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21일 토요일

"37년을 매일 14시간씩 연습했는데 날 천재라 부르는군"바이올리니스트 사라사테

바이올리니스트 사라사테의 명언은 끝없는 훈련이 연주자 숙명임을 표현
토스카니니·루빈스타인의 명언에선 작곡가의 의도를 중시하는 철학 보여

음악가 중에도 교훈과 재미가 담겨 지금까지 입에 오르는 명언을 남긴 인물이 많아요. 자신의 분야에서 한 단계 더 높은 예술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던 사람들이죠.

러시아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였던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1873~1943)는 뛰어난 두뇌를 지닌 음악가였어요. 사람들은 아무리 어려운 악보도 몇 시간 만에 완벽하게 연주해내는 그의 재능에 놀라고 부러워했죠. 정작 본인은 늘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성실하게 연습했다고 합니다. 라흐마니노프는 중년의 나이인 45세에 미국으로 이주했는데, 작곡, 피아노 연주, 지휘를 병행하는 바쁜 날들이 이어졌어요. 시간을 쪼개 가며 부지런히 무대를 준비했던 그는 어느 날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음악은 인생을 위해 충분하다. 하지만 인생은 음악을 위해 충분하지 않다."


음악 대가들의 명언
영화 '아마데우스'에는 작곡가 살리에리가 모차르트의 작업 중인 악보를 살펴보다 깜짝 놀라는 장면이 나오죠. 모차르트의 악보 어느 곳에도 잘못 써서 고친 표시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완벽했던 모차르트의 음악을 두고 사람들은 '하늘의 천사가 불러주는 음악을 받아 적은 듯하다'고 표현했죠. 하지만 모차르트도 시행착오와 고민을 거듭하며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작품을 썼답니다. 모차르트는 이렇게 말했어요. "사람들은 내가 쉽게 작품을 쓴다고 착각한다. 그렇지만 선배들의 음악 가운데 내가 연구해 보지 않은 작품은 하나도 없다."

헝가리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했던 지휘자 프리츠 라이너(1888~1863)는 신시내티 심포니, 피츠버그 심포니, 시카고 심포니 등을 지휘하며 명성을 쌓았는데, 가는 곳마다 완고한 자세와 타협을 모르는 독선적인 성격으로 단원들을 불편하게 했어요. 하지만 오케스트라 지휘에서 라이너의 뛰어난 역량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말 수가 적어 눈빛만으로 단원들을 이끌었던 라이너였지만, 이 두 마디 말은 빼놓지 않고 자주 했다고 합니다. "음은 완벽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완벽하지 않으면 안 된다."


라이너 이상으로 강한 카리스마와 통솔력을 지녔던 지휘자가 이탈리아 출신의 대가 아르투로 토스카니니(1867~1957)였습니다. 토스카니니는 청중의 박수가 연주자들이 아닌 작곡가에게 가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죠. 그래서 작곡가의 의도, 즉 악보에 쓰인 대로 연주하지 않고 자의적인 해석으로 작품을 왜곡하는 연주를 싫어했습니다. 라 스칼라 극장,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을 지휘하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휘대에 올랐던 그의 음악관은 베토벤의 '영웅' 교향곡 1악장을 설명한 이 문장으로 설명됩니다. "어떤 이는 이 곡이 나폴레옹을 가리킨다고 하고, 어떤 이는 히틀러나 무솔리니를 가리킨다고도 한다. 하지만 내게 있어 이 곡은 단지 알레그로 콘 브리오(생기 있고 빠르게 연주하라는 지시어)일 뿐이다."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1887~1982)은 폴란드 태생으로, 동포인 쇼팽의 작품을 훌륭하게 연주하는 대가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루빈스타인도 토스카니니처럼 작곡가의 의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젊은 시절인 20세기 초 피아니스트들이 쇼팽을 지나치게 연주자의 주관대로 해석하는 경향에 반대했죠. 당시에는 그의 쇼팽 해석이 지나치게 무미건조하다고 비판받았지만, 노년에는 그의 쇼팽 연주를 전 세계가 인정했습니다. 그는 쇼팽 탄생 150주년이었던 1960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쇼팽은 고상한 감성으로 연주되어야 한다. 그는 달빛에 펜을 적셔 작곡하는 걷잡을 수 없는 로맨티시스트가 결코 아니었다."


집시가 연주하는 바이올린 선율을 떠오르게 하는 명곡 '치고이너바이젠'을 작곡한 스페인 출신의 파블로 데 사라사테(1844~1908)는 파가니니 이후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평가받아요. 10세 때 스페인 이사벨라 여왕 앞에서 연주하고서 여왕으로부터 명품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선물로 받기도 했죠. 바이올린의 모든 기교를 자유자재로 발휘한 그는 타고난 천재로 불렸어요. 그렇지만 사라사테가 남긴 말은 연주자에게 숙명인 '끝없이 훈련하는 삶'을 한마디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37년간 하루 14시간씩 바이올린을 연습해 왔는데, 사람들은 나를 가리켜 천재라고 부른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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