(CREAM)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어요. 2004년부터 2016년까지 남극에서 총 7번 기구를 띄워 우주선의 종류와 에너지를 측정했지요. 크림 프로젝트에 참여한 성균관대 물리학과 박일흥 교수는 “위성보다 싸고 기기를 회수할 수 있어서 기구로 먼저 실험해 검증한 뒤 더 큰 규모의 실험을 진행한다”고 말했어요. 연구팀은 8월 14일 크림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만든 우주선 검출기를 국제우주정거장에 설치했답니다.
○ 100일 동안 하늘을 둥둥∼ 초고압 기구 등장!
NASA에서는 더 오래 쓸 수 있고, 더 많은 과학 장비를 실을 수 있는 거대한 ‘초고압 기구’를 만들고 있어요. 이 기구는 지름 114m에 높이가 68m이고, 900kg이나 되는 짐을 실을 수 있어요. 또 부피는 53만2000m³로, 완전히 부풀면 축구장 하나가 기구 안에 들어갈 정도랍니다. 일반 가스 기구는 낮에 햇빛을 받으면 부피가 커져요. 그러면 압력을 맞추기 위해 헬륨을 내보내지요. 이런 일이 반복되면 헬륨이 계속 줄어들어서 길어야 2∼3주 정도만 떠 있을 수 있어요. 또 밤이 돼서 온도가 낮아지면 부피가 줄어들면서 높이가 내려가지요.
반면 초고압 기구는 헬륨을 내보낼 필요가 없어 오랫동안 떠 있을 수 있습니다. 호박 모양의 구조 덕분에 탄성을 유지하면서 압력을 견딜 수 있거든요. 또 내부의 압력이 항상 바깥보다 커서 밤에도 부피가 줄어들지 않아 높이를 유지할 수 있답니다. NASA의 목표는 초고압 기구를 100일 이상 띄우는 거예요. 지금까지 가장 오래 뜬 초고압 기구의 기록은 46일 20시간 19분이랍니다.
2015년 오세아니아의 솔로몬제도에서 에어로센을 타고 비행하는 모습. ⓒToma′s Saraceno, 국립아시아문화전당 |
기구는 1782년 발명된 이후부터 수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하늘을 날아왔어요. 지금도 관광이나 레저 스포츠뿐 아니라 과학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요. 기구의 변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아요. 어쩌면 미래에는 기구를 타고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공중 도시에 살 수도 있거든요.
아르헨티나의 예술가 토마스 사라세노는 기후 변화로 급격하게 변하는 지구 환경에서 앞으로 인류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했어요. 그리고 화석 연료 대신 자연에 있는 에너지를 사용하며 기구를 타고 떠다니는 미래도시를 상상했지요. 이 상상을 실험하기 위해 전 세계 과학자들과 함께 ‘에어로센’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답니다.
에어로센은 공기와 태양열, 바람으로만 작동하는 기구예요. 내부를 공기로 채워 낮에는 태양열로, 밤에는 땅 위의 복사열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답니다. 사라세노는 에어로센의 제작 방법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어요. 재료는 비닐 봉투, 테이프 등으로 매우 간단해서 많은 사람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지요.
2015년 11월 18일에는 미국 뉴멕시코주의 화이트샌즈 사막에서 7명이 에어로센을 타고 2시간 15분 동안 비행하는 데 성공했어요. 화석 연료나 태양 전지판, 헬륨, 배터리 없이 오직 공기만을 이용해 가장 오랫동안 비행한 기록이었답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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