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습은 모든 공부에 생명을 불어 넣는 과정이다. 예습과 수업을 통해 형태를 잡아도 복습이 없이는 생명체가 되지는 못한다. 그래서 복습을 하지 않고 완전히 내 지식으로 전환되는 것은 공짜로 무엇을 얻으려는 것과 같다. 특히 내용을 암기해야 할 경우 복습의 효과는 더욱 커진다. 그리고 복습은 곧 반복이라는 말과 같은 의미다. 다만 같은 것을 반복하는 것이 차라리 서로 다른 것을 한 번씩 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점이 문제이긴 하다. 누구나 같은 것을 반복하다보면 식상하고 지루하고 재미없다고 느끼는 질려버림을 피하기 어렵다. 아무리 유명한 맛집도 연속해서 반복적으로 가다보면 물리기 마련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렇게 피하고 싶은 작업이기 때문에 제대로 해낼 경우 얻는 보상도 크다.
물론 성향상 반복보다는 한 번에 완벽하게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꼼꼼하면서 대범하지 못한 탓일 수도 있고 한 번 제대로 안 되면 넘어가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일수도 있다. 이해를 전제로 한 암기가 적용되는 경우는 이런 방식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해가 특별히 전제되지 않는 조금 더 단순 암기에 가까운 내용일수록 한 번에 완벽하게라는 코드는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영어단어를 암기하거나 사회나 과학의 내용 중에 딱히 인과관계가 없는 내용에 취약하다. 영문법에도 취약하고 수학문제를 접근할 때도 중학교 도형문제처럼 반복숙달이 이해사고보다 효과적일 때는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내용들을 공부할 때는 한 번에 완벽하게 공부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망각곡선에 따라 잊게 마련이고 그걸 보완하는 것은 반복이라는 복습의 코드뿐이다.
그래서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복습에 공을 들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머리가 아주 좋아서 한 번에 척척 해내는 공부의 신도 세상엔 몇몇 존재할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경우 복습은 잘못 알았던 내용을 교정해주고 내가 모르거나 자신감 없는 내용을 발견하게 하고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내용을 좀 더 구체적이며 활용 가능한 상태로 만들어준다.
복습에는 3회독을 권장한다. 더 많은 반복을 할 수 있다면 나쁠 것은 없지만 현실적으로 다양한 과목을 제한된 시간에 공부한다면 한계라는 것도 분명히 있기에 3회독이라는 최소이자 최적의 복습원칙이다. 3번의 복습은 평소 수업의 복습 + 시험 준비기간 동안의 복습 + 시험기간 중간의 복습을 말하는 것이니 아주 불가능한 수준을 아닐 것이다. 이중에 복습으로서 가장 중요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것은 바로 제일 첫 번째 복습 즉, 평소 수업에 대한 복습이다. 어차피 시험 기간에 공부할텐데 라며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지만, 평소에 하느냐 나중에 몰아서 시간이 지난 후에 공부하느냐 하는 것은 굉장히 큰 차이를 만든다. 공부 효과 면에서 월등하게 차이가 난다. 세 번의 복습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평소 공부의 복습이다. 그리고 평소에 공부해야 내 실력으로 전환되는 비율도 좋다. 시험기간이나 시험 준비기간에는 누구나 공부하기 때문에 그때 하는 공부는 차이를 만들지 못한다. 공부에 있어서의 차이는 평소에 얼마나 예복습을 하는가와 방학 때 얼마나 집중학습을 하는가 두 가지로 결판난다.
예습은 방법이 중요하지만 복습은 타이밍이 우선 중요하고 그 다음 방법이 중요하다. 복습을 하고 나서는 제일 중요한 것이 역시 자기평가다. 계획표를 이용해도 좋고 노트를 따로 만들어도 좋다. 그날 복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꺼내서 써보는 작업을 해야 제대로 머릿속에 들어갔는지 확인 할 수 있다. 복습은 이러한 후속활동이 가장 중요하다. 예습은 궁금증을 위한 것이지만 복습은 알기 위한 것이니 제대로 알게 되었는지 여부를 문제풀이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출력 연습을 통해서 확인해야 한다.
국어에서 배운 문법지식을 정리해서 마인드맵을 그려보거나, 영어 단어 중에 잘 안 외워졌던 것을 써보고 뜻을 떠올려보거나, 수학 문제 중에 발상이 잘 되지 않던 문제를 한 문제 만이라도 다시 풀이과정까지 정확하게 기술해보는 등의 작업이다. 과학에서 공부한 그래프를 그려가면서 설명하거나 사회에서 공부한 내용의 현상적 인과관계를 설명해도 좋다.
복습에서 또 다른 중요 포인트는 바로 나중에 다시 복습할 것을 만들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오답노트, 정리노트, 단권화, 개념노트 등이다. 나중에 다시 복습할 때 빠르게 내용을 떠올리고 복습해 나갈 수 있도록 미래의 나에 대한 배려의 작업이 있어야 한다.
가끔 학생들에게 질문을 받는다 예습이 중요하냐 복습이 중요하냐고. 결론부터 말하면 재미있고 쉽게 공부하고 싶거든 예습에 힘을 쓰고, 힘들지만 확실하게 공부하고 싶으면 복습에 힘을 많이 쓰라고 말한다. 어느 쪽이 우월한 것이고 더 중요하다기 보다는 내가 공부에 대한 접근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따라 그 중요도를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어느 한쪽 만에 집착하는 것은 당연히 정답과는 거리가 있다. 공부란 그런 밸런스를 조절해보는 나에 대한 조절능력의 사용도 큰 목적 중에 하나일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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